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원 변리사 칼럼]#148 그들에게 고독의 자유를 허하라

그들에게 고독의 자유를 허하라

 

친하게 지내는 한 경영자의 회사에 들렀더니 공장의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방으로 끌고 간다. 들어가 보니 완벽한 방음 조치가 된 음악 연습실이다. 드럼, 기타, 키보드 등 몇 가지 악기와 함께 마이크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이 정도면 제법 작은 악단이라도 조직하여 연주할 수 있겠다. 그 방안에 데려다 놓고는 내가 감탄해주기를 바라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은근히 바라본다. 나는 좀 과한 탄사와 동작으로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바깥의 현장에는 해외에 내보낼 수십억 원짜리의 정교한 설비가 한창 바쁘게 조립되고 있는데도 그에겐 이 작은 공간이 더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한 친구는 얼마 전 은퇴한 후에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구해서 입주를 했다고 하며 초대를 했다. 가보니, 은퇴 전의 사무실에 비할 바 없이 초라할 터인데도, 컴퓨터, 작은 TV, 커피포트 등 별 거 아닌 생활소품들을 장만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며 행복해 한다. 동네 지하상가의 골방을 하나 빌려 전통 가구를 만드는 목공 공방을 꾸린 친구도 있다. 한동안 충청도에까지 다니며 소목장 수업을 받으러 다니더니, 이제 자기만의 공방을 갖겠다는 위시리스트를 이뤘다고 자랑한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건물 맨 위층에다 와인 바를 꾸미고는 혼자서 혹은 가끔 친구들을 불러 즐기고 있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 한두 달 씩 섬살이를 하러 다니는 사람, 농사짓기에 푹 빠진 사람, 청계와 같은 비싼 닭을 키워서 그 계란을 수시로 나눠주는 사람 등이 있다.

나는 그들의 골방 취향과 취미 생활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그들을 나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눈만 뜨면 벌떡 일어나 출근을 서두른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의 불평을 들으며 밥을 채근하여 챙겨 먹고는 사무실로 달려간다. 아직 캄캄할 때 사무실에 도착하는 때도 많고, 그 시간이 갈수록 더 빨라지는 듯하다. 휴일마저도 자주 출근한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냐고? 사실 그다지 할일은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없는 나만의 빈 공간이 좋아서이다.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주로 책을 읽거나 배운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쓰고, 가끔은 운동 삼아 정권 찌르기 등 태권도 동작을 발작적으로 해대거나 막춤을 마구 추어대기도 한다. 그런 게 뭐 그리 좋겠느냐고? 안 해 봤으면 말을 말라. 얼마나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한지 그런 시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런 현상을 '남자의 동굴(Man's Cave)'이라 한다. 이 말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서 등장하였다. 갈등 등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여자는 부단히 대화를 나누면서 그 언짢은 기분을 풀려고 하지만, 남자는 대화를 차단하고 입을 닫고는 자기만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자는 말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지만 남자는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을 하는 생리적 특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여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그 희한한 습성을 '남자의 동굴'이라 불렀다. 이 말은 이제 남자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든 혼자만의 공간이나 취미 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남자의 동굴은 곧 고독 즐기기이다. 고독에는 'Solitude'와 'Loneliness'가 있다. 'Solitude'는 스스로 선택하여 홀로 있음을 즐기는 적극적인 고독이며, 'Loneliness'는 자신의 뜻에 반하여 타인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단절된 소극적인 외로움을 가리킨다. 소극적 고독(Loneliness)에서는 자존감이 극도로 저하되고 불행감이 크다. 하지만 적극적 고독(Solitude)에서는 오히려 행복감과 자존감이 극대화된다. 남자의 동굴은 스스로 선택한 적극적 고독(Solitude)이다. 이를 위해 타인을 일부러 배제한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체로 성공한 사람들은 고독을 즐긴다. 그래서 그들은 남자의 동굴 애호가이다. 원래부터 그들에겐 친구가 적다.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그 세계가 좁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대부분 일에 쏟아 붓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온갖 복잡하고도 어려운 사회적 요구에 시달리기 마련이기에, 그러한 타인의 관심과 요구에서 벗어나서, 정신적 휴식과 함께 오직 자신만의 욕구나 관심사에 자유롭게 몰두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동굴을 언제나 갈망하게 된다. 그들은 그 위치에 존재하기에 고독하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에도 오랜 고독이 함께 하여야 하며 그것을 기꺼이 즐겨 왔다. 그들에게 고독 즉 남자의 동굴은 곧 심사숙고의 결단 과정이고 결연한 도전이며 에너지의 축적 기회이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에게도 친구가 적다. 이는 런던 경제대학 사토시 카나자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증명되었다. 그들은 독립심이 강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으며, 소수의 뜻이 통하는 한정된 친구들과만 어울린다고 한다. 특히 니콜라 테슬라, 아인슈타인 등과 같이 탁월한 창의력을 가진 발명가나 과학자일수록 사교생활을 회피하고 가능한 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하였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고독은 창의적인 사고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적 공간적 도피처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차고 창업'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디즈니, 휴릿팩커드, 애플,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많은 위대한 창업이 모두 차고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차고는 창의력과 도전을 가다듬어 거대한 가치를 창조하는 그들만의 동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고독은 위대한 영혼의 숙명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그러니 그들이 골방으로 파고들어가려는 것을 그저 타박하기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부추겨야 할 일이다. 그 탁월한 자들이 마음껏 고독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 그렇게 홀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국 수많은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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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iness"와 "solitude"에 대한 ChatGPT의 설명>

"loneliness"와 "solitude"는 비슷한 듯하지만 각기 다른 감정과 상황을 나타냅니다.
"loneliness"는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인이 고립되어 있거나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상태를 나타내며, 종종 슬픔이나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습니다. 외로움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적 연결이나 인간관계를 가지지 못했을 때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반면에 "solitude"는 혼자 있는 상태를 나타내지만, 이는 자발적이고 때로는 긍정적인 경험일 수 있습니다. 고독은 사색, 자기 성찰, 휴식 또는 창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타인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회사를 즐기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가치 있게 여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loneliness"는 원하지 않는 고립을 의미하는 반면, "solitude"는 자발적이고 종종 긍정적인 혼자만의 시간을 나타냅니다.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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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된다는 것은 모든 위대한 영혼의 숙명이다 _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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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동굴

https://en.wikipedia.org/wiki/Man_cave

Man cave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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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xploringyourmind.com/intelligent-people-fewer-friends/

Intelligent People Have Fewer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