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장수의 적이다(Retirement is the enemy of longevity) _ 하워드 터커
(* 2025년 12월, 만 103세의 나이로 별세한 하워드 터커(Howard Tucker) 박사는 기네스가 인정한 '세계 최고령 현역 의사'였다. 1947년부터 70년 이상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한 그의 핵심 철학은 "은퇴는 장수의 적이다(Retirement is the enemy of longevity)"였다. 그는 일이 뇌를 자극해 인지력 저하를 막는다고 믿었으며, 실제로 67세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100세가 넘어서도 의대 강의와 틱톡(TikTok) 활동을 이어가는 등 평생 지적 호기심을 유지했다.
터커 박사의 장수 비결은 거창한 건강법이 아닌 매일의 목적의식, 절제된 식습관, 그리고 증오를 멀리하는 태도였다. 100세에 근무하던 병원이 폐쇄되었을 때도 은퇴 대신 새로운 교육직을 찾아 나선 그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목적의식이 인간의 잠재력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 생생한 증거다.)
인물 개요
Dr. Howard Tucker(1922년 7월 10일 ~ 2025년 12월 22일)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의 신경과 전문의로, 1947년부터 의료 활동을 시작하여 70년 이상 현역 의사로 활동했다. 2021년 기네스 세계기록으로부터 "세계 최고령 현역 의사(Oldest Practicing Physician)" 타이틀을 공식 인정받았으며, 당시 나이 98세 231일이었다. 그는 2025년 12월 22일 10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의 핵심 철학은 **"Retirement is the enemy of longevity(은퇴는 장수의 적)"**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단순한 개인적 신조를 넘어, 신경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주장이기도 했다. 그는 National Geographic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순한 개인적 의견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을 1년 더 할 때마다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 의사결정과 사회적 활동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 인지력 저하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학력 및 군 경력
Tucker의 이력은 학문적 성취와 군 복무가 교차하는 독특한 궤적을 그린다.
- 학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학부 과정을 수료하며 Phi Beta Kappa(미국 최고 학부 명예학회)에 선정
- 의학 학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 M.D. 취득
- 레지던시: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수련 후, 뉴욕 신경학 연구소(Neurological Institute of New York)에서 1951~1953년 신경과 레지던시 수료
- 군 복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에 복무(1944~1945), 한국전쟁 시기에는 **대서양 함대 신경과 과장(Chief of Neurology for the Atlantic Fleet)**으로 복무
- 법학 학위: 67세(1989년)에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클리블랜드-마셜 법과대학(Cleveland-Marshall College of Law)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취득하고, 오하이오주 변호사 시험(Ohio Bar Examination)에 합격. 당시 의료 업무를 풀타임으로 수행하면서 법학 공부를 병행한 것으로, 그 자체가 지적 도전의 상징이 되었다.
의료 경력의 전개
70년에 걸친 진료 활동
Tucker는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이후 University Hospitals Cleveland Medical Center, Hillcrest Hospital 등에서 수십 년간 신경과를 진료했다. 이후에는 St. Vincent Charity Medical Center에서 레지던트를 가르치며 진료를 계속했다.
"잠자는 미녀들" 사건 (1960)
1960년, Tucker는 의학적 미스터리로 유명한 사건을 해결했다. 두 소녀가 반복적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다른 의사들이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바르비투르산염 중독(barbiturate poisoning)**으로 정확히 진단했다. 이후 이 소녀들의 어머니가 비밀리에 약물을 투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헌신
COVID-19 팬데믹 초기, Tucker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몰래 빠져나와 입원 환자 치료에 참여했다. 100세 생일 무렵에는 직접 코로나에 감염되기도 했으나 회복했다.
병원 폐쇄와 그 이후 (2022~)
2022년 11월, Tucker가 근무하던 St. Vincent Charity Medical Center가 외래 진료센터로 전환되면서 병원 운영이 종료되었다. 이때 Tucker의 나이는 100세였다. 그러나 그는 은퇴 대신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의과대학으로 전환하여 의학과 법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의료-법률 사건의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으로서 자문 업무도 지속했다.
Tucker는 People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 절대적으로 아직도 환자를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손자를 통해 이력서를 보내 새로운 진료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은퇴는 장수의 적" — 핵심 철학 분석
Tucker의 주장은 세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 매일의 목적의식(Daily Purpose):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알아야 한다. 목적이 없으면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들어간다"
- 뇌에 대한 자극(Stimulus for the Brain): 복잡한 의료 사례를 해결하거나 차세대 레지던트를 가르치는 것이 뇌에 일상적 자극을 제공한다. "뇌에 도전을 주지 않으면 퇴화한다"
- 절대적 은퇴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 모든 직업이 고령까지 가능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은퇴 후에는 최소한 취미, 봉사활동, 자기계발 등을 통해 정신적 자극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
Tucker의 철학은 다수의 학술 연구로 뒷받침된다.
- 목적의식과 사망률: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종단연구(MIDUS 샘플)에 따르면, 삶의 목적의식이 강한 사람은 14년 추적 기간 동안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이 효과는 은퇴 여부와 무관하게 나이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 Health Psychology 연구(2016): 강한 목적의식을 가진 개인은 나이, 성별, 정서적 웰빙 등의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더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단, NIH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은퇴 자체가 목적의식을 반드시 감소시키지는 않으며, 불만족스러운 직업에서 은퇴한 저소득층의 경우 오히려 목적의식이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Tucker의 주장이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특히 타당하며, 모든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활 습관과 장수의 비결
Tucker의 장수 비결은 극단적인 건강 요법이 아니라 **절제(moderation)**에 기반한다.
식습관
아침: 제철 과일, 토스트, 저지방 우유, 커피 대신 차
점심: 정신적 명료함 유지를 위해 종종 건너뜀
저녁: 생선, 채소(특히 브로콜리), 때로 닭고기나 스테이크
100세 이후로는 아이스크림과 도넛을 젊었을 때보다 더 즐긴다고 고백
적당한 마티니를 "완벽한 식사의 마무리"로 여김
운동 습관
매일 트레드밀에서 약 3마일(약 4.8km) 걷기
겨울에는 스노슈잉(snowshoeing)을 즐김
80대 후반 스키 사고로 목이 부러진 후 스키를 중단했으나, 대체 활동으로 전환
정서적 건강
"증오는 자해의 한 형태"라는 철학: "증오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올라간다. 미움은 미운 대상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해롭다"
68년간의 결혼생활(부인 Sara Tucker는 정신과 의사로 89세에도 현역)
4명의 자녀(변호사 3명, 의사 1명)와 10명의 손자녀
죽음에 대한 태도
Tucker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언젠가 죽을 것을 아는 것이다. 삶은 치명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산다".
소셜 미디어와 다큐멘터리
Tucker는 100세를 넘긴 나이에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되었다. 손자 Austin Tucker와 그의 친구 Taylor Taglianetti가 다큐멘터리 《What's Next?》 제작 홍보를 위해 2022년 TikTok 계정(@whatsnextmovie)을 개설했다.
TikTok에서 3,700만 뷰 이상, 약 10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
1980~90년대 음악 반응 챌린지 등 MZ세대 트렌드에 참여하며 화제
전 세계 언론(뉴질랜드까지)이 보도하며 은퇴, 장수, 노화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촉발
흥미로운 점은 제작진이 처음에는 고령 부모를 둔 중장년층이 주 관객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폭발적 관심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Tucker의 삶이 세대를 초월한 영감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유산과 시사점
Tucker는 2025년 10월 유엔 국제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 행사에서 패널리스트로 참여하며 고령자의 사회적 가치를 역설했다. 그의 삶이 남긴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 차원
지적 호기심의 지속: 67세에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100세 이후에도 새로운 기술(TikTok)을 배우는 자세는 평생학습의 실천적 모델이다.
적응력: 병원 폐쇄, 신체적 한계(스키 사고) 등 장애물에 직면할 때마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사회적 차원
고령자의 사회적 기여: Tucker는 학교와 커뮤니티가 고령 세대의 지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의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의 강의는 젊은 의대생들에게 7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전수하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은퇴 정책에 대한 재고: Tucker의 사례는 일률적인 정년퇴직 제도에 대한 재고를 촉구한다. 다만, 이는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주로 해당하며, 육체적·정서적으로 과도한 부담을 주는 직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은퇴가 건강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점도 연구로 확인된 바 있다.
핵심 명언 모음
은퇴 "Retirement is the enemy of longevity"
학습 "Learn each day as if I were to live forever, and live each day as if I were to die tomorrow"
죽음 "To be alive is to know that you're going to die because life is a fatal disease. And so I live it"
증오 "Hate hurts you more than the person you hate"
의학 "Don't rely solely on imaging. Gather a comprehensive patient history first"
Dr. Howard Tucker의 103년 인생은 단순한 개인적 업적을 넘어, 목적의식 있는 삶이 인간의 잠재력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었다. 그가 별세한 후에도, 그의 가족은 성명서에서 "Howard는 매일을 최대한 충실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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