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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209 감자빵의 비극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2. 13.

감자빵의 비극

 

‘감자빵’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춘천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은 맛보다 그 압도적인 비주얼로 먼저 대중을 사로잡았다. 얼핏 봐서는 갓 캐낸 실제 감자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감자의 모습을 재현했고, 겉에 묻은 콩가루와 흑임자 가루는 밭의 흙내음까지 시각화했다. 이처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구현한 덕분에 감자빵은 초기에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고, 단기간에 지역 성공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 감자빵 신화의 주인공은 서울에 살다 귀촌한 청년 부부였다. 쇠락해가는 부친의 농장을 살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주식회사 감자밭’을 설립하고 공동대표로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농업과 상생하는 ‘청년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농사짓는 남편’과 ‘기획하는 아내’라는 완벽한 스토리텔링은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온 소식은 씁쓸함을 넘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점들이 있다. 이들 부부는 작년에 이미 이혼했고, 남편은 특허와 상표 분쟁으로 비록 벌금형이긴 하지만 형사 처벌까지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들의 분쟁 과정을 통해 스타트업과 그 동업 관계와 관련하여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감자밭’은 2020년 봄에 감자빵을 출시해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같은 해 가을, 대기업 SPC그룹 산하의 파리바게뜨가 ‘강원도 감자빵’을 출시했는데 그 외형과 콘셉트는 물론 패키징 디테일까지 감자밭의 제품과 흡사했다. 이에 감자밭 측은 자신들의 감자빵이 원조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수년의 세월을 바쳐 개발하신 것인데, 대기업이 숟가락만 얹어서는 안 된다”며 SNS 등을 통해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다행히 파리바게뜨의 대응은 매우 빨랐다. 논란이 불거진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즉각 판매를 중단하고 사과를 발표했다. 법적 논쟁보다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사회적 평판 리스크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있었다. 감자빵은 파리바게뜨가 이미 오래전 중국 등에서 출시했던 제품이며, 오히려 감자밭 측이 이를 참조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감자밭은 역풍을 맞았고,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 종결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과연 ‘감자빵’의 디자인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을까? 파리바게뜨든 감자밭이든 감자와 놀랍도록 닮은 빵을 최초로 만들었다면, 그 디자인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정답은 ‘불가’다. 디자인보호법에서는 자연물을 있는 그대로 모방한 것에 대해서는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감자, 고구마, 호박 같은 자연의 형상은 인류 모두의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기 때문에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릉의 명물인 ‘커피콩빵’에 대해서도 유사한 취지로 디자인권의 효력이 부정된 바 있다. 만약 빵을 만드는 제조 공법에 기술적 진보성이 있다면 ‘특허’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빵의 ‘모양’ 자체만으로는 디자인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의 큰 적을 잘 넘긴 ‘감자밭’을 위태롭게 만든 것은 오히려 내부의 균열이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공동대표인 부부 사이의 갈등은 커졌고,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형사 분쟁이 불거졌다.

그들이 파경에 이르기 전, 이미 특허 출원 명의와 관련해 한 차례 형사 소송이 있었다. 남편이 회사 명의의 특허출원에 대해 임의로 자신을 공동출원인으로 등재한 것이 문제였다. 회사가 특허출원의 지분을 자신에게 양도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지분을 개인 앞으로 옮긴 것이다. 이로 인해 남편은 회사 재산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많은 창업자가 범하는 오류가 바로 이런 일들이다. “내가 만든 회사고 내가 대표인데, 회사 기술을 내 이름으로 해두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인 회사는 ‘자연인(대표)’과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인격체로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이다. 그래서 회사의 자산인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절차나 대가 없이 개인의 명의로 변경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으로서 범죄가 될 수 있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 남편은 상표법 위반으로 또다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감자밭’이라는 상표의 공동권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조합장으로 있는 별개의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빵에 ‘감자밭’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게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특허와 마찬가지로 상표권에 있어 공유의 법리는 매우 까다롭다. 상표권의 공유자는 원칙적으로 그 상표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은 자기가 직접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권리자라고 해서, 제3자에게 마음대로 상표 사용권(통상사용권 등)을 허락할 권리는 없다. 이는 다른 공유자의 사업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표를 타인(법인 포함)에게 사용하게 하려면 반드시 타 공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남편은 ‘공유재산의 법리’를 오해하여 다시 한번 범법자가 되었다.

사실 특허와 상표 관련 다툼은 결국 부부 혹은 공동사업자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증상에 불과하다. 그들의 병은 더 깊은 곳에 있었다. 감자빵 출시 후 약 4년, 성공의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시점에 터진 파경은, 성공한 스타트업이 시스템이 아닌 인적 관계(부부, 가족)에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업 ‘감자밭’의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명확한 교훈은, ‘부부 창업’이나 ‘가족 경영’이라 하더라도, 사업 초기부터 주주 간 계약, 지식재산권의 귀속 문제(직무발명 보상 등), 이혼이나 사망 시 경영권 승계 계획 등에 대해 냉정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사랑과 감정은 변할지라도, 기업은 영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이 있다. 계약 등 법적 장치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필수 요소는 ‘관계 지능(Relationship Intelligence, RQ)’이라는 점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노암 와서맨(Noam Wasserm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잠재력 높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된 원인 중 약 65%는 외부 경쟁이나 자금 고갈이 아닌, 바로 ‘공동창업자 간의 갈등(Co-founder Conflict)’이라고 한다.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최상위 의사결정권자들 사이의 관계적 역동성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창업자 사이에서는, 깊은 신뢰를 쌓고, 갈등을 적시에 조정·해소하는 ‘관계 지능’이 연애나 결혼 생활에서보다 더욱 우선적이며 결정적인 덕목임을 기억해야 한다. ‘연애 잘하는 사람이 사업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성공적인 사업을 꿈꾼다면 기술과 법을 공부하기 이전에 인간관계의 지능을 높이는 법부터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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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커피콩빵에 관한 언급은 사실 관계에 오해가 있었다.
디자인이 '자연물 모방이기에 창작성이 부정되어 등록이 거절'된 사실은 확인되지 읺았고, 기사에 따르면, 이미 같은 형상의 제품이 있었기에 디자인의 권리행사가 부정된 것으로 보인다(경찰의 불송치 결정이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불가함).

https://kwnews.co.kr/page/view/2024030314290644144

 

강릉 커피콩빵 원조 논란…경찰 ‘도용 아냐’

◇B업체 커피콩빵(좌)과 A업체 커피콩빵(우). 사진=연합뉴스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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