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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보호

[지재권제도해설] 이제 소리 상표, 냄새 상표도 보호받을 수 있는가?

by 변리사 허성원 2011. 12. 26.

한미 FTA 협정 내용에 소리 상표와 냄새 상표가 언급되어 있어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만간 도입되게 될 이들 상표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이해를 해두기로 하자.

‘상표’는 ‘상품의 이름’이다.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상표는 다른 상품과 혼동되지 않도록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한 구별에 의해 상품의 출처를 쉽게 알 수 있고 상품의 품질이나 특성을 믿고 식별할 수 있다. 이를 상표의 출처표시기능과 품질보증기능이라 부른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전통적인 상표는 일단 시각적으로 인식이 가능해야 하고, 그것도 평면적인 것이었다.
상표법에서의 상표에 대한 요건도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상표를 등록 받기 위해 출원할 때에는 등록받을 상표를 시각적으로 인식(Graphic representation)하게 하는 견본(見本)을 제출하여야 한다. 견본(見本)은 말 그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본보기 물건이다.이런 전통적인 상표는 숫자, 기호, 문자, 단어, 로고, 그림 등의 요소들이 단독으로 혹은 조합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비즈니스 환경이 극도로 다변화됨에 따라, 이런 전통적인 상표들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상표의 기능(출처표시, 품질보증)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인식수단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입체형상, 동작, 자세, 소리, 냄새, 촉감, 맛, 단일 색상, 홀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비전통(Non-traditional) 혹은 비전형(Non-conventional) 상표 또는 신개념 상표로 불린다.

이들 중 입체상표는 1997년 상표법 개정에 의해 색채상표의 도입과 함께 정규적인 상표의 대열에 포함되었다.
소리 상표와 냄새 상표는 금번 한미 FTA 협정문에서 언급됨으로써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신개념 상표들은 아직 적극적인 메이저 논의 대상으로는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소리 상표와 냄새 상표에 관한 FTA 규정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당사국도 상표 등록의 요건으로 표지가 시각적으로 인식 가능할 것을 요구할 수 없으며, 어떠한 당사국도 표지가 소리 또는 냄새라는 이유만으로 상표의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 _ FTA 협정문 제18.2조의1

FTA가 정식으로 발효되게 되면 우리 상표법은 이 규정에 기속되어 개정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라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부터 소리 상표와 냄새 상표의 등록이 허용되게 될 것이다.

소리나 냄새가 상표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들을 상표로서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통상의 시각적 상표와는 달리 특정이 어렵고 그래서 심사실무 상의 난점이 크며, 더욱이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그 해결도 무척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소리 상표의 경우 저장매체가 잘 발달되어 있으니 어떻게든 특정할 수 있지만, 냄새 상표의 경우에는 소리 상표에 비해 실무상 난점이 작지 않을 것이다. 상표법과 그 하부 시행세칙이 여하히 규정될지 무척 궁금하다. 넓고도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리 상표와 냄새 상표의 법적 보호를 강력히 주장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며 영국도 제한적으로 소수 몇 건만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는 2011년 5월 현재 소리상표 170건, 냄새상표 14건이 등록되어 있다.

'두둥 두둥' 둔탁한 말발꿉 소리를 닯은 할리 데이비슨의 모터사이클 배기음이 소리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할리 데이비슨은 1994년 그 배기음에 대해 상표 출원하였으나 경쟁사들의 강력한 저항을 못견뎌 2000년에 출원을 포기하였다. 할리데이비슨은 자신들의 소리 상표를 “V트윈 공동 크랭크핀 모터사이클 엔진에서 생성되는 배기음으로 구성된 표지”라고 특정했다. 이에 대해 9개의 경쟁사는 다양한 브랜드의 모터사이클들이 동일한 크랭크핀 V트윈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그에 따라 동일한 소리를 낸다고 반박하여, 할리데이비슨을 굴복시켰다.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대표적인 소리 상표로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MGM 영화사의 사자울음소리, NBC방송사의 3중화음 차임벨소리, 유명 야구팀 할렘 글로브트로터의 테마송, AT&T의 음악과 함께 외치는

 

 ‘AT&T', 펩시콜라사의 병 따는 소리, 자유의 종소리 등이 있다. 냄새 상표의 예는 ‘자수용실 및 바느질용 실이 지닌 특징적 냄새’가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소리와 냄새에 대한 상표 보호에 관하여 비교적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 묶여 이들에 대한 상표 보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신개념 상표 보호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진취적인 나라 중 하나로 떠밀려 된 것이다.
당초 좀 더 신중하게 협상하였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당장 도입되더라도 제도나 경제에 주는 혼란이나 영향은 상당 기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랑이 등에 탄 상황(騎虎之勢)라고나 할까? 어차피 FTA가 발효되면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소리 상표와 냄새상표는 출원과 등록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왕 호랑이 등에 탔다면 쭈삣거리지 말고 기세좋게 달려보는 거다. 신개념 상표보호에 관련하여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위치가 될 수 있도록 법령을 잘 정비하고 사례와 경험을 잘 축적하고 제도에 반영해보자.


 

미국에 등록된 소리 상표들을 들어보고 싶으면 다음 링크를 클릭!
http://www.uspto.gov/web/offices/ac/ahrpa/opa/kids/kidsound.html




참고 자료 :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의견서 "소리상표, 냄새 상표의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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