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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열복(熱福)과 청복(淸福) _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by 변리사 허성원 2022. 8. 25.

* 복(福)이라 하여 다같은 것이다. 다산은 뜨거운 복(熱福)과 맑은 복(淸福)이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열복이고 무엇이 청복인지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열복(熱福)과 청복(淸福) _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병조 참판(兵曹參判) 오공 대익(吳公大益)71세 향수를 축하하는 서> _ 기미년(1799)

사람들이 삶을 늘여 오래살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복(福)의 즐거움은 오래 살지 않고는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소위 복(福)이란 것은 대개 두 가지가 있다.

나아가서는 대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관인(官印)을 허리에 두르고, 풍악을 울리며 미녀를 끼고 놀고,
들어와서는 높은 수레를
타고 비단옷을 입고, 대궐에 들어 묘당(廟堂)에 앉아 온 나라의 일을 듣는다.
이를 열복(熱福)’이라 한다.

깊은 산중에 살면서, 삼베옷에 짚신을 걸치고 맑은 샘물가에서 발을 씻으며,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소리를 읊조리고, 마루 위에 좋은 거문고와 오래 묵은 경(磬, 옥돌로 만든 타악기), 바둑판 하나 한 다락의 책이 있고, 마루 앞에 백학(白鶴) 한 쌍을 기르고, 기이한 꽃과 나무, 장수와 건강에 이로운 약초들을 심으며, 때로는 스님이나 선인들과 더불어 오가고 돌아다니며 즐기면서 세월이 오고가는 것을 잊고 나라일이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를 듣지도 않는다.
이를 청복(淸福)’이라 한다.

사람들이 이 두 가지 복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오직 각자의 성품에 따르지만, 하늘이 몹시 아껴서 주기를 꺼려 하는 것이 바로 청복(淸福)인 것 같.
그래서 열복(熱福)을 얻은 사람은 흔하지만 청복(淸福)을 얻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발끈하며 팔을 걷어부치고 여러 사람들에게 큰소리치기를열복과 청복 두 가지를 모두 얻어서 함께 누리리라.”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서 비웃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고, 하늘도 그 오만과 망령됨을 미워하여 청복을 주려하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큰소리치며 말하기를나는 내 일생을 셋으로 나누어, 처음에는 청복을 누리고, 중간에는 열복을 누리고, 끝에는 다시 청복을 누리겠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더욱 물러나 달아나며 그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전 병조참판 오공(吳公)께서는, 젊은 시절에 단양(丹陽)을 찾아 거처로 삼고 일찍이 비단 두건과 깃털 부채로 검은 학()과 흰 사슴을 타고 운암(雲巖)과 사인암(舍人巖) 사이를 노닐었다(오공(吳公)은 일찍이 나무 학(木鶴)을 타고 사인암(舍人巖)에 내려왔으며, 집에 사슴 한 마리를 길들여서 출입할 때에 반드시 데리고 다녔다). 중년에 벼슬에 나아가 금화전(金華殿 궁중의 관서)에 오르고 옥당(玉堂 홍문관의 별칭)에 들어가며 내외(內外)의 직을 두루 거쳐서 지위가 아경(亞卿)에 이르렀다. 만년에 다시 단양(丹陽)으로 돌아가서, 단약(丹藥)을 고며 일찍이 초년에 하던 일을 모두 수행(修行)하여, 지금 나이 71세인데 그 화사한 얼굴과 백발을 바라보면 신선과도 같다.

, 다 같은 백성인데 하늘이 어찌 공에게만 청복을 이처럼 후히 누리게 하는 것인가. 공과 같은 이는 세상에 나서고 물러남이 회오리바람이나 번개처럼 언뜻번뜻하여 더듬어 찾을 수 없으므로, 그를 대하면 멍해져서 알고자 했던 것을 잃어버릴 정도이니, 그 수명이 어찌 끝날 날이 있겠는가. 하늘이 후하게 복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감히 이것으로 공의 수를 축하드린다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文集 卷十三 /
(* 내 나름으로 표현을 약간 고친 부분이 있습니다)

 

兵曹參判吳公(大益) 七十一壽序(己未)

人之願延生而益壽者何以哉世之有諸福之樂非壽不能享也然世之所謂福者大抵有二出而樹旗旄橫組綬陳歌笙挾粉黛入則軒車綉裳入君門坐廟堂以聽四方之謨畫是之謂熱福居深山之中衣薜荔躡草履臨淸泉而濯足倚古松而舒嘯堂上置名琴古磬棋一枰書一樓堂前養白鶴一雙種奇花異木及諸延年益氣之藥時與山僧羽客相往還消搖爲樂不知歲月之去來不聞朝野之治亂者是之謂淸福人之擇於斯二者之中唯其性若天之所甚惜而靳予之者乃淸福是已故得熱福者滔滔而得淸福者蓋無幾焉有人於此勃然攘其臂而號於衆曰二者吾將竝獲而俱享之人莫不啞然冷笑者天且疾其傲妄而莫之予矣有人於此又爲之號於衆曰吾將三分吾一生首一分爲淸中一分爲熱末一分復爲淸人尤却走而莫肯終聽矣前兵曹參判吳公少日得丹陽爲之窟嘗以綸巾羽扇騎玄鶴驂白鹿而游敖於雲巖舍人巖之間,【吳公嘗騎木鶴降于舍人巖家馴一鹿出必從之中歲出而仕躋金華上玉堂歷揚內外位至亞卿晚年復歸丹陽藥爐丹竈悉修其初年之所嘗爲年今七十一韶顏白髮望之若神仙中人嗟乎均吾民也天其奚獨於公乎厚餉之若是哉如公者其出世入世飄忽閃倏不可摸捉卽之茫然而失所意也而其壽容有旣哉天所厚者非人之所能度也敢以是爲公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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