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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특허의도

[허성원 변리사 칼럼] #31 그러니 부단히 ‘데자뷰’하고 또 ‘뷰자데’하라

by 변리사 허성원 2021. 7. 11.

그러니 부단히 ‘데자뷰하고 또 뷰자데하라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1860년대 초에 러시아의 대사로 있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를 알현하다 왕궁의 창문으로 내다보니 잔디밭 한가운데에 초병이 서있었다. 빈 잔디밭을 초병이 지키는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오랜 관행이라고만 말한다. 결국 황제의 지시로 총사령관이 사흘 간 조사하여 그 사유를 알아왔다.

초병 배치의 역사는 80년 전 캐서린 대제가 통치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느 이른 봄날 아침, 캐서린 대제가 넓은 잔디밭을 둘러보던 중에 연약한 노란 수선화 한 포기를 발견하였다. 눈 덮인 동토의 대지를 뚫고 올라온 그 아름다운 꽃은 경이로웠다. 캐서린 대제는 경호담당관에게 지시하였다. "누구도 저 꽃을 꺾지 못하도록 초병을 배치하라!" 그러고 나서 80년이 흘렀다. 그 작고 연약한 꽃이 단 한 번 피었을 뿐인 그 장소를 여태껏 초병이 경호하여 왔던 것이다. 황제는 비로소 초병 배치를 중단시켰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초병이 필시 우리 주변에도 널려있을 것이다. ‘초병은 절차나 물건 혹은 사람의 모습으로 여기저기에서 귀중한 시간, 인력, 자원을 소모한다. 그런 초병'이 존속하는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다. 익숙함이란 덫과 같아서, 그 안락함에 붙잡히면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을 듣지 못한다. 80년간 익숙하고 당연하던 초병이 처음 방문한 이방인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장면이었다.

익숙함낯섬에 관련하여 데자뷰(deja vu)’'뷰자데(vuja de)'라는 말이 있다. 데자뷰는 '이미 본(already seen)'이라는 뜻의 불어로서, 처음 본 장면이나 장소임에도 언젠가 보았거나 경험한 듯한 느낌 즉 기시감(旣視感)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뷰자데는 늘 접하는 익숙한 것이 갑자기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느낌을 뜻한다. 스탠포드대의 교수이며 작가인 밥 스톤데자뷰를 뒤집어서 만든 조어로서, 그의 저서 '역발상의 법칙'에 처음 사용하였다. 요컨대, '데자뷰'는 낯선 것이 익숙하게, '뷰자데'는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정서적 상황이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가끔 경험하게 되는 상황들이지만, 창의력과 통찰력이 필요로 할 때 데자뷰적인 관점이나 뷰자데적인 관점은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왕궁을 처음 방문한 비스마르크가 잔디밭의 '초병'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뷰자데' 효과이다. 그리고 익숙함에 빠져 초병이라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그곳 사람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뷰자데'적인 시각이다. 익숙함은 당장의 편리함을 누리게 하지만, 내재된 문제를 발견하거나 변화의 방향을 찾는 감각을 거세한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적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고정관념을 뒤집고 상식을 뒤엎어 당면의 문제와 변화의 방향을 찾아내는 파괴적 사고를 요구한다. 파괴적 사고는 현 상황을 낯설게 보는 뷰자데적인 시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는 데자뷰적 시각도 창의력의 중요한 요소이다. 80년대 서산 간척지 공사에서 마지막 270m 구간의 물막이 공사가 너무 빠른 유속으로 인해 난항에 빠졌다. 정주영 회장은 마침 고철용으로 수입해둔 폐유조선을 가져다 해당 구간에 가라앉혀 물막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였다. 휴롬의 김영기 회장은 당초 음식물쓰레기의 처리기를 개발하여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기술을 녹즙기 분야에 적용하여 원액기라는 새로운 큰 제품 시장을 열었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서는 생소한 것을 마치 익숙한 것처럼 기존의 것에 연결하여 활용함으로써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데자뷰적 창의력의 사례들이다.

이처럼 '데자뷰'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익숙한 방법들에서 벗어나 낯선 것들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라. 적절한 낯선 것'문제'에 잘 접목하면 놀라운 창의적 해결을 누릴 수 있다.

그런 한편 '뷰자데'는 혁신의 과제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익숙함의 덫에 빠져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면, 모든 안락함을 부정하고 지금의 상황을 생소한 이방인의 낯선 눈으로 보라. 그러면 멋진 혁신의 기회가 보일 것이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이 시대에 데자뷰와 뷰자데는 변화의 필요와 방향을 찾아내는 조직의 생존역량이 된다. 그러니 부단히 데자뷰하고 또 뷰자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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