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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문제판례

특허법원이 직무를 유기하다!

by 변리사 허성원 2009. 1. 19.

2008허6406 권리범위확인(상)

[판결요지]

⑴ 피고는 2006. 7. 11., 확인대상표장(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의 사용상표로 특정한 ‘핫골드윙’은 확인대상표장과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다)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하여 수원지방법원 2006가합12384호로 상표권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 본안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7. 3. 21. 피고를 상대로 하여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였는바, 특허심판원이 2008. 4. 28. 확인대상표장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심결 을 하자, 수원지방법원은 2008. 7. 25. 확인대상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민사 본안소송을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소송은 피고의 항소에 의하여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

⑵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판단기준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등록상표와 확인대상표장을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의 민사 본안소송이 먼저 제기되어 이미 그 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과정에서 전문 국가기관의 공적 판단인 이 사건 심결이 먼저 내려져 위 본안판결에 고려될 수 있었던 사정까지 있었다면, 이미 계속 중인 위 본안판결의 상소절차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뿐, 굳이 이 사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심결취소소송을 통하여 위 분쟁해결의 중간적 수단에 불과한 이 사건 심결의 당부를 확정할 실익은 없다고 할 것이다.

⑶ 따라서 이 사건 심결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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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에 대한 평가

1. 민사법원의 본안소송과 특허심판원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이 동시에 계속되었고,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심결이 민사법원에 제출되었는데, 민사법원은 심결과 상치되는 판결을 하였다.
권리범위확인심결은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하였는데 법원 판결은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전문 국가기관인 특허심판원의 공적 판단을 민사법원이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2. 권리범위확인심결에 대하여 특허법원에 불복하였는데,
특허법원은 민사 항소심에서 다루면 될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다.
특허법원이 고유 판단 영역인 권리범위확인을 일반 법원에 넘긴 것이다.
단순히 소송 결제의 관점에서는 특허법원의 판단이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 사건의 항소심으로서 특정 영역만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이다.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3. 이 사건이 갖는 의미

첫째, 특허심판원 심결 즉 행정기관의 행위는 법원 즉 사법기관에서 실질적인 기판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최근 몇 가지 흐름과 함께 고려할 때, 법원이 의도적으로 특허 등 분쟁에서 실체 판단의 주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듯하다.

둘째, 특허법원은 가급적이면 일반 법원에서도 특허나 상표에 대한 전문 영역의 심리를 제한없이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허법원의 고유 특성을 스스로 희석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일반 법원이 특허 등에 대한 판단에 있어 폭넓은 실적을 경험하게 하여, 변리사의 고유 전문 직역을 희석하고자 하는 의도로 느껴진다.
이제 유사한 예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특허심판원이 특허가 유효하다고 하였는데도, 일반 법원이 그 심결을 부정하고 스스로 무효로 판단하여 판결하는 경우도 우리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