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에세이]다이옥산? 다이옥신? 2009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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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자이름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 기자는 옛날 유기화학을 배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과학과목을 얘기할 때 흔히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순서로 말한다. 그래서인지 화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중간 특성을 띠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물리학과 겹치는 물리화학, 생물학과 겹치는 생화학이 있다. 그런데 화학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유기화학(다이옥산처럼 유기화합물을 다루는 분야)은 이런 분류가 통하지 않는다. 유기화학을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에 유기화학 과목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꽤 많은 이공계대생들이 유기화학을 공부한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지식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공자들은 유기화학을 배우면서 그 낯설음에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기자 역시 화학과를 나왔지만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유기화학이다. 보통 과학은 발견의 학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기화학(정확히는 유기합성화학)은 창조의 학문에 가깝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의 구조를 밝힌 뒤 또는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분자를 설계한 뒤 어떻게 하면 플라스크 안에서 (마치 집을 짓듯이)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들은 스스로 ‘분자 건축가’라고도 부르고 자신들의 일이 과학보다 예술에 더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화학자들이 합성한 분자는 100만 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만든 분자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큰 일이다. 화학자들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분자의 이름을 정하는데 대부분 너무 길어 읽기도 버겁다. 그래서 흔하거나 중요한 분자에는 이런 공식 명칭 외에도 별칭이 있게 마련이다. 다이옥산과 다이옥신은 기본 골격이 거의 똑 같다. 둘 다 산소원자가 둘 들어간 탄소 고리 화합물인데 탄소 원자 사이의 결합 성격이 좀 다르다. 지금 문제가 된 다이옥산은 1,4-다이옥산으로(1,4라는 숫자도 규칙에 따라 붙인다!) 물론 1,4-다이옥신도 있다. 그런데 환경 호르몬으로 거론하는 다이옥신은 이런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이 기본골격 양쪽에 또 다른 탄소 고리와 염소원자가 달린 복잡한 분자들을 묶어서 부르는 별칭이다. 지난해 멜라민(멜라닌과 혼동)에 이어 다이옥산(다이옥신과 혼동)까지, 이제 유기화학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도 복잡한 유기화학 세계의 ‘쓴 맛’을 보는 시대가 된 것일까.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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