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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잠자는 '고유지능'을 깨워라 _ 앵거스 플레처

by 변리사 허성원 2026. 2. 19.

잠자는 '고유지능'을 깨워라 _ 앵거스 플레처

(* 앵거스 플레처의 저서 '고유지능'은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서사 인지 능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현대 사회가 신봉하는 논리와 데이터 중심의 지능은 인공지능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인간은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라는 네 가지 기둥을 통해 불확실한 환경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특히 뇌의 운동 피질에서 유래한 '모토(Moto)' 지능은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계하고 예측하는 행동 설계 장치로서 작동한다. 미 육군 특수부대의 훈련 사례에서 보듯, 이러한 지능은 정답이 없는 실전 상황에서의 의사결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된다. 결국 이 자료는 독자들에게 기계적인 계산 지능을 넘어 인간 본연의 원초적 지능을 회복함으로써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간이 스스로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한 존재임을 강조하며 서사적 주체성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1. 현대 인지 체계의 위기와 지능의 재정의

2000년대 초반, 미 육군 특수부대는 당혹스러운 현상에 직면했다. 신병 모집 과정에서 IQ 테스트 성적이 우수하고 추상적 논리력이 뛰어난 대원들이, 정작 전장의 극심한 불확실성과 변동성(VUCA: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앞에서는 의사결정 능력이 마비되거나 치명적인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사례가 빈번해진 것이다.1 이들은 '정답'이 존재하는 시험지 위에서는 완벽했으나,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고 규칙이 수시로 바뀌는 실전 상황에서는 '고지능 무능력자'로 전락했다.5 플레처는 이러한 현상이 군대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학교 교육이 인공지능처럼 생각하도록 학생들을 길러냄으로써, 인간만이 가진 독창적인 문제 해결 능력인 고유지능을 잠재웠기 때문이다.8

논리 중심 지능의 한계와 고유지능의 부상

전통적인 지능 정의는 '논리'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주어진 데이터셋에서 패턴을 찾고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영역이다.8 그러나 삶의 본질은 데이터가 불충분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저정보(Low-information)' 환경에 가깝다.8 고유지능은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비논리적이나 지극히 영리한 지능이다.2

구분 논리적 지능 (컴퓨터/AI 모델) 고유지능 (인간의 서사 인지)
작동 원리 데이터 상관관계 및 패턴 매칭 () 인과관계 및 행동의 연쇄 ()
최적 환경 안정적, 고정보, 정형화된 데이터 환경 변동성(VUCA), 저정보, 돌발 상황
문제 해결 방식 기존 데이터의 통계적 최적화 새로운 계획(Story)의 발명 및 실행
정보 처리 평균과 경향성(Typical)을 중시 예외(Exceptions)와 특이점에 주목
생물학적 토대 시각 피질에서 유래한 분류 능력 운동 피질에서 유래한 계획 능력 (Moto)

플레처는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같은 '데이터 처리 장치'가 아니라, 행동을 설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행동 설계 장치'로 진화했음을 강조한다.11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야기(Story)'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이나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인과관계에 따라 행동을 배열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 도구이다.6

2. 고유지능의 신경과학적 근거와 '모토(Moto)' 이론

고유지능의 생물학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가 진화해 온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플레처는 지능을 시각적 분류에 기반한 '논리'와 운동 제어에 기반한 '모토(Moto)'로 구분한다.1

운동 지능에서 비롯된 서사적 사고

인간의 뇌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지능은 맹수를 피하거나 먹잇감을 쫓기 위해 자신의 신체 움직임을 설계하는 능력, 즉 운동 지능(Motor Intelligence)이었다.1 플레처는 이를 짧게 '모토(Moto)'라 부르며, 이것이 현대 인간이 가진 창의성과 회복탄력성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1 뇌의 운동 피질은 단순히 근육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 "만약 내가 저 나무 뒤로 숨는다면(A), 맹수가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B)"라는 식의 행동의 사슬을 만드는 인과적 추론 기능을 수행한다.1

이러한 '모토' 지능은 시냅스의 가소성을 통해 작동하며, 이는 트랜지스터 기반의 컴퓨터 논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8 컴퓨터의 논리는 'A = B'라는 등식과 상징 논리에 갇혀 있지만, 인간의 뉴런은 행동의 선후 관계와 의도를 연결하는 'A -> B'의 서사적 구조를 물리적으로 처리한다.8 이것이 바로 인간이 언어를 배우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해 왔다는 증거이다.11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하드웨어적 격차

플레처는 2021년 학술지 에 발표한 논문 "Why Computers Will Never Read (or Write) Literature"를 통해 인공지능의 하드웨어적 한계를 명확히 규명했다.4 인공지능이 구동되는 CPU의 산술 논리 장치(ALU)는 상징 논리(Symbolic Logic)만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물리적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하드웨어적 한계를 지닌다.14

반면, 인간의 신경계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적 연결을 생성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분석하거나 모방하여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단지 수조 개의 텍스트 데이터에서 단어의 출현 빈도와 상관관계를 계산한 '통계적 모방'에 불과하다.9 인공지능은 그 글에 담긴 '의도(Intent)'나 '행동 계획(Plan)'을 결코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이야기thinking은 통계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 작용하는 인과적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13

3. 고유지능의 제1기둥: 직관(Intuition) - 예외를 포착하는 눈

고유지능을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 중 첫 번째인 직관은 흔히 '무의식적인 패턴 인식'으로 정의되곤 한다.18 그러나 플레처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등의 행동경제학자들이 정의한 '빠른 패턴 매칭'으로서의 직관에 반론을 제기한다.1 만약 직관이 단순한 패턴 매칭이라면 데이터가 풍부한 어른이 아이보다 직관적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이 새로운 상황에서 훨씬 더 영리한 직관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18

패턴의 붕괴와 '예외적 정보'의 가치

플레처가 정의하는 직관은 단순한 '직감'이나 패턴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패턴에서 벗어난 '예외(Exceptions)'를 포착하는 능력이다.1 그는 이를 '예외적 정보(Exceptional Information)'라 부르며,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규칙이 탄생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한다.1 인공지능은 평균과 경향성을 따르며 불규칙한 데이터(노이즈)를 매끄럽게 처리하려 하지만, 인간의 직관은 그 노이즈 속에 숨겨진 미래의 신호를 감지한다.1

플레처는 '두 개의 플라스틱 스푼' 사례를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 성인의 뇌는 언어적 라벨링을 통해 세상을 규격화한다. 그래서 육안으로 거의 구별되지 않는 두 스푼을 똑같은 '스푼'이라는 범주로 묶어 처리한다.19 그러나 그의 어린 딸은 자신이 늘 사용하던 스푼과 새로 가져온 스푼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즉각적으로 감지해 낸다. 아이의 뇌는 아직 언어적 라벨에 갇히지 않았기에 사물의 고유한 특이성, 즉 예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19

  • 패턴 파괴: 인공지능은 수만 개의 데이터에서 평균적인 '전형성(Typicality)'을 찾아내지만, 인간의 직관은 "이것은 왜 다른가?"라는 의문을 통해 새로운 규칙의 탄생을 예고한다.
  • 어린아이의 시선: 4세 아이는 성인보다 10배 더 많은 예외적 정보를 포착한다. 이는 언어적 라벨링(Labeling)에 갇히지 않고 사물의 고유한 특이성을 온전히 경험하기 때문이다.

혁신가들의 직관적 방법론

역사상 위대한 발견들은 모두 이러한 직관의 힘, 즉 '규칙의 틈새'를 포착한 결과였다.2

  • 마리 퀴리(Marie Curie):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당시의 확고한 과학적 패턴 속에서, 원자 내부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방사능'이라는 예외 현상에 주목하여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5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전통적인 회화가 사물의 형태와 질감을 묘사하는 데 집중할 때, 그는 노란색과 파란색, 보라색과 녹색의 보색 대비가 일으키는 시각적 예외에 주목하여 현대적인 색채 이론의 선구자가 되었다.2
  •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거대한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지배하던 시대에, 조악한 부품으로 만들어진 '알테어'라는 작은 기계에서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예견하는 직관을 발휘했다.8

직관을 회복하기 위한 실전 기법으로 플레처는 '서사로의 전환(Shift to Narrative)'을 제안한다. 어떤 대상을 마주했을 때 "저 사람은 냉정하다"는 식의 판단(Label)을 내리는 대신, "그 판단이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구체적인 행동의 사건(Story)을 떠올리고,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방식이다.8

4. 고유지능의 제2기둥: 상상력(Imagination) - 무한한 미래의 분기점

상상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막연히 꿈꾸는 능력이 아니라, 직관이 발견한 예외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행동의 사슬을 엮어내는 '분기 엔진(Branching Engine)'이다.1 논리가 '확률(Probability)'을 계산하여 가장 가능성 높은 하나의 미래에 베팅한다면, 상상력은 수많은 '가능성(Possibility)' 즉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s)'를 시뮬레이션하여 대비책을 마련한다.8

전략과 전술의 서사적 통합

상상력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정교한 계획 수립의 도구이다. 플레처는 미 특수부대의 작전 수립 방식을 인용하며, 이를 '정의된 전략과 무제한의 전술'이라고 설명한다.8

구성 요소 역할 및 특성 뇌의 작동 방식
전략 (Strategy)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단 하나의 명확한 목적 (이야기의 시작과 끝) 통합된 과거와 가치 중심의 동기 부여
전술 (Tactics)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수만 가지의 유연한 경로 (이야기의 중간) 예외를 활용한 '만약에(What-if)' 시나리오의 무한 확장

이러한 상상력은 베토벤의 음악적 변주나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해전 전술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8 이들은 목표(승리 또는 주제곡 완성)라는 단 하나의 전략을 고수한 채, 상황의 변화(파도, 바람, 적의 움직임 등)라는 예외적 정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전술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갔다. 이것이 바로 서사 인지가 가진 유연성의 정수이다.8

상상력을 훈련하는 도구로서의 문학

상상력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도전적인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다. 플레처는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특수부대원들에게까지 유용한 이유를 설명한다.9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정형화된 아키타입(Archetype)을 거부한다. 고뇌하는 행동파인 '햄릿', 차가운 야심가이면서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클레오파트라', 소년처럼 행동하는 노인 '폴스타프' 등은 뇌에 신선한 인지적 충격을 준다.9 이러한 인물들을 접하며 뇌는 고정된 패턴을 부수고 더 복잡하고 인간적인 인과관계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법을 훈련하게 된다.9

  • 가지치기 엔진(Branching Engine): 컴퓨터가 하나의 확률적 결론으로 수렴(Convergent)할 때, 상상력은 '만약에(What-if)'라는 질문을 통해 수만 가지의 전술적 경로로 발산(Divergent)한다.
  • 서사적 계획: 상상력은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를 가동하여 행동의 연쇄인 '플롯(Plot)'을 짜는 엔진 역할을 한다.
  • 훈련 기법: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처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예외적 캐릭터'를 접하는 것은 뇌의 상상력 회로를 재배선하는 가장 강력한 훈련이다.

5. 고유지능의 제3기둥: 감정(Emotion) - 행동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나침반

현대 조직 사회에서 감정은 흔히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노이즈로 여겨진다. 하지만 고유지능의 관점에서 감정은 우리의 계획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정교한 '대시보드'이자 '피드백 시스템'이다.1
따라서 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 아니라, 현재 실행 중인 계획의 유효성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인지적 피드백 시스템'이다.

감정의 생물학적 신호 해석

플레처는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지능적 신호를 해석할 것을 권고한다.1 감정은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과 수립한 계획 사이의 불일치를 경고하는 생물학적 기제이다.8

  1. 두려움(Fear): "현재 가용할 수 있는 계획이 없다"는 뇌의 비상 경고이다.1 이 신호가 울릴 때 가장 나쁜 대응은 공포에 질려 멈추는 것이고, 가장 좋은 대응은 아주 작은 첫걸음이라도 포함된 '새로운 행동 계획'을 즉시 수립하는 것이다.7
  2. 분노(Anger): "계획이 단 하나뿐이며, 그것이 가로막혔다"는 신호이다.1 분노는 시야를 좁게 만들고 공격성을 높인다. 이때 필요한 것은 분노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경로(Plan B, C)를 상상함으로써 뇌의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이다.8
  3. 슬픔과 수치심(Grief and Shame): 자아의 서사적 일관성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신호이다.2 이는 과거의 실패를 '틀림'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 데이터'로 변환하여 자아를 다시 통합하라는 신호이다.2

특히 플레처는 '바보 같은 자부심(Dumb Pride)'과 '매버릭 감사(Maverick Gratitude)'라는 독특한 감정 활용법을 제시한다.8 남들이 비웃을지라도 자신만은 은밀하게 느끼는 자부심이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든 일에서 느끼는 뜻밖의 감사함은 그 사람만의 진정한 정체성과 인생의 목적("Why")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이정표가 된다.8

6. 고유지능의 제4기둥: 상식(Commonsense) -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지혜

상식은 단순히 '누구나 아는 지식' 혹른 '당연한 지식'이 아니다. 고유지능 이론에서 상식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Doubt Switch)"이자, 데이터의 공백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용기이다.1

인간의 상식 vs 인공지능의 환각

인공지능과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자신이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른다"고 답하기보다 기존 데이터를 조합해 매우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5 이를 인공지능의 '환각(Hallucination)'이라 한다.1 반면, 인간은 아주 어린 아이조차 낯선 환경에 처하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부모 뒤로 숨는다. 이는 데이터가 없는 새로운 상황 혹은 모르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주의력을 극대화하여 '멈춤(Pause)'과 '의심'을 발휘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는 고차원적인 '상식'의 발현이다.1

상식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이 격언도 맞지만 저 격언도 맞을 수 있다"는 모순을 견디는 힘이다.2 벤저민 프랭클린이 수많은 상충하는 격언들을 수집하고 이를 상황에 맞게 적용했던 것은 고도의 상식적 지능이 발휘된 결과였다.2

불안의 역설적 활용

불안 또한 상식의 영역에서 관리된다. 플레처는 불안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8

  • 과거의 불안: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으로,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표준 운영 절차(SOP)를 업데이트하여 미래의 유사한 위험을 방지하는 도구로 써야 한다.8
  • 미래의 불안: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다. 상식적인 뇌는 이를 '가까운 불안(Near Anxiety)'으로 한정시킨다. 즉, 바로 다음 단계의 위험에만 경계심을 집중함으로써 뇌의 과부하를 막고 실질적인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8

7. 미 육군 특수부대의 '고유지능 훈련'과 실전 적용 사례

앵거스 플레처의 이론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결정적인 계기는 미 육군 특수부대와의 성공적인 협업이었다.7 2021년 3월, 육군 특수전 부대는 논리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전에서 무력한 대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플레처가 소속된 '프로젝트 내러티브'에 문을 두드렸다.5

특수전 교육 과정(C150 모듈)의 구조

플레처와 미 육군이 공동 개발한 창의적 사고 과정은 현재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CGSC)의 정규 커리큘럼으로 편입되어 수천 명의 장교를 대상으로 교육되고 있다.25

교육 코드 교육 과정 명칭 주요 학습 목표 및 활동
C151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인지 편향과 오류를 식별하고 기존의 논리 체계를 점검함 27
C152A 수렴적/발산적 사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최적화함 27
C152B 서사 인지 기반 창의성 **관점 설계(Perspective Plotting)**와 **플롯 비틀기(Plot Twisting)**를 통해 전례 없는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함 26
C153A 서사 실습을 통한 리더십 VUCA 환경에서 분노와 두려움을 관리하고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유지함 26
C153B 예외 정보 탐지 훈련 전장의 미세한 징후를 포착하여 적보다 빠르게 상황 변화를 인지함 26

26

훈련의 성과와 민간으로의 확장

이 훈련을 거친 특수부대원들은 "미래를 더 빠르게 예측하고, 트라우마에서 더 신속하게 회복하며, 생사의 기로에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24 특히 훈련 전후의 창의성 점수를 측정한 결과, 서사 인지 기반의 실습을 수행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문제 해결 능력과 관점 수용 능력이 월등히 향상되었음이 입증되었다.26

이후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월스트리트의 투자자, 응급실 의사, NFL 선수 등 극도의 압박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적용되었다.24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보 과부하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최적화된 답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2

8. 고유지능을 깨우는 실천적 메커니즘

앵거스 플레처는 고유지능이 특별한 천재들만의 재능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교육과 문화에 의해 잠들어 있을 뿐인 모든 인간의 본성임을 강조한다.2 그는 책 전반에 걸쳐 일상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훈련법들을 제시한다.

8-1. 서사로의 전환(Shift to Narrative) 기법

성인의 뇌가 가진 '판단과 라벨링'의 습관을 깨고 직관을 회복하는 훈련이다.

  1. 판단 포착: 특정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내린 고정된 라벨(예: "저 사람은 냉정하다")을 인지한다.
  2. 기원 탐색: "그 판단이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물어, 그 판단을 촉발한 구체적인 과거의 '사건(Story)'을 찾아낸다.
  3. 행동 번역: 그 구체적 사건에 집중하여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고정된 라벨 대신 살아있는 행동의 시나리오를 설계한다.

8-2. 관점 설계(Perspective Plotting)와 플롯 비틀기(Plot Twisting)

우리는 보통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왜?"는 분류와 논리를 유도한다.5 고유지능을 깨우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라고 물어야 한다. 이는 뇌가 구체적인 행동의 시나리오(Plot)를 그리게 만든다.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CGSC)에서 교육하는 창의성 강화 훈련으로, 인과관계와 대안적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을 키운다.

  • 관점 설계: "원인에서 결과로" 또는 "결과에서 원인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가정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를 실습한다.
  • 플롯 비틀기: 환경의 규칙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결과'를 상상하여 작전의 유연성을 확보한다.

8-3. '첫걸음 계획(First-Step Plan)'과 감정 리셋

두려움과 분노를 인지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거대한 위기 앞에서 압도당할 때, 뇌는 두려움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마스터플랜이 아니다. 목표(B)를 바라보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A)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모토' 지능이 활성화되며 공포가 사라지고 통제력이 회복된다.8

  • 공포 대응: 큰 목표가 가로막혀 두려울 때, 시선을 아주 먼 '서사적 지평선(전략적 목표)'에 고정시킨 후, 지금 당장 발을 뗄 수 있는 가장 작은 '첫걸음(First step)'만을 설계한다. 이는 뇌에 통제력을 돌려주어 마비를 해제한다.   
  • 분노 대응(Emotion Reset): 격한 감정이 들 때, 과거에 극심한 압박 속에서도 새로운 계획을 세워 성공했던 경험을 강렬하게 회상한다. 이 기억은 뇌의 공격성을 진정시키고 유연한 직관을 다시 깨운다.   

8-4. '적의 기술' 흡수하기 (Eat Your Enemy)와 사령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 기반 소통

혁신과 리더십을 위한 서사적 접근법이다.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나 적대적인 세력이 가진 방식 중 가장 생소하고 예외적인 부분을 찾아내어 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형하여 흡수하는 과정이다.8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물학적 생존 전략과 일치한다.

리더는 팀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어떻게(How)"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대신 이야기의 시작(현재 상황과 이유)과 끝(최종 목표)만을 명확히 전달하고, 중간의 전술적 과정은 팀원들이 스스로 상상하여 채우도록 입을 닫아야 한다.1 이것이 조직 구성원 전체의 고유지능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 혁신 메커니즘: 경쟁자나 적의 방식 중 가장 생소한(예외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자신의 본질적인 목적을 유지한 채 그 기술을 변형하여 내재화한다.   
  • 사령관의 의도: 팀원에게 지시할 때 '어떻게(Middle)'를 생략하고, '왜(Beginning)'와 '최종 목표(End)'만을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팀원 개개인의 고유지능이 작동할 여지를 열어준다.

결론: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앵거스 플레처의 <고유지능>은 인류가 도구로서 발명한 '논리'와 '데이터'라는 틀에 갇혀, 정작 자신의 뇌가 가진 수백만 년 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잊고 살았음을 준엄하게 경고한다.2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최적의 답을 내놓는 시대에, 인간이 매달려야 할 것은 더 정교한 논리나 더 많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다.3

인간의 가치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수만 가지의 최적화된 경로 중에서, 자신의 가치와 목적에 맞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신호를 포착하여 미래를 수정해 나가는 '서사적 주체성'에 있다.3

KAIST 정재승 교수의 지적처럼, 인간의 뇌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바꿔내는 '경이로운 베틀'이다.33 고유지능은 그 베틀을 다시 돌리기 위한 스위치이다. 우리가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고,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경로를 설계하며, 감정을 나침반 삼아 상식적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공지능이라는 비서를 부려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3

결국 앵거스 플레처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강력하다. "당신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You Are Smarter Than You Know)." 이제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고유지능의 스위치를 켜고, 불확실성이라는 파도를 타고 나아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이다.1

이 공식은 데이터라는 차가운 분석에 인간의 서사라는 따뜻한 숨결이 불어넣어질 때, 비로소 세상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영향력이 탄생함을 의미한다.11 고유지능은 그 변화를 이끄는 인간만의 영원한 유산이다.

참고 자료

  1. Primal Intelligence Summary of Key Ideas and Review | Angus Fletcher - Blinkist,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blinkist.com/en/books/primal-intelligence-en
  2. 고유지능 | 앵거스 플레처 | 인플루엔셜 - 예스24,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1617623
  3. 『고유지능』 - 저자 앵거스 플레처 - 황금독서클럽,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goldenbookclub.net/notes/44
  4. Angus Fletcher | Project Narrative,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projectnarrative.osu.edu/about/current-research/research-projects/angus-fletcher
  5. 인공지능에 '논리' 뒤처진 인간…'고지능 무능력자' 되지 않으려면 [.txt],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27865.html
  6. Angus Fletcher: AI Can't Replace Our Storythinking or Primal Intelligence,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singularityweblog.com/angus-fletcher-storythinking/
  7. AI는 절대 못 따라한다… 내 안에 숨은 '고유 지능' 깨워라 - 조선일보,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5/11/08/O4HISVHNQJEWLHQYN4QBZSSJZQ/
  8. Primal Intelligence | Summary, Quotes, Audio - SoBrief,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sobrief.com/books/primal-intelligence
  9. Why AI is never going to run the world - Ohio State News,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news.osu.edu/why-ai-is-never-going-to-run-the-world/
  10. Primal Intelligence (with Angus Fletcher) - EconTalk Podcast Archive - Econlib,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econtalk.org/primal-intelligence-with-angus-fletcher/
  11. Project Narrative's Angus Fletcher – Professor of Story Science – on ...,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insightagents.co.uk/project-narratives-angus-fletcher-professor-of-story-science-on-the-power-of-narrative-cognition/
  12. Bio - Angus Fletcher,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angusfletcher.co/b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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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Why Computers Will Never Read (or Write) Literature: A Logical Proof and a Narrative,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48377065_Why_Computers_Will_Never_Read_or_Write_Literature_A_Logical_Proof_and_a_Narr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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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What the Rise of AI Means for Narrative Studies: A Response to 'Why Computers Will Never Read (or Write) Literature' by Angus Fletcher - Gwern.net,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gwern.net/doc/ai/nn/transformer/gpt/fiction/2022-chun.pdf
  18. Why AI Will Never Defeat Primal Intelligence - NextBigIdeaClub,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nextbigideaclub.com/magazine/ai-will-never-defeat-primal-intelligence-bookbite/5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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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고유지능 | 앵거스 플레처 - 알라딘,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5539612
  21. Achieve Breakthroughs By Tapping Into Your Primal Intelligence | Cascade Strategies, Inc.,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cascadestrategies.com/burning-questions/achieve-breakthroughs-by-tapping-into-your-primal-intelligence/
  22. How our primal intelligence gives us an edge over AI - WHYY,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hyy.org/episodes/how-our-primal-intelligence-gives-us-an-edge-over-ai/
  23. Primal Intelligence: You Are Smarter Than You Know by Angus Fletcher | Goodreads,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goodreads.com/book/show/221754320.Primal_Intelligence_You_Are_Smarter_Than_You_Know
  24. Primal Intelligence: You Are Smarter Than You Know - Parnassus Books,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parnassusbooks.net/book/9780593715307
  25. The Cognitive Limits of Warfare: U.S. Army Professional Military Educ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Integration and Human Adaptation in the Accelerating Speed of Conflict (2025) - https://debuglies.com,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debuglies.com/2025/09/03/the-cognitive-limits-of-warfare-u-s-army-professional-military-education-artificial-intelligence-integration-and-human-adaptation-in-the-accelerating-speed-of-conflict-2025/
  26. Narrative paths to creativity: Evaluating Human and AI Contributions - Developments in Business Simulation and Experiential Learning,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absel-ojs-ttu.tdl.org/absel/article/view/3425/3361
  27. From Research to Reality: Cultivating VUCA-Resistant Thinking at CGSC,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armyupress.army.mil/Journals/Military-Review/Online-Exclusive/2024-OLE/Research-to-Reality/
  28. Primal Intelligence - by Angus Fletcher (Hardcover) - Target,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target.com/p/primal-intelligence-by-angus-fletcher-hardcover/-/A-1001136962
  29. Improving Creative Thinking through Narrative Practice - Developments in Business Simulation and Experiential Learning,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absel-ojs-ttu.tdl.org/absel/article/view/3383/3323
  30. Primal Intelligence by Angus Fletcher - Buxton Books,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buxtonbooks.com/item/ZoOPMvNQhqZrVOkeplnOxw
  31. Primal Intelligence: You Are Smarter Than You Know - Everand,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everand.com/audiobook/883416181/Primal-Intelligence-You-Are-Smarter-Than-You-Know
  32. [전자책] 고유지능 | 앵거스 플레처 | 인플루엔셜 - 예스24,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7512250
  33. 고유지능 | 앵거스 플레처 - 국내도서 - 교보문고, 2월 19, 2026에 액세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301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