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과 세상살이/경영 리더십

"브랜드는 혜택(benefit)을 소통시키는 매개체"_조선일보_090321

by 변리사 허성원 2009. 3. 22.
[Weekly BIZ] '브랜드 자산' 개념 만든 데이비드 아커
"불황 넘을 홈런 치고 싶나? '브랜드의 배트' 더 꽉 쥐라"
"지금 마케팅에 돈 더 써라 호황때 반드시 보답 온다"

 

"브랜드 자산 가치로 평가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1위는 코카콜라…, 21위는 삼성전자…."

1년에 한번쯤 접하는 이 뉴스 덕분에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란 용어는 이제 대중에게도 꽤 익숙하다. '브랜드 자산'이란 브랜드의 인지도·충성도·연상(聯想) 등 브랜드와 관련된 긍정·부정적 요소의 총합을 뜻한다.

이 '브랜드 자산'이란 용어를 최초로 개념화한 학자가 바로 데이비드 아커(Aaker·사진) U.C. 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이다. 그는 브랜드 전략이나 브랜드 마케팅 등 '브랜드'란 말이 들어가는 분야에 관한 한 케빈 켈러(Keller) 미 다트머스대 석좌교수와 함께 '원조(元祖)'로 인정받는 거장이다. 1970~1980년대에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 치고, 브랜드에 대한 그의 저서에 밑줄 그으며 탐독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할 정도이다.

이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이 석학은 어떤 조언을 줄까? 지난 3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자택으로 그를 찾아가 물어보았다. 한국의 브랜드 컨설팅사인 '브랜드 앤 컴퍼니' 초청으로 방한을 막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그는 한국 관련 정보도 업데이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명쾌하고 일관되게 구축한 브랜드야말로 엄청난 자산"이라고 설파하는 원조 마케팅 거장답게, 그의 대답과 메시지는 선명하게 살갗에 와 닿았다.

그가 강조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고통스러운 불경기? 맞다. 그러니 마케팅의 배트를 단단히 부여잡고 에너지와 전략을 모아 홈런을 쳐라. 단타나 2루타는 이제 안 된다."

"네 조직 안의 성채(부서 이기주의)를 부수어라. 아니면 조직이 부서지리라."

"시장은 점점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제품 수명은 갈수록 짧아진다. 비상 전시(戰時) 체제다.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를 브랜드와 마케팅을 통할하는 사령관으로 삼아 힘을 집중시키고 민첩하게 움직여라."

나이(71세)에 비해 훨씬 정정한 그는 마치 검색 엔진처럼 어떤 질문에도 지체 없이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순서 나누기와 함께 차분한 대답을 쏟아냈다. 41년 MBA 교수의 경륜이 묻어났다.

―브랜드 마케팅의 원조로부터 '도대체 브랜드는 무엇인가?' 하는 기초 질문의 대답을 듣고 싶다. 고교생 조카에게 말하듯 대답해달라.

"(웃음) 해보겠다. 브랜드는 혜택(benefit)을 소통시키는 매개체이다. 브랜드는 누가 그 제품을 만들었는가, 그리고 누가 그 제품 뒤에 있는가를 표현한다. 자동차든 세탁용 세제든 브랜드 없이는 그 제품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 고객이 힌트를 얻을 방법이 없다. 브랜드는 고객과 왜 그 제품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대화한다."

아커 교수 특유의 순서 나열식 설명이 시작됐다.

"브랜드에는 네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기능이다. 브랜드야말로 품질과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둘째, 감성(感性)이다. 브랜드를 통해 안전함, 편안함, 열정, 흥분 등이 전달된다."

―잠깐, 감성적 브랜드의 좋은 사례를 들어줄 수 있는가?

"음…. 셀레셜 시즈닝(Celestial Seasoning) 브랜드의 차(茶)가 있다. celestial(하늘의, 천국의) 이란 뜻 때문에 정말 고요한 하늘의 차 같다는 감성적 호소를 한다. 에비앙은 건강에 좋은 물이란 느낌을 준다. '그 브랜드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느냐'고 질문했을 때 대답이 나온다면 그 브랜드에는 감성이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갔다.

"셋째, 자기 표현이다. 고객이 제품 사용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을 타면 내가 젊고 모험적이란 표현을 강렬하게 하는 것이다. 그 브랜드의 꿈과 이미지를 내 몸에 장착하는 것이다.

넷째, 사회적 속성이다.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면 애플 사용자 커뮤니티에 속하는 소속감을 갖게 된다. 이 모든 속성과 혜택이 브랜드에 의해 창출된다."


브랜드 대부(代父)와의 브랜드 문답은 이어졌다.

―기업에 브랜드는 왜 그리 중요한가?

"축적된 브랜드 자산은 주주 수익(stock return·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과 배당 수익을 합한 의미)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 주주 수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브랜드 자산이다. 그 기업의 실적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이 브랜드와 주가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의외로 잘 모른다."

―이 어려운 시대에 한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가?

"와…. 생각보다 난이도가 어려운 시험이네… .(웃음) 무엇보다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런 상황일수록 혁신을 해야 비즈니스와 브랜드가 더욱 건강해진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국가 브랜드를 오래 연구한 결론은 결국 국가 브랜드란 그 나라 기업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한국이란 브랜드는 상당 부분 삼성·현대·LG가 시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 등의 한국 기업 브랜드는 예전에 비해 훨씬 잘 관리되고 있다.

또한 정치·외교적 이슈도 중요하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게 더 중요하다. 한국과 북한의 긴장, 또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긴장 같은 일이 생기면 이는 바로 시장으로 흘러들어와서 국가 브랜드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많은 사람은 한국산 제품보다 한국의 정치·외교적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당신이 옳아도 논란은 망연자실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는 여기서 "내 범위를 넘어가는 언급이지만 해보겠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논란이란 본질과 별도로 매우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논란에 휩싸이면 당신이 설사 옳다고 해도 마케팅에서는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유명 자동차 회사의 자동차는 20여년 전에 급발진(急發進) 위험이 있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그 회사는 '사람들이 착각해서 가속 페달을 밟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 회사가 옳았을 것이고, 기술적 개선도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동차 브랜드는 '급발진'의 오명(汚名)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를 수십 개도 댈 수 있다. 어떤 논란이 벌어지고, 당사자 기업은 반박하고, 실제로 그 기업 주장이 옳지만, 그 나쁜 이미지는 꾸물꾸물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있는 경우 말이다. 한국의 정치·외교적 문제도 이런 악성(惡性) 소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의 표어인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와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은 어떤 느낌을 주나?

"영어의 관점으로만 보면 '다이내믹 코리아'는 와 닿는다. '코리아 스파클링'은 불꽃놀이나 반짝이는 아이들 옷의 느낌을 준다. 약간 과잉 같다. 콘셉트는 좋다. 하지만 영어 표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슬로건이나 표어는 여러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뿐이다. 총괄적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 유명한 BMW의 'The Ultimate Driving Machine'도 20여년을 일관되고 적절한 전략으로 밀고 나가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다들 고통스러운 불경기를 겪고 있다. 이 시대에 걸맞은 충고를 준다면?

"불경기? 맞다. 그러니 홈런을 쳐라. 옛날처럼 단타나 2루타는 안 된다. 그러려면 더욱 유연해져서 스스로 혁신가가 돼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듯이, 이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케팅의 배트를 단단히 부여잡고, 에너지와 전략을 모아서 휘둘러라. 그래서 주어진 조건과 비용에서 최고의 아이디어, 위대한 전략을 찾아내라."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가? 핵심만 짚어달라.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우선 적절한 관련성이 있는지 잘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자동차 시장에서는 불경기와 친환경 테마가 겹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기름 많이 먹는 SUV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적절한 관련성이 없는 것이다. 헛고생이다. 사람들이 사지 않으니까…. 스스로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둘째, 동전의 또 다른 면인데, 만약 당신이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를 갖게 된다. 아예 그 분야를 장악하고 키우면서 경쟁 게임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니까 시장 점유율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 야심을 품어봐라. 예를 들어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라는 공연이 그렇다. 그들은 서커스와 현대 공연의 융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발했기 때문에 다른 서커스를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그들은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다."



■"불황에 마케팅 예산을 늘리면 반드시 보답이 돌아온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기자를 응시하더니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대답을 이어갔다.

"경영 전략에서 경험적으로 도출해낸, 매우 탁월하고 일관된 연구 결과가 있다. 불황기에 마케팅 예산을 늘리면, 반드시 알토란 같은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즉각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결론은 불경기 이전에 강력했던 기업이든, 약한 기업이었든 다 적용된다."

―이 불황에 돈을 더 쓰라는 건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물론 무작정 돈을 더 쓰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따져볼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남보다 탁월한 고유의 가치, 본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이게 있다고 판단되면, 불경기에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만 하다.

둘째, 설사 이런 고유의 본질적 가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불경기에 사업의 전체 카테고리를 재구성하는 경우라면, 역시 돈을 더 쓸 만하다. 마케팅을 확대할 만한 것이다.

셋째, 매우 위대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갖고 있을 때이다. 인텔 인사이드의 위대한 마케팅은 불경기에 시작됐다."

―예를 좀 들어달라.

"냉동 피자 제조업자라면, 이런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7달러짜리 냉동 피자를 20달러짜리 배달 피자와 비교해보라. 3분의 1 가격이란 걸 감안하면 우리가 가격 대비 더 좋은 피자 아닌가?' 하고 광고하는 것이다. 이 제조업자는 냉동 피자의 가치를 파는 게 아니다. 불경기 속에서 배달 피자와 비교한, 그래서 새롭게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가치를 마케팅하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 조정을 만약 당신이 할 수 있다면, 불경기에도 돈을 써도 좋다."

그는 다시 원래의 설명으로 돌아갔다.

"넷째, 만약에 기업에 정말로 혁신적인 신제품이 있다면, 불황이어도 돈을 쓸 타이밍이다. 다섯째, 당신의 대차대조표가 경쟁자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건강하다면 당신은 불경기에 마케팅 지출을 늘릴 만하다. 왜냐? 경쟁자는 그에 대응해 도저히 지출을 늘릴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런 다섯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는 게 확실하다면 불황기의 공격적 마케팅을 검토할 만하다."

(그는 나중에 현대차 제네시스 마케팅을 평가하며 이상의 다섯 잣대를 다시 거론했다.)

―가장 극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는?

"디즈니이다. 위대한 브랜드의 성공 사례이다. 모두가 디즈니랜드에 아이들을 데려간 기억, 부모와 디즈니에 간 기억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디즈니는 남아 있다. 모두가 디즈니를 이야기한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깊은 감성적 공감대를 창출해낸 것이다. 또 하나의 믿을 수 없는 스토리는 닌텐도이다. 닌텐도는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다음 저서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브랜드의 에너지에 관한 것이다."

―브랜드 에너지가 뭔가?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 뭔가 얘기하고 싶어지는 것, 고객을 강렬하게 몰두시키는 것이 브랜드 에너지다.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에너지가 넘치는 브랜드 말고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의 모든 브랜드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에너지가 있는 브랜드만이 비즈니스를 활기차게 밀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