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문장들만 옮겨왔다.
#4
알렉산드로스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벌거숭이가 되었다. 희고 날씬하면서도 튼튼한 몸이 햇빛을 받아 빛났다. 그는 말의 고삐를 잡고 해를 보고 서도록 방향을 돌렸다. 말의 그림자가 뒤쪽에 생겨서 말이 제 그림자를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리하게도 말이 제 그림자를 보면 겁을 먹는다는 사실을 간파해낸 것이었다.
부케팔로스가 번개처럼 내닫기 시작했고 알렉산드로스는 그 옆에서 달리면서 가끔 손을 뻗어 양생마의 못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날려 부케팔로스의 등에 걸터앉았다. 야생마는 알렉산드로스를 떨쳐 내려고 뒷다리를 곧추 섰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갈기를 잡고 말에게 몸을 밀착시켜 말과 하나가 되었다. 성난 부케팔로스는 미친 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말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고삐를 단단히 잡고 말을 진정시키는 말들을 속삭였고 채찍질은 하지 않았다. 미친 말은 달려서 스타디움을 벗어나 들판으로 나갔다.
"아들아, 더 넓은 왕국을 세워라. 마케도니아는 너에게 너무 작다."
#5
알렉산드로스가 태어나자 필리포스 왕은 고향인 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 스타기라에 살고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편지를 썼다.
"오, 아리스토텔레스여, 내가 아들을 얻었소. 신들의 크나큰 은혜로 그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때에 나에게 아들이 태어났소. 내 아들이 자라면 왕위를 이을 재목으로 교육시켜 주시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오, 필리포스 왕이시여, 왕자님이 조금 자라면 체육 선생에게 맡겨 신체를 단련시키십시오. 그다음에 제가 정신을 맡겠습니다."
알렉사드로스가 다섯 살이 되자 왕은 아들을 에피루스 출신의 레오니다스라는 엄격한 선생에게 맡겼다.
"왕자를 데려가서 무쇠로 만들게. 허기와 갈증, 병을 견딜 수 있는 몸으로 단련시켜 주게. 왕자에게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금욕해야 합니다. 야생마를 길들이듯 자신을 길ㄷ르여야 합니다. 몸을 아끼지 마세요!"
레오니다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소박함과 검소함을 가르쳤다. 한번은 알렉산드로스가 향로에 유향을 너무 많이 넣자 엄하게 꾸짖었다.
"부왕의 재산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왕자님의 것도 부왕의 것도 아닌 백성들의 것이니까요."
아이스토텔레스가 '일리아스'의 첫 구절을 암송하기 시작하면 알렉산드로스는 가만이 있지 못하고 불꽃 같은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무사여, 아카이아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고
무수한 용맹스러운 영혼들을 하데스에 보낸
불행한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하소서~~"
#6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여 넓은 대기실엔 그림자가 져 있었다. 두 개의 큰 창으로 들어온 마지막 햇살이 대리석 좌대 위에 놓인 마케도니아의 위대한 왕 아르켈라오스의 조각상을 비췄다. 필리포스 왕은 선대 왕 중에서 아르켈라오스를 가장 존경했으며 아들 알렉산드로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분은 진정한 왕이셨다. 마케도니아의 질서를 바로잡고 경쟁자들에게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으셨지. 그분께선 군사를 모아 강철 같은 훈련으로 사기를 고취시키고 요새들을 짓고 길을 뚫고 야만족들을 정복하신 한편, 예술과 학문 장려에도 힘쓰셨다. 아테나이에서 유명한 시인들을 초빙했고 위대한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를 왕처럼 대접하셨지. 그리고 올림포스 산의 제우스 신과 무사 여신드릉ㄹ 기려 올림픽 경기를 만드셨지. 그래서 그분의 궁전에는 용감한 군사들뿐 아니라 학자들과 시인들, 예술가들이 가득했단다. 모름지기 진정한 왕은 그렇게 문과 무를 겸비해야 한다. 나도 그런 왕이 되고 싶다. 너도 그렇게 되어라."
#8
필리포스 왕은 자신이 깔고 안즌 사자 가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우 가죽도 좀 깔아야겠소. 그래야 더 편하게 앉을 수 있지. 나는 힘센 사자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교활한 여우가 더 쓸모 있을 때도 있지."
"우리 속담에 '어미 개가 서두르면 눈먼 새끼가 나온다'는 말이 있소. 서두르지 맙시다."
#14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들아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대로 네가 한 일에 만족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키기 힘든 일이지만 중요한 것이다. 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라. '이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난 더 용감하고 훌륭하고 명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너보다 못난 사람을 보고 '난 저 사람보다 낫지'라고 생각하며 현실이 만족하지 말고, 늘 너보다 나은 사람을 올려다 보며 '나는 저 사람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해라. 알아듣겠니?"
"둘째, 너보다 약한 자에게 가혹하거나 오만해서는 안 되며 늘 친절하고 인자해야 한다. 너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겁을 먹거나 아첨하지 말고 당당해라. 명예를 지켜라. 누구 앞에 서 있든 자신이 자유인임을 잊지 말거라."
"셋째, 무슨일이 있어도 진실만을 말해라! 절대 거짓을 말해선 안 된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노예이다. 스테파노스, 자유인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
어머니가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축복을 빌어 주마. 나는 네 아버지처럼 많은 것을 알지 못하니 한 가지만 당부하마. 사랑, 모든 이들을 사랑해라!"
#18
" 알렉산드로스, 너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태어났다. 네가 태어나던 날 밤 내 가슴에는 포도넝굴이 자라 가지와 포도송이가 온 세상을 덮은 예지적인 꿈을 꾸었단다. 알렉산드로스, 너는 위대하신 디오니소스 신의 마지막 화신이다." 올림피아스가 아들에게 해주곤 하던 말이었다.
올림피아스의 수호신은 디오니소스로, 그녀는 디오니소스를 열렬히 숭배했다. 그녀는 밤중에 달빛을 받으며 커다른 뱀 두 마리를 양팔에 감고 춤을 출 때가 많았다. 그녀의 방 벽들은 그녀가 화가들을 시켜 그린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들로 가득했는데, 디오니소스는 포도 덩굴들로 변한 돛대에 포도송이들이 달려 있는 검은 배 위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올림피아스는 화가들에게 디오니소스의 추종자들인 마이나데스도 그리게 했는데, 그들은 머리와 팔에 뱀을 감고 춤을 추고 있었다. 올림피아스의 크고 호화로운 침대 위로는 이집트의 신 아몬이 머리에 구불거리는 숫양의 뿔 두 개를 단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올림피아스는 꿈속에서 아몬을 자주 보았으며 그를 자신의 외아들 알렉산드로스의 수호신으로 삼고 있었다.
#19
"잠을 자고 있는데 꿈에 사자 한 마리가 내 가슴에서 밖으로 걸어 나가더구나. 나는 사자가 끝도 없이 이어진 길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지. 사자는 계속 걸어서 마케도니아와 트라케를 지나 바다에 이르자 바다에 풍덩 뛰어들더니 이윽고 반대편 해안에 나타나더구나. 사자는 걷고 또 걸었고 주위의 모든 짐승이 공포에 찬 울음소리를 내며 사자를 피해 꽁무니를 뺐지. 그렇게 계속 걸어서 더 이상 길이 없는 세상의 끝에 이르렀어. 그러자 사자가 돌아서서 나를 보며 미소 짓더구나. 알렉산드로스, 그게 바로 너였다!"
"불을 지르는 것에 만족해선 안 되네. 야만인들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재건일세! 알렉산드로스가 말했다.
"큰 도시를 세웁시다."
"그래, 큰 도시를 세우고 도시 주위에 성벽을 높이 쌓은 다음 군대를 배치해서 야만인들이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세."
"그 도시를 알렉산드로폴리스라고 부르비다!"
"좋아, 그럼 그렇게 부르도록 하세. 그 도시가 마지막이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알렉산드리아와 알렉산드로폴리스를 세울 수 있게 되기를!"
#21
"탈라사! 탈라사!"
#25
"왕자님, 아시아를 정복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의미를 아십니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물었다.
"물론 압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도시들을 정복하고 요새를 쌓고 스스로를 왕으로 선포하는 것이지요." 불같은 성정을 지는 왕자가 대꾸했다.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준엄하게 말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생각에 잠겼다. 스승의 말이 옳았다. 육체의 정복만으로는 부족했다.
"정신까지도 정복해야지요. 진정으로 아시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을 정복해야지요."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리스 문명을 야만인들에게 전파해야 합니다. 우리의 예술과 학문과 과학을 전파하여 그들도 개화된 정신으로 야만적인 힘을 통제하면서, 인간에게 최고의 선은 자유임을 알면서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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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스 왕이 군대를 이끌고 그리스 땅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은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데모스테네스가 선봉에 서서 필리포스 왕에 대항하는 선동적인 연설을 재개했다. 그는 아테나이인들에게 호소했다. "야만인이 우리의 문간에 왔습니다! 그는 그리스를 정복하고 우리의 자유를 빼앗을 겁입니다! 그리스 국가들끼리 똘똘 뭉쳐 그를 몰아냅시다!"
필리포스 왕은 그리스 전역에 사신을 보내 다름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나는 그리스를 정복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나 또한 그리스인이며, 내분을 종식시키고 전 그리스가 하나로 뭉쳐 아시아에 사는 그리스인들을 해방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것이 나의 진군 목적이다. 우리 서로 싸우지 말자!' 그러나 데모스테네스의 웅변에 사로잡힌 그리스인들은 그의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27
'형제들이여, 오늘은 위대한 날이오! 오늘 처음으로 그리스의 모든 도시 국가가 평화 속에 하나로 뭉쳤소. 이제 우리의 조국은 ㄴ아테나이, 스파르테 같은 도시의 장벽들에 한정되지 않고 경계를 넓혀 가고 있소. 우리 조국의 경계가 한쪽 끝으로는 바다까지, 다른 끝으로는 마케도니아의 눈 덮힌 산까지 확장되고 있소. 오늘부터 펠로폰네소스, 그리스 본토, 섬들, 테살리아, 에피루스, 마케도니아, 트라케는 우리 모두의 나라가 될 것이오. 우리 이제부터 '나는 아테나이인이다, 나는 코린토스인디다, 나는 마케도니아인이다'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나는 그리스인이다'라고 말합시다."
#30
바로 그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청년 한 명이 그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파우사니아스였다. 누가 말릴 겨를도 없이 청년은 칼을 빼서 왕의 가슴에 꽂았다. 필리포스 왕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32
"나에게 대항한 테바이를 무자비하게 벌하여 전 그리스 국가들에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겠노라."
"도시를 파괴하라. 단, 신전들과 위대한 시인 판다르가 살았던 집은 손대지 마라."
알렉산드로스는 코린토스에서 디오게네스라는 유명한 견유학파 철학자를 만나게 되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디오게네스에 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한번은 그가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거리를 헤메고 다녔다.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묻자 그는 '진정한 인간!'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다."
"나는 개이며 철학자 디오게네스요."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으면 말하라."
"햇볕 좀 쬐게 비켜 주시오."
"나는 알렉산드로스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고 싶다."
마케도니아로 돌아가던 알렉산드로스는 도중에 그 유명한 델포이의 신탁소에 들렀다. 그는 신전으로 들어가서 여사제 피티아를 불렀다.
"지금 당장 청동 제단에 올라 나의 페르시아 원정이 성공을 거둘 것인지에 대한 예언을 들어라."
"왕이시여,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은 안 됩니다. 먼저 사흘 동안 금식하면서 기도를 올린 뒤 청동 제단에 올라야 합니다.
"지금 당장!" 알렉산드로스는 피티아의 머리채를 잡아 다리가 셋 달린 청동 제단에 앉히며 명령했다.
그러자 피티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천하무적이군요!"
"됐다. 네가 방금 한 말이면 족하다"
#33
알렉산드로스는 아시아 원정의 전쟁 준비를 끝내고 성대한 축전을 열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이 축전을 어느 신께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쟁의 신 아레스지요. 아레스가 우리의 수호신이 될 것입니다." 클레이토스가 대답했다.
"틀렸네. 우리가 아시아 원정을 떠나는 것은 죽이고 불태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 문명을 전파하기 위해서네. 그러니 성대한 축전을 아홉 무사에게 바칠 것이네." 알렉산드로스의 말에 모두 놀라서 외쳤다.
"아홉 무사라고요! 전쟁에 나가면서 그런 여신들에게 제물을 바친 적은 없었습니다."
"그건 그런 목적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러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 축제에 앞서 사제들이 제물을 바쳤고 알렉산드로스가 팔을 들며 외쳤다.
"오, 아홉 무사 칼리오페, 클리오, 에우테르페, 멜포메테, 테르프시코라, 에라토, 폴림니아, 우라니아, 탈리아여, 제 말을 들으소서! 저는 전쟁터로 떠납니다. 부디 저와 함께 가소서! 저는 당신들을 위해 이 대원정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지 육신들과 도시들과 땅을 정복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정신의 정복을 원합니다. 그리고 오직 아홉 무사만이 이 어려운 임무의 수행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저와 함께 가소서!"
.. 축제는 아흐레 동안 이어졌다.
첫째 날은 서시시를 관장하는 칼리오페에게 바쳐졌다. 음유 시인들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구절들을 낭송했다.
둘째 날은 역사를 관장하는 클리오에게 바쳐졌다. 철학자 칼리스테네스도 참여하여 모름지기 역사란 어떻게 씌어야 하는지에 대해 연설했다. "진실이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보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신화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사란 무엇입니까? 진실과 신화의 딸입니다."
셋째 날은 서정시를 관장하는 에우테르페에게 바쳐졌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서정 시인 핀다르의 승리의 송가를 노래했다. ..
넷째 날은 비국을 관정하는 멜포메테에게 바쳐졌다. 최고의 배우들이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3부장을 공연했다. 연극을 본 알렉산드로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 또한 프로메테우스와 같다. 그리스에서 빛을 가져다 그 빛으로 야만인들의 정신을 밝혀 줄 테니까."
다섯 째 날은 춤을 관장하는 테르프시코라에게 바쳐졌다. 최고의 무용수들이 거친 전투의 무용을 추고, 그 다음에 평화의 춤이 이어졌다.
여섯째 날은 연애시를 관장하는 에라토에게 바쳐졌다. 그들은 레스보스 섬 출신의 세기를 초월한 위대한 여류 시인인 사포의 시를 낭송했다.
일곱 째 날은 전쟁의 찬가를 관장하는 전쟁의 찬가를 관장하는 폴림니아에게, 여덟째 날은 천문을 관장하는 우라니아에게, 마지막 아홉째 날은 희극을 관장하는 탈리아에게 바쳐졌다.
#33
잔치가 끝났다. 알렉산드로스가 손을 내밀며 외쳤다.
"잠깐! 우리는 내일 떠나오. 떠나기 전에 나의 모든 소유물을, 땅이며, 집들이며, 옷이며, 보석들을 이곳에 남게 될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소. 나에겐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니까."
손님들은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그럼 전하께는 남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페르디카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 희망"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그럼 저도 같은 것을 갖겠습니다. 저도 전하처럼 희망만 갖겠습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저도요!" ..
.. 그리하여 알렉산드로스와 친구들은 자신의 소유들을 이곳에 남게 될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희망만을 안고 출정 준비를 했다.
#38
알렉산드로스는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온으로 향했다.
프리기아의 첫 번째 왕 고르디수스의 마차가 시전 기둥에 묶여 있는데 아무도 그 매듭을 풀지 못했으며 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자가 아시아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알렉산드로스가 고르디온에 도착하자 도시의 명사들이 나와서 그를 마차가 있는 신전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알렉산드로스가 과연 매듭을 풀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다.
알렉산드로스는 매듭을 풀어 보려고 애썼으나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부아가 치민 그는 칼을 빼서 매듭 한가운데를 잘랐다. 지켜보던 이들은 숨이 멎을 듯 놀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시아의 위대한 왕 만세!"
#42
"다리우스 대왕이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다시금 평화를 제인하오. 내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들을 돌려주면 그 대가로 금화 1만 달란트를 주겠소. 그리고 내 딸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소.
나와 동맹을 맺고 싶다면 내 딸의 지참금으로 유프라테스 강에서 그리스 해안에 이르는 땅 전체를 떼어 주겠소."
"가서 페르시아 왕에게 전하라. 나에겐 금이 충분해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몸소 이곳으로 와서 나에세 충성을 맹세하면 아무 대가 없이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들을 돌려주겠노라고 해라."
그의 손에 들어온 보물들 중에 정교한 조각 장식이 되어 있는 금상자도 있었다.
"상자에 '일리아스'를 넣겠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니까."
#49
"이제 어디로 갑니까?" 파르메니오가 물었다.
"다리우스가 먼저 가서 길을 알려주고 있소. 바빌로니아로."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49
그러나 한 가지 점에서는 친구들을 질책했다. 바빌로니아와 수사와 페르세폴리스에서 머무는 동안 무수한 하인들을 거느리게 된 그들은 노쇠한 아시아인들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런 그들에게 되풀이해서 말했다.
"일한 자가 게으른 자보다 더 달게 자는 법이거늘, 자네들이 그런 단순한 이치도 개치지 못한 것이 놀랍네." 그러면서 그들을 꾸짖었다. "전투에서 적들을 물리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수 없네. 적들의 약점들과 나쁜 습관드레 물들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하네."
그 자신은 잠시도 나태함에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그들의 모범이 되었다. 그는 전투가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단련하기 위해 사냥에 나서거나 시합에 참여하거나 긴 행군을 했다.
그의 친구들이 술을 마시며 흥청거리고 군사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에 젖어 있던 어느 날, 안렉산드로스는 나팔수들에게 집합 나팔을 불도록 명령했다. 모두 궁전으로 달려왔고 장군들은 알렉산드로스를 둘러싸고 아우성을 쳤다.
"전하, 무슨 일입니까?" 헤파이스티온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우린 떠나네."
"떠나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 놀라서 외쳤다.
“그러니 떠나는 것이네!” 알렉산드로스가 대답했다.
다리우스를 생포하거나 죽이기 전까지는 알렉산드로스에겐 휴식이란 있을 수 없었다.
#50
페르시아의 베소스 장군이 다리우스를 폐위시켰으며 자신이 왕위에 오르려한다는 첩보를 접했다.
#51
"너도 전하와 똑같은 병에 걸렸구나"
"무슨 병요?"
"정복병"
"그건 젊음의 병이지요.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나을 거예요." 스테파노스는 웃으며 대꾸했다.
알렉산드로스는 군대를 사열하다가 우뚝 멈췄다. 전리품을 잔뜩 실은 무수한 마차들과 노새들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장군들은 저마다 페르시아의 궁전들과 귀족 저택에서 약탈한 물건들을 운반하는 노예 부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장군들을 불러 모았다. "친구들이여, 재물의 노예가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네. 우리가 끌고 가는 저 많은 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우리 앞에는 무한한 아시아가 펼쳐져 있네. 우리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네. 그러니 스스로 해방되세. 내가 모범을 보이겠네." 그는 노예들에게 자신의 짐을 모두 불태우도록 명령했다.
#52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가 몇 킬로미터나 왔는지 알고 있나?"
그러자 필로타스가 대답했다. "네, 880킬로미터입니다. 어제 보측자들과 따져 봤습니다. 그들이 계속해서 걸음 수로 거리를 재오고 있었습니다."
"정확하네! 그건 시작일 뿐이네."
"시작일 뿐이라고요!" 헤파이스티온이 놀라서 외쳤다. "전하, 언제쯤에나 만족하실 작정이십니까?"
"죽을 때." 알렉산드로스가 슬픔에 잠긴 음성으로 대답했다. "나도 언젠가는 죽게 될 테니까."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 다리우스도 죽고 그의 왕위를노리던 베소스로 죽었으니 페르시아는 우리의 것이다. 이제 조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군사들은 그렇게 수군거렸다.
그러네 알렉산드로스가 말에 오르더니 그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명령을 내렸다.
"전진!"
"어디로요?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군사들이 외쳤다.
..
알렉산드로스는 감정을 추스르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동지들이여, 지쳤는가?"
나이 든 마케도니아인 용사가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칼 자국투성이였다. "전하, 더는 못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전하를 충성스럽고 용맹하게 모셔 왔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저희는 인간이지 신이 아닙니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조국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나의 충성스로운 전우들이여, 그동안의 헌신과 용맹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힘을 합쳐 잘 싸워 왔다. 나는 그대들에게 아무 불만도 없다. 그대들은 지쳤다. 그대들의 빈자리는 젊고 풋풋한 용사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과 원정을 계속할 것이다. 그대들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라. 더 이상 나를 따를 수 없는 자는 떠나라! 고향으로 돌아가서 귀족처럼 살 수 있도록 돈과 선물을 두둑하게 주겠노라."
그 말에 노련하고 용맹한 전사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53
그들은 사흘때 북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알렉산드로스뿐이었다. 그의 헌신적인 친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자 알렉산드로스는 이렇게만 대답했다.
"나중에 말해 주겠네. 그것에 닿으면"
여름이 왔다. 이제 어떤 날은 쉬지 않고 60~70킬로미터씩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들은 소그디아나 지방의 사마르칸트에 이르렀다. 알렉산드로스는 이곳에 수비대를 주준시킨 뒤 북으로 3백 킬로미터 더 가서 자카르테스 강가에 도시를 세우고 알렉산드리아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에서 어느 아침에 헤파이스티온을 데리고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빠르게 산으로 올라갔다.
"나는 중댛란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네. 우리가 바빌로니아에서 남쪽으로 진군했을 때 큰 바다에 이르었지. 에크바타나에서 북동쪽으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그 바다들이 세상의 끝인 것이 분명해"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는 지구가 원반 모양이며 바다에 떠 있다고 배웠네. 지금까지 지구의 끝을 두 군데 가보았고 나는 세상의 또 다른 끝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왔네. 이번 행군의 비밀은 그것이었네. 저 산의 정상에 오르면 무엇이 보일 것 같은가? 바다? 아니면 다시 끝없는 땅?"
"만일 이곳에도 세상의 끝이 있다면 이제 서쪽 끝만 남게 되네. 방향을 돌려 아프리카로 가서 다시 세상의 끝을 찾을 작정이네."
정상 가까이에 이르자 알렉산드로스는 조바심을 이기지 못해 달리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정상의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로 뛰어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본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 "와서 보게. 땅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어. 지구엔 끝이 없네."
<세상은 그토록 넓단 말인가? 내가 세상을 다 정복할 수 있을까? 허비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해.>
(인도에서온 사절)
"저희 인도는 끝을 모를 정도로 넓습니다. 페르시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도 너머의 동쪽은 어떠한가? 그고ㅅ에 무엇이 있는가?" 알렉산드로스가 몹시 당황해서 물었다.
"전하, 다른 나라가 있습니다. 저희 인도보다도 넓고 부유하고 백성도 많은 나라입니다."
"중국입니다. 그것 사람들은 피부색이 황색이지요."
알렉산드로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생각에 잡겼다. <세상은 넓기도 하구나. 허비할 시간이 없어.>
.. 분노가 폭발한 클레이토스는 벌떡 일어나 술잔을 쳐서 넘어뜨린 뒤 가슴속의 말들을 모두 쏟아냈다.
"우리는 전하의 노예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리스인입니다! 전하는 변했습니다. 우리는 전하를 도와 아시아를 정복했고 전하는 그것 때문에 흥분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신으로 여기고 있지요, 머리에 양의 뿔을 달고 아몬 신의 아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아나톨리아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며 다니고 있어요. 야만인들의 숭배를 받으며 그들이 전하의 발에 입 맞추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선 중용의 정신을 잊고 자유인인 저희가 전하를 숭배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 그는 친구들이 말릴 사이도 없이 창을 들고 달려가서 클레이토스의 가슴에 꽂았다.
.. "클레이토스, 클레이토스" 알렉산드로스는 절규하며 털썩 주저앉아 절망에 젖어서 타일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54
철학자 칼리스테네스는 더욱 대담해져서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그리스인이다. 우리는 야만인이 아니다. 우리는 왕 앞에서 땅에 엎드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시아를 정복하고 우리의 문화를 전하러 왔다. 그들에게 정복당하여 야만인이 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화려한 옷과 향수와 추종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나의 역사서에 기록할 것이다.이 모든 일들을 낱낱이 적어서 후세에 진실을 알릴 것이다. 신이 당신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나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그러면서 펜이 차이라도 되는 것처럼 높이 쳐들었다.
칼리스테네스는 알렉산드로스에게 불만을 품은 변사들을 대대적으로 끌어 모았다. 그중에는 지휘관도 몇 명 있었다.
헤르몰아오스는 열띤 음성으로 말했다.
"나도 다 기억해. 다 기억한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난 아직도 숨이 막혀서 미칠 것 같아. 이젠 우리 땅이 작아서가 아니라 자네의 알렉산드로스기 내 자유를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55
칼리스테네스가 자신의 역사서 원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원고가 보이나? 바오 여기에 자네들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겠네. .. 이윽고 그가 제단으로 나아가 몸을 구부리면 두 개의 칼이 번쩍 빛을 발하고 독재자는 땅에 쓰러지겠지. 다음 순간 헤르몰라오스는 경악한 군중 앞에서 피 묻은 칼을 높이 쳐들고 외칠 것이네. '자유의 제단을 보라! 독재자가 제물로 바쳐졌다! 그리스 만세!'"
#56
칼리스테네스가 대담하게 말했다.
"두렵지 않습니다. 목숨보다 고귀한 것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무엇이냐?"
"자유입니다."
#57
그리스에서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이가 알렉산드로스의 넓은 알현실로 들어선다면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곳이 그리스 총사령관의 궁전인지 아니면 페르시아 대왕의 전설적인 왕궁인지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황금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는 페르시아 군주처럼 화려한 옷과 보석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향수를 뿌리고 왕좌 앞의 보석으로 장식된 향로들에는 값진 유향을 피워놓고 있었다.
"봄이 왔네. 세상의 동쪽 끝이 멀지 않으니 가서 정복하세! 보병대와 기병대를 준비시키게. 우리는 거대한 강들과 처녀림들이 있는 신세계로 들어갈 것이네. 인도에는 학식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 나는 어서 그곳으로 가고 싶네. 자네들도 그런 것 같군."
진군 준비가 시작되었다. 4월의 어느 날 알렉산드로스의 군대는 남동쪽으로 출발했다. 소그디아나와 박트리아를 지나 우뚝 솟은 두 산 사이의 국경을 통해 인도로 들어갔다.
#58
알렉산드로스는 경탄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싸움에 졌는데도 위풍당당하고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왕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싶소?"
"왕으로 대접받고 싶소." 포로스가 대답했다.
"당신은 나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소. 당신을 나의 친구로 삼겠소. 그리고 당신에게 당신의 왕국을 넘겨 주겠소. 당신은 자유인이오." 알렉산드로스가 포로스의 자존심과 위엄에 경탄해서 말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부케팔로스가 쓰러진 자리에 도시를 세웠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기려 이 도시를 부케팔리아라고 칭하겠노라!"
#59
헤파이스티온이 와서 말했다.
"군사들이 더 이상 명령에 따르지 않습니다. 행군을 멈췄습니다."
..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나?"
알렉산드로스가 앞에 모은 군사들에게 그렇게 묻자 1만 명이 입을 모아 외쳤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들어라! 우리는 세상의 동쪽 끝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큰 강을 건너 그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페르시아만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대함대를 결성하여 큰 바다로 나갈 것이다. 아프리카를 돌아 지브롤터 해협의 헤라클레스의 기둥에 이르고, 그다음엔 지중해도 들어가서 반대 방향에서 그리스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원정을 마치게 된다. 나의 충성스럽고 용맹한 동지들이여, 이것이 나의 계획이다. 우리는 그리스인이며 그것은 우리가 자유인임을 의미한다. 기탄없이 말하라. 그대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지금은 저희 모두 전하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완전히 지쳤습니다. 보십시오. 이제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습니다. 저희의 몸은 부상으로 성한 곳이 없습니다. 저희의 정신은 완전히 고갈되었습니다. 전하, 저희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애써 노여움을 억누르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떠나고 싶은 자는 떠나라! 지금 당장! 그리스로 돌아가 적진에 왕을 버려 두고 왔다고 말하라! 이상이다!"
그러고는 막사로 뛰어 들어가서 바닥에 몸을 던지고 분에 못 이겨 주먹으로 땅을 쳤다.
사흘 째 되는 날 알렉산드로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얼굴이 밀랍처럼 창백했다. 입술에는 핏기가 없고 눈 주위는 푹 꺼지고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준비하라. 돌아간다!"
그가 힘없이 외쳤다.
군사들의 환호성이 하늘에까지 닿았다.
#60
그렇게 귀환이 시작되었다. .. 그들은 알렉산드로스의 친구 포로스의 왕국에 위치한 인더스 강 연안에 이르자 행군을 멈췄다.
스테파노스는 인도의 문에서 네아르코스를 만나기 위해 서쪽으로 달렸다.
#61
스테파노스와 알카의 결혼식
#62
네아르코스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과로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세상 끝까지 가고 싶은 열망에 차 있는데 군사들이 지쳐서 더 이상 따를 수 없다고 하니 그 심정이 어떨까! 그 만족할 줄 모르는 원대한 정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리스도 돌아가는 길은 두 가지요. 서쪽으로 해서 온 길을 되밟아 수사, 에크바타나를 거쳐 돌아가는 길이 그 하나요."
네아르코스가 고개를 저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미소를 보냈다.
"그 길이 마음에 들지 않소? 나 또한 그렇소. 무엇보다도 같은 길을 두 번 여행하고 싶지 않고, 돌아가는 길에라도 새로운 땅들을 만나고 정복하고 싶소. 그래서 새로운 길을 가고 싶소. 어떤 길인지 짐작하겠소?"
"강을 따라 인도양으로 가능 것입니다."
"그 길을 택하면 새로운 땅들을 만나고 광활한 바다를 탐험하고 바다에서 위댛란 공적을 이률 기회를 가져 알렉산드로스는 육지에서만 위대한 정복자였다는 말을 듣지 않고 바다에서도 위대했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을 겁입니다."
알렉산드로스가 말을 이었다.
#63
며칠 만에 모든 것이 돌변했다. 강둑은 거대한 조선소가 되었고 수천 명의 벌목꾼들이 처녀림을 침범하여 소나무와 전나무와 삼나무를 베어 냈다.
"올림포스 산의 신들이시여, 저는 의무를 다했습니다. 세계를 정복했습니다. 이제 돌아가려고 합니다. 저희의 배로 와서 앉으소서. 저희 군대의 선봉에서 행군하며 저희의 귀환을 도우소서."
책상다리를 하고 강둑에 앉아 있는 수행자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는데, 그들은 황금 관을 쓴 위풍당당한 세성의 정복자를 조홍 어린 눈길로 빤히 쳐다보았다.
"저들은 왜 나에게 저런 눈길을 보내는가?" 어느 날 알렉산드로스는 칼라노스에게 물었다.
"마음속의 악과 격정을 정복하지 못한다면 세상을 손에 놓는다 한들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지요." 인도의 현자가 대답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사람들을 보내 주위의 땅도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금광과 은광, 그리고 거대한 소금 광산들을 발견했다. 그는 또 지나치는 모든 나라의 종교와 생활 풍습에도 관심을 가지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세상은 얼마나 광대하고도 풍요로운가! 기백이 넘치는 새 군대를 결성하여 원정을 계속해야겠다!'
#64
인간이 자연에 대항하여 이긴 것이다. 한 시간의 사투 끝에 함대는 소용돌이를 건너 고요한 강위로 당당히 노를 저어 나아갔고, 몇 척 안 되는 난파된 배에 탔던 군사들도 대부분 안전하게 헤엄쳐 나올 수 있었다.
#65
"정지 명령을 내려라. 휴식을 취하면서 부서진 배들을 수리하고 익사한 용사들의 장례를 치러라."
#66
파탈라로 돌아가서 육군과 해군이 협쳐지자 네아르코스가 알렉산드로스에게 물었다.
"전하, 이제 끝난 것입니까?"
그러자 알렉산드로스는 빙긋 웃었다.
"어찌 끝날 수 있겠소. 진정한 사나이는 죽는 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는 법이오. 그의 사전에는 '족하다'는 말은 없소. 그걸 모르시오. 나의 친애하는 네아르코스?"
"압니다. 그래서 전하께 여쭤 본 것입니다." 불굴의 바다 사나이가 대답했다.
"좋소. 그럼 우린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지."
#67
그날 하루 종일, 그리고 다음 날까지 알렉산드로스는 홀로 계획을 세우는 일에 골몰해 있었다.
"이 땅은 매우 풍요롭다. 이곳을 페르시아와 연결할 깃을 열어야겠가. 그리스에서 페르시아까지의 길은 뚫어 놓았으니 이제 피르시아와 인도를 연결해야 한다. 육로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큰 사람과 야만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닷길을 열어 페르시아만, 티그리스 강, 유프라테스 강 어귀에서 출발한 배들이 인더스 강 어귀로 직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나의 제국의 큰 덩어리들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 것이다."
#68
그렇게 네아르코스의 함대는 유명한 탐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파탈라를 벗어나 강어귀를 거쳐 인도양으로 들어갔다. 인도양에서 거센 폭풍이 그들를 덮쳤다.
#70
네아르코스의 뜨거운 독려에 씩씩한 바나 사나이들은 용기를 냈지만, 그렇게 몇 주가 흐르자 굶주림과 피로를 못 이겨 죽어 나가는 병사들이 수두룩했다.
"나무다! 강이다! 집들이다!" 진짜로 그들 앞에 문명인들이 사는 풍요롭고 비옥한 땅 카르마니아가 펼쳐졌다.
80일 동안의 항해 끝에 나아르코스의 함대는 페르시아 만으로 들어섰다.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낯익은 땅으로 돌아왔으니 탐험의 목적을 이룬 셈이었다.
스테파노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도 항해 내내 알렉산드로스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게드로시아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군사들을 집어삼킨 곳이었다. 지금까지 게드로시아 사막 횡단을 시도한 왕은 페르시아 키루스 대왕과 아시리아의 전설적인 여왕 세미라미스뿐이었다. 이들은 수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떠났지만 결국 생존자는 키루스 대왕의 경우 일곱 명, 세미라미스 여왕의 경우 스무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굶주림과 갈증을 이기지 못해 사막에서 죽고 말았다.
그는 즉시 배들을 해변으로 끌어올려 수리하고 요새를 쌓고 보초들을 세우도록 지시한 뒤, 스테파노스와 장교 다섯 명을 데리고 가장 빠른 말에 올라 수사로 내달렸다.
#71
"내 말 좀 들어봐라. 전하께서 친구들과 장교들을 모두 페르시아 여자들과 혼인을 시키려 하고 있어. 자신도 다리우스의 딸 스타티라를 아내로 맞을 계획이고 자신의 혼인식 날 1만 명의 장교들과 병사들도 페르시아 여인들과 혼인식을 올리게 하겠다는 거야. 동양과 서양을 통치할 새로운 종족, 헬레오페르시아족을 만들겠다는구나!"
마케도니아인들은 그가 새로운 원정을 위해 새 군대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왕은 우리를 제거하고 페르시아인들로 새 군대를 결성하고 싶은 거야." "씨는 우리가 뿌렸는데 우리가 무찌른 페르시아 놈들이 수확을 거두는 것을 멀뚱히 서서 지켜봐야 하는 거야?"
그날 밤 알렉산드로스는 화해를 기념하는 성대한 자치를 열어 9천 명의 마케도니아인, 그리스인, 페르시아인, 야만인들을 초대했다. 그는 술잔을 들고 외쳤다.
"우리 하나가 되자. 그리스와 아시아가 하나로 뭉쳐 새 원정에 나서자!"
#72
이미 헤파이스티온은 저세상 사람이 되어 누워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충격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는 죽은 친구를 부둥켜안고 보내려하지 않았다.
봄이 오면서 슬픔을 이겨 내기 시작한 그는 네아르코스를 불렀다.
"새 함대를 만드시오. 인더스 강에서 유프라테스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도시를 건설할 작정이오. 그 다음엔 바다로 나가 페르시아만을 건너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겠소. 어쩌면 홍해인지도 모르지.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원정을 시작하는 것이오."
#73
밤에 다시 열이 올라갔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네아르코스를 불러 상의도 하고 최종 명령도 내렸다.
"사흘 내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해야 하오!"
때는 6월13일이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눈을 감은 알렉산드로스는 영영 다시 눈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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