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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경영 리더십

올해 주목해야할 비즈니스 10선_조선일보_090207

by 변리사 허성원 2009. 2. 8.
[Weekly BIZ] 생체모방·反온난화·아프리카·P2P금융… 한발 앞서 보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올해 주목해야할 경영·기술 아이디어' 10選
 
경제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내놓은, 올해 주목해야 할 경영, 기술 아이디어 중 10개를 뽑아 소개한다.

1. 나의 24시간을 몽땅 녹화한다
안경 등에 탑재하는 녹화·녹음장치 첫선


삶의 기억들을 잊지 않고 완전히 간직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 중 하나다. '브레인스톰(Brainstorm)', '토탈리콜(Total recall)'을 비롯한 많은 SF 영화가 기억을 기록해주는 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런 꿈을 이뤄주는 장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완전 기억 시스템(TRS·total recall system)'이다. 쉽게 말해 '개인용 블랙박스'다. 인체에 디지털 장치를 휴대해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녹화·녹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 녹화·녹음 장치가 탑재된 안경을 착용하면 쉽게 하루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 그래픽= 박상훈기자ps@chosun.com
거딥 싱 팔(Pall)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과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Mcgrath)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를 통해 "앞으로 기업이 TRS를 다양하게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불참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참석자의 TR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회의 영상을 회사 사이트에서 보면 된다.

물론 TRS는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도 있다. 그러나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해주는 장점 때문에 적지 않은 기업들이 TRS 개발과 활용에 착수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MS는 기억 상실증 환자들을 위해 옷에 부착한 뒤 저해상도의 사진을 30초마다 촬영하는 디지털 사진기를 시험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2. 이케아 효과(IKEA effect)의 두 얼굴
스스로 조립한 것에 애착… 지나치면 병


마이클 노튼(Norto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의 제품 판매 방식을 본받을 것을 추천했다. 이케아는 제품을 반조립 상태로 판매해 소비자가 일부 직접 조립하도록 하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애착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노동이 들어간 제품에 애착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판매 방식을 통해 이케아는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소비자 충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지나치게 조립을 어렵게 만들 경우 오히려 소비자의 제품 구매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노튼 교수는 그러나 경영상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케아 효과'가 자기도 모르게 작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기업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을 들여 개발한 사업에 대해 필요 이상 애착을 가지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외부의 좋은 사업 구상이 쉽게 외면받을 수 있다.

3. 자연은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
식물·동물에서 아이디어 얻은 제품 인기


자연이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살아있는 식물·동물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 생산에 응용하는 '생체 모방 공학(Biomimicry)'의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닌 베뉴스(Benyus) 미술라 생체모방연구소 이사장과 건터 파울리(Pauli) 탄소제로배출연구회(ZERI) 이사는 "실용적인 용도의 기존 발명품들은 환경에 해롭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의 현상을 잘 관찰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차세대 태양전지(DSSC·염료 감응형)는 하와이에서 자라는 코키아 쿠케이(Kokia cookei)라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연구해 개발됐다. 이 잎은 해가 조금이라도 떠 있는 시간에는 모든 방향에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이 잎의 구조를 반영해 설계된 차세대 태양전지는 태양광에 대한 감도가 뛰어나고, 제조 단가도 실리콘 전지의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모래게(sandcrab)의 굴착 기술을 모방해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땅을 파고 흙을 제거할 수 있는 굴착기 개발을 추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홍합을 본떠 수술 시간을 줄여주고 흉터도 많이 남지 않는 접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은 기존 화학 접착제보다 2배나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경영 의사결정도 아웃소싱
"내부에서 못보는 것 본다"… 대행업 확산

인도중국미국 기업이 콜센터나 지원 업무를 아웃소싱한 역사는 수십년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기업들이 경영 상의 중요한 의사 결정까지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게 토머스 데이븐포트(Davenport) 웰슬리 경영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의사 결정 대행 회사는 젠팩트(Genpact), 무 시그마(Mu sigma), 마켓RX(Market RX) 등이며 주로 인도, 중국, 동유럽 등에 산재해 있다. 이들의 취급 업무는 핵심적이고 다양하다. 이들은 대형 보험사가 고객층에 따라 어떤 이자율로 보험료를 설정하는 게 좋을지, 대형 제약사가 영업 인력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대형 사무용품업체가 어떤 고객층에 어떤 제품을 제공하면 좋을지를 결정한다.

물론 일부 업체들은 사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의사 결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데 저항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 결정 아웃소싱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객관성 있는 시각으로 내부 업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포시스(Infosys) 같은 IT업체들도 자체 모델을 개발해 의사 결정 대행사업에 뛰어드는 형편이다.

다만 데이븐포트 교수는 결정 사항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프로젝트별로 의사 결정 대행업체와 내부 인력의 혼합 팀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팀 구성은 의사 결정 대행업체 4명, 외부 컨설팅 업체 1명, 내부 인력 1명의 비율을 추천했다.

5. 아프리카에 투자하라
올 성장률 6~8% 전망… 저렴한 노동력의 힘


폴 콜리어(Collier)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의 2009년 전망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6.3%에 달하며, 그 중에서도 우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는 8%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지리아가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아프리카 각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안정을 찾아가고, 면세를 비롯한 무역 진흥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콜리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회사들은 중국, 인도에 기반을 둔 회사보다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65~70%가량 높았다. 저렴한 노동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콜리어 교수는 "많은 연구 기관들이 아프리카 경제를 연구해왔지만 지금이야말로 투자 여건이 성숙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6. 뜨겁기는커녕 차가워지는 지구
기온하강 가능성… 온난화 회의론 나올수도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기는커녕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피터 슈월츠(Schwartz)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 회장은 최근 평균 기온이 2005년보다 낮으며, 앞으로 수년간 기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는 탄소 배출 저감 활동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그동안 시민단체나 정부기관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지나치게 위험을 강조했다는 불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탄소배출 절감 활동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탄소 배출 절감 활동을 게을리 할 경우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5년간의 기후 변화 양상을 보면 지구는 수년간의 냉각기 후 장기간의 기온 상승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2009년 이후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될 경우, 환경 규제가 강화돼 결국 친환경 투자를 소홀히 한 기업은 피해를 볼 전망이다.

7. 은행 대신 '인터넷 모임'서 돈 빌린다
은행 불신… 개인간 금융 활성화될 듯

금융 위기로 소비자들이 은행과 같은 전통적 금융기관을 불신하면서 개인 간(P2P) 금융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P2P 금융이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한국의 계(契)가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P2P 금융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추세인데, 참여자의 신용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간편한 절차와 낮은 금리가 매력적이다. 실제로 은행은 대부분 예금 이자를 적게 주고 대출 이자를 높게 매겨 차익을 얻지만, P2P 금융 네트워크는 예금과 대출 이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낮게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과 온라인 모임 사이트(SNS)는 P2P 금융의 확산에 중대한 발판이 된다. 예를 들어 상호 부조 클럽이 조직되면 회원들의 신용도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점수화하고, 여기에 덧붙여 클럽 내부에서의 명성도 평가받게 된다.

장차 은행들이 이런 클럽의 우수 회원들을 고객으로 영입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개인 간 금융이 전통적인 금융과 융합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8. 금융소비자의 지위 강화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 소비자 중심으로


그동안 금융 거래에 있어 소비자는 300년 전과 다름없는 불리한 지위에 있었다. 이를테면 소비자는 금융 거래 시 숙련된 변호사도 해석하기 힘든 약관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금융 상품에 손실이 나면 대부분 소비자가 책임을 지며, 금융상품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대부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규제 강화가 논의되고 있어 조만간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을 제외하고는 모든 제품에 대해 기본적인 안전성을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라는 정부 기관이 감독해 왔는데, 앞으로 금융거래에도 이와 비슷한 감독이 도입돼야 한다고 엘리자베스 워렌(Warren)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주장했다. 이렇게 금융 소비자의 지위를 강화시킬 경우 중산층의 금융상품에 대한 불신과 부담을 덜어 소비자, 투자자는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9. 미국의 인재 독점 끝난다
亞 국가들 유치작전… 고급인력 빠져나가


폴 사포(Saffo) IT산업 분석가는 더 이상 미국이 예전 같은 '인재의 천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있던 인재들이 경제 위기와 아시아 국가들의 유치 작전으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가장 적극적이다. 칼텍(Caltech)에서 일하던 세계 일류의 지진학자와 국립보건원의 두번째 지위의 과학자가 싱가포르로 옮겼다. 실리콘밸리의 IT 인력들은 꾸준히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미국 중서부의 농민들은 토지가 저렴한 브라질로 떠나 자신들의 선진 농법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추세에 맞서 고급 기술을 갖춘 기업과 해외 학생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인재 독점이 서서히 종말로 치달을 것이라고 사포는 진단했다.

중국·인도 등 미국에 인재를 공급해온 주요 국가에서는 자국에서 일하겠다는 인재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 1995년 10명의 인재 중 3명만 국내 잔류 의사를 보였지만, 2006년 조사에서는 6.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결국 미국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10. '사회적 압박'의 부정적 효과
타인의 행동 인용하는 마케팅에 신중해야


'올해의 인기 제품', '유명인이 쓰는 제품'이라는 문구는 마케터들이 제품을 팔 때 흔히 쓰는 문구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인용해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부추기는 마케팅을 '사회적 압박' 마케팅이라고 한다.

'사회적 압박' 마케팅은 그동안 주로 제품 판매에 활용돼 왔지만, 최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회적 압박' 마케팅이 의도와 달리 소비자의 부정적인 행위를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 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Cialdini)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의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표지판을 잘못 달았다가 낭패를 봤다. 이 국립공원의 명물인 규화목(나무화석) 도난을 막기 위해 "많은 방문자들이 규화목을 훔쳐가 심히 유감"이라는 내용을 게시했더니 오히려 표지판이 없을 때보다 도난 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전기를 적게 쓰는 일부 가구에 '에너지 절약 동참에 감사한다. 다른 집보다 전기를 덜 쓰고 있다'는 통지를 한 뒤 해당 가구의 전기 사용량이 오히려 8.6%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