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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앎이 곧 모름이다 _ 지식의 함정, 전문가의 오류

by 변리사 허성원 2025. 5. 1.

앎이 곧 모름이다 _ 지식의 함정, 전문가의 오류

 

앎 즉 지식은 간혹 성(城)과 같다.
성을 높이 쌓으면 그 내부에 대한 지식은 깊어질 수 있지만, 그 바깥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멀어진다.
그리고 안다는 것은 선입견이 되어, 타인과의 소통을 저해하고, 스스로의 새로운 도전을 방해하기도 한다.
지식은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특정 시야에 갇히게도 한다.
그래서 "앎은 곧 모름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심리학과 철학, 그리고 인지과학에서 모두 주목해온 깊은 주제이다.
가장 대표적인 개념으로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고정관념의 고착(Einstellung effect)’, 그리고 ‘전문가의 오류(Expert blind spot)’ 등이 있다.

1.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

이미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복잡한 원리를 아는 과학자가 일반인에게 설명할 때 너무 당연하게 느껴 설명을 생략하거나, 핵심을 오히려 흐릴 수도 있다.
이처럼 지식은 타인의 입장이나 다른 가능성을 헤아리는 공감 혹은 소통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2. 고정관념의 덫 (Einstellung effect)

이는 이미 익숙한 해결책이나 사고방식이 새로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걸 방해하는 현상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현재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것이지.
바로 “문제를 보는 틀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3. 전문가의 함정 (Expert blind spot)

전문가는 이미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문이나 다른 접근을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 그로 인해 비전문가 혹은 초심자의 참신한 창의적 의문을 경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식은 해방이 아니라, 때론 고립을 만든다.
그리하여,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보지 못하게 되는 인지적 오류를 유발한다.

* 철학적 통찰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도 이런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동굴 안에서 그림자만을 진리라 여기던 사람은, 바깥의 태양을 보고도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식은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특정 시야에 갇히게도 한다는 양면성을 지닌다.

* 정리하자면, 
지식은 도구이자 족쇄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지식을 유연하게 다루는 태도, 그리고 무지를 인정하고 앎을 의심하는 용기일 것이다.

"진정한 지혜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 소크라테스
“최고의 교사는 자기 자신이 한때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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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바보’라는 표현은 지적 능력이나 학식은 뛰어나지만 실제 상황 판단, 인간관계, 삶의 지혜에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쓰기 적절하다.

  1. 지식은 많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
    예: 누군가 복잡한 이론은 잘 아는데, 실생활에선 사소한 일에도 허둥대는 모습.
    → “저 사람 참 똑똑한 바보야. 계산은 빠른데 정작 사람 마음은 몰라.”
  2.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이상주의자
    예: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실행력이나 협업 능력이 부족한 사람.
    → “이론은 완벽한데… 현실을 몰라. 똑똑한 바보지 뭐.”
  3. 타인을 무시하거나 자기 과신하는 경우
    예: 자신만 옳다고 믿고 협의를 거부하는 사람.
    → “자기 머리 믿고 밀어붙이다가 결국 망했지. 똑똑한 바보였어.”
  4. 인간관계에서 무딘 행동을 할 때
    예: 아무리 똑똑해도 눈치 없이 남을 불쾌하게 하는 사람.
    → “머리는 참 좋은데, 왜 저렇게 말해? 똑똑한 바보 같아.”

철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지적 능력과 실천적 지혜(phronēsis)의 분리를 지적하는 말이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로운 사람은 단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잘 행할 줄 아는 사람’이라 했다.

영어 표현으로는 “Too clever by half”, “Book smart, but not street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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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문 분야에선 탁월하지만, 그 경계 바깥으로는 한 발도 내딛지 않으려는 사람

 

1. 지식의 감옥 (Prison of Expertise)

자신의 전문성에 스스로 갇혀, 다른 시각이나 융합적 사고를 거부하는 상태.
"그는 데이터 분석에선 천재지만, 그 밖의 현실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다물지. 마치 지식의 감옥에 갇힌 사람 같아."

 

2. 편협한 전문가 (Narrow Specialist)

학문적 깊이는 깊지만 폭은 극히 좁은 사람.
"해박하지만 좁아. 자기 분야 외엔 아무 말도 못 하더군."

 

3. 전문가의 함정 (Expert's Fallacy)

자기 분야의 성공이 모든 분야에서도 통할 거라 믿거나, 반대로 다른 분야는 무시하는 태도.
"그는 자기 방식이 늘 옳다고 믿지.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거야."

 

4. 두려운 지식인 (Timid Intellectual)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거나, 기존 틀에서 벗어나길 주저하는 사람.
"알면서도 말하지 않아. 무대 밖에선 늘 조용한 두려운 지식인이지."

 

영어 표현으론

  • “Trapped in the silo”
  • “Ivory tower intellectual”
  • “Highly competent, but domain-locked”

등이 대응할 수 있겠네.

철학적으론 이는 ‘실천적 지혜(phronēsis)’의 부재로 설명할 수 있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잘 살아가기 위해선 이론적 지식(epistēmē) 뿐 아니라 실천의 지혜, 즉 행동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네.

이런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풍자와 연민이 공존하는 시선이 좋겠네.
“자신의 탑에선 빛나지만, 다리 하나 건너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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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지 몰랐기 때문에 해냈다" _ 조지 단치그의 난제 해결>

https://athenae.tistory.com/448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