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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전환사채(CB)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2. 2.

전환사채(CB)

_ 그 구조적 메커니즘과 내재 옵션의 파생효과 및 규제 환경의 진화

1. 서론: 현대 금융시장에서의 메자닌(Mezzanine) 증권의 위상과 본질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은 전통적으로 타인 자본(Debt)과 자기 자본(Equity)이라는 명확히 구분된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타인 자본은 확정된 이자 비용을 대가로 자금을 빌려오는 형식을 취하며, 채권자에게는 경영 참여권이 주어지지 않는 대신 우선적인 변제권과 고정 수익이 보장된다. 반면 자기 자본은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되며, 투자자는 기업의 잔여재산청구권과 의결권을 가지는 대신 기업 실적에 따른 배당과 주가 변동이라는 불확실한 수익 구조에 노출된다. 그러나 금융 공학의 발전과 기업 자금 수요의 다변화, 그리고 투자자들의 위험 대비 수익 추구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 두 가지 전통적 자산군의 경계에 위치한 '메자닌(Mezzanine)' 증권이 현대 금융시장의 핵심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이하 CB)는 채권의 안전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결합한 가장 대표적이고 정교한 금융 상품이다.

전환사채는 표면적으로는 발행 회사가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채권의 형식을 띠고 있다.1 그러나 그 내면에는 투자자가 일정한 조건 하에 채권을 발행 회사의 신규 발행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전환권(Conversion Right)'이라는 콜옵션(Call Option) 성격의 파생상품이 내재되어 있다.2 이러한 이중적 구조(Hybrid Structure)는 발행사와 투자자 양측에 전략적 유용성을 제공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금융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부채가 자본으로 전입되어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1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하거나 횡보할 때는 채권으로서의 확정 이자와 원금 상환을 통해 하방 위험(Downside Risk)을 방어하고, 주가가 상승할 때는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세 차익(Capital Gain)이라는 무제한의 상방 이익(Upside Potential)을 향유할 수 있는 비대칭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게 된다.1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 특히 코스닥(KOSDAQ)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소·벤처기업 금융 시장에서 전환사채는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지배구조(Governance)와 관련된 복잡한 이슈를 낳고 있다. 한국의 전환사채 시장은 공모(Public Offering)보다는 사모(Private Placement) 위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발행 정보의 비대칭성과 소수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켰다.2 더욱이 리픽싱(Refixing, 전환가액 조정) 조항과 콜옵션(Call Option, 매도청구권) 등 한국적 특수성이 강한 옵션들이 결합되면서, CB는 최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 확대 수단이나 '무자본 M&A'의 도구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2

이에 전환사채의 정의와 기본 작동 원리를 금융 공학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CB에 내재된 다양한 옵션(Put, Call, Refixing)들의 역학 관계를 규명한다. 또한, 전환사채의 가치 평가(Valuation) 메커니즘과 그릭스(Greeks)를 통한 리스크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2024년 12월 1일부로 시행된 금융위원회의 획기적인 규제 변화5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와 전략적 시사점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넘어, 각 요소 간의 인과관계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통찰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2. 전환사채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생애주기(Lifecycle) 분석

전환사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행부터 소멸에 이르는 생애주기(Lifecycle) 상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과 권리 관계의 변화를 미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2.1 발행 구조와 자금 조달의 유인

전환사채 발행은 기업의 재무 전략상 부채 조달과 유상증자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재무 상태가 우량한 대기업은 낮은 금리의 일반 회사채(Straight Bond)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거나 미래 성장성은 있으나 당장의 현금 흐름이 부족한 성장형 기업(Growth Compnay)이나 한계 기업의 경우,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반 채권이나 주가 희석 우려로 인한 유상증자의 실패 위험이 존재한다. 이때 전환사채는 투자자에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라는 '당근(Sweetener)'을 제공함으로써, 발행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능을 수행한다.2 실제로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 발행되는 사모 CB의 상당수는 표면이자율(Coupon Rate)이 0%로 설정되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이자 수익보다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전적으로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모(Private Placement) 방식의 발행은 특정 소수의 기관투자자나 개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2 이는 증권신고서 제출 면제 등 절차적 간소함과 신속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지만,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분율이 희석될 잠재적 물량이 주주총회의 통제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생성된다는 측면에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2

2.2 보유 기간 중의 현금 흐름과 이자율 체계

전환사채의 이자율 구조는 일반 채권과 달리 이원화되어 있다.

  1. 표면이자율 (Coupon Rate): 발행사가 매 분기 또는 매년 실제로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환권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표면이자율은 낮게 설정되며, 0%인 경우도 흔하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만기보장수익률 (Yield to Maturity, YTM): 투자자가 만기까지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을 보유했을 때, 발행사가 보장해주는 연복리 수익률이다.7 예를 들어 표면이자율이 0%이고 YTM이 3%라면, 발행사는 평소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다가 만기에 원금과 함께 연복리 3%로 계산된 이자를 일시불로 지급한다. 이는 주가가 상승하지 않아 주식 전환이 무의미해졌을 때, 투자자의 기회비용을 보상하고 원금을 방어해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한다.7

2.3 전환(Conversion)의 메커니즘과 효과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발행사는 신주를 발행하여 사채 원금과 교환한다. 이때 부채(사채)는 소멸하고 자본(자본금 및 자본잉여금)이 증가하게 된다.

  • 재무적 효과: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하여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이자 비용 부담이 영구적으로 사라진다.
  • 주주가치 희석: 기존 주식 수에 신주가 더해지면서 주당순이익(EPS)이 감소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한다.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2

3. 전환사채 밸류에이션의 심층 분석: 패리티(Parity)와 괴리율

전환사채 투자의 핵심은 '채권의 가치'와 '주식 옵션의 가치' 사이의 균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패리티(Parity)이다.

3.1 패리티(Parity)의 정의와 공식

패리티는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 대비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CB를 즉시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의 내재 가치를 의미한다.8

Parity = [Current Stock Price (현재 주가)] / [Conversion Price (전환 가격)]  x 100

이 공식은 CB 투자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 Parity > 100 (내가격, In-the-Money): 현재 주가가 전환가보다 높은 상태다. 투자자는 즉시 전환하여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때 CB의 가격은 주가와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는 주식 연동형 자산(Equity-like)의 성격을 띤다.
  • Parity = 100 (등가격, At-the-Money): 주가와 전환가가 동일한 상태다. 전환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 Parity < 100 (외가격, Out-of-the-Money):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은 상태다. 지금 전환하면 손해를 보게 되므로, 투자자는 전환을 포기하고 만기까지 채권으로 보유하여 이자를 수취하거나 주가 반등을 기다리는 전략을 취한다.9 이때 CB의 가격은 일반 채권 가치(Bond Floor)에 수렴하며 하방 경직성을 보인다.

3.2 괴리율과 시장 가격의 형성

이론적으로 CB의 가격은 패리티와 동일해야 하지만(전환 비용 무시 시), 실제 시장에서는 패리티보다 높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차이를 **괴리율(Premium)**이라고 한다.

Premium = [(Market Price of CB) - (Parity Value)] / (Parity Value)

괴리율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간 가치(Time Value)'와 '변동성(Volatility)' 때문이다.

  1. 하방 방어의 가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채권 원금이 보장된다는 안정성은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즉, 주식보다 안전하므로 더 비싸게 거래된다.
  2. 옵션의 시간 가치: 만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주가가 전환가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가치를 지닌다.10 변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이 가능성의 가치(옵션 프리미엄)는 커진다.

3.3 투자 전략적 시사점

  • Bull Market (강세장):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는 패리티가 높거나 괴리율이 낮은 CB를 매수하여 주가 상승분에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는 전략이 유효하다.
  • Bear Market (약세장): 주가 하락이 우려될 때는 패리티가 낮아 채권 성격이 강한 CB를 매수한다. 주가가 더 떨어져도 채권 가치(Bond Floor)가 가격을 지지해주므로 손실이 제한적이다. 이를 채권형 CB 투자라고 한다.10

4. 내재된 옵션(Embedded Options)의 파노라마와 전략적 활용

전환사채를 단순한 '주식 전환 가능 채권'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CB는 발행사와 투자자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반영된 복합 옵션 상품이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CB에 부가되는 주요 옵션들인 풋옵션, 콜옵션, 그리고 리픽싱을 상세히 분석한다.

4.1 투자자의 방패: 풋옵션 (Put Option, 조기상환청구권)

풋옵션은 투자자가 만기 이전에 발행사에게 "내 원금과 이자를 지금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11 이는 채권의 '만기'라는 개념을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변형시킨다.

  • 작동 메커니즘: 통상 발행 후 1년 또는 2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 3개월마다 행사가 가능하다. 투자자는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아 주식 전환의 매력이 없을 때, 또는 발행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하여 부도 위험이 감지될 때 풋옵션을 행사한다.11
  • 수익률 확정 기능: 풋옵션 행사 시 투자자는 원금뿐만 아니라 발행 시 약속된 '조기상환 수익률(Put Yield)'을 함께 받는다. 이는 YTM과 유사하거나 동일하게 설정된다. 즉, 풋옵션은 "주식 대박이 터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라도 챙기고 나가겠다"는 투자자의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다.
  • 발행사 리스크: 풋옵션은 발행사에게는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주가 하락기에 다수의 투자자가 일시에 풋옵션을 행사(Put Rush)할 경우,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하여 흑자 부도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재무 담당자(CFO)는 풋옵션 행사 시기를 고려하여 현금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4.2 발행사의 창: 콜옵션 (Call Option, 매도청구권)

콜옵션은 발행사가 만기 이전에 채권을 투자자로부터 강제로 되사올 수 있는 권리이다.3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로 금리가 하락하여 더 낮은 금리로 차환 발행(Refinancing)을 하려 하거나, 주가가 급등하여 전환이 확실시될 때 배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이 콜옵션이 매우 독특하고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하였다.

  • 한국형 콜옵션의 특징: 한국의 사모 CB 계약서에는 발행사가 CB의 30~50% 정도를 만기 전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빈번하게 포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콜옵션의 매수 주체를 "발행회사 또는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설정한다는 점이다.
  • 지배주주의 활용(악용) 메커니즘:
  1. 회사가 CB를 발행한다.
  2.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이 낮아지고, 전환 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난다.
  3. 주가가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때, 회사는 콜옵션을 행사하여 투자자로부터 CB를 싼값(원금+약간의 이자)에 회수한다.
  4. 회사는 이 CB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주주나 그 자녀에게 넘긴다.
  5. 최대주주는 낮은 전환가액으로 주식으로 전환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고, 지분율을 헐값에 늘린다.4
    이는 회사의 자금(콜옵션 프리미엄 등 기회비용)을 이용하여 개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 승계 수단으로 비판받아 왔으며, 2024년 규제 강화의 주된 타겟이 되었다.

4.3 양날의 검: 리픽싱 (Refixing, 전환가액 조정)

리픽싱은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하여 투자자의 전환 가능 주식 수를 늘려주는 투자자 보호 장치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흔치 않거나 매우 제한적인 조건(IPO 실패 시 등)에서만 사용되지만, 한국 메자닌 시장에서는 거의 모든 사모 CB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표준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발행 후 3개월마다 주가를 평가하여,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으면 전환가를 주가 수준으로 낮춘다. 통상 최초 전환가의 70%까지 조정이 가능했으나, 정관 변경 등을 통해 액면가까지 낮추는 경우도 있었다(현재는 규제로 제한).
  • 죽음의 소용돌이 (Death Spiral) 이론: 리픽싱은 이론적으로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12
  1. 공매도 세력이나 기존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여 주가가 하락한다.
  2. 리픽싱 발동으로 전환가가 낮아져 전환 가능 주식 수가 증가한다.
  3. 잠재적 매도 물량(Overhang) 증가에 대한 공포로 기존 주주들이 투매에 나선다.
  4. 주가가 추가 하락하고, 다시 리픽싱이 발동된다.
  5. 이 과정이 반복되며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기존 주주의 가치는 휴지 조각이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만으로 주가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4.4 리픽싱과 반희석 조항(Anti-dilution)의 구분

흔히 혼용되지만, 리픽싱과 반희석 조항은 구분되어야 한다.

  • 리픽싱(Refixing): 단순히 시장 주가가 하락했을 때 전환가를 낮춰주는 것. (한국형 특징)
  • 반희석(Anti-dilution): 회사가 유상증자, 주식배당, 합병 등을 통해 신주를 발행할 때, CB 보유자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환가를 조정해주는 것.6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합리적인 조치다. 예를 들어 회사가 현재 주가보다 50%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한다면, CB 전환가도 이에 비례하여 낮춰줘야 공정하다. 2024년 규제는 이 반희석 조항의 산식을 엄격하게 규정하였다.

5. 한국 전환사채 규제의 대전환: 2024년 개정안 심층 분석 및 2021년과의 비교

한국 금융당국은 CB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목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2021년의 1차 개혁에 이어,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시장의 관행을 뿌리째 바꿀 강력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

5.1 2021년 규제 개혁의 회고

2021년 12월, 금융위원회는 두 가지 핵심 규제를 도입했다.

  1. 콜옵션 행사 한도 제한: 최대주주에게 부여할 수 있는 콜옵션 물량을 '발행 당시의 최대주주 지분율'로 제한했다.13 5%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CB 콜옵션을 통해 50% 지분을 확보하는 마법을 차단한 것이다.
  2. 상향 리픽싱 의무화: 주가가 하락해 리픽싱된 후 다시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가액도 의무적으로 다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이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했을 때 전환가를 낮춘 뒤, 주가가 회복되면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우회로를 찾았다. 리픽싱 최저 한도를 정관 변경을 통해 과도하게 낮추거나, 편법적인 증자 방식을 활용하여 전환가를 조정하는 사례가 지속되었다.

5.2 2024년 12월 1일 시행 개정안의 핵심 내용 (Deep Dive)

2024년 개정안은 기존의 구멍(Loophole)을 원천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아래 표는 개정 전후의 변화를 요약한 것이다.5

규제 항목 개정 전 (Before) 개정 후 (After, 2024.12.01~) 비고
리픽싱 최저 한도 예외 적용 정관에 근거가 있거나 주주총회 특별결의 시 70% 미만 조정 가능 오직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친 경우에만 70% 미만 조정 허용 정관을 통한 이사회의 임의적 한도 파괴 금지 6
반희석(증자 등) 조정 산식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 (유리한 방식 적용 가능) 금융위가 규정한 표준 산식 의무 적용 경제적 희석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여 과도한 하향 조정 방지 6
사모 CB 전환가 산정 기준일 이사회 결의 전일 등 납입일 전 제3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 납입일 변경 꼼수를 통한 기준 주가 조작 방지 5
만기 전 취득 CB 공시 단순 취득 사실만 공시 (일부 미비) 취득 후 처리 계획(소각, 재매각 등)을 주요사항보고서에 상세 공시 "회삿돈으로 사서 사장님께 넘기기" 감시 강화 6

 

5.2.1 리픽싱 최저한도 규제의 함의

가장 강력한 변화는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의 70%)의 예외 적용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만 가능하게 한 것이다.6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2/3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1/3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다.

  • 의미: 경영진과 결탁한 이사회가 자금 조달을 명분으로 헐값에 주식을 발행하는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 없이는 과도한 희석을 유발하는 CB 발행이 어렵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다.

5.2.2 반희석 조정 산식의 표준화 (Anti-dilution)

과거에는 기업들이 유상증자 시 전환가액 조정 방식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전환가를 더 많이 깎는 방향으로) 설정하곤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논리적인 산식을 강제한다.

조정 후 전환가 = 조정 전 전환가 x [[(기발행주식수 x 시가) + (신발행주식수 x 신주발행가)] / [기발행주식수 + 신발행주식수]] / [시가]

(참조: 실제 규정 산식은 위 개념을 바탕으로 구체화됨 14)

이 산식은 "기업 가치의 실질적 희석분만큼만 전환가를 조정하라"는 원칙을 수식화한 것이다. 특히 무상증자나 주식배당 시 발행가를 '0원'으로 적용하여 정확한 희석 비율을 반영하도록 했다.6

5.3 시장의 반응과 전망

규제 시행 초기에는 사모 CB 발행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리픽싱 무한 리필"이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진 CB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다.

  • 한계 기업의 퇴출: 오로지 리픽싱 조항에 기대어 연명하던 좀비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막혀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다.
  • 건전한 기업의 부상: 기술력과 성장성이 확실한 기업은 다소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표면이자 지급 등)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CB를 '투기 상품'에서 '투자 상품'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6. 이해관계자별 전략적 시사점 및 미래 전망

변화된 규제 환경과 금융 시장의 트렌드 속에서 각 주체들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6.1 발행사 (Corporates): 투명성과 주주 소통의 시대

  •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 다변화: 더 이상 '공짜 자금(이자 0%)'에 가까운 CB 발행은 쉽지 않다. 일반 회사채, 유상증자,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 IR 강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 강화된 만큼, 기존 주주들과의 소통이 자금 조달의 성패를 가른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과 투명한 경영 비전 제시가 필수적이다.
  • 유동성 관리: 풋옵션 리스크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풋옵션 행사 기간을 전략적으로 분산시키는 계약 구조가 필요하다.

6.2 투자자 (Investors): 펀더멘털 분석으로의 회귀

  • 개인 투자자: '리픽싱 대박'을 노리는 맹목적 투자는 위험해졌다. 기업의 본질 가치와 성장성을 분석하는 정석 투자가 요구된다. 특히 발행 공시를 볼 때 콜옵션 행사 비율최대주주 지분율을 비교하여, 내가 누릴 수 있는 상방 이익이 제한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 기관 투자자 (VC, PE, 자산운용사): 리픽싱 제한으로 하방 위험이 커졌다. 따라서 투자 심사(Due Diligence) 기준을 강화하고, 단순한 메자닌 투자를 넘어 경영 자문이나 밸류업(Value-up)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는 능동적 투자 전략(Activist Strategy)이 필요하다.
  • 차익거래(Arbitrage) 기회: 리픽싱 규제로 인해 주가 하락 시 CB 가격의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 투자자들에게는 이를 활용한 새로운 차익거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6.3 정책 당국 및 시장 감시자

규제의 빈틈을 노리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법이 등장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다른 종류주식(Class Shares)을 활용하여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이미 금융위는 이에 대비하여 전환우선주에도 동일한 리픽싱 규제를 적용하기로 예고한 바 있다.13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시장과의 소통이 요구된다.

7. 결론

전환사채(CB)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투자자에게는 위험 조정 수익을 제공하는 유용한 금융 도구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의 CB는 과도한 리픽싱과 콜옵션 남용으로 인해 소액 주주의 부를 지배 주주에게 이전하는 불공정의 통로로 기능해 온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2024년 12월 1일의 규제 개혁은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중대한 이정표이다. 이제 CB 시장은 '금융 공학적 기교'가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단기적인 시장 위축과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화(Developed Market)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이다.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 변화된 게임의 규칙(Rule of the Game)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명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전환사채는 더 이상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하는 엄중한 약속 증서이며, 투자자와 기업이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의 증거로 거듭나야 한다.

참고 자료

  1. 전환사채의 모든 것 - 장점과 단점, 발행방법, 등기까지 - 헬프미 통합법률정보센터,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help-me.kr/guide/detail/%EC%A0%84%ED%99%98%EC%82%AC%EC%B1%84%EC%9D%98-%EB%AA%A8%EB%93%A0-%EA%B2%83-%EC%9E%A5%EC%A0%90%EA%B3%BC-%EB%8B%A8%EC%A0%90-%EB%B0%9C%ED%96%89%EB%B0%A9%EB%B2%95-%EB%93%B1%EA%B8%B0%EA%B9%8C%EC%A7%80
  2. 전환사채 - 시사경제용어사전,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2233
  3. 전환사채(CB)란? : M&A 필수용어집 | 브릿지코드,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mna.bridgecode.kr/blog/insight/cb
  4. 보도자료 - 금융위원회,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fsc.go.kr/no010101/81540
  5. 상세화면 - 금융위 소관규정/고시/공고/훈령 - 법령정보 - 정책마당 ...,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fsc.go.kr/po040200/83494?srchCtgry=1&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6. 상장회사 전환사채 등 규제 강화를 위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30869
  7. 만기수익률(YTM)이 무엇일까요? - YouTube,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hdwAc-vaFBU
  8.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fn.hackers.com/site/?st=lec_question&mode=view&no=43561&big_cart=1&tab=AC&middle_cart=118&lec_no=7098&lnb=#:~:text=%ED%8C%A8%EB%A6%AC%ED%8B%B0%EB%9E%80%20%EC%A0%84%ED%99%98%EC%82%AC%EC%B1%84%EB%A5%BC,%EC%9D%80%20%ED%8C%A8%EB%A6%AC%ED%8B%B0%20%C3%97%2010%2C000%EC%9E%85%EB%8B%88%EB%8B%A4.
  9. 전환사채(CB) 가격 결정요인 분석,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e-kjfs.org/upload/pdf/kjfs-2015-44-5-913.pdf
  10. Economy Insight,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Print.html?idxno=286
  11. 콜옵션 풋옵션 개념과 차이, 쉽게 이해하기 - KB Think,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kbthink.com/main/asset-management/wealth-manage-tip/kbthink-original/202411/calloption,putoption.html
  12. 美 공화 부통령 후보 밴스, 채권시장 '죽음의 소용돌이' 우려 - 연합인포맥스,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5736
  13. [보도자료] 전환우선주에도 콜옵션·리픽싱 규제 적용 - 금융위원회,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fsc.go.kr/po010101/79729?srchCtgry=&curPage=45&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14.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fsc.go.kr/comm/getFile?srvcId=BBSTY1&upperNo=81540&fileTy=ATTACH&fileNo=7
  15. [보도자료] 전환우선주에도 콜옵션·리픽싱 규제 적용 - 상세화면 - 보험정책 - 정책일반 - 정책마당 - 금융위원회, 12월 2, 2025에 액세스, https://www.fsc.go.kr/po010103/79729?srchCtgry=&curPage=15&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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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 시장에서의 기형적 활용>

한국 자본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전환사채(CB) 콜옵션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리 매우 독특하고 기형적인 형태로 진화하여 활용되어 왔다. '콜옵션'은 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편법적인 부의 이전 수단으로 악용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를 크게 1) 편법 승계 및 지분 확대 수단(분리형 BW의 대용), 2) 파킹(Parking) 거래, 3) 배임 및 법적 쟁점의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1. 편법 승계와 지분 확대의 도구 (분리형 BW의 대용)

과거 한국에서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 확대 수단으로 쓰이다가 2013년 공모를 제외하고는 금지되었다. 시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콜옵션부 전환사채(Call option CB)'**를 개발하여 동일한 효과를 누려왔다.

  • 제3자 지정 권한의 악용: 정상적인 콜옵션은 회사가 채권을 갚고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형 사모 CB는 콜옵션 행사 주체를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설정할 수 있게 한다.
  • 작동 메커니즘:
    - 회사가 CB를 발행.
    -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Refixing) 조항에 의해 전환가액이 낮아지고,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늘어남.
    - 주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할 기미가 보이면, 회사는 콜옵션을 행사하여 CB를 사옴.
    - 이때 회사가 CB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주주나 그 자녀를 '제3자'로 지정하여 넘김.
    - 최대주주는 리픽싱으로 낮아진 전환가에 주식을 전환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고, 헐값에 지분율을 높임. 이는 사실상 회사 돈(콜옵션 프리미엄 기회비용)으로 개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조임.

2. 파킹(Parking) 거래와 무자본 M&A

'파킹'은 CB를 발행한 뒤 제3자(주로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에게 잠시 맡겨두었다가(Park), 필요할 때 대주주가 되찾아오거나 우호 세력에게 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 이면 계약: 겉으로는 정상적인 투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주주가 언제든지 콜옵션을 통해 CB를 회수할 수 있는 이면 계약이 존재한다. 투자자는 사실상 고금리 이자놀이를 하고, 대주주는 자금을 융통하면서 지분 희석을 방지한다.
  • 무자본 M&A의 악용: 기업 사냥꾼들은 사채업자 등을 통해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의 자산으로 CB를 발행하고 이를 다시 자신이 헐값에 콜옵션으로 회수하여 차익을 실현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는 '무자본 M&A'의 핵심 도구로 콜옵션을 활용해 왔다.2 상상인저축은행 사례가 대표적으로, CB 담보대출과 연계된 파킹 거래가 법적 문제가 된 바 있다.

3. 법적 쟁점: 배임죄와 과세 문제

이러한 기형적 활용은 법적으로 '배임'과 '증여세 포탈'의 쟁점을 낳았다.

  • 배임죄 이슈 (현대엘리베이터 판결):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주가 상승 차익)을 포기하고, 이를 대주주에게 넘겨주는 행위가 회사의 기회비용을 희생시킨 **배임(Breach of Trust)**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 하더라도, 회사가 파생상품 계약 등을 통해 제3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증여세 과세: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통해 얻은 이익(전환 차익)을 사실상 회사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4~2025년 개정 세법 및 유권해석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에게 콜옵션을 무상으로 지정하거나 행사하여 얻은 이익은 증여세 또는 법인의 자산수증이익으로 보아 과세된다.

요약하자면, 한국 시장에서 CB 콜옵션은 단순한 부채 상환 도구가 아니라, "주가 하락 시에는 리픽싱으로 수량을 늘리고, 주가 상승 시에는 콜옵션으로 그 과실을 대주주가 독점하는" 비대칭적 부의 이전 수단으로 기형화되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4년 12월부터 콜옵션 행사 한도를 제한하고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한 상태이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