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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영혼'은 지옥에조차 들지 못한다

by 변리사 허성원 2018. 8. 31.

'미지근한 영혼'
지옥에조차 들지 못한다

 

[.. 그들이 아직 지옥의 문을 통과하기 전 어디선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분노와 고통의 절규였다.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에게 물었다. "스승님, 제가 듣는 이 신음 소리는 무엇입니까? 누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울부짖습니까?"

그러자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 불쌍한 영혼들은 불쌍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들은 오명도 없고 명성도 없는 미지근한 영혼들이다."

(단테 지옥 제3편 34-36행)

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무 일도 시도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지도 않았고, 나쁜 일을 도모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우주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몰라 그저 하루하루 현상 유지를 위해 연명한 폐품들이며, 세상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은 자들이다.

단테는 그들을 지옥에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미지근한 영혼"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죽지도 못한다. 그들은 지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테를 그들의 행위를 이탈리아어로 '윌타(vilta)'라고 명명했다. 윌타는 축자적으로 '소심함'을 뜻한다. 그들은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임무를 알지도 못하고, 설령 안하 할지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단테는 이 비겁한 자들을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최악의 인간으로 묘사했다.] 
_ 배철현의 '수련' 중에서

<지옥의 문 _ 로댕>

 

** "미지근한 영혼"
"미지근한 영혼"은 살아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자이다. 좋은 일은 물론 나쁜 일조차 해본 적이 없다.
살아있을 때에도 '살아본 적'이 없는 자이니, 죽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지옥에도 들어갈 수 없다.

"미지근한 영혼"의 다른 이름은 '비겁(卑怯)자'이다.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소리내어야 할 때 침묵하고, 행동하여야 할 때 숨고, 어느 쪽이든 한 편에 서야 할 때 결단내리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중간에서 머뭇거리는 자를 가리킨다.

 

**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사람(鄕原)은 덕의 도둑이다


鄕原德之賊也(향원덕지적야) _ 논어

공자께서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사람으로 평가된다는 것은 덕을 훔쳐가는 도둑과 같다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선악 판단이 분명치 못하여, 
항상 남의 기준이나 가치 평가에 맞춰 위선적으로 살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두루뭉술한 사람은 자신에게도 세상 사람들에게도 결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존재다움을 나타내는 덕(德)이 있다. 자신의 존재다움을 선명히 하지 못하면 그 덕을 해치는 법이다. 

 

단테의 '미지근한 영혼'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누구에게도 좋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향원(鄕原,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보다 더 나쁘다. 그래서 지옥에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향원(鄕原)에 대해 더 잘 설명하고 있는 글이 있다.

 

 

**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 狂者進取, 狷者有所不爲也."
(자왈: "부득중행이여지, 필야광견호! 광자진취, 견자유소불위야.")

 "중용의 도를 지키는 사람을 찾아내어 사귀지 못한다면 나는 반드시 열광적인 사람과 고지식한 사람을 택할 것이다. 열광적인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 무언가를 취득하고 고지식한 사람은 절대로 안 하는 일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왈: "부득중행이여지, 필야광견호!"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 (논어의 문법적 이해, 2000. 1. 1., 류종목)

진보와 보수. 중도.
<-> 향원

 

"향원은 덕의 도둑이다."("鄕原, 德之賊也.-논어 양화")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두루뭉술한 사람은 덕을 해치는 사람이다."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선악을 판단하고 또 그에 따라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맹자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萬子曰(만자왈): '一鄕皆稱原人焉(일향개칭원인언), 無所往而不爲原人(무소왕이불위원인), 孔子以爲德之賊(공자이위덕지적), 何哉(하재)?' 曰(왈): '非之無擧也(비지무거야), 刺之無刺也(자지무자야), 同乎流俗(동호류속), 合乎汚世(합호오세), 居之似忠信(거지사충신), 行之似廉潔(행지사렴결), 衆皆悅之(중개열지), 自以爲是(자이위시), 而不可與入堯舜之道(이불가여입요순지도), 故曰(고왈): "德之賊(덕지적)" 也(야).'" (만자가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어진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어진 사람이 될 터인데 공자께서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하자, 맹자가 말하기를 "비난하려고 들면 들어서 말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들면 풍자할 것이 없으며, 흘러가는 시속에 동화되고 더러운 세상에 부합하며, 위인은 충직한 듯하고 행동은 청렴결백한 듯하여 여러 사람들이 다 그를 좋아하고 자신도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다"라고 했다. [『孟子(맹자)·盡心(진심) 下(하)]』)

[네이버 지식백과] 자왈: "향원덕지적야." [子曰: "鄕原德之賊也."] (논어의 문법적 이해, 2000. 1. 1., 류종목)



출처: https://athenae.tistory.com/1613 [허성원 변리사의 특허와 경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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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은 지극히 단조롭고 지극히 평범했다.
그래서 지극히 끔찍했다.

_ 톨스토이

 

단조롭고 평범한 인생.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인생이다.
남의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여, 남의 의견에 항상 동조하여 자신의 소신이 없는 인생이다.

 

 

 

** "원수를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친구를 만들지도 못한다."

이 말도 단테의 '미지근한 영혼'이나 공자의 '향원鄕原'의 다른 표현으로 여겨진다.

비겁하거나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살고자 하면, 비록 적을 만들지는 않게 되겠지만, 동시에 진정한 친구를 만들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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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케팅에서는 너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 대부분의 구매자는 상품을 검색할 때, 긍정적 리뷰보다 부정적 리뷰를 눈 여겨 살펴본다. 통상적으로 5배 이상이 부정적 리뷰를 더 체크한다고 한다.

- 소비자들은 상품의 취약점과 부정적인 측면을 체크하고 싶어한다.
- 만약 판매자가 부정적인 상품평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검열해서 걸려내면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소비자는 얻고자 하는 정보도 구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상품평에 감명을 받지도 못하고, 이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르고 왜 사야 되는 건지 설득되지도 못한다.
- 구매자들은 모든 리뷰가 호평 일색일 때, 이를 가짜(fake)로 여긴다. Reevoo에 따르면, 부정적 리뷰가 잘 안 보이면 95%의 고객들이 기업이 상품평을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리뷰 자체도 가짜거나 홍보로 받아들인다.
부정적 리뷰가 고객 경험에 미치는 영향

 

 

** 관련 글

소비자의 '혐오'를 광고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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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문을 들어서자마자 캄캄한 어둠이 그들을 감싸면서 영문 모를 한숨과 울부짖음, 그리고 뼛속을 갈라놓는 통곡이 가슴을 파고들어 단테는 그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저 신음 소리와 성내면서 부르짖는 비명 소리, 목쉰 소리, 손바닥을 치며 발을 구르는 저 소리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흡사 밤낮 구별 없이 뒤엉켜 깜깜한 하늘ㅇ[ 떠돌고 있는 회오리 바람 속의 모래알과 같은 것이었다. 단테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공포로 머리를 움켜쥔 채 울부짖었다.
"스승이시여, 제가 듣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끝없는 고통에 사로잡혀 있는 저 무리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저 한스러운 꼬락서니들은 수치도 명예도 없이 일생을 살아온 가엾은 영혼들의 모습일세. 저들 가운데에는 신에게 충성도 반역도 하지않고 오직 자기 욕심만을 위해 산 타락한 천사들도 섞여 있지. 하늘은 이들 때문에 찬국이 더럽혀집까봐 내쫒았는데, 깊은 지옥에서도 그들이 자기보다 더 죄가 무거운 사람들만 봄으로써 자기의 죄를 잊고 득의양양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들을 받아들이기를 거절한 것이지."
"그렇다면 어이하여 저토록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저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요?"
"저들은 이처럼 어둡고 별빛 하나 없는 곳에서 언제까지나 미로를 헤메기보다는 오히려 지옥의 구멍이라도 틀어박혀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 그들은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지옥에 가는 사람들마저 부럽기 때문에 통탄하고 있는 것일세."
_ 신곡 지옥편, 강미경 역

 

** 신음어(呻吟語)_재번역요

군자와 소인의 중간은,
그 행실이 올바른 듯하지만 편향되고,
그 말이 도에 가까운 듯하지만 잡스럽고,
배움이 넓고 큰 듯하지만 속되고,
예스런 소박함은 진부하고,
너그러움은 우유부단하고,
엄함은 맹금과 같다.
이런 사람은
군자의 마음을 가지면서
소인의 잘못을 가졌기에
항상 해로운 도에 이르게 되니,
배우는 사람은 이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有君子小人之間 行亦近正而偏 語亦近道而雜 學圓通便近於俗 尚古朴則入於腐 寬便姑息 嚴便猛鶯 是人也 有君子之心 有小人之過者也 每至害道 學者戒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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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낭비한 죄"

영화 '빠삐용'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봤었는데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빠삐용 역의 스티브 매킨과 드가 역의 더스틴 호프먼.

주인공 '빠삐용'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독방에서 갇혀 지내는 중 꿈을 꾼다.
꿈 속에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배심원과 재판관을 만난다.
자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그래서 무죄라고 반박한다.

그에 대해 재판관이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저지른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다.
인생을 낭비한 죄다. 너를 기소한다.
그 죄에 대한 벌은 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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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리 랄프 수상소감 "거울 속에 보이는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