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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 #11 누구를 보고 달리는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1. 2. 21.

누구를 보고 달리는가

어릴 때의 한 동네 친구는 밥 먹는 습관이 너무 급했다. 반찬을 듬뿍 덜어 제 밥 위에 올려놓고 마치 뺏기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먹었다. 그만그만한 형제들과 워낙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 시절 형제 많은 집들이 대체로 그랬다. 어른들이 과자를 주면 철저하게 똑같이 나누는데, 수량을 정확히 나눠도 누군가가 모양이나 색깔까지 따지면 완벽한 공평을 이룰 수 없다. 그러다 시끄럽게 싸움이 나고 결국 엄마에게 몽땅 뺏겨 아무도 과자를 먹지 못하기도 했단다. 의미없는 경쟁과 견제가 정작 중요한 과자의 행복을 날려버린 것이다.

전국시대 조양자(趙襄子)가 왕자기(王子期)로부터 마차몰기를 배웠다. 숙달되기 전에 조급하게 왕자기와 경쟁하여, 세 번이나 말을 바꾸어도 모두 뒤졌다. 조양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마차 모는 기술을 모두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소." 그러자 왕자기가 대답했다. “기술은 모두 가르쳐드렸습니다. 다만 그 활용법이 틀렸습니다. 마차를 몰 때 중요한 것은, 말의 몸이 마차에 편안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은 말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빠르게 달려 멀리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군주께서는 뒤처지면 저를 따라 잡으려 하고, 앞서 나가면 저에게 따라잡히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먼 길을 달려 경주할 때에는 앞서거나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앞서건 뒤서건 저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말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군주께서 이기지 못한 이유입니다." 한비자(韓非子)의 유로(喻老)편에 나오는 고사이다.

마차몰기의 핵심은 사람과 말, 말과 마차 간의 조화이다. 그런 조화가 온전히 이루어졌을 때 최상의 역량이 발휘된다. 조화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경쟁자에게 신경을 쓰며 역량을 분산시킨다면, 경주에서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이런 사례는 젊은 변리사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연봉을 조정할 때에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이 희망연봉을 제시하면 나는 그 근거를 물어본다. 그러면 자신이 이룬 실적이나 기여도는 말하지 않고, 자신의 동기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조정되었으니 자신의 희망 연봉은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달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장 정도나 성과 혹은 이후에 업무를 대하는 각오 등에 대해 본인의 입장과 생각을 듣고 싶다. 그저 남들에 뒤지지 않게 대우해달라고 우기는 변리사는 거의 계약 갱신에 실패하고 만다.

기업들 중에도 유독 경쟁사들에게 민감한 기업이 있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경쟁기업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들과 비교한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부단히 확인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회사의 내실과 고객만족에 들이는 노력에 비하여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견제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과도히 크다면 그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런 기업들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한 다음의 말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경쟁사들이 우리에게 주목하도록 내버려두라. 그동안 우리는 고객에게 주목할 것이다.”

- “사람들은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강한 경쟁자를 앞지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샤워를 하면서 고객을 위해 무엇을 새로이 창조하여야 할지를 생각한다.”

- “경쟁자 중심적인 경우에는 경쟁자가 무언가 행동을 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고객 중심적이라면 훨씬 개척자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처럼 제프 베조스는 경쟁사가 아닌 고객에 주목하는 철저한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를 강조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남과 경쟁하려 들지 말고, 그들로 하여금 나와 경쟁하게 만들라. 그 동안에 나는 고객에게 집중하겠다.’는 가르침이다.

조양자에게 있어 진정한 경쟁자는 타인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다. 말과 마차가 가진 역량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것인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경쟁 대상은 어제의 자기 자신이다. 어제의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더 큰 성숙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발전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되어 사라지고 만다. 포르쉐의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다. “위대함은 내면에서 온다. 당신 자신과 싸워라. 가장 위대한 버전의 당신이 승리할 때까지.”

경쟁자보다는 고객에 집중하라. 그리고 자신 스스로와 더 강하게 경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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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襄主學御於王子期
. 俄而與於期逐, 三易馬而三後.
襄主曰 : "子之教我御, 術未盡也."
對曰 : "術已盡, 用之則過也. 凡御之所貴, 馬體安於車, 人心調於馬, 而後可以進速致遠. 今君後則欲逮臣, 先則恐逮於臣. 夫誘道爭遠, 非先則後也. 而先後心在於臣, 上何以調於馬, 此君之所以後也."
_ <
韓非子 喻老>

조양자(趙襄子)가 왕자기(王子期)로부터 마차몰기를 배웠다. 숙달되기 전에 조급하게 왕자기와 경쟁하여, 세 번이나 말을 바꾸어도 모두 뒤졌다. 조양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마차 모는 기술을 모두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소." 그러자 왕자기가 대답했다. “기술은 모두 가르쳐드렸습니다. 다만 그 활용법이 틀렸습니다. 마차를 몰 때 중요한 것은, 말의 몸이 마차에 편안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은 말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빠르게 달려 멀리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군주께서는 뒤처지면 저를 따라 잡으려 하고, 앞서 나가면 저에게 따라잡히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먼 길을 달려 경주할 때에는 앞서거나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앞서건 뒤서건 저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말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군주께서 이기지 못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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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순신에 대한 치욕을 씻게 된 것이 통쾌하다 _ 원균(元均)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 당시,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왜군 본진이 있던 부산을 제외한 남해안의 모든 재해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해 2월 26일 이순신은 파직당해 서울로 압송되면서, 원균이 후임 통제사 원균가 된다. 원균이 넘겨받은 조선 수군의 규모는 배 134척과 병력 1만7000여 명이었다.

원균이 이순신에 대해 얼마나 열등감에 차있었고 또 무능했는지는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은봉 안방준의 은봉전서에 잘 나타나 있다.

"원균은 나의 중부(仲父) 동암공(東巖公)의 처가 원씨의 친족이기 때문에 원균은 통제사로 부임하던 날 나의 중부를 찾아뵙고 "내가 이 직함을 영화롭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순신에 대한 치욕을 씻게 된 것이 통쾌합니다." 하므로 중부는 "영감이 능히 성심을 다하여 적을 무찔러 그 공로가 이순신보다 뛰어나야만 치욕을 씻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저 이순신의 직함을 대신하는 것으로 통쾌하게 여긴대서야 어찌 부끄러움을 씻었다고 할 수 있겠소."라고 하였다.

그러자 원균은 다시 "내가 적을 만나 싸우게 될 때 멀면 편전(片箭)을 쓰고 가까우면 장전(長箭)을 쓰고 맞부딪치는 경우에는 칼과 정을 쓰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소."라고 하므로 중부는 웃으면서 "대장으로서 칼과 정을 쓰게까지 해서야 될 말인가?" 하고 대답했다. 원균이 떠난 뒤에 중부가 나에게 "원균의 사람됨을 보니 큰 일을 하기는 글렀다. 조괄(趙括)과 기겁(騎劫)도 필시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고 한참이나 탄식하였다. 남쪽의 사람들은 지금도 이 일을 말하면 팔뚝을 걷고 분통해하지 않음이 없다."

_ 은봉전서(隱峯全書) 권8 기사(記事) 백사론임진제장사변(白沙論壬辰諸將士辨).

https://namu.wiki/w/%EC%9B%90%EA%B7%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