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學而/토피카

크세노폰의 『향연』

by 변리사 허성원 2025. 11. 13.

 

크세노폰의 『향연』: 실용주의적 소크라테스, 자족 그리고 헬레니즘 윤리의 초석



I. 서론: 크세노폰 『향연』의 문학적, 철학적 맥락



1.1 고대 그리스 Symposion 문화와 장르의 특성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향연(Symposion)’은 단순한 연회가 아닌, 성인 남성 시민들 1이 모여 누워서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독특한 문화적, 지적 환경이었다.1 잔치의 기본적인 활동은 음주와 담론이었으며, 많은 그리스 사상가들이 이러한 자리에서 자신들의 철학적 사상을 개진하였고, 그 내용이 제자들에 의해 기록되었다.1 소크라테스나 에피쿠로스 같은 주요 인물들이 이러한 대화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며, 향연이라는 형식은 진리를 추구하는 이성적 분석의 장소로 기능했다.2

플라톤 역시 그의 중기 대화편 『심포지온(Symposion)』을 통해 이 장르를 철학적으로 정립하였고, 주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루며 형이상학적인 깊이를 부여했다.1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한 명인 크세노폰 역시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스승을 배경으로 하는 동명의 대화편 『향연』을 저술하였는데, 비록 플라톤의 작품에 가려져 철학사 주류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으나 1, 이 저작은 소크라테스 문학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한다.

 

1.2 소크라테스 문학의 기원과 크세노폰의 역할

 

소크라테스(기원전 470/469년 – 399년)는 생전에 저술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상에 대한 기록은 전적으로 제자들의 문헌, 특히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저작에 의존한다.3 크세노폰은 기원전 430년경 아테네 출신으로, 철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가이자 장군이라는 실용적인 경력을 지녔다.4 이러한 배경은 그가 묘사하는 소크라테스상과 그의 철학적 관심사에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적인 색채를 입히는 기반이 되었다.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 회상』,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함께 『향연』을 저술했는데 5, 비록 『향연』이나 『변론』은 플라톤의 저술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의 기록 전체는 역사적 소크라테스에 접근할 수 있는 플라톤과 다른 경로를 제공한다.3

 

1.3 크세노폰 『향연』 연구의 필요성과 역사적 의의

 

크세노폰의 『향연』은 플라톤의 작품이 에로스를 통한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진리 탐구에 집중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실적 삶의 방식과 실용적 지혜를 논하는 데 중점을 둔다. 흥미로운 점은, 철학적으로는 플라톤의 기록과 해석이 소크라테스 철학의 주요 문헌으로 다루어지며 압도적인 편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3,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서양 지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리스 고전기의 쇠퇴 이후 이어진 헬레니즘 시기에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해는 주로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을 통해 얻어졌으며 3, 특히 스토아 학파는 크세노폰이 제시한 소크라테스를 자신들의 이상형으로 꼽았다.5 또한 근대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 인문학자들 역시 소크라테스와 관련하여 플라톤이 아닌 크세노폰의 책을 주로 참고했다는 지적은 3 크세노폰의 기록이 철학적 심오함보다는 현실적 삶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혜의 전파자로서 역사적 가치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크세노폰의 『향연』을 단순히 플라톤의 아류로 치부하는 것을 넘어, 실용적 덕론과 자족(Autarkeia) 개념을 중심으로 한 소크라테스 전통의 독자적인 초석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II. 크세노폰 『향연』의 배경, 구조 및 등장인물



2.1 잔치의 배경: 칼리아스의 저택과 축하의 목적

 

크세노폰의 『향연』은 부유한 후원자 칼리아스의 저택에서 열린 잔치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잔치는 칼리아스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우톨뤼코스가 운동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배경은 플라톤의 『향연』이 비극 시인 아가톤의 승리를 축하하는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하는 것과 대비된다. 크세노폰은 육체적/세속적 성공을 대화의 시작점으로 삼음으로써, 향연의 논의를 형이상학적 차원이 아닌, 인간의 일상적 삶과 성공의 가치라는 현실적 문제로 유도한다.

주최자인 칼리아스는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6, 소크라테스와 다른 참석자들의 대화는 그의 부와 쾌락 추구의 방식에 대한 논파의 형태를 취한다. 이는 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부를 다루는 올바른 방식' 또는 '참된 만족을 얻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해석된다.

 

2.2 주요 등장인물과 그들의 역할

 

『향연』에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잔치 주최자인 칼리아스, 소크라테스의 제자 안티스테네스 등이 등장한다. 이 중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중심축이자 중재자로서, 단순한 술자리 오락을 덕(Arete)과 절제(Sōphrosynē)에 대한 논의로 승화시킨다.

특히, 안티스테네스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는 부자 칼리아스에 대응하여, 물질적 쾌락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더 큰 물질적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6 이 논의는 부의 가치와 오용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논제를 제공하며, 후기 헬레니즘 철학의 자족(Autarkeia) 개념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2.3 서사 구조: 오락과 진지한 논의의 교차

 

크세노폰의 『향연』은 춤, 곡예, 광대 필리푸스의 유머 등 오락적 요소가 플라톤의 작품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1 이러한 오락적 요소는 대화의 배경이 되며, 대화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삶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구조는 플라톤의 『향연』이 에로스라는 단일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심화시키며 진행되는 것과 대비된다. 크세노폰의 작품은 이러한 오락적 배경 속에서도 참가자들이 에로스, 부, 덕, 쾌락에 대한 이성적 분석을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2 크세노폰이 세속적 쾌락과 유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 절제와 정신적 만족을 찾을 수 있는지를 논의하려 했음을 시사한다.

크세노폰 『향연』 주요 등장인물 및 역할

 

등장인물 역할/직업 주요 주장 또는 관심사 철학적 함의
소크라테스 철학자, 멘토 실용적 덕, 자족, 시민의 경제적 의무, 절제된 쾌락의 옹호 현실적 삶의 개선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상 확립 7
칼리아스 부유한 후원자 잔치의 주최자, 부와 명예 추구 (논파의 대상) 부의 가치와 오용에 대한 논의의 촉매 역할
안티스테네스 소크라테스의 제자 무비용으로 얻는 더 큰 만족 (자족), 물질적 쾌락 비판 스토아/견유학파적 자족(Autarkeia) 사상의 기원 6
필리푸스 (광대) 오락 제공자 잔치의 유머와 오락적 요소 담당 플라톤과 달리, 세속적 쾌락과 유희를 배제하지 않음

 

III. 주제별 연설 분석: 인간의 삶과 실용적 덕(Arete)



3.1 재산과 자족 (Autarkeia) 논의

 

크세노폰의 『향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실용 윤리학적 논의는 재산의 가치와 자족(Autarkeia)에 관한 것이다. 부유한 칼리아스에 맞서는 안티스테네스의 주장은 물질적 쾌락 자체를 폄하하거나 거부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더 큰 물질적 쾌락을 비용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6 이 주장은 단순히 금욕주의를 옹호하는 것을 넘어선다. 외부적인 부나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역량과 절제를 통해 최상의 만족 상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윤리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이 논의를 이어받아, 적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자족적인 사람)이 부를 좇는 사람보다 더 정의롭고 관대하다고 주장한다.6 이는 내면적 자족이야말로 금전적 비용보다 더 크고 영속적인 만족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더 나은 시민적 덕목(정의, 관대함)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크세노폰의 덕론은 플라톤이 추구하는 영혼의 이데아적 정화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개인의 독립성과 윤리적 생존 방식을 보장하는 실천 윤리의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3.2 실용적 덕(Arete)과 시민의 경제적 의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상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상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핵심적인 특징을 가진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가 물질적 풍요에 무관심하고 좋은 시민의 의무를 동료 시민들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 즉 영혼의 개선이라고 보는 반면 7,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경제와 물질적 풍요의 조건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좋은 시민의 의무는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한다.7

이러한 강조는 크세노폰이 역사가이자 장군으로서 아테네의 재정 및 군사적 쇠퇴를 직접 경험한 배경과 연결된다. 크세노폰에게 있어 덕(Arete)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었으며, oikonomia (가계 또는 도시 경제 관리)를 통해 도시의 실제적인 번영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덕의 중요한 발현이었다. 따라서 그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현실적인 국가 경영에 필요한 실용적인 덕을 가르치고, 경제적 성공을 윤리적 목표와 결부시킨다. 이는 이후 크세노폰의 저작 『오이코노미코스(Oeconomicus)』와도 일관성을 이루는, 현실 지향적인 철학적 입장을 반영한다.

 

3.3 절제된 쾌락의 정의

 

향연이라는 문화적 배경 자체가 술과 음식, 그리고 대화라는 신체적, 정신적 쾌락을 동반하므로 1, 크세노폰은 이러한 쾌락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소크라테스는 절제(Sōphrosynē)가 쾌락을 억압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쾌락을 통제하고 조화시켜 진정으로 만족스럽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임을 제시한다. 크세노폰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정하되, 지혜와 절제를 통해 그 욕구를 고귀하고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실천적 방법을 모색한다.

 

IV. 크세노폰의 에로스(Eros) 담론: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4.1 크세노폰의 에로스 관점의 독자성

 

플라톤의 『향연』에서 에로스는 대화의 유일하고 핵심적인 주제로 다뤄지며, 에로스가 결여(lack)에서 비롯된 상승 욕구이며, 궁극적으로는 이데아적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의 정화(Katharsis) 과정임을 설명한다.2 반면, 크세노폰은 에로스를 독립적인 형이상학적 주제로 발전시키지 않으며, 소크라테스의 안티스테네스 응답에서 드러나듯, '지적인 행복(intellectual felicity)'만을 물질적 쾌락의 대안으로 내세우지 않는다.6

크세노폰의 에로스 논의는 플라톤이 추구하는 영혼의 불멸이나 초월적인 진리 탐구 9보다는, 현실적인 삶 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어떻게 절제하여 개인과 공동체에 이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즉, 에로스를 현실적 윤리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미덕개인의 자제력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삼는다.

 

4.2 에로스와 자제력(Sōphrosynē)의 관계

 

크세노폰의 에로스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자제력(Sōphrosynē)과의 관계이다. 크세노폰은 에로스를 통제되고 고귀해질 수 있는 욕망으로 묘사한다. 그는 육체적 욕망이 향연이라는 사회적 환경의 일부임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욕망을 단순한 유희로 남겨두지 않고, 절제라는 미덕을 통해 통제함으로써 진정한 가치 있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플라톤이 디오티마의 연설을 통해 에로스를 가난(Poverty)과 자원(Resource)의 결합으로 보고, 이를 통해 형이상학적 아름다움으로의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중재자(intermediary)로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8, 지상에서의 윤리적 실천에 중점을 둔다. 크세노폰에게는 에로스가 인간을 고차원적인 철학적 진리로 인도하는 매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절제와 상호 존중을 가르치는 윤리적 도구에 가깝다.

 

4.3 동성애적 사랑(Pederasty)의 윤리적 논의

 

고대 그리스 향연 문화에서 젊은 소년과 성인 남성 간의 사랑(Pederasty)은 중요한 윤리적 쟁점이었다. 크세노폰은 이러한 관계를 다루면서, 단순히 육체적 욕망에 머무르는 관계가 아닌, 상대를 덕 있는 시민으로 육성하는 데 목표를 두는 정신적 사랑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크세노폰은 향연이라는 다소 방탕해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이상적인 인간관계와 교육적 모델을 제시하며, 실용적인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자 했다.

 

V. 플라톤 『향연』과의 심층 비교 분석

 

크세노폰의 『향연』의 독자적인 철학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플라톤의 동명 저작과의 비교가 필수적이다. 두 작품은 같은 스승과 같은 장르를 공유하지만, 소크라테스 문학의 서로 다른 두 흐름을 명확히 규정한다.

 

5.1 소크라테스 인물상의 대조: 실용주의자 대 형이상학자

 

두 제자는 상반된 소크라테스상을 제시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흔히 철학자 하면 떠올리듯이, 물질적 풍요에 무관심하며 형이상학적인 질문과 동료 시민의 영혼을 훌륭하게 만드는 도덕적 의무를 중시하는 이상주의자이다.7 반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경제와 물질적 풍요의 조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좋은 시민의 의무를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규정하는 실용적 현자이다.7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보고의 차이를 넘어, 기원전 4세기 아테네가 직면한 정치경제적 위기에 대한 두 제자의 근본적인 해법 차이를 반영한다. 플라톤은 정치적 혼란을 넘어설 영원한 진리를 찾는 데 집중한 반면, 군인 및 역사가였던 크세노폰은 도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현실적인 덕(Arete)과 경제적 관리(oikonomia)를 통해 덕을 실현하려 했다. 따라서 크세노폰의 기록은 소크라테스를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사적 자료이다.3

 

5.2 철학적 목표의 차이: 존재론적 진리 탐구 대 현실적 삶의 방식 탐구

 

플라톤의 『향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에로스를 통해 절대적 아름다움(미의 이데아)이라는 존재론적 진리에 도달하는 것이다.9 이는 인간 영혼의 기본적 욕구를 완전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상승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크세노폰의 철학적 목표는 현실적 삶의 방식(Bíos)을 탐구하는 데 집중된다. 즉, 자족(Autarkeia)과 경제적 관리(oikonomia) 등 현실적인 미덕을 통해 개인과 도시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크세노폰은 지적인 행복을 물질적 쾌락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주장하지 않으며 6, 대신 물질적 쾌락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자족을 통해 쾌락을 극대화하는 윤리적 실천을 강조한다.

 

5.3 에로스(Eros) 담론의 차이

 

플라톤의 에로스 담론은 결핍(Poverty)과 자원(Resource)의 자식으로서,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미의 이데아로 상승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8 이는 고차원적인 형이상학적 사랑으로 귀결된다.

반면, 크세노폰적 에로스는 절제(Sōphrosynē)와 연관된 덕목으로서, 무비용으로 얻는 더 큰 쾌락, 즉 외부적 환경에 의존하지 않는 만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6 크세노폰은 에로스를 현실적인 윤리적 행위의 근원으로 삼아, 욕망을 통제하고 바람직한 시민적 관계를 형성하는 실천적 방안을 모색한다.

크세노폰 및 플라톤 『향연』 비교 분석

 

구분 항목 크세노폰의 『향연』 (Xenophon's Symposium) 플라톤의 『향연』 (Plato's Symposium)
중심 주제 실용적인 삶의 방식, 자족, 절제된 쾌락, 시민의 경제적 의무 에로스의 본질, 미의 형이상학적 추구, 영혼의 불멸 1
소크라테스상 현실적, 경제적, 시민적 덕목 강조, 실천주의자 7 형이상학적, 물질적 풍요에 무관심, 이데아론적 탐구 중시 7
에로스의 정의 절제(Sōphrosynē)와 관련된 덕목, 무비용으로 얻는 더 큰 쾌락 6 결핍(Poverty)에서 비롯된 상승 욕구, 절대적 아름다움으로의 고양 2
문학적 위상 플라톤에 가려졌으나, 역사적 수용에 지대함 1 고전 철학의 핵심 텍스트, 압도적인 철학적 표준 1

 

VI. 크세노폰 『향연』의 역사적 수용과 철학적 유산

 

크세노폰의 『향연』은 플라톤의 작품에 비해 철학적 깊이가 덜하다고 평가받았으나 1, 역사적으로 소크라테스 사상의 전파와 실천 윤리의 형성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크세노폰이 제시한 소크라테스상의 실용성이 시대적 요구와 부합했기 때문이다.

 

6.1 헬레니즘 시대 (특히 스토아 학파)에서의 크세노폰 활용

 

그리스 고전기가 쇠퇴하고 헬레니즘 시대가 도래하자,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외부 세계 속에서 개인의 윤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이 시기에 스토아 학파는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를 자신들의 이상형으로 채택했다.5 이는 크세노폰이 제시한 덕목이 스토아 윤리학의 핵심 교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크세노폰의 『향연』에서 안티스테네스가 주장한 '비용 없는 더 큰 만족'의 개념 6은 스토아 학파의 근본 교리인 자족(Autarkeia)의 원형을 제공했다. 자족은 외부 환경이나 물질적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지혜와 절제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윤리적 자세이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경제적 풍요를 도시의 덕으로 보되 7, 동시에 절제를 통한 만족을 가르침으로써, 스토아 학파가 추구했던 현실적 의무와 윤리적 생존 방식을 위한 실천적 토대를 제공했다.

 

6.2 근대 르네상스 인문학에서의 재조명

 

르네상스 시기에 고대 그리스 문명이 재조명될 때, 인문학자들은 소크라테스와 관련하여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텍스트보다는 크세노폰의 저작을 주로 참고했다.3 이는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인간의 삶과 사회 참여, 그리고 실천적 윤리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크세노폰이 제시한 소크라테스는 실용적인 시민적 덕목과 현실적인 리더십(장군으로서의 크세노폰의 역할과 연관)을 강조했으므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이상적인 인간 모델로 더 매력적이었다. 크세노폰의 텍스트가 고대 그리스어 초급 강독 교재로 널리 채택되었던 점 역시 3, 그의 명료하고 실용적인 문체가 고전 교육에 적합했음을 시사한다.

 

6.3 현대 고전 연구에서 크세노폰 『향연』의 독자적 가치 재평가

 

현대 학계는 크세노폰을 단순히 소크라테스의 대안적 기록자로 보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고유한 철학적 시각, 특히 실용 윤리학과 정치 경제학적 측면에서 가치를 지닌 작가로 재평가하고 있다. 크세노폰의 『향연』은 헬레니즘 철학의 핵심 사상인 자족의 원천을 제공했으며, 소크라테스 사상을 현실 세계의 문제, 즉 경제, 시민의 의무, 통제된 쾌락의 문제로 연결시키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VII. 결론: 크세노폰 『향연』이 소크라테스 연구에 미치는 영향

 

크세노폰의 『향연』은 플라톤의 동명 저작과 대조를 이루며, 소크라테스 문학의 핵심적인 실용주의적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크라테스를 형이상학적 진리 탐구에 몰두하는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도시와 시민의 실질적인 번영을 덕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 현자로 제시한다.7

크세노폰은 향연이라는 배경 속에서 에로스, 부, 쾌락과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다루되, 이를 절제(Sōphrosynē)와 자족(Autarkeia)이라는 지상(地上)의 윤리적 실천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실용적 접근 방식은 그리스 고전기 이후 헬레니즘 시대를 거치며 스토아 학파의 윤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서양 인문학의 실천적 전통에 깊이 각인되었다.3

소크라테스의 행적에 대한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보고와 이해가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도 또 상당 부분 다르다는 점은 3, 역사적 소크라테스에 대한 단일한 해석이 불가능하며, 각 제자가 자신의 철학적 목표에 따라 스승의 모습을 재구성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크세노폰의 『향연』은 소크라테스 연구에 있어 필수적인 텍스트이며, 실천 윤리와 고전 경제 사상의 발전에 기여한 독자적인 철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1. 심포지온 (r5 판) - 나무위키,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C%8B%AC%ED%8F%AC%EC%A7%80%EC%98%A8?rev=5
  2. 플라톤의 '향연' - 아트인사이트,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29529
  3. 번역]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저/ 김주일 역 - 한국서양고전학회,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greco-roman.or.kr/board/movement/article/209275
  4. 크세노폰 - 나무위키,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namu.wiki/w/%ED%81%AC%EC%84%B8%EB%85%B8%ED%8F%B0
  5. 소크라테스 회상 - 대우재단 학술사업,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daewooacademia.com/books/180?series=daeugojeoncongseo-1
  6. Xenophon's Symposium (Chapter 7) - The Cambridge Companion to Xenophon,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cambridge.org/core/books/cambridge-companion-to-xenophon/xenophons-symposium/26456A9A59A23A54FD2BAB7A0FFD86FC
  7. [D-Talks] 소크라테스를 보는 또 다른 눈: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 (김주일 정암학당 학당),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VO093bFDZaA
  8. Love's Lack: The Relationship between Poverty and Eros in Plato's Symposium - e-Publications@Marquette,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epublications.marquette.edu/cgi/viewcontent.cgi?article=1070&context=dissertations_mu
  9. 플라톤 <향연> - 미학 - Daum 카페, 11월 13, 2025에 액세스, https://cafe.daum.net/johannroula/Eswf/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