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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60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

by 변리사 허성원 2022. 2. 4.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지 말아 주세요. 개미들이 들어와 책읽기를 배워 너무 똑똑해지게 됩니다. 지식은 권력이며,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죠. 그러면 개미들이 사악해져서 세계를 정복하려들게 됩니다.” 미국의 어느 도서관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라고 한다. 참 유쾌한 설득 아이디어다. 그 유쾌함을 잠시라도 누렸다면 안내문의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굳이 하려들지는 않을 듯하다.

"잠깐만! 하드디스크는 잘 지우셨나요?" 일본의 한 자살명소에 붙어 있는 팻말이다. 절망에 빠져 삶을 스스로 정리하러온 사람이 저 팻말을 보고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이 걱정되어 뜨끔한 마음이 들거나, 그래서 잠시나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하다못해 팻말의 재치에 잠시 미소를 짓게 된다면, 저 팻말은 대성공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저 능청스런 문구는 필시 여럿 발길을 되돌렸을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대개의 금지 표식이나 “~을 하지마!”라는 안내는 대중에 대한 경고나 명령이다. 이런 고압적인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과 함께 불유쾌한 정서를 확산시킨다. 자유의지에 따른 적극적이고도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 강제적으로 따름을 강요하기에 그렇다. 이런 부정적인 언어는 다른 부작용이 있다. 사람들의 사고를 부정적인 프레임에 가두어 부정해야할 대상을 도리어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코끼리가 더 많이 떠오르게 되는 이치다. 한때 어느 대통령 후보가 방송에서 ‘나는 누구의 아바타가 아닙니다.’라고 말하자, 오히려 그 후보에게 ‘누구의 아바타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어 버렸던 일도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도서관의 ‘개미’ 이야기나 자살명소의 ‘하드디스크’ 착상은 그 뛰어난 창의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그 궤변과 재치는 보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 은근히 자발적인 절제를 유도하고 생각을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의 유발 없이 기분 좋은 방법으로 은근히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설득의 예술이다.

신하가 군주를 설득하여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그것을 간언(諫言)이라 한다. 간언의 종류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에서 공자가어(孔子家語)를 인용하여 이렇게 소개한다. “첫째는 휼간(譎諫)으로서 궤변으로 군주를 깨닫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당간(戇諫)으로서 우직하게 꾸밈이 없이 간하는 것이고, 셋째는 항간(降諫)으로서 자신을 낮추어 간하는 것이고, 넷째는 직간(直諫)으로서 거리낌 없이 간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풍간(諷諫)으로서 풍자로 비유하여 간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앞의 ‘개미’나 ‘하드디스크’에 비유한 설득은 기발한 궤변으로 간하는 휼간에 해당하거나 풍자로 간하는 풍간에 가깝다.

안자춘추에는 ‘안자논죄(晏子論罪, 안자가 죄를 논하다.)’라는 매우 재미있는 휼간 사례가 있다.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좋아하여, 촉추(燭鄒)라는 사람에게 새를 기르게 하였는데 그가 새를 잃어버렸다. 제경공이 화가 나서 그를 죽이라고 하였다. 이에 안자(晏子)가 "촉추는 죄가 셋 있으니, 그를 그의 죄에 맞게 논죄한 후에 죽이도록 해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제경공이 허락하자 안자가 그의 죄를 물었다.

"촉추! 너는 군주의 새를 관리하면서 그것을 잃어버렸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다. 우리 군주로 하여금 새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하니 이것이 두 번째 죄다. 제후들로 하여금 우리 군주가 새는 중하게 여기고 선비는 가볍게 여긴다는 소리를 듣게 하니 이것이 세 번째 죄다." 라고 하고, "이제 촉추의 논죄가 끝났으니 이 사람을 죽이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하자, 제경공은 "죽이지 말라! 과인이 그 가르침을 듣겠다." 하였다.

이처럼 지혜로운 간언의 본질은 고급 유머다. 로버트 프로스트 “유머는 가장 매력적인 비겁함이다.”라고 하였다. 유머는 정면대결을 피하면서 그럼에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약은 대처 요령이라는 뜻이다. 그처럼 휼간이나 풍간도 지극히 매력적인 약은 간언 전략이다. 군주나 고객과의 정서적인 충돌은 교묘히 피하면서도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다. 그리하여 모두가 기분 좋게 이기는 해결을 도모한다. 그런 영리하고도 유쾌한 설득이라면 언제라도 얼마든지 기꺼이 당해주고 싶다.



 
 
 
 
 
  •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지 말아 주세요. 개미들이 들어와 책읽기를 배워 너무 똑똑해지게 됩니다. 지식은 권력이며,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개미들이 사악해져서 세계를 정복하려들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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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서관의 음식물 취식 금지 혹은 반입금지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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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공(景公)이 사냥을 좋아하여, 촉추(燭鄒)라는 사람에게 새를 기르게 하였는데 그가 새를 잃어버렸다. 공이 화가 나서 그를 죽이라고 하였다. 이에, 안자(晏子) "촉추는 죄가 셋 있으니, 그를 그의 죄에 맞게 논죄한 후에 죽이도록 해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공이 "그리 하라."라고 하였고, 이에 안자가 그를 불러내어 공의 앞에서 죄를 물었다. "촉추! 너는 군주의 새를 관리하면서 그것을 잃어버렸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다. 우리 군주로 하여금 새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하니 이것이 두 번째 죄다. 제후들로 하여금 우리 군주가 새는 중하게 여기고 선비는 가볍게 여긴다는 소리를 듣게 하니 이것이 세 번째 죄다." 라고 하고, "이제 촉추의 논죄가 끝났으니 이를 죽이도록 해주십시오"라고 하자, 제경공은 "죽이지 말라! 과인이 그 가르침을 듣겠다." 하였다.

景公好弋,使燭鄒主鳥而亡之。公怒,召吏欲殺之。晏子曰:「燭鄒有罪三,請數之以其罪而殺之。」公曰:「可。」於是召而數之公前曰:「燭鄒,汝為吾君主鳥而亡之,是罪一也;使吾君以鳥之故殺人,是罪二也;使諸侯聞之,以吾君重鳥以輕士,是罪三也:』數燭鄒罪已畢,請殺之。公曰:「勿殺,寡人聞命矣。」 _ 晏子春秋 卷七 外篇上



 

골프장에도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골프장에서도 협조 요청을 이렇게 좀 바꾸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에 음식을 먹어서는 안됩니다.
음식을 먹으면 쥐가 나타나고, 쥐가 골프를 배우게 될 겁니다.
쥐가 골프를 배워 라운딩을 하기 시작하면,
여러분들은 이 고상한 운동을 쥐와 함께 해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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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반을 훨씬 지난 시점에 이르러 정약용은 여유 당전서(與猶堂全書) 소학주관, 오간조에서 간략히 언급하고 있다. 그 책에 이르기를, “오간은 충신의 도리다. 첫째, 휼간(譎諫)은 궤변으로 군주를 깨닫게 하는 것이며, 둘째, 당간(戇諫)으로서 어리석으나 꾸밈이 없이 간하는 것이고, 셋째, 항간(降諫)으로서 자신을 낮추어서 간하는 것이며, 넷째, 직간(直諫)으로서 거리낌 없이 간하는 것이고, 다섯째, 풍간(諷 諫)은 인품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 오간의 이름은 孔子家語에서 나왔다(五諫者, 忠臣之義也. 一曰譎諫, 以詭言悟主. 二曰戇 諫, 愚而朴. 三曰降諫, 下其氣. 四曰直諫, 無所諱. 五曰諷諫, 風動 之, 此之謂五諫也. 五諫之名, 出家語)고 했다. 이어서 백호통에서는 오간의 이름이 위와 서로 다르다(白虎通又以諷諫闚諫順諫指諫陷諫爲 五諫)는 점도 함께 부기하고 있다." _ <‘언론’ 유사 개념으로서의 ‘간쟁’에 대한 역사적 고찰> _ 김영주(경남대학교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

간쟁諫爭에대한역사적고찰_김영주.pdf
1.11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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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프레임은 자주 활성화될수록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정치 담론에서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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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I am not a crook!)!"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리처드 닉슨은 극심한 사임 압력에 시달렸다. 그때 그는 TV에 출연하여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그 이후 모든 미국인은 그를 보면 사기꾼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전에는 '의혹의 이익'이 어느 정도 그에게 우호적인 면이 있었지만, 그 발언으로 인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결국 사퇴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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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가장 매력적인 비겁한 짓이다. 나는 이 유머를 이용해서 적들을 총소리 없이 가지고 놀 수 있었다. _ 로버트 프로스트

Humour is the most engaging cowardice. With it myself I have been able to hold some of my enemy in play far out of gun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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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하드디스크는 지우셨나요?"

우리나라 자살 명소(?) 마포대교에 써놓은 글귀들입니다.
이 사진 글 외에도, '하하하하하', '수영 잘 해요?', '잘 지내지?', '커피 한 잔 어때?', '생각해보면 어떨까' 등의 문구도 있답니다. 이들 문구가 상심한 사람의 발길을 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