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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

[매경칼럼] 자유로부터의 도피 _ 기업과 적극적 자유

by 변리사 허성원 2015. 8. 3.

자유로부터의 도피 _ 기업과 적극적 자유


 

“40년 동안 허락받고 오줌을 누었다.

허락 없이는 오줌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위 말은 영화 '쇼생크 탈출' 중에서 주인공 앤디의 가장 친한 친구 레드가 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이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자유'다. 앤디는 조각용 망치로 20년간 집요하게 감옥의 벽을 뚫어 끝내 탈옥에 성공한다. 브룩스는 50년 만에 얻은 자유가 주는 단절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앤디의 단짝 친구 레드도 40년 만의 자유에 명현증세를 겪지만 마침내 앤디를 찾아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영화는 앤디, 브룩스, 레드를 통해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자유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자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당연히 추구하는 본능이지만,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하여야 한다. 게다가 무거운 책임이 수반되기도한다. 특히 책임에는 항상 두려움과 외로움이 함께 한다. 


그래서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를 위한 비용이나 책임을 부담할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굴종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시장개척 등 중요한 핵심적 기업활동을 타인 또는 타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예속성 기업들은 현재의 구속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구속으로부터의 탈출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다. 탈출 이후의 상황이 외롭고 두렵기 때문이다. 혹 어찌하여 탈출하게 되더라도 현실적 혹은 정서적 공허함을 통제하지 못해 방황하게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모 토목관련 기업의 대표와 특허출원 상담을 하다가 그 회사의 기존 라이센싱 계약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타사의 특허 약 10건에 대해 전용실시권을 계약하여 그 특허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용료는 토목 분야의 로열티율이 타 업계에 비해 비교적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도히 높았다.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하나씩 챙겨보니, 그 특허들 중 2건을 제외하고는 현재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기술 상황이 변하여 설계변경이 적용된 것이다. 게다가 사용하고 있는 특허 1건은 그 권리범위가 워낙 좁아 약간의 변경만 가하면 그 특허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고, 나머지 1건은 그 출원 전에 선등록 및 공개된 다른 특허에 이미 다 나와있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애당초 무효사유를 안고 있었던 특허였다. 그런데도 수 년 동안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해왔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실무에서 가끔 접하게 된다. 어슬픈 특허들을 내세운 으름장에 짓눌려 애당초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거나 경영활동에 가해지는 적잖은 구속이나 비용을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부자연 불합리한 상태는 계약해지, 재계약협상, 심판청구, 회피설계 등 필요한 절차를 통해 쉽게 탈피할 수 있다고 누누이 설명해준다. 그러면 그런 조언을 들은 CEO들은 대체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겨 자유를 찾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적지않은 기업들이 자유를 찾는 노력에 소극적이다. 터무니없는 상황임에도 그러하다. 특허 내용을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오랫동안 사용료를 꾸역꾸역 지불하고 있기도 하고, 특허의 회피가 아주 용이하거나 심판을 통해 가볍게 현재의 압박받는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경우에도 조치를 망설인다. 그들은 왜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탈피하는 데 소극적일까?

 

우선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예속 상황이 경영자의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중대한 오류에 기인한 경우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뼈아픈 자아비판이 전제되어야 하는 데 그게 힘들다. 전혀 쓸 모 없는 기술에 큰돈을 들여 라이센싱 계약을 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지출해버린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가능한한 그 동안의 지출에 대해 핑계꺼리 이유를 찾고자 한다. 


다른 중요한 이유는 ‘독립 역량'과 자기 믿음의 부족이다. 독립을 생각하면 금세 책임과 단절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곧 외로움과 두려움이라는 잠재의식을 가동시키고,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굳이 평온무사한 현재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유를 얻을 기회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이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에리히 프롬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구분하고, 단순히 '구속으로부터의 회피'(freedom from ~)'라는 '소극적 자유'가 아닌 스스로가 추구하는 "그 무엇을 향한 자유"(freedom to ~) 즉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소극적 자유는 단순히 억압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독립'은 얻을 수 있지만 ‘고독’과 ‘불안’이라는 만만찮은 짐도 함께 져야한다. 

적극적 자유는 추구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현재의 상황을 탈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자유에서는 그 목표를 향한 '성취동기'가 '고독'과 '불안'을 초월하여 추진력을 뒷받침해주게 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앤디는 대표적인 적극적 자유를 추구한 캐릭터이다. 불변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20년간 벽을 뚫어 자유를 찾았다. 브룩스에게 있어서 자유는 그가 50년간 생활한 감옥으로부터의 추방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유로부터 감옥으로의 도피'를 그토록 희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절망하여 삶을 마감한다. 레드는 '소극적 자유'와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이에서 방황하였지만 앤디의 메시지를 보고 비로소 목표를 갖게 되어 적극적 자유를 찾게 된다. 


중소기업들은 앤디형 기업, 브룩스형 기업, 레드형 기업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활동하여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거나 누리는 앤디형 기업, 예속 상태를 벗어나면 생존을 영위하지 못하는 브룩스형 기업, 그 중간 쯤의 성격을 가지고 소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레드형 기업. 


귀사는 어떤 모습의 기업인가?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가? 

원하는 기업이 되려면 떻게 하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