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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창의력

[2012년 이그노벨상] 에펠탑을 왼쪽으로 보면 더 작아보인다.

by 변리사 허성원 2012. 10. 18.

[2012 이그노벨상]




올해도 노벨상 시상 시기에 맞추어 이그노벨(Ig Nobel) 상이 발표되었다.

이 상은 하버드대 과학잡지사에서 매년 우스꽝스럽지만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다소 괴팍한 연구결과에 대해 다양한 부문에서 시상하고 있는 상이다. 올해로 22주년째이다.

 

'이그노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그노벨상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노벨상을 페러디한 상이다. ‘이그노벨’의 ‘IG’는 'Improvable Genuine'의 약자로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라는 뜻. 또 'Ig Nobel'은 'Noble'(고상한)의 반대말인 'Ignoble'(품위없는)과 발음 및 의미가 통하는 점이 있다. 


해마다 여러 가지 정말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수상되었다. 예를 들면 2010년의 경우, 의약상은 '롤러코스트가 천식증세를 경감시킴을 발견'한 네델란드팀에게, 물리학상은 '구두 바깥에 양말을 신으면 겨울 미끄러짐을 줄일 수 있음을 발견'한 뉴질랜드팀에게, 평화상은 '욕설이 통증완화에 효험이 있다는 통설을 증명'한 영국팀에게 각각 돌아갔다.

 

그리고, 작년 2011년에는 의학상은 '방광이 터질 정도로 소변을 참으면 술에 취하거나 24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와 유사한 정도로 주의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한 팀이 수상하였고, 평화상은 불법주차 차량을 장갑차로 으깨버린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시장이 수상하였다. 특히 화학상 수상작은 와사비를 이용한 알람장치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과거의 수상작들을 보면 이그노벨 상이 어떤 특성을 가진 상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년처럼 재미있는 수상거리들이 많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재미있는 것은 심리학상 수상작으로, '에펠탑을 왼쪽으로 기울여서 보면 더 작게 보이는 현상을 발견'한 애니타 얼랜드 연구팀이 수상하였다. 이들은 이 실험을 위해 닌텐도 위를 이용하였고 실험에 동원된 대학생들은 닌텐도 위 밸런스 보드 위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에펠탑의 높이를 평가하였다.

 

음향상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상도 재미있다. 이 상의 수상작은 일본의 카즈다까 쿠리하라 등이 발명한 "수다쟁이의 수다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스피치재머(SpeechJammer)"이다. 이 스피치재머는 말소리를 녹음하여 아주 짧은 시간차를 두고 말한 사람에게 다시 되돌려 듣게 하는 일종의 메아리 장치이다. 자기가 한 말을 0.2초 정도 지연시켜 듣게 되면 뇌가 인지착오를 일으켜 말을 더듬거나 못하게 된다고 한다. 가장이나 직장에서 이런 장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

 

 



평화상은 구 러시아의 폭탄들을 다이아몬드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러시아의 이고르 페테로프에게 돌아갔다. 고도의 폭발성 분말을 특수한 조건에서 폭발시키면 나노상태의 다이아몬드 분말로 만들어져 다양한 용도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물리학상은 말총 모양의 묶은 머리가 왜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통계물리학적으로 분석한 조셉 켈러 팀이 수상하였다. 사람이 상체를 움직이지 않고 앞으로만 걸어가는데도 다양하게 준비한 말총머리는 좌우로 흔들거리는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유체역학상도 재미있다. 커피를 들고 걸으면 왜 쏟아지는지를 연구한 루슬란 크레체트니코프 팀이 이 상을 수상하였는데, 커피가 쏟아지는 이유는 걷는 사람의 생체역학과 저점도 액체의 동역학적인 관계 때문이며, 쏟아지지 않기 위해서는 천천히 조심해서 걷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한다.

해부학 분야에서는 침팬지들이 다른 침팬지의 엉덩이 사진만을 보고 구별해낸다는 것을 발견한 프랑 드 발 연구팀이 수상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챔팬지들은 얼굴만으로 성별을 구별하지 못한다.

 

의약상은 의사들이 결장경 검사를 할 때 환자의 파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려준 엠마누엘 벤수산 등에게 돌아갔고, 신경과학상은 fMRI를 이용하여 죽은 연어의 뇌를 촬영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등이 수상하였다. 이들은 뇌가 활성화되었을 때의 신호를 죽은 연어의 뇌에서 발견하여, MR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알려 오용의 위험을 경고한다. 화학상은 스웨덴의 한 도시에서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녹색으로 변하는 미스테리를 푼 스웨덴의 요한 페터슨에게, 문학상은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의 준비를 권장하는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미합중국 총괄 회계감사국에게 돌아갔다.

 

이그노벨상은 당초 일반인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과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수상 기준은 간단하다. 첫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한편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하여야 한다. 즉 엉뚱하거나 기발한 창의력으로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주고 그의 효용을 잠시나마 고민해볼 수 있다면 훌륭한 이그노벨상 수상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취지를 반영하듯 이그노벨상의 마스크트는 '드러누워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그노벨상 수상은 그 사회의 창의력, 정서적 건강, 유쾌함 나아가서는 삶의 질의 한 지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은 지금까지 2명 존재한다. 향기나는 양복을 개발하여 1999년 환경보호부문에서 수상한 권혁호씨와, 1660년부터 1997년까지 3600만쌍을 합동 결혼시켜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그들이다.일본은 노벨상 분야에서 우리를 현저히 앞서고 있지만, 이그노벨상에서도 7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고 지금까지 15번 수상하였다.

이그노벨상의 수상자 수만 보고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엉뚱함을 용인하거나 유쾌한 창의력을 즐기는 데 있어 더 경직된 사회일 거라고 평가한다면 비약이 과도한가? 


출처 : http://www.improbable.com/ig/winners/#ig2012


2011년 이그노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