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왕(齊王)의 그림을 그리는 자가 있었는데,
제왕(齊王)이 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그림을 그리기 가장 어려운가?”
“개나 말이 가장 어렵습니다(犬馬最難).”
라고 대답하자,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쉬운가?”
“도깨비가 가장 쉽습니다(鬼魅最易).
대저 개나 말은 사람들이 잘 알고 아침 저녁으로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똑같이 그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형체가 없는 것이고
눈앞에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쉬운 것입니다.”
_ 한비자 외저설 좌상
客有爲齊王畵者, 齊王問曰 “畵孰最難者?” 曰:“犬馬最難.” “孰易者?” 曰:“鬼魅最易.”
夫犬馬 人所知也 旦暮罄於前 不可類之 故難. 鬼魅 無形者 不罄於前 故易之也.
_ 韓非子 外儲說左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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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로 존재하는 것은 그림으로 그리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물 그대로 표현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자칫하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존재는 표현하기 쉽다.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기준이 되는 실체가 없으니 누구도 옳고 그름을 평가하지 못한다.
기억에 의존하는 진실이나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작은 반증이나 오류에 의해 그 진실성이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 있지만,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나 거짓이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잘 먹혀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知之者弗言, 言之者弗知”(지지자불언, 언지자불지) 즉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하였는가(노자 도덕경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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