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사이드 푸싱 퍼팅과 특허
최경주의 퍼팅 자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0년 7일 19일에 막을 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최경주가 들고 나온 퍼터의 모습이 좀 독특하기도 했지만 그걸 이용한 최경주의 퍼팅 자세는 더욱 충격적이어서 매스컴과 골퍼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꺼리가 되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우선 이 퍼터는 길이가 드라이버의 길이만큼 길고, 샤프트의 중간과 상단과 두 개의 그립이 있어 매우 특이하게 생겼다. 중간 그립은 오른손으로 상단 그립은 왼손으로 파지한다. 그리고는 공을 오른발의 옆에 두고 하키선수처럼 혹은 크로켓이나 볼링을 하듯 공을 전방으로 민다.
최경주는 이 퍼터로 인해 엄청난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아직 이 퍼터에 익숙하지 못해서인지 컷오프에서 탈락되고 말았다. 동일한 퍼터를 들고 나왔던 그 전주의 존 디어 클래식에서도 역시 컷오프 탈락했었다. 그후 최경주는 원래의 퍼터로 복귀하였다.
'사이드 푸싱 퍼팅" 최경주가 최초일까?
이와 같은 최경주의 퍼팅 방법은 사이드 푸싱(side pushing) 또는 사이드 스트로킹(side stroking)이라 불린다. 혹은 말안장에 앉은 듯한 자세라고 하여 'Saddle putting'라 하기도 한다. 사이드 푸싱과 같이 골퍼가 볼을 자신의 전방을 향해 보내는 퍼팅 방법(‘전방 퍼팅’이라 부르기로 한다)은 통상의 퍼팅방법(볼을 스탠스의 전방에 두고 측방으로 밀어 보내는 것. ‘측방 퍼팅’이라 부르기로 함)에 비해 퍼팅 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아마추어들도 사이드 푸싱의 정확성을 종종 경험한다. 통상 1m 전후의 퍼팅 거리에서 컨시드를 받았을 때, 부담 없이 한 손으로 툭 치면 즉 사이드 푸싱하면 거의 실수 없이 쑥 들어간다. 그런데 그 짧은 거리에서 컨시드를 받지 않고 바른 자세로 두 손을 모아 퍼팅을 하려면 무척 부담스럽고 실수율도 제법 높다.
사이드 푸싱과 같은 전방 퍼팅은 미국의 전설적 투어 프로 샘 스니드에 의해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샘 스니드는 미국 PGA투어의 최다승 기록자(총 82승)이며, 67세의 나이(1979년)에 에이지슈팅(자신의 나이와 같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샘 스니드의 전방 퍼팅은 최경주의 펴팅 자세와 같은 사이드 푸싱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위 스트래들링 스탠스(Straddling Stance)라 불리는 ‘퍼팅라인 걸치기 자세’였다. 즉 공을 가랑이 사이에 두고 퍼팅라인 양측에 걸치고 서서는 퍼터를 앞으로 밀어 공을 보낸다. 상상해 보라 가랑이 사이로 퍼팅을 하는 챔피언의 모습을.. 필드의 신사인 샘 스니드도 퍼팅 입스의 탈출과 ‘스코어의 향상’이라는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고 자신의 품위를 기꺼이 희생시키기로 했던 것이다. 1966년 PGA 경기 중에 짧은 퍼팅을 놓친 다음 홀에서 돌연히 이 자세를 취하여 퍼팅 입스를 회복한 다음 그 다음 해에도 우승을 하는 등 재미를 보았다.
<샘 스니드의 스트래들링 스탠스(Straddling Stance) 퍼팅>
하지만 PGA는 샘 스니드의 이 민망한 퍼팅 자세로 인해 무척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1968년에 골프의 품위 유지를 위해 그 볼썽사나운 자세를 규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제는 그런 걸치기 자세로 퍼팅할 경우 2벌타의 벌칙이 주어진다. (Rule 16-1e states that “on the putting green a player shall not make a stroke from astride, or with either foot touching the line of the putt, or an extension of that line behind the ball.”)
최경주의 사이드 푸싱 방법은 그러한 스트래들링 스탠스에 따른 벌칙을 벗어나면서도 근접한 효과를 내기 위해 고안된 퍼팅 방법이다. 즉 공을 골퍼의 다리 사이에 두지 않고 오른발이나 왼발의 사이드에 두고 서서 전방으로 푸싱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드 푸싱 퍼팅"이 특허를 받은 사례가 있을까?
미국 특허DB에서 'golf', 'putting' 및 'method'라는 키워드를 ‘and' 결합하여 검색하면 수십 건의 퍼팅방법에 관한 특허가 발견된다. 그 중에는 물론 사이드 푸싱에 관한 특허도 다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특허DB에서는 ‘퍼팅 방법’에 관한 특허는 발견되지 않는다.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사이드 푸싱 퍼팅 방법의 예는 아래와 같다. 마지막의 왼쪽 사이드 퍼팅 방법은 언젠가 꼭 퍼터를 제작해서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자세이다.
이들 특허는 한 손 또는 두 손을 써서 좌측이나 우측에서 퍼팅하는 기초적인 사이드 푸싱 방법에 관한 것들이다.
이 특허는 진자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왼손으로 퍼터 상단의 선회 중심을 유지하면서 오른손으로 미는 힘을 제공함으로써 타격의 정확성을 높인 아이디어이다.
이 퍼팅방법은 볼을 좌측에 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최경주의 퍼팅방법과 많이 근접하다.
그러면 ‘퍼팅 방법’이 우리나라 특허법상 특허가 가능한가?
이 질문을 제법 경륜이 있는 변리사들에게 해보아도 자신 있는 즉답을 듣지 못할 경우가 많다. 아예 단정적으로 ‘특허 불가’라고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특허요건의 관점에서 보면, 신규성이나 진보성 요건을 논외로 할 경우, 아무래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발명의 성립성) 및 ‘산업상 이용가능한 발명’(산업상 이용가능성)에 해당하여야 하는 요건의 충족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골프’는 그 자체로서 스포츠 산업의 한 축을 이루므로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요건 즉 발명의 성립성만이 ‘퍼팅방법’ 발명의 특허가능성을 가늠하는 1차적 문턱이 될 것이다.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요건은 자연법칙에 위배되거나 오로지 인간의 정신활동(최면술 등) 혹은 인간 간의 약속(금융 상품 등)에 의존하는 것 혹은 개인의 기량에 속하는 것 등을 배제하고 반복적이고 객관적인 실시가 가능한 ‘기술’에 대해서만 특허를 허여한다는 취지이다.
‘물건’에 관한 발명에 비해 ‘방법’에 관련한 발명은 ‘발명의 성립성’과 관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금융기법, 회계방법, 프랜차이즈 방법, 다단계 판매기법 등은 ‘기술’에 해당하지 않아 특허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데에 대체로 이의가 없다. 그러나 한 때 벤처 버블의 강력한 추진 엔진이 되었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항상 그 특허성에 대해 항상 논란이 되어 왔었고, 그러는 상당 기간 동안 비교적 활발히 특허가 부여되었지만 최근 들어 심사통과가 무척 까다로워졌다. ‘방법’ 발명의 특허성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소위 ‘Bilski 케이스'도 비즈니스 모델 발명의 특허성에 대한 고심의 결과이다. 미국에서는 ’Bilski' 판결을 통해 ‘기계 또는 변환’(‘machine-or-transformation’) 테스트만이 방법 발명의 특허 자격을 판단하는 유일한 해석 기준임을 명백히 하였다. 즉 특정의 기계에 관련이 되거나 물건을 변화시킨다는 점이 확인되어야만 특허를 부여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방법’의 발명은 대체로 제조방법, 보존방법, 이용방법, 사용방법, 진단방법, 처치방법, 측정방법 등으로 표현된다. 이들 방법은 ‘기계’나 ‘물건’을 만들거나 그것을 이용하거나 변화시키는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므로, 미국의 테스트룰이 상당히 합리적임을 알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방법 발명의 특허가능성 판단을 위한 테스트 룰로서 바로 적용하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퍼팅방법은 ‘자연법칙’에 위배되지 않고 물건(퍼터)을 이용하며 반복성과 객관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기술성’ 즉 ‘발명의 성립성’의 문턱을 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기술성’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만으로는 특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 퍼팅방법이 기존의 알려진 퍼팅방법에 비해 신규하여야 하는 동시에 진보적이라는 점을 보여주어야만 특허가 가능하다.
그래서 ‘퍼팅방법’에 관한 특허는 거의 대부분 신규한 퍼터를 이용한 것이다. 이미 알려진 퍼터를 이용하여 신규하고 진보적인 퍼팅방법을 창안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지의 퍼터를 이용하지만 독특한 그립방법을 채용한 ‘퍼팅방법’ 특허도 존재한다. 아래에 첨부한 특허는 실전에서 바로 써먹어볼 수 있는 재미있는 퍼팅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특허 퍼팅법을 몸소 생체실험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그 퍼팅 프로세스를 순차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골퍼는 통상의 측방 퍼팅 자세를 취하고,
② 오른손으로 그립을 편안히 잡는다. 이때 엄지 손가락이 그립의 상면을 따라 아래로 향하도록 한다.
③ 왼손은 오른손과 퍼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왼손을 오른손의 손목 내측에 위치시키고, 왼손의 중지가
오른손의 경상돌기(styloid process : 손목 인근에 볼록 튀어나온 돌기)에 위치하고, 왼손의 약지와 소지(새끼손가락)이
오른손의 손등을 누르도록 한다.
④ 그 상태에서 왼손의 손바닥으로 퍼터 그립을 누르면서 오른손의 손목을 조인다.
⑤ 그런 다음 퍼팅 스트로크를 시행한다.
왼손잡이의 경우에는 당연히 반대 방향으로 하면 될 것이다.
이 퍼팅방법으로 재미를 보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연락 주시길.. ^^
‘퍼팅방법’에 대한 특허는 어떤 실효가 있는가?
과연 특허권의 행사는 가능한가? ‘퍼팅방법’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대체 특허권의 행사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할 것이다. 전국에 흩어진 수많은 골프장에서 어느 골퍼가 그 방법을 사용하는지 일일이 조사하러 쫒아 다닐 수도 없고.. 참 난감한 특허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특허권의 효력은 그 특허 발명을 ‘업으로서’ 실시하는 자에게만 미친다. 따라서 개인적, 가정적인 이용은 특허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일반 아마추어 골프는 특허 받은 ‘퍼팅방법’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혀 실효가 없는 특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퍼팅방법’ 특허가 진정으로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다. 바로 투어프로들이 그 ‘퍼팅방법’을 쓰는 경우이다. 골프를 ‘업으로서’ 하는 투어프로로부터는 특허의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받거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주위에도 걱정되는 사람이 몇 있다. 아마추어의 탈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거의 골프가 ‘업’으로 된 몇 한량들은 남의 ‘퍼팅방법’ 특허에 주의하여야 할 듯..
끝으로 여담 한 가지!
최경주의 퍼터를 고안한 사람은 후안 엘리존도(Juan Elizondo)라고 알려져 있다. 이 후안 엘리존도가 최경주의 퍼터와 관련하여 혹시 특허를 받은 게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퍼터에 관하여는 이 사람의 특허를 발견하지 못하여지만 이 사람의 명의로 된 스윙 연습기에 관한 특허를 하나 발견하였다.
이 스윙연습기는 막대형상으로 생겼고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끝 부분에 스윙 속도를 표시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스윙연습기는 나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주위의 극성스런 연습벌레들의 캐디백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것이 최경주 퍼터의 개발자의 특허제품이라는 사실!
written by 허성원 대표변리사 (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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