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진기한 특허소송이 벌어졌다.
대리인이 작성한 특허청구범위의 기재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권리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음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고자 대리인을 제소한 사건이다.
사건 전말은 이렇다.
Byrne은 예초기와 관련한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Black & Decker를 제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Black & Decker의 제품이 청구범위 중 "generally planar"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며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Byrne은 대리인을 상대로 충분히 넓은 특허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대리인 로펌인 WHE는 종래 기술에 대비하여 Byrne의 발명이 진보성을 갖기 위해서는 "generally planar"라는 한정이 불가피하고, Byrne이 출원과정에서 충분히 참여하여 그 한정을 청구범위에 삽입하는 데에도 개입하였다고 주장하며, "summary judgment"(사실심리 없는 판결)를 요청하였다. 이에 담당 지방법원은 Byrne에게 충분한 진술기회를 주지않고 WHE의 "summary judgment" 요청을 받아들여 법률상 과실이 없다고 하여 Byrne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연방 순회법원은 지방법원이 Byrne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지 않은 지방법원의 권한남용을 지적하여 파기 환송하였고, 현재 환송심리가 재개될 것이다.
이 소송에서 청구범위를 좁게 작성한 대리인의 업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한 바 없지만, 장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종류의 소송이 다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출원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권리를 창설적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주인 없는 땅에 울타리 말뚝을 박아 자신의 영역으로 마음대로 지정하는 행위와 같다.
그러한 영역 설정 행위가 변리사의 업무영역이다. 그러니 창설된 권리가 얼마나 넓거나 좁은지 울타리가 얼마나 튼튼하거나 부실한지, 즉 권리범위의 강약이나 광협은 담당 변리사의 경험과 지식, 열정과 숙고의 결과이다.
그래서 어떤 권리가 만들어 지는가는 거의 대부분 변리사의 책임 영역에 있다고 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다.
훌륭한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훌륭한 건축가가 필요하고,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뛰어난 장군이 필요하다. 좋은 특허를 얻기 위해서는 뛰어난 변리사가 필요하다.
뛰어난 변리사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하나하나의 출원에 혼신의 집중력으로 넓고 강한 전략적인 특허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업무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변리사는 숱한 분쟁의 경험도 거친 역전의 용사이어야 한다. 우리 특허업계가 그런 변리사를 과연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그런 한편 출원인은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출원작업이 완료되도록 압박하여, 비교적 낮은 경험 수준의 변리사가 서둘러 일을 처리해 버리도록 상황을 몰아간다.
좋은 특허를 확보하고 싶다면 우수한 변리사에게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적절한 정도의 검토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만 한다.
우아하면서도 발랄하기를 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편, 특허의 권리범위가 정하여지기까지에는 그 발명을 둘러싼 기술적 환경, 발명자의 기술적 지식, 발명자의 인식한도, 발명자의 특허출원의 목적, 담당변리사의 인식한도, 발명자의 기여도, 전락적 고려 여부 등 많은 평가불가능한 변수가 존재하고 그 각 변수에 대한 책임소재 역시 명료히 규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반 변수에 대한 평가도 결국에는 변리사가 아니면 입증하거나 주장하기 어렵다.
의료사건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의사출신의 변호사가 최적인 것처럼..
변리사의 업무상 과실 소송은 변리사출신의 변호사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이러한 소송이 몇 건 벌어지면 우리 특허업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아마 모두들 바싹 긴장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잽싸게 보험상품을 만들어 영업을 하러 다니기도 할테고..
하지만 결국은 업무의 질이 상당 수준으로 높아질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출원인의 비용 부담도 높아지겠지만..
어쨌든 머잖아 이런 류의 다툼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책임공방의 다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권리범위 설정과정에 발명자와 변리사가 충분히 협의하여 권리의 강약이나 광협에 영향을 주는 제반 상황을 모두 노출시켜 함께 의논하고 작성하는 실무 습관을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 글의 단초가 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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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aw.justia.com/cases/federal/appellate-courts/cafc/11-1012/11-1012-2011-11-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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