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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Communication)/협상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라

by 변리사 허성원 2018. 10. 15.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라


협상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면 어떨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대방이 정보나 경험 등의 면에서 훨씬 더 우위일 경우가 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이 나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요?', '저와 같은 상황이 되어 본 적이 있으실텐데, 그때 어떻게 상황을 벗어나셨습니까?', '제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 등등의 조언을 구한다면 어떨 것인가.


통상 생각하기로는 밀고 당기는 거래를 하여야 할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나의 준비, 경험 혹은 역량의 부족이나 약점을 적에게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러니 협상 득실의 관점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지를 생각하면 자존심의 손상도 무시할 수 없다. 협상은 힘겨루기와 같은 것인데, 상대방에게 끌려가야 하는 그런 멍청한 짓을 누가 할 것인가.

그런데 최근의 앨리슨 우드 부룩스(Alison Wood Brooks) 교수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그 사람을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조언을 구하면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는 지혜를 상대도 인식하게 될 것이니, 상대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각인된다.
둘째,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다. 조언을 구하면 인간적 문제 등의 리스크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그러한 리스크 감수에 관련한 취약점과 의지를 가감없이 드러내어 그 리스크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호감을 증진시킨다. 조언을 구할 때에는 상대를 칭찬하거나 치켜세우게 되므로, 상대의 자부심을 고조시키며, 이러한 행위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위의 3가지 효과(정보습득, 자신감, 호감)를 통해, 정보 습득이라는 매우 실질적인 성과와 함께, 상대로 하여금 나를 유능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협상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몇 가지 더 예상된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 '관점전환 효과 ', '인정의 욕구 자극 효과' 및 '유도 전략 효과' 등.

**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


조언 구하기의 긍정적인 효과로서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를 들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는 누군가에게 한 번 베풀게 되면 그 베품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효과이다.

"당신에게 한 번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은,
당신으로부터 친절 베품을 받았던 사람에 비해,
반복해서 친절을 베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_ 벤자민 프랭클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펜실베니아 주 의회 의원으로 있었을 시절에 껄끄러운 정적이 한 명 있었다. 그와의 관계를 좋게 하고 싶었던 프랭클린은, 그 정적에게 그가 소장한 책을 한 권 빌려달라고 하고 며칠 후 그것을 되돌려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정적은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고사로부터 유래한 것이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이다.

이 효과는, 협상 등의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가벼운 부탁을 하여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가는 데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적은 금액의 차비 등을 빌리거나 자리 배치를 함께 변동하는 등의 행위가 이에 해당하며, 상대에게 '조언 구하기'도 좋은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 관점 전환 효과

'조언 구하기'는 나의 입장을 진솔하게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러면 조언을 하고자 하는 상대는, 자신의 관점을 떠나 나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나름대로의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 전환을 통해 양 당사자 사이에는 적든 많든 동료 의식이 생성되어, 양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win-win 협상 성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 

** 인정의 욕구(Needs of Esteem)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조언을 요청받으면 자신의 역량이나 경험 혹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정 욕구를 매우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이다. 조언을 요청받아 인정욕구를 충족한 상대방은, 무장이 해제되어, 웬간한 사정이 없으면 상황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조언을 해주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조언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지만, 조언을 한 사람은 존경 내지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조언을 요청한 사람에게 더욱 강화된 호감을 갖게 되는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생한다.

** 유도전략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일종의 '유도전략'이다. 
스포츠인 유도에서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여 상대방을 효율적으로 제압한다. 이같이 크고 강한 상대와 경쟁할 때 직접 맞부딪치지 아니하고 상대를 다루는 전략을 '유도전략'이라 부른다.
유도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을 밀접하게 붙잡되, 상대와 동일한 방법으로 힘을 겨루지 않고, 상대가 쓰는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협상 상황에서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유도전략을 요체를 그대로 응용하는 것과 같다.
이슈와 관련해서 상대와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상대와 포지션을 겨루지 않고 오히려 그의 힘을 빌려 협상을 나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절묘한 유도의 기술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유도전략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에게 조언 구하기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①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한다.
② 나의 자신감을 전달한다.
③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동시에, 나를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시킨다.
④ 상대의 반복된 도움을 구할 수 있다.
⑤ 입장 전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⑥ 상대의 인정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주어 무장을 해제시킨다.
⑦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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