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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

[아테나이칼럼] 삼성 애플 특허전쟁, 누가 최종 승자일까?

by 변리사 허성원 2011. 10. 29.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삼성’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삼성은 이 소송을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대체로 다음의 네가지 점 때문이다.

첫째, 애플이 특허 등의 침해를 이유로 아무리 삼성을 공격하여도 애플이 일방적으로 삼성을 이겨 완벽히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삼성은 실질적인 세계 최강의 통신기기 하드웨어 업체이고, 그에 걸맞게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미국에서 IBM 다음으로 많은 특허를 가진 특허 보유 2위의 회사이며, 애플의 특허보유 건수는 삼성의 10% 수준이다. 물론 그 모든 특허가 통신관련 특허는 아니지만, 적어도 양적인 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제품이 여하히 창의적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들 제품의 하드웨어적 한계를 반드시 존재하며, 그런 한계 내에서 삼성 특허의 영향력을 온전히 비켜갈 수는 없다. 삼성이 가진 특허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삼성은 아직 공격용 특허의 보따리를 충분히 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애플의 디자인이나 특허는 대체로 회피가 비교적 용이한 반면, 삼성의 특허는 표준 특허나 그에 준하는 것이 많아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 경우가 많다. 네델란드 법원에서 ‘FRAND’를 들어 삼성의 가처분 주장을 기각하였지만, 이 판결로 애플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애플이 삼성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여 준 셈이다.

따라서, 이 특허전쟁은 양측이 서로 물고 물리는 양패구상 내지는 ‘Grid Lock’의 교착 상황이 올 가능성 높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피가 용이하고 무기고가 큰 삼성에게 더 우호적으로 일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 특허분쟁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삼성에게 너무도 큰 기회를 주었다.
지금껏 애플은 싸움닭 소리를 들으며 여러 기업과 분쟁을 해왔다. 하지만 단일 상대에 대해 20여건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한 적은 없다. 삼성이 유일하다. 전 세계 매스컴과 사용자들은 이들의 특허전쟁에 관한 기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접하고 있다.

이런 소란을 통해 이제 삼성은 애플의 유일한 맞상대가 되었다. 단순히 특허분쟁의 맞상대를 넘어 시장에서 제품으로 경쟁하는 명실상부한 경쟁업체가 된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의 스마트폰 실적은 많이 뒤처졌는데, 소송이 시작된 이후 올해 2/4분기에서 애플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랐다가, 이번 3/4 분기에는 애플보다 무려 1000만대 가까이 더 팔았다. 이로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15%이고 삼성이 24%. 물론 아이폰 4S가 나오기 전이니 만큼 4/4분기 실적을 봐야 하겠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갤럭시S는 아이폰의 선택적 대안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마 자세히 모르긴 해도 삼성의 수뇌진에서는 내심 이 행복한 특허소송을 즐기느라 힘들게 표정관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애플의 iOS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iOS는 오로지 애플만이 사용한다.

이에 비해 삼성이 쓰는 OS는 안드로이드, 바다, 윈도우 모두 개방적이다. 이 개방적 OS를 쓰는 기업들은 필요나 상황에 따라 모두 동지가 될 수 있다.
삼성의 잠재적 동지들인 많은 스마트폰 업체는 삼성이 겪고 있는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체감하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삼성이 애플의 공격을 절묘하게 극복하여 애플의 예봉을 꺽어주어, 애플이 삼성 이후에 남은 힘으로 자신들에게 창끝을 겨누지 않게 되길 바란다. 현재 삼성은 사실상 애플 저항 진영의 맹주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지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개방 OS의 특징 상 사용자가 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외롭다. 동지는 더 이상 생길 수도 없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IOS 진영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여야 한다. 자신만의 성을 쌓고 외부에 대해 배타적인 정책을 위해온 결과이다.

“성을 쌓은 자 망하고 길을 내는 자 흥하리라“라고 말한 톤유쿠크의 금언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폐쇄적 IOS의 시장 확대는 개방 OS의 시장 확대에 비해 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좀 어슬픈 예측일지 모르지만, 애플은 머지않아 수많은 연합군의 공세에 대항하여 응원군 없이 고립된 성을 힘들게 지키는 매우 힘든 입장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시장과 특허전쟁 모두의 관점에서..

따라서 이 특허전쟁은 애플이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대항하는 세력의 규합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동맹의 중심에 삼성이 있을 것이고..

넷째, 이 특허전쟁은 다들 그렇게 예상하는 바이지만 크로스라이센스 등 협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기업들이 죽기살기로 싸워 끝장을 볼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삼성과 애플이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이끌어내면 그 자체가 세계 스마트폰 업계에서 엄청난 카르텔이 될 수 있다.
합의의 내용에는, 대체로 보편적인 사항이긴 하지만, 서로 싸우지 말자는 부쟁의무(不爭義務) 조항과 함께, 다른 경쟁업체들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방어하자는 방어협력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불공정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조항이 있든 없든 애플과 삼성의 이런 합의에 의한 분쟁 해결은 삼성에게 또 한 번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상의 분석은 오로지 이번의 특허전쟁의 관점에서만 본 것이다. 비즈니스라는 큰 틀의 좀더 상위개념에서 본다면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 분야는 분명 존재한다. 그 한계의 극복은 삼성의 영원한 숙제이겠지만, 적어도 금번 특허전쟁은 삼성에게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임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