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福)이라 하여 다같은 것이다. 다산은 뜨거운 복(熱福)과 맑은 복(淸福)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열복이고 무엇이 청복인지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열복(熱福)과 청복(淸福) _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병조 참판(兵曹參判) 오공 대익(吳公大益)의 71세 향수를 축하하는 서> _ 기미년(1799)
사람들이 삶을 늘여 오래살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복(福)의 즐거움은 오래 살지 않고는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소위 복(福)이란 것은 대개 두 가지가 있다.
나아가서는 대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관인(官印)을 허리에 두르고, 풍악을 울리며 미녀를 끼고 놀고,
들어와서는 높은 수레를 타고 비단옷을 입고, 대궐에 들어 묘당(廟堂)에 앉아 온 나라의 일을 듣는다.
이를 ‘열복(熱福)’이라 한다.
깊은 산중에 살면서, 삼베옷에 짚신을 걸치고 맑은 샘물가에서 발을 씻으며,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소리를 읊조리고, 마루 위에 좋은 거문고와 오래 묵은 경(磬, 옥돌로 만든 타악기), 바둑판 하나 한 다락의 책이 있고, 마루 앞에 백학(白鶴) 한 쌍을 기르고, 기이한 꽃과 나무, 장수와 건강에 이로운 약초들을 심으며, 때로는 스님이나 선인들과 더불어 오가고 돌아다니며 즐기면서 세월이 오고가는 것을 잊고 나라일이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를 듣지도 않는다.
이를 ‘청복(淸福)’이라 한다.
사람들이 이 두 가지 복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오직 각자의 성품에 따르지만, 하늘이 몹시 아껴서 주기를 꺼려 하는 것이 바로 청복(淸福)인 것 같다.
그래서 열복(熱福)을 얻은 사람은 흔하지만 청복(淸福)을 얻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발끈하며 팔을 걷어부치고 여러 사람들에게 큰소리치기를, “열복과 청복 두 가지를 모두 얻어서 함께 누리리라.”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서 비웃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고, 하늘도 그 오만과 망령됨을 미워하여 청복을 주려하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큰소리치며 말하기를, “나는 내 일생을 셋으로 나누어, 처음에는 청복을 누리고, 중간에는 열복을 누리고, 끝에는 다시 청복을 누리겠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더욱 물러나 달아나며 그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전 병조참판 오공(吳公)께서는, 젊은 시절에 단양(丹陽)을 찾아 거처로 삼고 일찍이 비단 두건과 깃털 부채로 검은 학(鶴)과 흰 사슴을 타고 운암(雲巖)과 사인암(舍人巖) 사이를 노닐었다(오공(吳公)은 일찍이 나무 학(木鶴)을 타고 사인암(舍人巖)에 내려왔으며, 집에 사슴 한 마리를 길들여서 출입할 때에 반드시 데리고 다녔다). 중년에 벼슬에 나아가 금화전(金華殿 궁중의 관서)에 오르고 옥당(玉堂 홍문관의 별칭)에 들어가며 내외(內外)의 직을 두루 거쳐서 지위가 아경(亞卿)에 이르렀다. 만년에 다시 단양(丹陽)으로 돌아가서, 단약(丹藥)을 고며 일찍이 초년에 하던 일을 모두 수행(修行)하여, 지금 나이 71세인데 그 화사한 얼굴과 백발을 바라보면 신선과도 같다.
아, 다 같은 백성인데 하늘이 어찌 공에게만 청복을 이처럼 후히 누리게 하는 것인가. 공과 같은 이는 세상에 나서고 물러남이 회오리바람이나 번개처럼 언뜻번뜻하여 더듬어 찾을 수 없으므로, 그를 대하면 멍해져서 알고자 했던 것을 잃어버릴 정도이니, 그 수명이 어찌 끝날 날이 있겠는가. 하늘이 후하게 복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히 이것으로 공의 수를 축하드린다.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文集 卷十三 / 序
(* 내 나름으로 표현을 약간 고친 부분이 있습니다)
人之願延生而益壽者,何以哉?世之有諸福之樂,非壽不能享也。然世之所謂福者,大抵有二。出而樹旗旄,橫組綬,陳歌笙,挾粉黛,入則軒車綉裳,入君門坐廟堂,以聽四方之謨畫,是之謂熱福。居深山之中,衣薜荔,躡草履,臨淸泉而濯足,倚古松而舒嘯,堂上置名琴古磬,棋一枰書一樓,堂前養白鶴一雙,種奇花異木及諸延年益氣之藥,時與山僧羽客,相往還消搖爲樂,不知歲月之去來,不聞朝野之治亂者,是之謂淸福。人之擇於斯二者之中,唯其性,若天之所甚惜而靳予之者,乃淸福是已。故得熱福者滔滔,而得淸福者蓋無幾焉。有人於此,勃然攘其臂而號於衆曰:“二者吾將竝獲而俱享之。” 人莫不啞然冷笑者,天且疾其傲妄而莫之予矣。有人於此,又爲之號於衆曰:“吾將三分吾一生,首一分爲淸,中一分爲熱,末一分復爲淸。” 人尤却走而莫肯終聽矣。前兵曹參判吳公,少日得丹陽爲之窟,嘗以綸巾羽扇,騎玄鶴,驂白鹿,而游敖於雲巖ㆍ舍人巖之間,【吳公嘗騎木鶴,降于舍人巖,家馴一鹿,出必從之】 中歲出而仕,躋金華,上玉堂,歷揚內外,位至亞卿,晚年復歸丹陽,藥爐丹竈,悉修其初年之所嘗爲。年今七十一,韶顏白髮,望之若神仙中人。嗟乎!均吾民也,天其奚獨於公乎,厚餉之若是哉!如公者,其出世入世,飄忽閃倏,不可摸捉,卽之茫然而失所意也,而其壽容有旣哉!天所厚者,非人之所能度也。敢以是爲公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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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 연간에 병조참판을 지낸 오대익의 71세 생일을 맞아 다산은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 시절에 칠순이 넘는 수명을 누렸으니 복 받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이 편지에서 다산은 세상의 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 떵떵거리며 부귀 영화를 누리는 열복(熱福)과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소박하게 한세상을 살다가는 청복(淸福)이 바로 그것이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20904580233
[천자춘추] 열복과 청복
인간사 오래 살지 않고서는 세상의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오래 살 수 있을까. 「산림경제」를 쓴 홍만선은 인간의 수명은 180세인
ww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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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청복 모델인 오대익(1729-1803)은 승지와 병조참판을 지낸 이로 다산이 존경하던 정치 선배이다. 다산은 부친이 울산부사(울산시장)로 있을 때, 울산에서 부친을 만나고 상경하며 단양에 들러 사인암을 보고 이런 시를 짓는다.
“옥을 깎은 붉은 절벽 만길 높이 솟았고, 푸른 물에 구름 바위 거꾸로 꽂히었네.
시랑이 학을 탔던 소나무 아직 남았고, 승상이 거문고 타던 바위 아니 잠기었네.”
시랑은 오대익을 말하고, 승상은 서애 유성룡을 말한다. 일찍이 오대익은 충북 단양 사인암에 머물며 신선처럼 지내던 사람이다. 오대익은 나무로 만든 학을 사인암 꼭대기 소나무에 매어 놓고, 종들에게 밧줄을 천천히 내리게 하고 나무 학을 타고 내려오며 부채를 부치며 아래 물까지 내려왔다. 한마디로 신선놀음을 한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있는 다산은 사인암에서 오대익을 부러워하며 시를 지었다. 사인암(舍人岩)은 고려 시대 사인(舍人) 벼슬을 한 우탁(1263~1343)이 머물렀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탁은 유명한 탄로가(嘆老歌,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를 지은이다."
https://www.gospe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54
[전문가 칼럼] 다산의 마음공부 열복과 청복 - 가스펠투데이
사람은 누구나 다 복을 좋아한다. 새해 인사도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우리 조상들은 복을 받기 위해 기왓장, 대문, 장롱, 이불, 베개, 밥그릇과 숟가락에도 복(福) 자를 새겨 넣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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