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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무덤 사이에서 빌어먹다_ 번간걸여(墦間乞餘) _ 맹자

by 변리사 허성원 2017. 1. 30.

번간걸여(墦間)

(무덤 사이에서 빌어먹다)


齊人 有一妻一妾而處室者(제인 유일처일첩이처실자)

제나라 사람이 처와 첩을 한 사람씩 거느리고 한 집에 살고 있었다.

其良人 出則 必饜酒肉而後 反(기량인 출즉 필염주육이후 반)

그 남편은 외출하면 술과 고기를 베불리먹고 돌아왔다.

其妻問所與飮食者(기처문소여음식자)
그 처가 더불어 먹은 사람들에 대해 물어보니 

則盡富貴也(즉진부귀야)
모두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이라 한다.

其妻告其妾曰(기처고기첩왈)

그 처가 첩에게 일러 말하기를 

良人 出則必饜酒肉而後反(량인출즉염주육이후반)

남편이 출타하면 고기와 술을 베불리 먹고 돌아오기에

問其與飮食者 盡富貴也(문기여음식자 진부귀야)

함께 먹은 사람을 물어보니, 모두 부유하고 고귀한 사람이라 하는데,

而未嘗有顯者來(이미상유현자래) 

아직 지위나 명성이 높은 사람이 온 적이 없다.

吾將瞯良人之所之也 (오장간량인지소지야)

내가 남편이 가는 곳을 몰래 엿보리라 하였다.

蚤起 施從良人之所之(조기 시종량인지소지)

일찍 일어나 남편이 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徧國中 無與立談者(편국중 무여립담자)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녀도 더불어 서서 말하는 자가 없었다.

卒之東郭墦間之祭者(졸지동곽번간지제자)

마침내 동쪽 성곽의 무덤들 사이에서 제사 지내는 곳으로 가서 

乞其餘 不足 又顧而之他(걸기여 부족 우고이지타)

남은 것을 빌어먹고, 부족하면 또 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갔다.

此其爲饜足之道也(차기위염목지도야)

그것이 배불리 먹는 방법이었다.

其妻歸告其妾 曰(기처귀고기첩 왈)

그 처가 돌아와 첩에게 말하기를 

良人者 所仰望而終身也 今若此(양인자 소앙망이종신야 금약차)

남편은 우러러 바라보면서 일생을 다하여야 하는데 지금 이와 같다 라고 하며

與其妾 訕其良人而相泣於中庭(여기첩 산기량인이상읍어중정)

그 첩과 더불어 남편을 원망하면서 마당 가운데에서 함께 울었다.

而良人 未之知也 施施從外來 驕其妻妾(이량인 미지지야 시시종외래 교기처첩)

남편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희희낙낙 밖에서 돌아와 처첩에게 거드럼을 피웠다.


由君子觀之(유군자관지)

군자의 도리로 이를 살펴볼 때
則人之所以求富貴利達者(즉인지소이구부귀리달자)

사람으로서 부귀와 영달을 구하고자 하는 자라면 

其妻妾 不羞也 而不相泣者 幾希矣(기처첩 불수야 이불상읍자 기희의)

처첩이 부끄러워 서로 울지않는 자가 드물 것이다.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下>


(** 良人 : 부부가 서로를 가리키는 말, 饜 : 포식할 염 盡 : 다할, 모두 진, 顯 : 명성이나 지위가 높은, 瞯 : 엿볼 간, 蚤 : 벼룩, 일찍 조, 徧 : 두루 편, 두루 다니다, 두루 미치다, 널리 ~하다. 墦 : 무덤 번, 訕 : 헐뜯을 산, 施施 : 희희낙낙)


맹자는 부귀와 영달을 추구하는 소인들을 꾸짖기 위해 제나라 사람의 사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 제나라 사람의 모습에 많이 가까울 것이다. 가족의 생계나 사업의 존속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이 시대의 리더들의 상당 수는 금 이 시간에 어느 부귀한 사람의 무덤가에서 구걸로 배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출처] 33장|작성자 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