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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변증법, 그리고 플라톤의 모으기 및 나누기 방법론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1. 21.

변증법, 그리고 플라톤의 모으기 및 나누기 방법론

I. 서론: 변증법적 탐구의 필연성 및 개념적 다의성

변증법(Dialektikē, Dialectics)은 서양 철학의 근본적인 방법론이자 존재론적 원리로서 기능해 왔으나, 그 역사를 통틀어 개념적 다의성(Polysemy)을 보여왔다. 변증법은 단순한 논쟁술에서 시작하여, 이성의 자기 비판 도구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존재 자체가 스스로 운동하는 원리로 변모해 왔다. 따라서 변증법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별 맥락과 그 기능적 전회(functional turn)를 구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본 보고서는 변증법의 역사적 전개를 소크라테스적 문답법(방법론), 칸트의 이성 비판(부정적 기능), 그리고 헤겔의 절대적 운동(존재론적 원리)의 세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후, 고대 그리스 변증술의 핵심인 플라톤의 모으기(Synagoge)와 나누기(Diairesis) 개념을 『고르기우스』 대화편의 특수한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플라톤 후기 철학에서의 정교화된 방법론과 비교하여 그 인식론적 중요성을 조명한다. 이러한 분석 경로를 통해 변증법이 **지식의 정합성 확인 (소크라테스) → 지식의 한계 설정 (칸트) → 지식과 존재의 동일성 주장 (헤겔)**으로 나아가는 서양 인식론의 체계적인 발전 궤도를 반영하고 있음을 입증할 것이다.

II. 변증법(Dialectics) I: 고대 그리스의 방법론 및 칸트의 비판적 전회

A. 소크라테스의 변증술: 엘렌쿠스 (Elenchus)

고대 그리스에서 변증법은 기본적으로 문답을 통한 논증의 기술을 의미했다. 소크라테스가 주로 사용한 변증술은 **엘렌쿠스(Elenchus)**라고 불리며, 이는 특정 논증 방법의 이름이다.1 엘렌쿠스의 절차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논쟁 상대방이 특정한 주장을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둘째, 그 주장과 관련된 다른 전제들에 대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낸다. 셋째, 상대방이 동의한 이러한 전제들을 사용하여 그들의 초기 주장이 거짓이며 그 반대가 사실임을 논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1

이 방법론의 핵심은 교육자가 답을 직접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통해 상대방을 논리적 결론으로 이끌어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게 하는 데 있다.2 이 과정은 학습자로 하여금 논의 대상에 더 깊이 참여하게 하고, 단순히 타인의 말을 듣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자료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2

소크라테스적 엘렌쿠스는 지식의 정합성을 목표로 한다.3 상대방의 주장을 모순에 빠뜨려 주장의 비일관성을 교정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지식은 내적으로 일관되어야 한다는 규범을 확립한다. 이는 윤리적인 문제에서 참된 지식이 스스로와 일관적이어야 함을 입증하기 위해 양극화된 구분을 이용하는 방식이기도 했다.3

B. 칸트의 변증법: 이성의 자기 비판, 선험적 변증론 (Transcendental Dialectic)

18세기 임마누엘 칸트에 이르러 변증법은 그 역할을 급진적으로 전환한다. 칸트에게 변증법은 더 이상 진리를 탐구하는 긍정적인 방법론이 아니며, 오히려 이성(Vernunft)이 범하는 오류, 즉 변증적 가상을 비판하는 부정적인 도구로 정의된다.

칸트는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의 '선험적 변증론' 부분에서 이성의 오용을 다룬다.4 칸트는 우리의 인식과 사유 원리가 경험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실재에까지 적용될 때 생기는 논리적 모순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성의 선험적 이념들, 즉 세계, 영혼, 신과 같은 개념들은 중세 이래로 내려온 사변적 형이상학의 연구 대상이었다.5 칸트는 이 이념들이 우리의 경험적 지식을 넘어서는 영역에 적용되어 진리라고 주장될 때 발생하는 궤변(paralogism)과 이율배반(antinomy)에 속지 않게 하려는 목적, 즉 변증적 가상의 비판을 위해 선험적 변증론을 사용한다.4

이러한 칸트의 작업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설정하려는 시도였다.6 칸트는 인간 인식이 경험에 국한되며, 경험 너머의 **물자체(Ding an sich)**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을' 뿐 엄격한 의미에서 '알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이성 활동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려 했다.6

소크라테스가 변증법을 진리에 이르는 긍정적 방법론으로 사용한 반면, 칸트는 이를 이성의 자기 비판을 위한 부정적 도구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변증법의 역할이 '존재론적 정의 탐구'에서 '인식론적 경계 설정'으로 급진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칸트가 변증법적 가상을 비판하여 이성의 한계를 설정했기 때문에, 이는 이후 독일 관념론자들이 '한계' 자체를 극복하고 모순을 긍정적인 발전의 동력으로 삼도록 하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수행했다.

III. 변증법(Dialectics) II: 헤겔의 절대적 운동과 존재론적 전환

칸트 이후 독일 관념론자들은 칸트가 설정한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특히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에 이르러 변증법은 철학적 방법론을 넘어선 존재론적 원리로 승격되었다.

A. 헤겔 변증법의 본질: Aufhebung와 정신의 운동

헤겔에게 변증법은 곧 개념의 자기 발전 운동이다. 그의 『정신현상학』은 의식이 '변증법적 운동'을 통해 '감각적 확신'의 단계에서부터 '절대지'에 이르러 가는 '의식의 경험의 학'이다.7 여기에서 변증법적 운동이란 지(개념)와 대상(현실)이 상호 운동하는 방식으로서,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해가는 매개 과정을 의미한다.7 이러한 변증법적 운동은 『정신현상학』의 단계 단계마다 지와 대상을 새롭게 규정하는 방법론적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지각' 절에서 의식은 '사물'이라는 대상을 경험하고, 이 경험의 결과로 새로운 대상인 '힘'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사물'에서 '힘'으로의 이행 운동을 헤겔은 '변증법적 운동 혹은 경험'이라고 일컫는다.7

헤겔 변증법을 대표하는 요소는 **아우프헤벤(Aufhebung)**이다.8 이는 흔히 알려진 **정(定, Thesis), 반(反, Antithesis), 합(合, Synthesis)**의 구조와 관련된다.8 그러나 헤겔의 변증법적 운동은 단순한 화해나 타협으로 끝나지 않는다. '합' 또한 모순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다시 새로운 '정'이 되어 다음 단계의 모순과 발전을 유도하는 반복적인 구조를 갖는다.9 헤겔은 칸트와 달리 모순과 부정성을 개념 발전의 외적인 오류가 아닌 내재적 원동력으로 간주하며, 이 운동을 통해 양에서 질로의 이행을 포함하여 절대 이념에 도달한다.10 이러한 변증법적 개념은 헤겔 철학 전반에 걸쳐 아주 중요한 뼈대를 형성한다.10

B. 칸트/피히테 변증법과의 근본적 차이

헤겔의 변증법은 칸트의 초월적 관념론에서 비롯된 이원론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칸트는 이성의 자율성이 직관의 수동성에 의해 제한되는 이원론에 갇혀 있었다.6 칸트에게 물자체는 '생각할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았는데, 이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설정한 것이었다.6

헤겔은 셸링의 비판을 발전시켜, 칸트적 인식론의 주체 일방성을 극복하고 절대적 관념론을 구축했다.11 헤겔에게 인식과 존재는 본질적으로 일치하며, 칸트가 설정한 '알 수 없는 물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6 헤겔은 이성의 자율성을 완전히 회복시키고자 했는데, 이는 이성이 스스로 법을 제정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자율적인 삶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것에 해당한다.6 헤겔의 변증법은 이러한 관념적 실재가 스스로를 전개하는 존재론적 원리이며, 모순은 개념적 실재가 스스로를 전개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헤겔의 혁신으로 인해 변증법은 논리적 방법론을 넘어선 세계관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로 확장되었다. 예를 들어, 카를 마르크스는 헤겔의 정-반-합 구조에서 정과 반의 대립과 화합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유물론적 토대 위에 적용함으로써 변증법적 유물론과 유물사관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9

C. 변증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적 평가

헤겔 변증법은 역사적 갈등과 대립 그 자체에 필연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유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 방식은 한나 아렌트와 같은 20세기 철학자들에게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아렌트는 헤겔 변증법이 "완전한 패배를 승리의 시작으로 해석하도록 해주는" 대단한 정신 승리 도구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12 이러한 궤변의 예로, 1933년 이후 독일 공산주의자들이 히틀러의 승리가 자신들의 패배임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던 사례가 언급된다. 아렌트의 비판은 헤겔 변증법이 현실의 고통, 패배, 또는 폭력적인 결과를 개념적 필연성의 단계로 격상시켜 정당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12

D.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 헤겔의 전복 (Umstülpung)

카를 마르크스는 헤겔 변증법을 "철저하게 혁명적인 사유 방법"으로 평가했지만, 그 근본 원리를 물구나무서 있던 것을 바로 서게 하는 방식으로 전복시켰다. 헤겔이 관념 변증법의 상징적 존재인 반면, 마르크스는 유물 변증법을 대표하며, 변증법을 인간 정신의 과정이 아닌 물질적 세계, 즉 생산 및 경제 활동의 세계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1. 변증법적 유물론: 정신에서 물질로의 전환

변증법적 유물론(Dialectical Materialism)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사상이며, 물질이 정신에 선행한다는 유물론과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파악하는 변증법을 결합한다.

  • 의식의 반영성: 마르크스에게 우리의 의식과 사유는 신체 기관인 뇌의 산물이며, 물질 세계의 변증법적 운동이 의식에 반영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념의 변증법은 현실 세계의 변증법적 운동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 모순의 존재론: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운동과 발전은 대립물의 투쟁을 의미하며, 모순 그 자체가 곧 운동의 존재를 의미합니다.

2. 사적 유물론: 계급 투쟁의 역사

마르크스는 이 유물론적 변증법을 사회 역사에 적용하여 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을 정립했습니다.

  • 역사의 동력: 역사는 계급 간의 충돌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적 의미의 자유를 향한 점진적인 행진으로 해석됩니다.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노예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까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로 인해 계급대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토대-상부 구조: 사회 변동의 진정한 원동력은 경제적 토대에 존재하는 생산력과 생산 관계 간의 갈등입니다. 마르크스는 정치나 법과 같은 정치 구조를 이 경제 시스템의 **"상부 구조"**로 보고, 정치적 부자유 역시 경제적 부자유의 반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르크스는 헤겔의 정-반-합 구조에서 정과 반의 대립과 화합에 초점을 맞추어 9, 이를 유물론적 토대 위에 적용함으로써 변증법을 구체적인 사회 변혁 이론으로 확장했습니다.

Table 1: 주요 철학적 변증법의 기능적 비교

철학자/사조 주요 개념 변증법의 기능 주요 목적/전환
소크라테스 엘렌쿠스 (Elenchus) 논리적 검증 및 주장의 비일관성 교정 (긍정적 방법론) 상대방을 스스로 진리에 이끌어 지식의 정합성 확인.
칸트 선험적 변증론 (Transcendental Dialectic) 이성의 한계 설정 및 변증적 가상 비판 (부정적 도구) 이성이 경험적 영역을 넘어설 때 발생하는 오류를 드러냄.
헤겔 아우프헤벤 (Aufhebung), 정반합 개념의 자기 전개 및 존재론적 운동 원리 (긍정적 원리) 인식과 존재의 일치를 통해 절대지에 도달하며, 모순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음.
마르크스 변증법적/사적 유물론 물질 세계의 운동 법칙 규명 및 사회 변혁의 이론적 근거 (유물론적 원리) 헤겔의 변증법을 전복시켜(정신→물질) 계급 투쟁을 통한 경제적 자유 실현.

 

 

 

IV. 플라톤의 모으기 (Synagoge)와 나누기 (Diairesis) 심층 분석

변증법이 독일 관념론에서 존재론적 원리로 발전하기 훨씬 이전, 플라톤 철학에서 변증술은 가장 확실한 지식, 즉 이데아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론이었다.13 플라톤의 변증술은 크게 두 가지 상보적인 절차인 **종합(綜合, 모으기, Synagoge)**과 **분할(分割, 나누기, Diairesis)**을 포함한다.13

A. 플라톤 변증술의 정의 및 목적

1. 모으기 (Synagoge)

모으기는 분산되어 있는 수많은 개별적인 사례들, 혹은 하위 개념들을 관찰하고, 그 사례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보편적인 상위 개념(Genus) 또는 형상 아래로 수렴시키는 과정이다.14 모으기는 세계를 무한한 개체들 대신 제한된 수의 종류(kinds)로 보게 하는 훈련을 제공하며, 정의의 출발점을 확립한다.15

2. 나누기 (Diairesis)

나누기는 모으기를 통해 설정된 상위 개념(최상위 유(Summum Genus)일 수도 있음, 예: technē)을 시작점으로 삼아, 이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여 궁극적으로 정의하려는 종(Species)에 도달하는 절차이다.16 이 방법론은 정의하려는 대상의 로고스(logos, 개념적 설명)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18

나누기는 임의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형상에 따라 (kat' eide) 이루어져야 한다.17 플라톤은 이를 '클럼지한 정육점 주인처럼 대충 잘라내는 것'을 피하고, 대상의 **객관적인 실재 구조 (objective articulation)**를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17 이상적으로는 나눔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종에 도달할 때까지 이분법적(bifurcatory)으로 진행된다.17

B. 후기 변증술의 정교함: Kat' EideSymploke

플라톤의 후기 변증술은 『소피스트』와 『정치가』 등의 대화편에서 더욱 정교화된다. 이 단계에서는 모으기(Synagoge)와 나누기(Diairesis) 외에도 **엮음/상호 연결(Symploke)**이 세 번째 요소로 추가된다.16

  • 존재론적 엄격성: 후기 변증술의 목표는 이데아의 영역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구조화하는 것이었다.16 이 때 kat' eide에 따른 나눔은 단순히 분류를 넘어, 제거되어야 할 다른 부분들조차도 철저히 형상(종)으로서 한정하여 고려한 다음 제거한다는 특이성을 갖는다.20
  • 상기 이론과의 연관성: 일부 학자들은 플라톤의 후기 변증술이 단순한 분류 절차를 넘어 상기(Anamnesis) 이론의 발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19 이는 나누기와 모으기가 이데아의 구조를 재구성하고 체계화하는 인식론적 행위임을 시사한다.
  • 분석-종합의 선구자: 플라톤의 SynagogeDiairesis는 훗날 데카르트의 분석(Analysis)과 종합(Synthesis) 방법론을 선취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는 서구 사유의 근본적인 분석적 틀로 자리 잡았다.21

Table 2: 플라톤 변증술의 모으기(Synagoge)와 나누기(Diairesis) 상세 분석

개념 원어 기능 및 목적 인식론적 기준
모으기 Synagoge (종합) 다양한 개별자를 하나의 상위 형상(Genus) 아래로 수렴시켜 정의의 출발점을 확립. 다수성 속에서 단일한 보편성을 식별.
나누기 Diairesis (분할) 상위 개념을 객관적인 실재 구조(kat' eide)에 따라 세분화하여 정의하려는 종(Species)의 로고스(Logos)를 포착. 임의적 분할을 피하고 형상에 따른 엄격한 이분법적 분할.

V. 『고르기우스』 맥락에서의 모으기와 나누기 개념

사용자가 요청한 플라톤의 『고르기우스』(기원전 380년경 작성) 대화편은 플라톤 후기 변증술의 정교화가 이루어지기 이전 단계의 방법론적 시도를 보여준다. 이 대화편은 소크라테스가 수사학자 고르기아스, 폴루스 등과의 논쟁을 통해 수사학의 본질을 규명하고, 당시 아테네에서 유행하던 소피스트적 웅변술의 결함을 드러내려는 목적을 가진다.22

A. 『고르기우스』에서의 나누기: 수사학 대 참된 기술 (Technē)의 구분

『고르기우스』에서의 핵심적인 분류는 소크라테스가 수사학을 참된 **기술(Technē)**이 아닌 요령(Knack) 또는 **아첨(Flattery)**의 일종으로 정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22 폴루스가 수사학을 하나의 공예(craft)로 주장했을 때, 소크라테스는 "솔직히 폴루스, 나는 그것을 기술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이를 '요령'으로 규정한다.22

1. 수사학이 기술이 아닌 이유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이 기술이 아닌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사학은 최선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즐거운 것만을 추측할 뿐이다. 또한, 수사학은 자신이 적용하는 대상의 본질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logos)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각 사물의 **원인(cause)**을 진술할 수 없다.22 기술(Technē)은 logos를 통해 원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사학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2. 비례적 분류 체계 (아첨의 유비)

소크라테스는 인간 삶의 두 가지 영역인 몸의 돌봄영혼의 돌봄을 기준으로 활동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통해 수사학의 위치를 확정한다.22

영역 참된 기술 (Technē) 요령/아첨 (Knack/Flattery)
몸의 돌봄 체육 (Gymnastics) 화장술 (Cosmetics)
  의술 (Medicine) 제과술 (Pastry baking)
영혼의 돌봄 입법술/정의술 (Justice/Legislation) 수사학/궤변술 (Rhetoric/Sophistry)

이 분류에서 아첨의 활동(제과술, 화장술, 수사학)은 참된 기술(의술, 체육, 정치술)이 추구하는 **진정한 선(善)**을 모방하는 **표면적인 장식(adornment)**을 목표로 한다고 비판된다.22 이로써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이 영혼에 대한 참된 기술인 정치술을 모방하는 아첨의 한 형태임을 드러낸다.22

B. 『고르기우스』의 분류와 후기 Diairesis의 차이

『고르기우스』에서 소크라테스가 수사학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분류법은 플라톤의 변증술, 즉 '모으기'와 '나누기'의 초기적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후기 대화편에서 정교화된 Diairesis와는 목적과 방법론적 엄격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고르기우스』의 분류는 수사학이라는 특정 대상의 도덕적, 인식론적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윤리적이고 논쟁적인 목적이 매우 강하다.3 이 대화편은 윤리적 진리가 일관성을 가져야 함을 증명하기 위해 양극화된 구분을 사용했지만, 이는 때때로 수사학자들의 '공동으로 이해하는 지식'을 배제하는 언어적 모호성에 기반한 논증이기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3

반면, 『정치가』와 같은 후기 대화편에서 수행된 나누기는 변증술적 수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20, 치술(politike)의 풍부한 정의를 확보하는 형식적, 존재론적 목적이 강하다. 『정치가』에서는 초기 변증술의 주관적인 이분법적 식별이 그릇된 나누기를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후 '형상에 따른 나누기' (kat' eide)를 철저히 수행하여 나누기의 정교함을 극대화한다.20 이 후기 방법론은 『고르기우스』에서 보인 비교적 직관적이고 논쟁 중심적인 분류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이데아의 체계를 밝히기 위한 엄밀한 절차인 것이다.


Table 3: 『고르기우스』의 분류와 후기 Diairesis의 비교

특징 『고르기우스』의 분류 (초기적 변증술) 후기 Diairesis (『정치가』, 『소피스트』)
주요 목적 특정 대상(수사학)의 윤리적/인식론적 비판 및 가치 폄하. 대상의 존재론적 로고스(Logos) 확보 및 형상 체계의 구조화.
방법론적 기준 직관적 유비 (아첨의 유비) 및 논쟁적 이분법. 형상에 따라 (kat' eide) 이루어지는 엄격한 이분법적/분기적 나눔.
결과 수사학을 요령(Knack)으로 분류하여 기술(Technē)로부터 분리. 치술(politike)에 대한 풍부하고 객관적인 정의 도달.

VI. 결론: 변증법적 전통과 플라톤적 방법론의 지속적 의의

변증법은 서양 철학의 역사적 중심 축을 이루며, 그 의미는 고대, 근대, 그리고 절대적 관념론의 시대에 걸쳐 근본적으로 변화해 왔다.

소크라테스의 엘렌쿠스는 변증법을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일관성 있는 논리적 검증의 수단으로 확립했다. 이후 칸트는 이 변증법을 이성이 범하는 오류인 '변증적 가상'을 비판하는 부정적 도구로 전환하여, 인간 인식의 한계를 엄격히 설정함으로써 인식론적 경계를 구축했다. 최종적으로 헤겔은 칸트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증법을 세계와 개념이 스스로 전개하는 존재론적 원리로 승격시키며, 모순을 철학적 사유의 필수적인 동력으로 만들었다. 이 헤겔적 전환은 이후 마르크스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철학적 범주를 넘어선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편, 변증법의 근원인 플라톤의 모으기(Synagoge)와 나누기(Diairesis)는 지식의 가장 확실한 형태인 이데아의 구조를 포착하기 위한 인식론적 필수 과정이었다. 『고르기우스』에서 나타난 수사학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분류는 초기적이고 논쟁적인 방식으로 참된 기술(Technē)을 가짜 요령(Knack)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후 플라톤은 후기 대화편에서 이 방법을 '형상에 따른 나눔'이라는 엄격한 존재론적 기준으로 정교화함으로써, 서구 사유의 분석적 방법론적 틀을 근본적으로 정립하였다. 플라톤의 이 방법론은 오늘날까지도 복잡한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지식의 영역을 구조화하는 데 필수적인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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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칸트 강독 - [순수이성비판] 28 선험적 논리학 선험적 분석론 선험적 변증론 변증적 가상의 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nft 28) - YouTube, accessed November 21, 2025, https://www.youtube.com/watch?v=KzsUunv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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