천리마에게 쥐를 잡게 하다
_ 사기포서(使驥捕鼠)
기기(騏驥)나 화류(驊騮)와 같은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지만
쥐를 잡는 데는 너구리나 살쾡이만 못하다.
그것은 재주(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빼미와 부엉이는
밤중에도 벼룩을 골라내고 터럭 끝까지도 살필 수 있지만
낮에 나오면 부릅뜬 눈으로도 언덕과 산을 보지 못한다.
그것은 본성(性)이 다르기 때문이다.
騏驥驊騮(기기화류)
一日而馳千里(일일이치천리)
捕鼠不如狸狌(포서불여리성)
言殊技也(언수기야)
鴟鵂夜撮蚤察毫末(치휴야촬조찰호말)
晝出瞋目而不見丘山(주출진목이불견구산)
言殊性也(언수성야) - 莊子(장자) 秋水篇(추수편)
** 사기포서(使驥捕鼠)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천리마에게 쥐를 잡게 하다"는 뜻의 '사기포서(使驥捕鼠)'이다.
인재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일을 부여하여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할 때 적절히 쓰일 수 있는 말로서, 특히 우수한 인재가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하잖은 직무에 배정된 경우를 가리킨다.
** 우도할계(牛刀割鷄)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 '사기포서(使驥捕鼠)'와 같은 의미이다.
우도할계(牛刀割鷄)는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에 언급된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이라는 작은 고을의 원으로 있을 때 공자가 그것을 들렀다. 그 때 거문고 타는 소리가 들려오자 공자가 웃으며 ‘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라 한데서 나왔다. 예악(禮樂)은 본시 나라를 다스릴 때 쓰는 것인데 작은 고을을 다스리면서 쓰는 것을 보고 희롱삼아 말했다고 한다.
**한혈구(汗血駒, 천리마)에게 쥐 잡는 일을 시킨다면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1517~1578) 선생이 포천 군수로 있을 때 임금에게 만언소(萬言疏)라는 송소문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상소문에도 장자의 글과 비슷한 문언이 있다.
海東靑使之司晨(해동청사지사신)
則曾老鷄之不若(즉증노계지불약)
汗血駒使之捕鼠(한혈구사지포서)
則曾老猫之不若(즉증노묘지불약)
해동청(海東靑, 사냥매)에게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긴다면
늙은 닭만도 못할 것이고,
한혈구(汗血駒, 천리마)에게 쥐 잡는 일을 시킨다면
늙은 고양이만도 못할 것이다.
**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의 장기가 있다.
이 장자의 고사는 아무리 하잖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만의 특기나 특성이 있으니, 그 특기나 특성을 잘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응용하여 함을 가르치고 있다.
천리마의 재능을 쥐잡는 능력으로 평가할 수 없고
해동청의 능력을 새벽을 알리는 능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개성과 재능을 무시하고 획일화 표준화된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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