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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허성원의 쪽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12. 7.

(* 이 글들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렸던 대체로 가벼운 글들을 끌어모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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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사진> _ 250102

해돋이 사진을 많이들 공유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찍은 것은
확연히 일출이라 느껴지는데..

희한하게도..
친구 영감들이 찍어 보낸 것들은..
모두 석양 같이 보여..

**

<전도몽상(顚倒夢想)>

반야심경에서는 '전도몽상(顚倒夢想)'을 멀리 떠나보내야만(遠離) 열반에 들 수 있다고 가르친다.

전도몽상은 말 그대로 전도(顚倒)된 몽상(夢想)이다.
사실이나 실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뒤집어서 보고는,
헛된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이나 사실로 착각하는 것.

지금 가진 육신과 권세.. 그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쓰다 사라지고 말 '공(空)'에 불과한 것이거늘..
그것이 언제까지나 내 것으로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바로 전도몽상인 것이다.

우리 국민 아니 전세계는 모두
지금 극도의 전도몽상을 감상하고 있다.
전도몽상에서 멀어진 자 열반에 들고,
전도몽상에 빠져 있는 자 감옥에 든다..

 

**

돼지하고는..
절대 싸워선 안 된다는 걸 일찍이 배웠어야 해.
사람만 온통 더럽혀지는데..
돼지는 그 짓을 즐기고 있는 거야.
_ 조지 버나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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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 _ 221231

얼마 전..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서 통로 철제문(빡세서 여는 데 힘이 듦)을 여니..
내가 연 문 틈새로 아가씨 두명이 거침없이 쑥 들어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버린다. 
순간 깜짝 놀라 그저 문을 잡고만 있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사과 한마디도 없는 그 무례함에 화가 났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 그 무례를 지적하며 야단을 쳤다. 
그들은 이내 사과를 했다.
어른으로서 무례한 젊은이들을 훈계하여..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냈다는..
나름 보람을 가지고 내 갈길을 갔다.

어제도
사무실 건물의 현관에서 똑 같은 일을 당했다.
이번에는 투명 유리문이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 내가 문을 밀어서 열자..
한 젊은 녀석이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내 옆의 틈새를 미꾸라지처럼 몸을 틀어가며 쏵 지나간다.
황당하고 무례하다.

근데.. 하지만 이 번에는..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의연히 그냥 내 갈길을 갔다.
그 녀석의 떡대가 나보다 상당히 더 크고.. 성질도 더러워보이더라고..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난 가증스런 인간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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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 _ 221231

친한 아우가 엊그저께 대봉 홍시를 박스떼기로 갖다줬다.

받을 때부터 이미 푹 익어 보여.. 어제 마음이 바빴는데..
오늘 아침에는 반드시 몇 개는 해치워야 한다.

이런 주먹보다 큰 귀한 홍시는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
아무에게나 맡겨서도 안된다.
아까운 속살이 눈꼽만큼이라도 껍질에 묻어나가면 울매나 죄스러울까.

뒤집어서 꼭지부터 따고,
최대한 얇은 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내고,
사방으로 적절히 펼친 다음,
숟가락으로 공을 들여 떠서 입안으로 천천히 옮겨
혀와 입천장.. 온 입안의 구석구석의 감촉으로 느끼면서
부드럽게 눌러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이때 숟가락은.. 스텐 숟가락은 안된다.
쇠맛이 홍시의 부드러운 속살 맛을 버려놓을 수 있다.

하나를 가지고 경건히 의식을 마치고 나니..
배가 이미 부르다.

아내는 밥을 차리고 있는데..
 

 

**
<연말이 왔다고 갑자기 심가해지는 양반들에게..>

인생..
그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슈~
어차피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잘 알지 않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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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_ 141231

경상도 말이란.. ㅋㅋ

창원중앙역의 도너츠가게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데..
어린 애가 도너츠를 골라서 카운터에 가져오니,
점원이 묻는다.

'요기서 바로 무글끼가?'

그 말에 애는 뒤의 엄마에게 고개 돌려 묻는다.
'엄마 바로 묵나?'

엄마 왈.
'그라믄 바로 묵지 디비 묵나?'

커피 입에 대다가 뿜을 뻔했다.

근데 나만 웃네..
여러 사람이 들었는데..
경상도 출신으로 경상도에서 반쯤 살고 있는데도 경상도 말이 생경스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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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버지를 돌보아야 할 때>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베풀어줄 때는
함께 웃는다.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베풀어줄 때는
함께 운다.
_ 셰익스피어

"밥은 단디 챙겨먹고 다녀라"
지난 밤 병실에서 아버지를 모셨다.
보조 침대에서 자고 대충 씻었다. 출근하러 나가며 인사드리니,
와병 중에도 아들의 끼니 걱정을 하신다.

아버지는 지난 3주 가까이 대상포진으로 큰 고생을 하셨다.
아흔을 넘기신 노인이 허리에서부터 온 허벅지까지 피부가 게딱지처럼 흉하게 굳을 정도로 심하게 번졌다.
자식들이 밤낮으로 교대하며 옆을 지켰다. 
호흡까지 힘들어 산소호흡기를 잠시도 떼지 못하고, 통증과 갑갑함을 연신 호소하셨지만,
아무도 그 아픔과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가 없었다.

평소 당신의 아픔에는 대단히 미련하실 정도로 참고 견디신 분인데,
이번만큼은 대놓고 앓는 소리를 내시니, 진짜 많이 아프셨던 거다.

그동안 가끔 정신을 놓기도 하고 끙끙 앓거나 짜증을 부리시기만 하셨는데..
오늘 아침에는 매우 맑은 모습으로 아들이 밥 먹는지까지 챙기신다.
그러면 이제 많이 나아지신 거다. 지난 밤에 나를 별로 깨우지 않으셔서 나도 비교적 수월하게 잤다.

그나저나.. 더 나으시면.. 그 깐깐하고 거센 성정이 다시 돌아올텐데.. ㅎ

셰익스피어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아들이 아버지를 보살펴야 할 때는 모두가 슬프다.

 

**
<불교의 나라> _ 201130

오늘 들은 최고의 유머..

'전광훈과 한기총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엄연히 대한민국은 불교의 나라다.
다른 종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불법과 사찰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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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

내 바지가 조금 내려가 엉치에 걸린 채로 다니니..
아내가 그걸보고 내가 윤** 닮았다고 한다.

살다살다 이런 모욕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좋아요'와 댓글의 수를 보니..

** <혼남> _ 181231

오늘 아침에 아내와 티격태격 다투다 나왔다.

아내가 입고 가라고 내놓은 옷이 좀 불편한 듯해서 다른 거 없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질책하듯 말한다.
어제 저녁부터 몇 번이나 내게 물어봤는데.. 내가 괜찮다고 대답했다는 거다.

근데 통 기억이 없다.
정말 황당하다.
기억에 없는 일로 야단을 들으니 기분이 별로다.

그냥 그 옷이 불편한가보다 생각하고 다른 걸 내주든가..
아니면 지금 적당한 게 없으니 하루 정도 참고 입어보라거나 하면 되지..
왜 사람을 질책을 하냐고 대들었더니..

나는 항상 그렇단다.
마누라 말을 무시하고 귀퉁으로 듣고.. 그럴 바에는 대답은 왜 하냐는 둥..

억울하다. 난 기억에 전혀 없는데..
아내가 내게 없는 말을 할 리는 없고..
(내 습성을 잘 알고 있으니.. 영악하게 없는 말을 할 수도 있기는 하다.)

내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나이가 들면서 가는 귀가 먹어가나?

그런데..
아침에 출근해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게 있다.
남자는 뇌의 구조상 원래부터 여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기억도 못한단다.

나는 정상이다.

=> 그래서 내가 만든 아재개그가 있다.

결혼한 남자는 '혼남'이다. 왜냐고?
매일 혼나기에.. '혼남'이 일상화되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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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특강> _ 131231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진로특강을 했었습니다.

중학생들에게 하는 강의는 정말 죽음처럼 힘들다고 다들 겁을 주기에 많이 긴장을 하고 갔었는데..
다행이 애들이 비교적 잘 집중해주더군요.

아이들의 소감문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제 강의를 상당히 잘 들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아저씨께서는 '변리사보다는 변리사를 부리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변리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이 강의안 내용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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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을 맞으며> _ 141231

"갑오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어 못가리"

120년 전 구한말에 이런 민요가 유행했답니다.
그 때에도 지금과 같이 갑오년을 지나 을미년과 병신년으로 이어지는 시기였지요 해의 명칭을 엮어 절묘하게 운율을 맞춘 노래입니다.

동학혁명, 명성황후 시해 등이 일어났던 시기라 나라의 운명이 너무나도 위태로웠던 때였습니다.
그런 위기에 머뭇거리지 말고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낭패를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절박한 사회적 정서에서 저런 민요가 퍼졌겠지요.

지금 이 시기도 120년 전 그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적잖이 혼란스럽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는 것을 그들을 항상 접하는 저는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악성 디플레이션 조짐, 러시아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예측, 중국과의 FTA 등등..

"어려움의 진정한 위험은 어려움 그 자체보다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려움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용기와 희망을 앗아가기 때문이지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려움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일단 현실을 바로 직시하여 그 어려움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어려움을 헤쳐나갈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여 과감히 추진하여야겠지요.

여러분!!
새로이 맞이할 이 을미년이 을미적 거리지 않고 다부지게 도전하는 한 해가 되길 빕니다.
그리하여 더욱 튼실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병신년에서 반갑게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일체유심조>

다리에 한기가 느껴져
책상 밑에 두고 있는 작은 전열기에 스위치를 넣었다.

금세 한기가 가신 듯하여 한참 열심히 일하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전열기는 꺼져 있다.
애초부터 코드가 빠져 있었던 거다.

ㅠㅠ.. 하아~
또 하나 깨우침을 얻는다.
모든 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나저나 저 전열기를 지금이라도 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방송 볼륨>

지하철 방송 소리가 너무 크다.
조건 반사적으로 볼륨을 줄였다.
내 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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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지혜로운 자는
말 싸움에서 굳이 이기려 들지 않고,
어리석은 자는
말 싸움에서 결코 지려 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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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들의 수다>

새벽 기차를 탔다.

타자마자 잠을 퐈~악~ 청해서 부족한 잠을 메우며 이동하길 기대했는데..

그런데..
수다스런 할매들 몇 분이..
끝없이 온갖 이야기로 수다를 멈추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전화까지 해댄다..
전화 통화를 들어보니.. 중간에 적당히 내리지도 않고 끝까지 간다..

으아~ 오늘 새벽 기차는 완전히 망쳤다.
이 할매들 땜에 몬살겠다.. ㅠㅠ..

(* 차장에게 말해서 좀 조용히 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저 연세에 말도 마음껏 못하게 하는 건 가혹한 처사일 거라 싶어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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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_ 241022

고령화 사회..
이 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네..

70 넘은 형님들의 드라이버 거리가 나보다 20~30m 더 나간다.
나도 남부럽지 않게.. 210 정도는 보내는데..

도대체 이 양반들.. 얼마나 더 기다려나 힘이 좀 빠질려나..

국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거 아닌가 몰라..

** 
<야한 복장 욕하지 마라> _ 200915

"야한 복장 욕하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네 몸매로 남의 가슴을 뜨겁게 한 적이 있느냐."

~~~~~
그저께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내 앞에 선 두 젊은이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반대편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트에서
노출이 매우 심한 복장의 아가씨가 지나쳤는데..
그 아가씨를 보고 한 친구가 뭐라 비난하는 말을 하자,
그 옆의 친구가 대꾸하며 한 말이다.

"야한 복장 욕하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네 몸매로 남의 가슴을 뜨겁게 한 적이 있느냐."

사실은 좀 더 천박하고 찰진 말이었는데..
내가 좀 순화해서 옮겼다.

듣는 순간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나오는 바람에..
그 친구들과 마주 보며 잠시 머쓱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에 거의 버금가는 기막힌 언어 유희였다.

**
<세월 유감> _ 190928

어제 저녁..
오랜만에 친한 친구 일곱 명이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세월을 절감했다.

- 술을 마시는 사람은 2명 뿐이었다.
대장 내시경 후 용종 제거, 모레 건강 검진, 치과 치료 중, 통풍 등
온갖 다양한 술 못 마시는 이유를 나름대로 들이댄다.. ㅠㅠ..

-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공감하면서 자기의 사례들을 털어놓는데..
눈물 없이는 들을 수가 없었다.

- 남들의 이야기도 많이 했다.
정말 아줌마들의 수다를 쏙 빼닮았다.
근데 남 이야기 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ㅋ

- 정치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
다들 말을 꺼내려는 뽄새를 보니.. 이 넘들은 모두 꼴보수다.
이건 위험하다. 그래서 조기에 요령껏 차단했다.
신속한 조기 차단.. 매우 잘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 다음 달에 골프 약속을 잡자고 했는데..
아무리 맞춰봐도 날을 잡을 수 없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날이 도통 잡히지 않는다.
어떤 날을 잡아도 적어도 한 명은 안 된단다.
옛날에는 아무 날이나 잡아도 딱딱 맞던 시절이 있었는데..

- 손자 손녀 말만 나와도 눈이 반짝거리며 뭐라 자랑하고 싶은 친구가 셋이나 있다.
들어주기 지겹다.
내 늦둥이 아들 녀석이라도 잠시 끼어들어 자랑하고 싶은데..
누가 좀 물어봐줬으면 좋겠는데..
도통 틈을 주질 않네.

- 그렇게 3시간 반 동안 수다를 떨고도 이야기가 끝나질 않았다.
10시반이 넘어서야 식당에서 축객령을 받고서 할 수 없이 나왔다.

- 나와서 한 잔 더 먹으러 가자는 친구가 아무도 없다.

**
<칼럼 팬>

하~ 내 칼럼을 스크랩하여 모아두고 보시는 분이 있단다..

아내가 오늘 방문한 모교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시라는데..

글을 더욱 신중하게 조심해서 써야겠다.
근데..
글이든 뭐든 손에 힘들어가면.. 샷이 망가지는 법인데..

**
<최소율의 법칙>

'최소율의 법칙'이란..
식물의 생장의 한계는
그에 필요한 원소나 양분 중에서 가장 열악한 것 혹은 가장 최소의 것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식물의 3대 영양소는 질소, 인산, 칼리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중 둘은 충분하지만, 어느 하나가 필요한 양의 절반만 제공된다면, 그 식물은 절반밖에 자라지 못한다는
말로 대충 설명할 수 있다.

이 법칙은 발견자의 이름을 빌어 '리비히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이 '최소율의 법칙'은..
사람들의 모임의 성격이나 성숙도를 평가하거나 규정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친목 모임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조직은 리더가 그 조직의 강약과 비전을 결정하는데 반해,
리더가 없는 단순한 친목 단체에서는
그 내부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덜 성숙한 사람이 그 모임의 성숙도를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려 할 때, 꼭 무슨 안 될 이유를 찾아 끌어대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는 리더의 의지대로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만, 친목 모임에서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모든 일의 추진 여부가 휘둘리게 된다. 
잘 삐치는 사람, 사소한 일에 시비를 거는 사람, 고집 센 사람, 참여 잘 안 하는 사람 등이 있으면, 모임의 품질이나 성숙도는 그런 사람들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내가 속한 한 친구 모임에서 자잔한 마찰 해프닝을 지켜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
<뛰는 늙은이와 걷는 젊은이>

뛰는 노인네도 보기 편치 않지만,
걷는 젊은이도 보기가 좀 그러네.

산책 중에..
다부지게 뛰는 늙은이들이 있다.
그 건강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저 바라보고 있기엔 어쩐지 불편하다.
나이듦의 멋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배인 여유에 있는 법인데,
저토록 뛰는 것을 보면 아직도 못 이룬 욕망에 휘둘리고 있어 보여 짠하다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젊은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젊음의 매력은 뭔가를 다부지게 추구하는 절실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저런 느긋한 젊음은 아마 부모 잘 만나 어려움 없이 살아 왔고 지금도 땀흘려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어떻게 산책하느냐고?
어중간하게 약간 빠른 걸음으로 씩씩하게.. 

**
<명함 유감>

오늘 새벽 조찬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테이블 사람들과
인사하고 악수하며 명함을 주고받는 과정이 늘 있다.

그런데.. 내 것만 챙기고 자기 것은 내놓을 기미가 없다.
잠시 뻘쭘하다.
내 명함이 급 아까워진다.
이 테이블에 이런 양반이 둘이나 된다.

명함 안주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정말 별볼일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너무 대단해서 감히 함부로 명함을 돌릴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오늘 테이블에서 명함 안 준 양반은..
전자의 부류가 아닌가 내 맘대로 생각해버린다.
통상 명함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문자로 보내드리겠다는 등의 변명이라도 하는데.. 
이 자들은 그런 인사치레도 없다.

공자 말씀이 생각나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면 말을 잃는다."

여기서 '말'을 '명함'으로 대체하면 될 듯..
"명함줘야 할 때 명함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명함주지 말아야 할 때 명함을 주면 명함을 잃는다."

 

**
<버스 이용 촉진 공익 광고> _ 120915

정말 대단한 공익 광고입니다.

덴마크의 버스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광고인데..
이걸 보니.. 버스가 마구 타고 싶어집니다.
자막 내용을 보내 대충 이런 말이네요.

"운전기사가 멋지고, 시트도 쌈박하고, 인상깊은 장면들을 볼 수 있는 대형 파노라마 유리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멋진 기능의 벨,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손잡이들..
게다가 크고 길어~ 전용 차선도 있고.. 이것이 도로야~
버스는 밤에도 달린다~운전기사는 그래도 여전히 쿨하다.
그렇다. 버스는 쿨하다.
그래 이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좋은 자리를 잡아라!"

어떻습니까?
버스가 타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이런 공익광고 좀 해줬으면 싶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75F3CSZcCFs

 

**
<유머>

아내에게
"당신의 실수는 당신 자신이 끌어안아야 해"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가와서..
나를 꽈~악~ 끌어안았다.

**
<인형 학대>

이 인형이 저 닮았습니까?

넙데데한 모습이 좀 그런 듯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내가 오늘 입양을 했다는데..
가혹한 학대가 심히 우려됩니다. ㅠㅠ..

**
<라면을 끓이다가>

혼자서 한 끼 때우는 덴.. 역시 라면이지.

근데 이 놈의 인덕션을 켤 수가 없다.
한참 동안 온갖 짓을 다해봐도 도통 켜지지가 않는다.
이걸 진작에 배워놨어야 하는데..

잠시 좌절하다.. 다용도실에서 가스렌지를 발견했다.
역시 이런 재래식 기구가 쓰기 편하다.
가스렌지로
다행히 라면은 잘 끓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냄비 손잡이를 덥석 잡았다가.. 손가락을 데어버렸다. ㅠㅠ..

손가락이 울매나 쓰라린지..
거기다 내 무능한 서바이벌 역량은 어찌나 한탄스러운지..
서럽고 쓰라리고.. 이래저래 눈물을 삼키며 불어버린 라면을 꾸역꾸역 먹었다.

부엌일을 내게 가르치거나 시키지 않은 것도..
아내에 대한 나의 의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가스라팅이라 해야 하나?

(* 아내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그 냄비는 인덕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인덕션의 조작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냄비를 바꾸었어야 된다는.. ㅠㅠ)

**
<50년 만에 보는 친구> _ 231215

고향 친구들 모인다고 나오라기에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반갑게 대화를 나누다..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지 계산에 들어갔다.
한 친구는 사무실 이전한 이듬해에 보고 이제 보게 됐으니.. 17년 만이고..
한 친구는 군대 간 이후 처음 보니 44년 만이고..
친구는 중3 때 헤어지고 처음이라.. 50년 만이라 카네.. ㅠㅠ

세상에.. 우찌..
지난 세월의 계산을 반세기 단위로까지 세게 되다니..

**
<진땀나는 상황> (20140825)

정말 진땀나는 상황이었다.
황당한 대형사고를 칠 뻔했네..

오늘 오후 2시부터 KISTI에서 강의가 있어..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좀 일찍 홍릉으로 갔는데..
강의장에 아무도 없다. 담당자마저도..

불길한 생각에 기억을 더듬으니..
앗차차차차~ 오늘 강의 장소는 대전이다.

이 일을 어쩐다.
이 난감함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
일단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당연히 펄쩍 뛴다.

일단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대신 강의를 해줄 강사를 알아보기로 하고 전화를 돌렸다.
그러던 중..

세상에나~
내일 강의할 강사가 마침 대전에 내려와 있는 것이다.
나와 맞바꿀 수 있단다.

우찌 이런 기적이..
그 양반은 왜 씰 데 없이 그렇게 절묘하게 거길 가 있어서..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해주는 걸까?

고마운 마음이야 이루 말할 바 없는데..
틈만나면 유세를 떠는 모습을 봐줘야 할 걸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좀 아프다. ㅋㅋㅋㅋ..

**
<출근길 장면들> _ 170901 ·

S#1..

집 가까이에 고등학교가 있어 아침 출근 때마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스치며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여자 아이들의 화장과 복장이 가관이다. 하나같이 강시처럼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새빨갛게 칠하고 다닌다. 치마는 껑충하니 올라가 있어 저걸 입고 어떻게 수업을 하나 싶다.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남녀 공학이라는데..
도대체 무엇이 저 생기발랄한 애들을 퇴폐스런 페인트로 덧칠하고 다니게 만들었을까? 사회심리학적인 해석과 처방이 필요하다.

S#2..

지하철에 내가 서있는 바로 앞에 앉은 아가씨는 화장을 하느라 부산하다. 별로 크지도 않은 가방에서 온갖 도구와 화장품이 들락거린다. 그 모습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도 바로 앞에서의 그 움직임이 느껴지니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화장하는 모습이 그리 예쁘지 않다. 속눈섭을 다루느라 흰자가 다 드러나도록 눈을 위로 까뒤집기도 하고, 턱을 내밀고 비틀고 볼을 움직여대는 모습이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영 유쾌하지 않다.

저렇게 화장을 하는 이유는 나름 자신의 위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필요 이익이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저 아가씨의 필요 이익 때문에 희생되어야 하는 나의 정서, 나의 외부불경제 손실은 어디서 보상받나?

S#3..

모두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와 화장하는 아가씨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그러고 있다.

둘러보니 한두 사람만이 화면을 보지 않고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나도 평소에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는데, 오늘 이어폰을 두고 온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화장하는 아가씨를 관찰하거나,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통일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마치 그들이 나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마트폰으로 외부와 철저히 단절한 사람들은 그들끼리 뜻이 일치하는 동지감을 보여주고,
개방된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소외감을 느낀다.

소외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나도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해.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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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의 가장 슬픈 말>

골프장에서 듣는 가장 슬픈 말은?

"사장님은 치셔도 됩니다~"

비거리가 짧아 앞팀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사람에게 캐디가 먼저 치라고 할 때 그런 말을 한다.

어제 오랜만에 라운딩을 갔는데..
70을 훌쩍 넘긴 두 용띠 형님들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보다 30m는 더 나간다.
아니 이 양반들은 도대체 뭘 드시는겨?
나보다 몇 살 적은 한 양반은 금수와 다름없이 날려보내고..
통 인정머리가 없어.

그나마 스코어는 대충 엇비슷하게 따라갔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나이의 자존심은 역시 비거리가 아닌가..
영 꿀꿀한 라운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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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개구리 먹어볼겨?>

살아있는 개구리를..
아침에 첫 식사로 삼아 먹어보게.
그러면 그 하루 동안에는
적어도 그보다 더 나쁜 일을 결코 생기지 않을거네.
_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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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유감>

막말 유감..

대학 때 한 친구에게 두 번 다시 보지 말라고 절교를 선언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이내 서로 군대를 어긋나게 다녀오고 졸업하여 각자 다른 곳에 취직하다 보니 만날 기회도 화해할 기회도 없이 세월이 흘러버렸다.

졸업후 30년쯤 지나서 우연히도 어느 골프장 사우나에서 만났다.
그저 반가운 마음에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그 친구는 한 외국계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 되어 있었다.

몇 마디 인사의 끝에 그 친구가 불쑥 묻는다.
그 때 자기에게 왜 그랬냐고.
내가 그렇게 모질게 절교를 선언한 이유를 묻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는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는 큰 상처였던 것이다.

하~ 그런데.. 나는 그 이유..
절교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전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고등학교 동기이면서 대학에서도 같은 과에 다니던 그 친구와는 항상 티격태격 잘 다투었다.
성격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특히 그 친구의 좀 짓꿋은 장난 습관이 가끔 내 취약한 부분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마도 그때는 내가 제대로 열을 받아버렸던 모양이다.

그 사우나에서의 조우 이후에는 만날 일이 없었다.
'옛날 그렇게 된 이유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이제 서로 잊어버리고 가끔 얼굴이나 보자'라는 말을 나누고 사우나에서 헤어졌었다.
그 뒤 만나보려고 다른 친구들과 엮는 등 기회를 만들어서 연락을 취해봤지만, 해외근무 등 수긍이 갈만한 이유들로 인해 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단호한 판단이나 결정의 언어를 섣부르게 써버리고는 후회를 한다.
거래 관계에서나 심지어는 가족들에게도.. 가끔 오랜 전에 근무했던 옛 직원들을 만나서도 그런 지적을 듣는다.

막말의 힘은 정말 무섭다. 그리고 질기다.
4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원인은 까맣게 잊어버렸어도 내뱉어진 그 말의 영향력은 아직도 당사자들의 가슴에 시퍼렇게 살아 숨쉬고 있으니..


좀더 너그럽고 여유있게 살자고 항상 다짐한다. 아무리 뜻이 맞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었을 때 상대가 건너오거나 내가 건너갈 수 있는 작은 다리는 반드시 남겨놓아야 한다고.
카톡에도 이렇게 써다닌다. "너그러움은 나이듦의 훈장이다.


오늘 내가 속한 CEO단체에서 그 친구가 있는 회사를 견학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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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장면. 지하철 신문>

이 아침 지하철에서..
선 채로 종이 신문을 좍 펼쳐보는 빌런이 있다.

이른 시간이라 아주 비좁진 않지만..
만만치 않은 공간을 절묘히 활용하여 접고 펼치며 유유히 신문을 본다.

참 오랜만에 보는 희귀한 장면이다.
워낙 귀한 모습이기 때문인지 그다지 미워 보이진 않는다.

지하철에서 남들 어깨 너머로 신문을 훔쳐 보거나 누가 두고 내린 것을 주워서 보는 재미를 즐기던 시절도 있었는데..
덕분에 몇 가지 볼만한 기사를 슬쩍 훔쳐 볼 수 있었다.

원희룡이 분노조절장애.. 킬러문항 없애도 문제다.. 남쪽에 비가 많이 내린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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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의 추억, 온고지신(溫故知新)>

옛날 고3 때 독서실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당시 공부가 어중간한 놈들이 마음이 바빠지면 나름 독하게 공부해보겠다고 독서실에서 먹고 자고 하며 그런 궁상을 떨곤 했었는데.. 나도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몇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었다.
그 독서실에는 좀 말 귀가 통하지 않는 어리숙한 실장 형이 있었다. 근데 이 형이 난방을 영 쩨쩨하게 관리하여 애를 먹었다. 군데군데 배치된 몇 개의 난로가 난방을 담당하였는데, 연료비를 아끼려고 그랬겠지만 새벽만 되면 무척 추웠다.
그래서 하루는 그 형에게 칠판에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한자로 써 보여 주면서 말했다.

"형, 이 온고지신이라는 말, 들어봤지요?"
"응"
"형도 잘 알겠지만, 따뜻할 온, 까닭 고, 알 지, 새로울 신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뜻은 ‘따뜻한(溫) 고(故)로 지식(知)이 새로워진다(新)’라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공자님 말씀입니다. 다시 말하면 추워서는 공부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이지요. 여기가 뭐하는 뎁니까? 공부하는 독서실 아닙니까? 공자님 말씀을 따라서, 좀 더 따뜻하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구라 덕분에 그 이후 좀 따뜻하게 지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온고지신을 주제로 칼럼을 썼던 적이 있다.
이 글은 절대 구라가 아니다.

https://athenae.tistory.com/1478

 

[허성원 변리사 칼럼] #43 온고이지신, 까닭을 익혀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라

온고이지신, 까닭을 익혀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라 임금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무슨 말인가?”라고 하니, 이유경이 “옛 글을 익혀 새 글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라고 하자, 임금이 말했

athena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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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젖어보자>

비가 올 때..
가슴으로 젖는 사람과
몸으로 젖는 사람이 있다.

비오는 날엔
파전과 녹두전에 막걸리가 있어야
당연히 앞자리를 차지한 친구가 있어야
가슴으로 촉촉히 젖어드는 법이지.

이런 게 없으면
애처롭게
그저 몸으로 젖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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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와 남자>

프로노를 보지 않는 남자는 정녕 없는가. ㅠㅠ..

캐나다 몬트리올 대 연구팀은
포르노를 보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비교한 연구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들은 곧 연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노를 보지 않는 남자를 찾을 수 없었단다.

괜히.. 연구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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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

어제 은퇴한 70대 정치인 두 명을 만났다.

같은 모임 자에에서였지만,
이 두 분과 시간차를 두고 짧지 않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들 두 사람에게서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한 분은 끝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인맥, 그가 이룬 업적,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식들, 재산 등..
온갖 주제에 대해 쉬지않고 함께 앉은 사람들에게 주입하고자 노력했다.

그가 이루고 가진 것을 훤히 알게되고 좀 부러운 면도 있었지만,
그의 인격에 대해서는 조금도 부러운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다른 한 분은 '질문'을 많이 했다.
아주 구체적인 질문으로 함께 한 사람들에게 시종 말하게 하고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특히 상대의 이름과 직업 등을 제대로 외우려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대화 중에 처음 본 내 이름을 의식적으로 근 10번 정도는 반복하여 말하면서 기억하고자 하는 정성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 개인에 대해 별로 알게 된 것은 없었지만,
나의 이야기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고 묻고 진중하게 들어준 고위 인사(그는 국회의장 출신이다)는 처음이다.
그분의 인격의 무게를 묵직하게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한 사람은 자신의 우월성을 강요하려 했는데,
다른 한 분은 한참 어린(?) 나를 자신과 함께 중대사를 토론하는 귀중한 동반자로 여기게 해주었다.

어제 나의 경험은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의 이야기와 겹쳐진다.

~~~~~~~~~

디즈레일리(1804-81)와 글래드스턴1809-98)은
모두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로서,
각자 보수당과 자유당(노동당)의 대표였으며,
모두 영국의 총리를 역임한 적이 있는 선의의 정적이었다.

어느 한 여성이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톤을 각각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은 가졌다.
누군가가 그 둘을 비교하여 말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글래드스턴의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한 후,
나는 그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한 후에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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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대>

사과의 가치를 줄자로 잴 수 있나?
사과의 핵심역량은 맛과 외관일 것이다.
길이를 재는 줄자로 어찌 사과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모든 사물에는 그에 걸맞는 평가 방법이 있다.
길이를 재거나 무게를 달아서, 혹은 어떤 건 부피로 값을 매긴다.
때론 향기나 형상이나 색깔로..

그 잣대가 다르면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의 이슈들을 보면..
무게를 가지고 논해야 할 사안에서 뿌득뿌득 길이를 말하는 인간들이 많다.
오직 줄자 하나만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그런 인간들이
판단의 권한을 가지고 목소리까지 더 크니.. 

**
<PC방 피서> _ 160806

오늘 하루는 PC방에서 개긴다.

냉방 좋고 컴 속도 빠르고 최고의 피서공간이다.
오늘과 내일은 여기서 다음주에 해야할 강의준비나 하자.
근데 들어올 때만 해도 썰렁하던 이 넓은 공간이 금세 꽉 찼다.

옆자리들은 다른 빈자리가 다 사라지고 나서 마지막에 찼다.
얘들에게도 나같은 꼰대는 기피 대상인갑다.

대체로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같은데,
이넘들은
게임을 죽기살기로 한다.
그 가운데에서 나 혼자만 조신하게 이상한 딴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괴성을 지르는 놈, 뭐라 연신 중얼거리는 놈, 몸을 과격하게 쓰는 놈, 헤드폰을 끼고 옆 친구와 악을 쓰며 대화하는 놈.. 별 놈이 다 있다.
게임회사가 힘쎈 검사에게 큰 돈을 벌게 해줄 능력을 가지게된 이유를 알겠다.
게임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피할 수 없는 문화이고 소통의 수단인 것 같은데.. 어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막아서 될 일도 아니고, 권장할 일도 아닌 듯한데.. 긍정적인 방향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근데 저 녀석들 숙제나 잘 하고 노는건가?
이런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확실한 꼰대다.

**
<매미>

매미..

이 녀석들이 올해도 방충망에 붙어
온 집안을 울림통 삼아 소리를 질러댄다.
그 바람에 휴일날 아침 끄트머리 잠을 더 즐기질 못하고 도리없이 일어났다.

근데.. 이넘들은 지 짝을 왜 여기서 찾는거야?
마치 우리가 숨겨놓고 내주지않는 듯..
집안에다 대고 악을 쓰며 내놓으라고 패악질을 부려댄다.

 

**
<진정한 고수 캐디>

어느 골프장에서..

티샷을 위해 카트가 출발하기 전에
캐디가 동반자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한다.

"저는요.. 성희롱, 성추행 같은 건 전혀 문제가 안 되니까요.
그건 신경쓰지 마시고, 단지 폭행만은 삼가해주세요."

그날.. 우리가 성희롱 당했다.
하지만 너무도 편하고 즐거웠다.
팁이 팍팍 나왔다. 얼마인지는 노 코멘트..

**
<일병, 이병, 삼병..>

일병, 이병, 삼병, 사병..
어느 국회의원이 사병들의 계급을 이렇게 불러 구설수에 올랐다.

이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 일이다.
고향 친구가 술자리에 후배를 데리고 왔다.

그 친구 이름이 '이병'이었다.
대화 중에 사무실 인테리어 이야기가 나오자,
'이병'이 자기 동생이 그쪽을 일을 하니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다음 날 '이병'의 동생이 사무실에 왔다.
명함을 내미는데.. 이름이 '삼병'이다.
그 이름을 보고 내가 '삼병'에게 말했다.

"자네 큰 형님 계시지?"
"예."
"그 큰 형님 이름 내가 알겠다. 그 형님 이름이 '일병'이재?"
"아닙니다."
"응? 그럼 뭔데?"
"'한병'입니다."

우리는 크게 웃었다.
자기 아버지가 술을 워낙 좋아해서.. 아들들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나.
근데.. 그 집에 '사병'이가 있는지는 안 물어봤었네..

**
<이웃의 빵을 탐하지 마라>

'좌빵우물'

이 사자성어는 반드시 반드시 기억해 둬야해.
빵은 왼쪽 것이, 물은 오른쪽 것이 내꺼다.

오늘도 조찬세미나에 와서..
이웃
의 빵을 탐하다가 조금 뻘쭘해졌다.

근데.. 더 민망한 건.. ㅠㅠ..
좌우 양쪽 빵을 모두 조금씩 뜯어먹었네.. 나도 모르는 새.
그래도 옆자리 분이 고맙게도 무척 점잖은 분이시네..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부탁하여 뻘쭘함을 메웠다.

**
<고환의 상세한 설명>

80년대 말의 이야기다.
(옛날 이야기를 자꾸 해대면 진짜 꼰대가 되는데..)

PC가 제대로 보급되기 전이라..
담당자가 특허출원 명세서를 손으로 쓰면, 그것을 타이피스트들이 먹지를 대고 타이핑해서.. 서류를 여러 부 만들어 특허청에 제출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내가 다니던 사무소에서는 PC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하고, PC를 쓸 지원자를 신청 받았다.

내가 1번으로 신청했다.
그리하여 내 자리에 사무실에 유일한 컴퓨터 한 대가 턱 하니 설치되었다. 옆에는 도트프린터까지. 이 프린터가 출력할 때는 괙~괙~ 하며 기차 경적소리로 온 사무실을 뒤집어 놓기에, 방음 상자 속에 집어 넣었는데.. 그게 책상 하나를 차지했었다.
PC로 명세서를 타이핑하는 일이 얼마나 신기했겠나. 한동안 구경거리였다.

그러던 중 한 번은 특허청 심사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대체 명세서를 이 따위로 작성할 거냐고..
놀라서 부리나케 들어갔더니(그땐 특허청이 강남 국기원 사거리에 있었다)..
변명할 수 없는 민망한 사고가 있었다.

실용신안 출원 명세서에 '고안의 상세한 설명'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고환의 상세한 설명'이 타이핑되어 있는 게 아닌가.
난감했지만.. 그런 일이야 약간의 소란으로 해결되긴 하였는데..

뒤에 알고 보니..
사무실의 동료 친구 한 녀석이 장난 치느라
내 PC의 작업 중인 문서에서 글을 건드려 바꿔놓았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의견서 중에 '심사관님께서 지적하신..'이라는 부분에서는 '심사관놈께서..'로 바꿔놓은 장난도 곧 드러났었다.

컴퓨터가 도입되던 초창기의 해프닝인데..
페친 한 분께서 비슷한 착오를 말씀하시기에.. 옛날 일이 생각이 나서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
<어른이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목줄을 스스로 끄는 것.

니체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는
남의 명령을 듣게 되어 있다"고..

 
 
 

**
<애들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다>

이 칸에는 온통 꼬맹이 녀석들이다..

말을 겨우 할 줄 아는 녀석도 시끄럽고 말못하는 녀석도 뭐라고 꽥꽥대며 뜨든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놈, 내 뒷머리를 툭툭 치는 놈, 출입문을 연신 열었다 닫았다 하는 놈..
그 중에 어떤 애기 엄마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애기와 줄창 대화를 한다..

KTX에 이런 특별한 칸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유아동반칸이네..
우짜다가 여길 예약해가지고.. 끙..

애들은 하나씩 보면 천사다. 너무도 사랑스럽다.
아~ 그러나..
좁은 공간에 집단으로 있으면.. 모두 악마다. 

**
<매운 명태찜>(2023년 6월 2일

오늘 점심은 매운명태찜 집으로 갔는데..

전에 비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거기다 우리보다 늦게 온 옆자리에 음식이 먼저 나왔다.
점잖은 우리는 싫은 소리도 안하고 우아하게 기다렸다.

제법 더 기다려서야 우리 것이 나왔는데..
그런데 4인분 짜리가 나왔다. 우린 세 명인데..
그 메뉴는 1인당 명태 1마리니까.. 딱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옆자리로 눈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긴 4명이 왔는데 3인분짜리 접시였다.
그들은 그걸 잘 모르는지 아무 말없이 다부지게 잘 먹고 있다.
상황이 짐작이 간다.
순서만 바뀐 게 아니고 접시도 바뀐 것이다.

우리는 잠시 눈빛만으로 이 난감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
- 옆자리에 사실을 말하고 한 마리를 옆으로 전달해 주어야 하나.. 그건 영 어색한 일이지.
- 종업원을 불러 상황을 알리고 적어도 옆자리의 억울함을 바로 잡아야 하나.. 그러면.. 장하나를 쏙 빼닮은 여종업원(주인 딸일 가능성이 높다)의 입장이 울매나 곤란해질까..
-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조용히 넉넉히 먹어보자..

결국 우리는.. 소극적인 방향으로.. 주는 대로 조용히 먹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명태 한 마리를 더 먹고 싶어서는 절대 아니다.
적극적으로 옆자리나 종업원에게 알리면.. 지금의 평온 무사한 상태에 상당한 혼란이 오게 될 것이고.. 그 예쁜 여종업원이 혼날까 염려도 되고..

여하튼 우리는 오늘 점심을..
정의, 양심, 형평, 욕심, 사회적 평화, 연민 등 온갖 정서의 갈등과 함께..
맛있고 푸지게 먹었다.
나오면서.. 계산서를 확인해보니.. 3인분만 계산되었다.
안도의 마음으로..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
<아인슈타인 형님>

"여자들이 항상 걱정하는 것은,
남자가 잊어버린 것이고,
남자들이 항상 걱정하는 것은,
여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_ 아인슈타인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습니까?
잘 모르겠으면 그냥 외워두시는 것으로..
천재인 아인슈타인 박사님의 말씀이니까..

**
<어깨너머..>

출근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본다.
너무 재미있는데..
너무 빨리 넘긴다. ㅠㅠ..

내가 보고 있다는 걸 감지하니까.. 더 빨리 넘기는 듯..

**
<신랑신부 친구분들 나오세요>
(2017년 6월 3일)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 친구들 사진 촬영한다고 나오라고 하기에..
순간 나가야 한다는 조건반사로 엉덩이를 잠시 들썩였다.
아~ 오늘은 친구 딸의 결혼식이지..

친구 결혼식에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혼주의 친구로 결혼식장에 다니고 있다..
세월 참 무상...

**
<인생 만사는 새끼발가락과 같은 거야>

새끼발가락의 상처..

나는 새 신을 사면 오른발 새끼발가락에 상처가 잘 난다.
발가락 바깥쪽이 신발에 슬켜 피부가 벗겨져 따가운 것이다.

마음 독하게 먹고 산 비싼 신일수록 더 그렇다. ㅠㅠ..
오늘 신고 나온 신도 조심해야 한다. 발가락을 최대한 오므리고 사뿐사뿐 얌전히 걷는다.
그 이유로.. 오른쪽 신발의 볼이 좁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여겼다.
반창고를 붙이거나 두꺼운 양말을 신든가 하며 대응했는데..

오늘 출근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게 아닌 거 같다.
나는 오른발이 왼발보다 약간 작다. 그래서 항상 신발을 살 때는 왼발에 맞춰 산다. 그러니 오른쪽 신발의 볼이 좁을 리가 없다.
오히려 오른 발이 신 안에서 많이 논다. 여유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 나는 오늘 큰 것 깨달았다.
새끼발가락의 상처는.. 발 공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남아돌아서 생기는 것.
공간이 남으니 발가락이 지맘대로 놀다가, 신발 벽면에 부딪고 슬켜서 껍질이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틈을 주면 안돼. 이것들은 틈을 주면 꼭 뭔 사고가 생겨.'
군대생활할 때 많이 듣던 소리다.
어디 군대뿐이랴. 개인이든 회사든.. 틈이 생기면 사고가 터져.

그러니까..
인생 만사는 새끼발가락과 똑같은 거라니까~
틈을 주면 안돼.

 
 
**
<느낌이 쎄~ 할 때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아내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아들이 길게 드러누워 자고 있고, 나는 뒷자석에 끼어 가다가..
운전을 교대하기로 하고.. 졸음 쉼터에 멈췄다.

아내는 화장실 안 간다고 하기에, 혼자 화장실 다녀와서 운전석에 앉아 출발했다.
잠시 가다가 백미러로 뒤를 보니..
익숙한 체형의 한 여성이 화장실에 나와 막 달려오고 있다.
느낌이 쎄~해서 차를 멈추며 뒷자리를 보니 거기엔 아내가 없고 휑하니 비어있다.

헉.. 아내가 죽기살기로 달려와..
살기 띤 눈빛으로 차를 타서는..
잔소리가 터지기 시작하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기에..
잠자는 아들 핑계를 대니 겨우 조용해졌다.

조금 있다 보니 어디다 열심히 문자질을 하고 있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나의 만행을 온 동네에 성토한다고..
(아마도 나를 제거할 명분을?)

에궁.. 갈수록 이 한 목숨 부지하기가 우찌 이리 힘들냐.. ㅠㅠ..

**
<중2의 공포> (2014년 3월 24일)

달리 공포의 중2가 아니다..
이 녀석들이 무서워서 북이 도발을 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더니..

중2 아들놈이 어제 저녁 제 엄마와 머리를 깍고 들어왔다.
좀 시원하게 깍고 왔는데..
내 아들이지만 훤하게 잘 생겼다.
소지섭이는 저리 가라다.
그 동안 온통 덥수룩하니 덮은데다 이마까지 가리고 다니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얼굴을 좀 드러내 놓으니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영 불만인 모양이다.
볼멘 얼굴이 불퉁하다.
지 나름대로 화장실에서 물을 뭍혀 손을 보고(?) 왔는 데도 영 아닌가 보다.
지 엄마에게 푸념을 해댄다.
오늘 가지 말자고 했더니.. 엄마가 깔끔하게 해달라고 주문을 해서 그런다는 둥..
엄마는 엄마대로 억울해서 소리 높여 대꾸를 하고..
바깥의 거실이 한참 동안 시끄럽다.

나이에 비해 제법 속이 올찬 놈이라 이런 일로 신경쓰게 한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따라 유독 생억지를 부려댄다.
못들은 척 하고는 있었지만 속이 슬슬 끓어오른다.
내 급한 성질에 당장이라도 나가서 호통을 쳐 찍소리 못하게 눌러놓고 싶다.
하지만 들은 이야기가 있어 꾹 참는다.
저 때는 골프공과 같아서 좀 힘이 들어가면 악성 슬라이스가 되어 OB가 나버린다는..

좀 조용해지고 나서 아들에게 가서 말했다.

살다보면 항상 문제를 만나게 된다.
모든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하면 되니 이제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좀 마음은 편치 않겠지만 어쩌겠냐.
아무리 화를 내고 용을 써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심력을 쏟는 건 어리석지 않냐?
그게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을 해도 대답은 여전히 삐딱하고 퉁명스럽다.
좀더 확실히 알아듣게 뭐라 좀 물리적인 가르침을 더 줘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하다가..
이 녀석의 반응이 두려워서 참고 물러났다.

10여분.. 내 할 일 하고 있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옆에 와서 헤헤거리고 부비고 장난을 친다.

짜슥이.. 에궁.. 참..
참길 잘했다.
또 한 번 배운다.

**
<이슬 같은 여성>

오늘 전철로 출근했다.
저녁에 술 약속이 있어서 차를 두고 나왔다.

전철을 기다리는데 한 젊은 아가씨가 긴 머리를 찰랑찰랑 휘날리며 가볍게 뛰어온다.
별 미인은 아니지만 그 모습이 무척 발랄해 보인다.
저런 아가씨가 사무실에 하나쯤 있으면..
사무실 분위기가 훤히 밝아질 거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아침에 좀 서둘렀나보다.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았다.
새벽 숲속 길에서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는 느낌이다.
오늘 하루가 상쾌하고 유쾌하게 시작될 거 같다.

전철이 왔다.
차를 탔더니 그 아가씨가 가까이에 섰다.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뭔가를 열심히 한다.
도대체 뭘 하나 하고 슬쩍 보니 애니팡이다.

고수급이다.
연신 터진다.
덜 마른 머리카락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그 아가씨.. 이제 보니..
맹한 데다.. 무지 칠칠맞아 보인다.

저런 아가씨는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면 안되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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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규정 준수 방법>

공중화장실법에 따르면 여성화장실의 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돼야 한다고 한다.
또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공연장 등에서는 남성 대소변기 합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어느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화장실을 신축하면서,
남자 소변기의 수를 당초 5개에서 2개로 줄여버렸다고 한다.
여성 변기의 수를 남자 변기 수에 맞추라고 하니..
여성 변기를 늘리는 게 아니라 남성 소변기를 줄여버린 것이다.
참 기가 찬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변기 수를 정하는 기준을
단순하게 남녀 대비로 할 것이 아니라..
좀더 과학적인 기준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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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지마>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으면..
보는 사람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겠죠.

이 그림처럼 상황에 맞는 그림이 그려진 걸 차고 있으면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역시 아이디어란.. 반드시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거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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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갑질?> 190701

참 나..
오늘 아침 잠시 내 기분을 자극하는 일이..

지자체 산하의 한 기관으로부터 회보에 실을 글을 부탁 받았었다.
바쁜 시간 쪼개어 주말에 열심히 썼다.
아침 새벽에 마무리하고 블로그에 올려놓고서는
블로그 글의 URL을 담당자에게 카톡으로 통지했다.
난 주로 블로그에서 직접 작업하기 때문에
원고는 주로 이렇게 전달해왔었다.

담당자가 카톡을 보내왔다.
아래아 한글 파일로 보내달란다.
외출 때문에 지금 그럴 시간이 안되니까..
블로그에서 복사하여 옮기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그러면 글을 싣지 않겠다고 한다.
그 말에서 감지되는 느낌은..
감히 내 지시 혹은 요구를 거부하다니.. 라는 반응이다.

하~ 참.. 기가 차서..
내가 실어달라고 사정을 한 것도 아니고,
원고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부탁을 받았으니 지역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써준 건데..

지자체장이 아무리 대단한 철학을 가졌다해도 실무자의 태도가 이따위라면..
팔걷어치고 제대로 교육을 좀 시켜줘야 할까..

=> (페이스북의) 이 글을 읽은 그 부서 팀장이 내게 연락해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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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으니까 답이 없지요> (2016년 6월 2일)

나도 경상도 출신이지만..
경상도 남자들의 비매너 무뚝뚝함은 이 나이가 되어도 정말 적응이 안된다.

좀전에 탔던 택시 기사는 뭐라 말을 해도 도통 대답도 없고,
승객이야 어쩌든 야구 중계의 볼륨을 양껏 올려 듣고 있다.

이전의 한 다른 택시기사도 그랬다.
택시 타면서 어딜 가자고 말해도 답이 없길래..

"내가 어디 가자고 한 말 들었어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기사의 대답.
"들었으니까 답이 없지요"

헉.. 지극히 맞는 말이긴 하다. 듣지 않았으면 목적지를 당연히 물어봤겠지..

그 순간 내가 객지에서 오래 살다 왔음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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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자리 양보>

지하철에서.. 자리가 비길래 내가 앉으려다가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서계셔서 양보해드렸다.

그 할머니 그냥 앉으시면 될 텐데..
나 앉으라고 비켜주신거냐고 묻는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러고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앉으신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다음 중 하나를 고르시오.

1번. 아직 싱싱한 내게 자리를 양보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2번. 참 예의바른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로다.
3번. 이 영감탱이가 내게 마음이 있나?
4번. 양보해줄만한 입장이 아닌데..
5번. 엉덩이에 종기가 났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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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란>

진정한 기적은..
물 위를 걷거나
하늘을 걸어다니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땅 위를 걸어다니는 데 있다.
_ 틱 낫 한

틱 낫 한 스님은 지난 달(22년1월)에 돌아가신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지요.
저는 이 분의 말씀을 제대로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 번 설 전날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도 어지러워서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더군요.
멀미한 것처럼 속까지 울렁거리고,
힘들게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으려는 순간 코피도 왈칵 터졌습니다.
그 순간.. 들은 이야기가 있어 뇌졸중이나 뇌출혈이 연상되었습니다.
급히 아내를 깨워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어지러움과 구토를 참으며, 병원에 가는 동안과 응급실에서 이리저리 다니며 검사 받거나 대기하는 중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주위에서 이런 증세로 오랫동안 고생하거나 심지어는 갑자기 세상을 뜬 사람에 대해 보거나 들은 사례가 여럿 되거든요.
내가 갑자기 잘못되면이라는 가정을 해보니 생각할 게 너무 많고 마음은 더욱 바빠지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별 문제가 아닌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이석증 때문인 것으로 진단이 나고, 작은 알약 두 개씩 먹는 것도 이틀이 채 되기 전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밀 진단은 따로 받기로 예약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에 해프닝이었지만, 느낀 바는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숨쉬고 말하고.. 땅 위를 멀쩡히 걷고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적을 보고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이렇게 글로 제 경험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이 상황도 기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날 마침 설을 쇠기 위해 아버지가 올라와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28년생이니 우리의 세는 나이로 95세가 됩니다.
병원에서 돌아와보니 점심 때가 지나 있었는데,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황망했습니다.
걱정과 당황스러움에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스러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하신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누거나 추스리지 못하고, 우리를 보더니 큰소리부터 치셨습니다.

새벽에 나가면서 병원에 간다고 아뢰었고, 진료 중과 병원을 떠날 때 미리 전화를 드렸는데도 그 몇 십분이 이 노인의 간절하고 조급한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은 것입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멀쩡히 옆에 있는 전화도 찾지 못해 우리에게 연락하지 못하신 겁니다.

9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사시면서 온갖 일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한국전쟁에 참전하였고,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 다 그렇듯 이루 말로 다하지 못할 온갖 역경과 간난을 온몸으로 겪으며 대가족을 건사해오셨습니다. 그리고 먼저 가신 조부모, 부모, 형제 등 여러분들을 당신 손으로 직접 거두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에 단련되어 무쇠같이 강하신 그런 분이 저의 작은 해프닝에 놀라 그토록 황망해 하실줄이야.

우선 아버지를 놀라시게 한 것이 너무도 죄스러웠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효도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애정 차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입니다. 나도 내 아들에게 급한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처럼 처신하게 되겠지만, 아버지의 입장과 아들의 입장이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여하튼 이 번 설에 일어난 작은 해프닝은 삶의 기적과 부모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
<90 아버지와 60 아들>

오늘 할머니 제사라, 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시외버스로 오시는데 근 너댓 시간은 걸린다.

아버지는 올해 만 90세가 되시는데, 3년 전에 제사를 내게로 옮겨온 후 4대의 기제사와 두 번의 명절까지 거의 빠지지 않으신다. 동생 가족이 생업 때문에 함께 오지 못할 때가 많으니 대체로 혼자 다니신다.

아버지를 뵈니, 작년부터 신경 쓰이던 집 마당가의 가죽나무가 생각났다.
20수년 전에 새로 집을 지으면서, 그 전에 있던 가죽나무를 베었는데, 그 곁뿌리에서 올라온 것이 지금은 아름드리 고목이 되었다.
이 나무가 자라서 가지가 무성해지니 바람이 불거나 하여 일부가 부러질 우려가 생겼다. 그 가지가 낮은 지붕의 옆집을 덮치면 재앙이다.

나 : " 가죽나무 그거 아직 그대로 있지요?"
아버지 : "그렇잖아도 더위가 좀 가시면 태풍이 오기 전에 자를려고 마음 먹고 있다."
나 : "제가 일간 들러서 자르겠습니다."
아버지 : "너그들은 위험해서 안 된다. 내가 올라가서 잘라야 된다."
나 : "네? ......."

실제로 아버지는 몇 년 전에도 나무에 올라가서 가지를 쳐내기도 하셨다.
내가 마침 보았기에 기겁을 해서 올라가 교대하기는 했지만,
사실 아직도 일머리는 나보다 훨씬 나으시다.

몸을 써서 하는 일은 환갑이 지난 이 아들도 미덥지 않으신 거다.
허기사 20대의 조카나 아들이 나무에 올라간다고 하면.. 나도 애들을 말리고 내가 올라갈 것 같기는 하다.

90의 아버지에게는 60의 아들이 아직 어리고 서툴러보이시니.. 그 참..
아버지가 미처 나무를 손보시기 전에 이번 주에 서둘러 가서 처리를 해야겠다. 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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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할머니>

정자역 5번 출구에 할머니 노점상.
항상 저 자리를 지키시나 보다
이 늦은 시간에..
애호박 3개, 깐 마늘 두 봉지, 대파 서너 뿌리, 깻닢 두어뭉치..
이 시간에 누가 사갈 거라고 저렇게 펴놓고 계시나
얼핏 옆모습에서 몇 년 전 떠나신 어무이가 보인다
어중간히 취해 지나치는 내 발걸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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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할머니>

재판이 있어 사무실에서 법원으로 걸어가는 길에
많이 연로해 보이는 할머니가 이 더운 날씨에 좌판을 깔고 앉아계신다.
무엇을 파나 하고 보니.. 고무장갑이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3컬레에 만원이란다.
물건이 이거 밖에 없느냐..
이거 팔고나면 집에 들어가서 쉬실거냐..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그걸 모두 샀다. 고무장갑 들고 법정에 들어가긴 처음이다.

그런데 돌아올 때 보니..
그 할머니는 갈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역시 장갑 세 컬레를 들고 행인들을 향해 흔들고 계셨다.
왜 집에 안가셨냐고 물어도 그저 장갑을 사달라는 말만 하신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편에 젊은 여자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창을 통해 한참을 지켜보니
역시 그 여자의 비즈니스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인을 이용해 그런 장사를 하는 인간들이 있다니. ㅠㅠ..

**
<어머님 사랑>

이 노래 언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던가.

오늘 작은 아버님 49제라 절에 왔더니..
스님이 모두에게 이 노래를 3절까지 부르게 한다.

금세 모두 통곡 분위기다.
가사를 보고 있어도 제대로 읊지 못하면서 겨우 노래를 이어간다.

이 절은 밀양의 대각선사라는 작은 절이다.
스님은 작은집의 큰 딸인 사촌누나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며 선창하게 하였다.

어머니나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한번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어머니 마음>       _  양주동 시 / 이흥렬 작곡

1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2.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3
사람의 마음속엔 온갖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깍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
<아~ 그 고부간 60년>

방금 문상을 다녀왔다.

돌아가신 분은 큰 누나의 시어머니이신데, 올해 95세라고 한다.
누나는 이 분의 셋째 며느리다.

그 어른은 큰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바깥어른을 여의고, 근 65년 이상을 홀몸으로 대가족을 이끌어 오시면서,
대농가에서 농사일을 도맡고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용 같고 범 같은 아들 다섯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덩실하게 키워내셨다.
지금 그 슬하에는 아들 며느리, 손자, 손부, 손녀, 손서, 증손자 증손녀 등 대충 어림잡아도 50명의 엄청난 대식구가 있다.

내가 처음 본 인상은 정말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여장부셨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43년 전에 누나가 시집을 갔을 때, 나는 상객으로 따라가 그 분을 처음 뵈었다. 관심과 의욕으로 가득 찬 눈빛과 날랜 몸 움직임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가끔 생질에게 할머니 근황을 물어보면, 얼마 전까지도 그 많은 손자, 손녀, 증손자, 증손녀의 이름을 하나 틀림없이 기억하시고, 명절 때면 못 오는 녀석들이 누군지 일일이 챙기실 만큼 자손들에 대한 애정과 욕심은 조금도 줄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엽엽하셨던 분이 이제 그 자손들을 당신의 품에서 풀어놓으셔야 한다.

상문을 하다 보니 누나의 큰 동서이신 그 집안 맏며느님을 뵙게 되었다.
오래 전에 뵐 때에 비해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그 아들에게 물어보니 연세가 올해 여든이라고 한다.

여든이라.. 큰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겨우 15세 차이였네.
바깥 분보다 두세 살 많으시다고 하니 당시 관행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근 60년, 즉 한 갑자를 15살 많은 홀시어머니 아래에서 시집살이를 하신 셈이다.
이 맏며느님은 왜소한 체구에 항상 조용하고 자기주장이 없는 성격이셨다.
그래서 뵐 때마다 여장부인 시어머니 아래에서 힘든 시집살이에 할 말 다 못하고 얼마나 속으로 삭히며 인고의 세월을 사셨을까 하고 안쓰럽게 여기곤 했었다.

이 어른도 여든이 되어서야 시집살이를 벗어나시게 된다.
고부 두 분의 삶이 가슴 아리게 그려지는 문상이다.

상념에 빠져 밥을 먹는 중에 갓 돌을 지난 꼬맹이 한 놈이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다 내 식탁 가까이 와서 고추를 내놓고 종이컵에 쉬야를 하고 있다. 어른 밥상에서 볼 일을 보는 요 버르장머리 없는 놈은 망인의 증손인 내 생질손 녀석이다.

저 증조모의 삶과 희생이 이 꼬맹이의 미래에 기름진 거름이 되겠지.

**
<어쩌라고..>

정말 눈 둘 데가 없네.. ㅠㅠ..

이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나와 마주 보고선 내 앞의 이 친구, 키까지 크니. 무지 불편하다.
다들 한 방향을 보고 질서있게 서있는데..
하필이면 이 친구만 반대방향으로 서서 나와 서로 배를 맞대고 있다.
내가 돌아서기도 그렇고.. 삐친 것도 아닌데..
나 참.. 어쩌라고..

**
<화장의 마법>

결혼식장 가려고 지하철 탔는데..
내가 서있는 바로 앞의 의자에 앉은 두 아가씨가 화장을 하고 있다.

부득이 화장하는 과정을 죽 지켜봐야 했다.
참 공들여서 진심으로 열심히 한다.

근데.. 근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사람이 완전히 확~~ 바뀌네..
어쩜 이럴 수가..

좀 맹하고 심퉁스레 보이던 그 얼굴들이
저렇게 초롱초롱하고 야사시 하게 변할 줄이야.
박수를 쳐주고 싶다.

**
<볼륨>

지하철 방송 소리가 너무 크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볼륨을 낮췄다.
내 폰의 볼륨을..
난 이어폰 끼고 있는데..

**
<제발 쫌>

방금 수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내 앞에 60 중반 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서서 기다리다가..
아내 되는 분이 다른 승차자리로 옮기자고 남편을 끈다.
도착한 지하철 내부에 사람이 많아 보였기 때문인가 보다.

남편은 안가고 버티니, 아내는 혼자 옆 칸으로 가버린다.
남편은 기다리던 곳에서 그냥 타고..
그렇게 부부는 서로 다른 칸으로 나뉘어 타버렸다.

지금 그 남편 분은 내 옆에 서있는데 연신 그 옆칸을 흘깃흘깃 바라본다.

지켜 보는 내가 신경 쓰인다. 불안한데..
이 양반 틀림없이 경상도 꼰대일거다. 고향이나 물어볼까..
나중에 울매나 싸우게 될지 내가 다 걱정이다.

아내가 오든지.. 남편이 가든지.. 우찌 좀 해결되면 좋겠다.
에라이~ 나 같으면 내가 건너가고 만다. 가정의 평화가 우선이다. ㅋ~

**
<고부 갈등>

지하철로 출근 중에..
내 앞의 젊은 여자 분이 유튜브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출근 지하철 내에서 움쩍할 수 없는 상태이니..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오는 화면의 내용을 볼 수밖에 없다.

근데 그건 통상의 동영상이 아니고..
텍스트 글자만 흘러가며 나오는 소위 '썰' 동영상이다.

그 내용이 가관이다.
보고 있는 내용들이 모두 시어머니 욕하는 거다.

어쩌는 ‘우리 시어머니 욕 좀 해주세요."
'시어머니에게.. 역관광 핵 사이다.. 꿈잼..'
'시어머니 동거남이 시아버지 노릇하려들기에.."
'시어머니에게 제대로 망신을.."
등등

에공.. 이 새댁이 시어머니와 적잖은 갈등이 있는 갑네.. ㅉㅉ..
라고 생각하다가..
사무실에 와서 유튜브 검색을 해보았다. 정말 놀랍다.

- 우선, 그런 고부 갈등의 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 많다. 유튜브의 방대한 규모를 새삼 깨닫는다.
- 그리고 조회수가 장난 아니다. 몇 천에서 몇 만, 몇 십만.. 심지어는 수백만 조회를 기록한 것도 종종 보인다.
- 무엇보다 그 표현이 패륜적이다. '역관광 사이다', '시어머니 얼굴에 주먹이 날아갈 뻔', '못된 시어머니에게 한 방 먹이는', '막장 시어머니에 참교육'..
- 시어머니인들 세상의 며느리에게 모두 만족하지는 않을 터.. 며느리에 불만을 가진 글이 있나 찾아보니.. 역시 만만찮게 나온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여성들의 이런 정서적 불편으로부터 생겨난 에너지를 적절한 공간에서 고무, 찬양하고 증폭시켜 결집한 후, 그것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
<지하철 피트니스>

지하철 기다리는데..

내 바로 앞의 사람이 운동을 한다.
한참 민망하게 스쾃을 하더니 이어서 몇 가지 제법 큰 동작의 체조를 한다.
나름 일련의 시퀀스가 있군..

부럽다. 대단하네.
나도 하고 싶은데..
따라 하기는 좀 그렇지.. 다른 동작하기도 그렇고..
그냥 멀거니 보고 있기도 뻘쭘하고..
그렇다고 딴 데를 보고 있기는 더 이상하고..

나 참..

**
<짤짤이의 추억..>

35년도 더 된 예비군 훈련 때의 에피소드다.
강남에 있는 작은 사무소에 다녔기에 동네 예비군 훈련을 나갔다.

개포동의 대모산 어딘가에서 어영부영 졸고 몸을 뒤틀면서 훈련 같잖은 훈련을 받고 있는데..
옆에 있던 생판 처음 보는 좀 모자라 보이는 녀석이 '우리 심심한데 짤짤이나 할까요?'하고 나를 겨냥해서 물어보고는 주변에까지 동의를 구하듯 둘러본다.
내가 좀 어리숙해 보였나? 그래도 한 때 내가 짤짤이라면 한가닥 했었다. 구슬, 딱지, 병뚜껑에서부터 시작하여, 도토리, 몽돌, 토큰, 회수권, 동전 등 안 해본 게 없다. 딱 잡으면 몇 개인지를 99% 확률로 귀신같이 뚫고 맞혀내던 날고기던 실력이다.

이 놈 잘 걸렸다 싶어.. 마지못해 놀아주는 척 하면서 붙어보기로 했다.
몇 놈 더 달라붙었다. 예비군복 입으면 다들 거지나 양아치 같이 보이지만, 특히 더 거지 같은 놈들만이 꾸역꾸역 모여 약간 으슥한 데로 가서 둘러앉아 짤짤이를 시작했다.
그런 자리에는 반드시 이상한 놈들이 있다. 참가하지 않으면서 구경만 하는 놈이다. 이런 놈도 필요하다. 교관이 오는지 망을 봐주기도 하고, 가끔 담배 심부름도 해준다. 물론 수고료로 적당히 삥을 뜯어줘야 한다.

그렇게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장난치듯 동전으로 시작했는데..
슬슬 분위기가 과열되었다. 좀 많이 잃은 놈에게서 지폐가 나오고 나중에는 10만원 권 수표도 나왔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너무 너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 거지놈들이 너무 못하는 거다. 돈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따고 있었다.
나는 당초 적당히 놀면서 조금 따고 물러나서, 슬그머니 마지막 출석에라도 얼굴을 내밀고는 보람차게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인간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려면 딴 돈 다 내놓고 가라는 거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죽기살기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 딴 피 같은 돈을 절대 그냥 줄 수는 없다.

오기로 계속했는데 환장하게도.. 계속 돈은 더 따는 거다.
출석은 이미 망쳤으니 다음에 보충교육 다시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왕 버린 몸.. 돈이나 따자 싶어 더욱 열심히 돈을 땄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앞이 잘 안보일 때까지 이 녀석들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내가 제안을 했다. 일단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식당에서 계속하든지 결판을 내자.. 라고 했더니.. 다들 동의한다.

거지같은 놈들과 삥 뜯던 양아치 같은 놈을 이끌고 허름한 닭백숙 집에 가서 식사를 하며 소주도 한잔 했다.
분위기가 좀 잦아들려는데 좀 많이 잃은 놈 하나가 보챈다.
어디서 군용담요 하나 얻어와서 판을 깔고 있다.
돈 따고 배도 부른 내가 무슨 의욕이 있겠나.
밥값 내가 낼 테니 그만하고 집에 가자. 늦게 가면 마누라에게 야단맞는다. 나 빨리 가야 한다. 라고 했더니, 소리 지르며 성질을 부린다.

그래서 내가 아~ 그 양반 성질 더럽네 하면서, 당신 직업이 뭔데.. 그 성질로 우찌 살아가요?
했더니.. 머뭇거리며 성형외과 의사란다.
처음 짤짤이하자고 나를 슬슬 긁었던 그 놈이다. 그 거지가 의사란다. 기가 차서..
그러면서 자연스레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는데.. 한 넘은 변호사고 다른 하나는 당시 강남에서 알아주던 제법 큰 식당의 사장 아들이었다. 구경하던 양아치는 잘나가는 학원 강사란다.

직업을 말하고 나니 더 하자고 떼쓰는 놈이 없다.
자리를 옮겨서.. 방석집 비슷한 곳으로 옮겨 젓가락 두들기며 찐하게 한 잔 더 먹었다.
짤짤이 해서 딴 피같은 돈에다 내 생돈 상당히 더 보태서 쓰고.. 늦게 집에 들어왔다고 집에서 또 벌금도 내고.. 그랬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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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이런 게 붙어있다.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이렇게 주민을 가르치려 드는가 싶었는데..
헉.. 정말 기가 막히게도.. 나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있다..
순식간에 가스라이팅 당하다니..
이렇게 영혼이 허약해서야..
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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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여우들> _ 210903

 

아들이 내일 첫 휴가를 나온단다.

아내는 휴가 소식 들은 때부터 온통 들떠서.. 이래저래 괜히 부산을 떤다.
시장을 봐오고, 집 청소를 하고..
깨끗하고 멀쩡한 아들 방을 뒤집고..

휴가 그게 뭐시라꼬..
입대한지 겨우 4개월밖에 안됐는데..
코로나 때문이라 다행히.. 좀 덜 나와서 고맙구먼..
코로나 아니었으면 걸핏하면 나와서.. 울매나 귀찮게 굴건데..

근데.. 근데..
나도 왜 이래..
희한하게 괜히 일이 손에 잘 잡히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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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골 박비향>

뼈에 스며드는 추위를 겪어야 코를 찌르는 향기가 나는(寒徹骨 撲鼻香) 법인데..

아내가 창원 상남 장에서 쑥과 겨울초를 사와서,
쑥국을 끓이고 겨울초는 쌈으로 내놓았다.
반가운 마음에 덥썩 쑥국부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맛을 봤는데, 쑥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온상에서 재배한 거라 그렇다겨울초도 마찬가지다. 너무 부드럽고 그저 풋내만 조금 난다.
겨울초는 원래 노지에서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며 개나 사람에게 짓밟히기도 하면서 겨울을 넘긴다.
노지 겨울초는 색이 짙푸른 데다 살이 두텁고 질겨서 씹는 질감이 참 좋다. 거기다 혀가 살짝 벨 정도로 까칠한 까시래기가 씹는 맛을 더한다.
그것을 땡초가 든 강된장이나 육젓을 양념으로 쌈을 싸서 다부지게 씹을 때 입안을 가득채우는 그 들쩍지근한 물기의 맛을 언제 다시 느껴볼 수 있으려나.
이렇게 야들야들하게 혀에 감키며 맥없이 수그러드는 것은.. 입안에 어슬픈 풋내만 남기고 마니 마음은 허전하다.
올 가을에는 아예 시골 텃밭 귀퉁이에 겨울초를 심어봐야 할 것 같다.
참.. 겨울초는 유채를 경상도에서 부르는 말이다. 그 뿌리도 들쩍지근하니 맛이 참 좋아 어릴 때 많이 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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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탕> _ 161216

일본의 대중탕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남탕에 들어와서 태연하게 휘젓고 다니며 청소를 한다.

오늘 온천탕의 구석 자리에 앉아 열씨미 비누칠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집기를 정리하고 있어 바라보니 여자다. 정말 깜짝 놀랐다.

몇번 겪어보았는데도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아무리 봐도 이제 겨우 50 정도밖에 되지 않은 거 같은데..
고추밭을 저렇게 무인지경으로 다니니..

대만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하기사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대단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관습이고 문화일 뿐인데..
우리가 익숙치 않아 충격적으로 느껴지는거지뭐..

그래도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도 화들짝 놀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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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욕장>

호욕장(好辱場), '목놓아 욕하기 좋은 곳'을 도입하자.

이거 도입이 시급하다.

연암 박지원 선생께서 요동 벌판을 보고는.. '호곡장(好哭場)이로다'라고 하셨다.
'목 놓아 울어보기 좋은 곳'이란 뜻이지.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호곡장(好哭場)보다는..
'목 놓아 실컷 욕하기 좋은 곳' 즉 호욕장(好辱場)이 절실히 필요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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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

말문 여는 데
2년 걸렸는데,

말문 닫는 데
60년 걸렸다..

_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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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다리에 한기가 느껴져
책상 밑에 두고 있는 작은 전열기에 스위치를 넣었다.

금세 한기가 가신 듯하여 한참 열심히 일하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 보니 전열기는 꺼져 있다.
애초부터 코드가 빠져 있었던 거다.
ㅠㅠ.. 하아~

또 하나 깨우침을 얻는다.
모든 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나저나 전열기를 지금이라도 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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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변리사>

나는 세계 최고의 변리사다. ㅎ..
아로니아 꼭지 따는 기술에서..

지인이 아로니아를 5킬로나 보내왔다.
일단 꼭지를 모두 따야 씻어서 보관을 하는데..
집사람이 그 꼭지 따는 일을.. TV 앞에서 개기고 있는 내게 들이민다.

이 작업을 해본 사람은 알거다.
얼마나 단순무식하고 재미없고 허리 아프고 짜증나고 도망가고 싶은 일인지.. 게다가 그 양은 엄청나다.

이왕 해야 할 일이면 억지로라도 나름의 성취동기를 만들어야 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쓸모없는 벽돌쌓기 작업에 스스로를 도취시켜 자기 민족을 실현하는 슈호프처럼..
그래서 세계의 변리사들 중 아로니아 꼭지 따기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처음엔 다소 더뎠지만, 작업 속도는 가속적으로 빨라졌다.
힘끔힐끔 보던 TV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이제 TV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작업에만 몰입을 하게 되니 진정한 도의 경지가 느껴진다.
손이보이지 않을 경이적인 속도에다 하나의 꼬타리도 혼입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작업 품질을 유지하면서..
그리고 드디어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아마도 이 시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나보다 뛰어난 변리사는 없을 거다.
아로니아 꼭지 따기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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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피고인이 되어보다> _ 161230

살다보니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되어보기도 하네요.

인터넷에서 입수하여 블로그에 올린 사진 때문에 벌어진 저작권 위반 사건이었습니다.
고등법원에까지 올라가서 무죄판결을 받아냈습니다.

- 제 블로그(https://athenae.tistory.com/)에 올린 사진의 저작권자가 저작권위반으로 고소를 한 겁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쉿~하고 입을 막는 그림인데, 인터넷에 그냥 돌아다니는 사진이었지요.
저작권 표시도 없었고.

- 처음에는 경고장이 날라오고 100만원 정도 합의금을 요구하더군요. 10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래서 10만원 정도면 적절해보이니 그 정도를 넘어서는 금액은 주기싫다고 했더니 고소를 한 겁니다. 소송을 무기 삼아 푼돈벌이하는 전형적인 저작권 브로커로 보였습니다. 이미 여러 사람을 상대로 경고장을 보내거나 고소를 해둔 상태였습니다.

- 경찰서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넘기고, 검찰에서는 저를 70만원 약식 기소를 하였습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여자 검사께서 조곤조곤 편하게 대해줘서 분위기 좋게 대화(조사)를 하고 나왔는데, 굳이 벌금형을 때리더군요.

- 벌금형이 나오니까 상대방이 전화로 벌금 액수 정도로 합의를 해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거절했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합의를 하는 게 백번 옳은 일이죠. 바쁜 시간 쪼개서 재판 받으러 다니는 거 귀찮더군요.
그런데, 저같은 지식재산권의 전문가까지도 사법제도를 이용하여 사실상 협박을 통해 이런 앵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짓꺼리를 누군가가 응징을 해야한다면, 그게 나같은 사람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런 꾼들에게 당한 일반인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겠습니까.

- 그래서 정식재판을 청구했죠.
사무실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우고 재판에 임했습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검찰에서 항소를 하더군요.
이번에 2심에서 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은근히 검찰이 상고해주길 기대했었는데, 상고를 포기하여 확정되었습니다.

- 고등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주심 판사가 묻더군요.
"지재권의 전문가이신 변리사님이 어떻게 하다 이런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지요."

그래서 대충 이런 취지로 답을 했습니다.
'당초에는 쉽게 합의를 보고 끝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법시스템을 자신의 푼돈벌이로 악용하고, 법을 잘모르는 어린 학생 등 일반인들을 사실상 협박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의 돈벌이를 조력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익보다는 옳음을 추구하고자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판사님이 그러시더군요. '네 잘 하셨습니다. 변리사님들같은 전문가가 이런 사건의 판례를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라고 동조해주시더군요.

- 여하튼 상당 기간 귀찮은 절차를 밟긴 했습니다만, 나름 의미있는 판결을 하나 받아냈습니다.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서 좀 아쉽기는 합니다만, 인터넷 상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한 가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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