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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48 백세의 이로움인가 일시의 방편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1. 11. 12.

백세의 이로움인가 일시의 방편인가

 

최근 눈에 띄는 몇 가지 기사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엔진 결함 은폐 사실을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미국에서 280억 원이라는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은 횡재를 했지만, 거액의 벌금 및 이미지 실추와 함께 백수십만 대의 차량을 리콜한 기업의 입장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것이다.

입찰담합으로 인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던 한 대기업 건설사의 주주들이 전직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승소하였다. 특히 대표이사 외에 나머지 이사들에게까지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사들은 담합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판결은 대표이사의 업무 집행을 적극적으로 감시하여야 할 이사회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그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때 일본의 대표기업이었던 근 150년 역사의 도시바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한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부담이 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년 전에 발생한 회계부정이 몰락의 치명타가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기사는 모두 윤리 혹은 준법을 어긴 경영 결과에 관련된 것으로, ‘이익옳음사이의 선택의 갈등에 기인한다. 이런 갈등에 시름하는 리더들은 진문공(晉文公, 재위 BC636~628)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 효행람(孝行覽)에 나오는 기록이다.

진문공은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다. 그의 패자 등극은 당시의 강대국인 초나라를 상대로 한 성복전투에서 크게 승리한 덕분이다. 이 전투를 앞두고 진문공은 측근의 충신인 구범(咎犯)을 불러 물었다. “초나라는 병력이 많고 우리는 적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구범은 신이 듣기로는 예()를 좋아하는 임금은 겉치레를 지나치다 하지 않고, 전쟁을 자주 하는 임금은 속임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임금께서도 그런 속임수를 쓰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구범의 말을 들은 옹계(雍季)가 말했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면 어찌 고기를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해에는 물고기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숲을 불태워 사냥한다면 어찌 짐승을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해에는 짐승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속이는 술책을 쓰면 비록 지금은 훔칠 수 있겠지만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을 것이니, 올바른 방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옹계는 소위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다)’의 비유를 들어 속임수를 쓰지 말고 정당하게 전쟁에 임할 것을 간언한 것이다. 하지만 진문공은 그 간언을 듣지 않고 구범의 말을 채택하여, 초나라를 성공적으로 무너뜨렸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논공행상에서는 승리의 계책을 제언한 구범을 제쳐놓고 그 계책에 반대한 옹계를 으뜸 공신으로 올렸다. 그러자 좌우 신하들이 그 부적절함을 간하였다. 이에 진문공이 답하였다. “옹계의 말은 백세의 이로움이지만, 구범의 말은 일시의 방편이다. 어찌 일시의 방편백세의 이로움에 앞설 수 있겠는가.”

옹계의 옳음백세의 이로움(百世之利)’이고, 구범의 속임수일시의 방편(一時之務)’이라 분별하였다. 전쟁에서는 이기거나 살아남기 위해 적을 기만하는 속임수를 쓸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전쟁은 속임수(兵者詭道也)’라고 하고, ‘정공법으로 대적하여 편법으로 승리하라(凡戰者 以正合 以奇勝)’고 가르친다. 하지만 속임즉 일시의 방편은 임기응변의 불가피한 선택이어야 한다. 속임의 방편으로 만대에 이어져야할 나라의 사직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진문공은 비록 옳음을 버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지만 그 옳음의 귀한 가치를 높이 존중하여 으뜸상을 내렸던 것이다.

기업의 결함 은폐, 담합, 회계부정은 순간의 이익을 구하는 속임’이다. 그것은 연못을 말려 고기를 잡는 일이다. 이제 갈수록 기업의 부정한 일시의 방편은 법률적 사회적 압박을 더 강하게 받게 되고, 그 지속가능성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이익은 눈앞에 있고 옳음은 멀리 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을 원한다면, 가까운 이익에 마음이 흔들릴 때 반드시 멀리 있는 옳음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見利思義).

그러니 모든 선택에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백세의 이로움인가 혹은 일시의 방편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꼭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귀 조직에는 ‘그름’을 밝히며 ‘옳음’을 간하는 진정한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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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전투(城濮戰鬪, BC632)는 진나라와 초나라를 중심으로 한 제후연합군 간의 전쟁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진문공(晉文公, 재위 BC636~628)은 제환공(齊桓公)에 이어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가 된다. 여씨춘추(呂氏春秋) 효행람 의상편(孝行覽 義賞篇)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옛날 진문공이 초나라와의 성복전투를 앞두고 구범(咎犯, 진문공의 외숙 호언狐偃)을 불러 물었다. “초나라는 병력이 많고 우리는 적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구범이 답하였다. “신이 듣기로는 예(禮)를 좋아하는 임금은 겉치레를 지나치다 하지 않고, 전쟁을 자주 하는 임금은 속임수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임금께서도 그런 속임수를 쓰는 것이 마땅합니다.” 문공이 구범의 말을 옹계(雍季)에게 전하자 옹계가 말했다.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면(갈택이어竭澤而漁) 어찌 고기를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해에는 물고기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숲을 불태워 사냥한다면 어찌 짐승을 잡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다음해에는 짐승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속이는 술책을 쓰면 비록 지금은 훔칠 수 있겠지만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을 것이니, 올바른 방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공은 구범의 말에 따라 성복에서 초나라를 무너뜨리고 돌아와서는, 상을 시행함 에 있어 옹계를 으뜸으로 올려놓았다. 이에 좌우 신하들이 간하였다. “성복의 공은 구범의 계책에 따른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그 계책을 사용하시고서는 그의 상을 뒤에 두셨는데, 혹자들은 불가하다 여깁니다.” 이에 진문공이 말하였다.

“옹계의 말은 ‘백세의 이로움(百世之利)’이지만, 구범의 말은 ‘일시의 방편(一時之務)’이다. 어찌 일시의 일처리가 백세의 이로움보다 앞설 수 있겠는가.”

昔晉文公將與楚人戰於城濮, 召咎犯而問曰, 楚衆我寡, 奈何而可. 咎犯對曰, 臣聞繁禮之君, 不足於文, 繁戰之君, 不足於詐. 君亦詐之而已. 文公以咎犯言告雍季, 雍季曰, 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焚藪而田(), 豈不獲得. 而明年無獸. 詐僞之道, 雖今偸可, 後將無復, 非長術也文公用咎犯之言, 而敗楚人於城濮. 反而爲賞, 雍季在上. 左右諫曰, 城濮之功, 咎犯之謀也. 君用其言而賞後其身, 或者不可乎文公曰, 雍季之言, 百世之利也. 咎犯之言, 一時之務也. 焉有以一時之務先百世之利者乎.

공자가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어려움에 임하여 속임수를 써서 적을 물리치는 것은 좋다. 돌아와서 지혜를 존중하여 그 덕에 보답한 것도 좋다. 진문공이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지는 못하였지만 패자가 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상을 무겁게 하면 백성들이 그곳으로 이동하고, 백성들이 이동해오면 번성함을 이루게 된다. 속임수로 이루면, 그 이룸은 무너지고 그 승리도 패한 것이다. 천하에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많지만 패자(霸者)는 다섯뿐이다. 진문공이 그 중 하나를 차지했으니, 승리로부터 이룸을 얻는 바를 알기 때문이다. 승리했음에도 이룸을 얻는 바를 알지 못한다면, 승리를 얻지 못한 것과 같다. 진(秦)나라는 융(戎)에게 이겼지만 효(殽)에서 패하였고, 초나라는 중원의 나라들에 많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백거에서 패하였다. 주무왕(武王)은 그것을 알았기에 한 번 승리하여 천하에 왕이 될 수 있었다. 온갖 속임수가 나라에 가득 차면 나라가 안녕할 수 없다. 환란이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孔子聞之曰, 臨難用詐, 足以却敵. 反而尊賢, 足以報德. 文公雖不終始, 足以霸矣. 賞重則民移之, 民移之則成焉. 成乎詐, 其成毁, 其勝敗. 天下勝者衆矣, 而霸者乃五, 文公處其一, 知勝之所成也. 勝而不知勝之所成, 與無勝同. 秦勝於戎而敗乎殽, 楚勝於諸夏而敗乎柏擧. 武王得之矣, 故一勝而王天下. 衆詐盈國, 不可以爲安, 患非獨外也.
呂氏春秋 第14 孝行覽 義賞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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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엔진결함 내부고발자, 美정부서 285억원 포상금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고발한 전직 현대차 직원에게 미국 연방정부가 2430만달러(약 28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9일(현지시각)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법인의 차량 안전 문제 내부고발자인 현대차 김광호(59) 전 부장에게 이 같은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NHTSA가 2016년 자동차 안전 내부고발 보호법을 시행한 이래 실제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품질전략팀에서 일하던 김씨는 2016년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현대·기아차의 세타2 엔진 결함을 폭로했다. 김씨는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해임됐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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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회사 대표 포함 모든 이사, ‘준법감시’ 의무 있다

"재판부는 "상법 제393조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해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담당 업무는 물론 대표이사를 비롯한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다"며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시의무를 위반, 이를 방치한 때에는 그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사들이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업무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어 입찰담합에 관해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사들은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와 보고시스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사의 감시의무에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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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결국 '해체' 수순으로.."한때는 일본 대표기업이었는데"

한때 일본의 대표기업이었던 146년 역사의 도시바가 3개의 법인으로 쪼개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소위 복합 경영이라 불리는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부실 계열사 지원이 큰 부담이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2015년에 발생한 회계부정이 도시바 몰락의 치명타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