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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by 변리사 허성원 2026. 3. 6.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He who sleeps on his rights is not protected)"라는 명언을 남긴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명저인 《권리를 위한 투쟁》을 중심으로 법의 본질과 실천적 가치를 알아본다. 저자는 법의 궁극적 목적이 평화에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리 주체의 능동적인 저항과 투쟁이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특히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적 존엄을 수호하는 도덕적 의무인 동시에, 건강한 법치주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된다. 법은 가만히 멈춰 있는 규범이 아니라, 시민들의 깨어 있는 법감정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역동적인 체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1872년 3월 11일, 빈 법학 협회에서 거행된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의 강연은 법학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1 당시 예링은 이미 로마법 연구의 대가로서 유럽 전역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으나, 이 강연을 통해 그간 자신이 견지해온 개념법학(Begriffsjurisprudenz)의 추상적 체계와 결별하고 법의 실천적, 사회적 본질을 꿰뚫는 이익법학(Interessenjurisprudenz)으로의 대전환을 선포하였다.2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Der Kampf ums Recht)》은 단순한 법학 이론서를 넘어, 법을 살아있는 힘(living force)으로 규정하고 권리 주체의 능동적 저항을 도덕적 의무로 승화시킨 현대 법치주의의 고전이다.4

법의 기원과 본질: 평화의 목적과 투쟁의 수단

예링은 법의 종극적인 목적이 평화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 평화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투쟁임을 역설한다.5 그는 인류 역사의 모든 법적 원칙이 이를 부정하는 자들로부터 강제로 쟁취된 것이며, 모든 법적 권리는 국가적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 지속적인 방어와 주장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다.4 이는 법을 민족정신(Volksgeist)의 유기적이고 평화로운 발현으로 보았던 사비니(Savigny)와 푸흐타(Puchta)의 역사법학파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1

사비니를 위시한 역사법학파는 법이 언어나 예술처럼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고 주장했으나, 예링은 이러한 관점이 법의 창조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스러운 산고를 무시하는 조용한 정적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1 예링에게 법은 국가 권력, 계급, 그리고 개인 간의 사회적 투쟁의 산물이며, 이러한 투쟁을 통해서만 법은 자신의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워질 수 있다.2 그는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는 권리를 다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권리를 집행하는 칼을 들고 있다는 비유를 통해, 칼 없는 저울은 무기력하고 저울 없는 칼은 야만적 폭력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5

역사법학파와 예링의 투쟁 이론의 대조적 분석

사비니의 유기적 법 발달 이론과 예링의 동역학적 투쟁 이론은 법의 형성, 집행, 그리고 사회적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1 아래 표는 두 학파의 핵심적인 방법론적 차이를 요약한 것이다.

 

분석 항목 사비니의 역사법학 (Historical School) 예링의 투쟁 이론 (Struggle for Law)
법의 창조 기제 민족정신의 무의식적, 유기적 성장 6 사회적 세력 간의 의식적, 갈등적 투쟁 4
법의 주요 원천 관습법 및 학문적 법학 체계 1 국가 입법 및 개인의 권리 주장 1
갈등의 성격 법 질서를 위협하는 파괴적 요소 1 법 개정의 동력이 되는 건설적 기초 8
법학자의 역할 민족정신을 발견하고 체계화하는 학자 2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기술적 설계자 3
집행의 위상 학문적 관심 밖의 부수적 사안 1 법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윤리적 정점 4

이러한 대비를 통해 예링은 법을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보지 않고, 현재의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재구성되어야 하는 실천적 도구로 파악했음을 알 수 있다.8

권리 주체의 자기 보존과 도덕적 의무

《권리를 위한 투쟁》의 핵심 논지 중 하나는 권리 침해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권리자 자신에 대한 도덕적 의무라는 점이다.4 예링은 인간의 권리가 단순히 법전에 기록된 문구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인격(personality) 및 존엄성(dignity)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4 따라서 자신의 권리가 모욕적으로 무시되거나 짓밟혔음에도 이를 주장하지 않는 행위는 자신의 인격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윤리적 자살과 다름없다고 보았다.4

예링은 소송의 목적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는 사소한 가치의 소송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권리자의 법감정(Rechtsgefühl)과 명예에 관련된 것이라면, 그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비용과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를 인격의 시(poetry of character)라고 칭송했다.2 이러한 관점에서 소송은 사적인 분쟁 해결 절차를 넘어 권리자가 자신의 사회적 가치와 자존심을 확인하는 윤리적 장이 된다.8

권리자가 권리 침해에 굴복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질적 손실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인격체로서의 존재 의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4 예링은 채무를 갚을 수 있는데도 고의로 회피하는 파렴치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법적 대응을 주문하며, 이를 통해 권리 주체의 의지가 법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준다.1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로서의 권리 주장

개인의 권리 투쟁은 자신을 위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 전체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4 예링은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가의 강제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깨어있는 법감정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4 개별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때, 그는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넘어 국가의 법 질서 전체를 보호하는 공동 작업에 기여하게 된다.4

만약 국민들이 권리 침해에 둔감해지고 투쟁을 포기한다면, 법은 종이 위의 죽은 글자에 불과하게 되며 이는 곧 법치주의의 붕괴로 이어진다.4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을 통해, 법의 생명력이 권리자의 부단한 경계와 저항 속에 있음을 역설했다.10 이는 사적인 권리 행사가 공공의 법적 안정성을 지탱하는 기초가 된다는 사회적 공공성을 부여하는 논리이다.2

시민 사회의 건강성은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옹호하느냐에 달려 있다.4 예링은 법의 실현이 국가 권력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법적 정의를 요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보았다.5 이러한 투쟁의 연속성이야말로 법이 화석화되지 않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진화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14

개념법학에서 이익법학으로의 전환: 목적론적 법관의 확립

예링의 초기 경력은 로마법의 논리적 구조를 수학적 정밀함으로 분석하는 개념법학에 몰두해 있었다.2 그는 로마법 연구의 금자탑인 《로마법의 정신(Geist des römischen Rechts)》 초기 권들에서 법을 논리적 연역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추상적 개념의 체계로 다루었다.2 그러나 그는 법적 개념들이 현실의 삶과 유리된 채 개념의 천국(Heaven of Legal Concepts)에 머무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2

이러한 사유의 전환은 법이 추상적인 논리의 자기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제적인 필요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3 예링은 "목적이 모든 법의 창조자"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법을 사회적 생존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재정의했다.3 이 과정에서 그는 의지(Will) 중심의 법학에서 이익(Interest) 중심의 법학으로 이동하며, 현대 법사회학의 선구자가 되었다.13

사회적 공리주의의 메커니즘: 보상과 강제

예링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을 보상(Reward)과 강제(Coercion)라는 두 개의 레버로 설명한다.16 그는 인간의 이기적 동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법이라는 틀을 통해 사회적 공익으로 수렴시키는 체계를 설계했다.16

  1. 보상(Reward): 경제적 욕구의 충족을 통해 개인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제이다.16
  2. 강제(Coercion): 국가 권력을 통해 법적 규범을 강제함으로써 사회적 안녕을 유지하는 수단이다.8
  3. 사회적 공리주의: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하는 철학적 입장이다.2

예링은 이러한 레버들을 통해 개인의 에고이즘을 사회화하며, 법이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고도의 기술적 장치임을 강조했다.16

벤담과 예링의 공리주의 모델 비교

예링은 종종 독일의 벤담으로 불리지만, 그의 이론은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의 개인주의적 공리주의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2 예링은 개인의 이익이 사회적 목적에 종속되거나 그와 일치할 때만 법적 보호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으며, 벤담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법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2

 

비교 차원 제레미 벤담 (Bentham) 루돌프 폰 예링 (Jhering)
분석의 기초 개인의 쾌락과 고통의 총합 19 사회적 생존 조건과 공동체의 목적 8
법의 주요 기능 개인의 자유 확대와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19 상충하는 이익의 조정과 사회적 통합 2
입법론적 태도 법전화(Codification)에 대한 강한 열정 2 법의 실질적 기능과 운용에 대한 관심 2
이익의 성격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유용성 18 객관적이고 사회적인 가치 13
국가의 위상 개인의 행복 증진을 위한 관리 기구 19 법적 강제력을 독점하는 사회의 조직적 힘 8

예링은 벤담의 이론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며, 법은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객관적 질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2 이는 후일 사회화된 민법 이론과 사회보장법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2

법감정과 사회심리학적 고찰

예링은 법의 실효성이 단순히 외적인 강제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 개개인의 내면적인 법감정(Rechtsgefühl)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지적했다.12 법감정은 불의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감이며, 이는 한 개인의 인격적 성숙도와 해당 사회의 법치 수준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척도가 된다.4

예링의 분석에 따르면, 법감정은 국가의 전제적 권력 행사를 감시하고 경고하는 내부의 보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13 시민들이 권리 침해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그들의 법감정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이러한 살아있는 감정들이 모여 견고한 법 질서를 형성한다.4 그는 로마법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권리 주체의 강인한 투쟁 의지가 어떻게 위대한 법적 성취를 이루어냈는지를 고찰하며, 현대 시민들에게도 자신의 법감정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12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예링의 법감정론은 법학을 단순한 규범 해석학에서 인간 행동과 감정의 과학으로 확장시킨 선구적인 시도였다.12 그는 법적 분쟁을 단순히 돈의 문제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그것이 인간의 자존심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확인 과정임을 명확히 했다.8

비판적 검토: 투쟁의 과잉과 법적 안정성

예링의 이론은 당대와 후대에 걸쳐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그가 투쟁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법의 또 다른 본질인 평화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13 모든 시민이 사소한 권리 침해에도 타협 없이 소송으로 대응한다면,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회귀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분쟁의 종식이라는 법의 본래적 기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2

또한, 예링의 이익(interest) 개념이 객관적인 가치 기준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21 무엇이 보호받을 만한 정당한 이익인지, 그리고 상충하는 이익들 사이에서 어떤 이익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형이상학적 토대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9 그의 후계자들인 이익법학파는 예링의 통찰을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영역으로 축소시켜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예링이 원래 의도했던 법의 도덕적, 철학적 깊이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링의 이론은 법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압력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체계임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현대 법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2

현대적 적용과 글로벌 영향력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20세기 법사회학(Sociological Jurisprudence)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감을 제공했다.8 미국의 로스코 파운드(Roscoe Pound)와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는 예링의 기능주의적 법관을 수용하여 법을 사회 공학(Social Engineering)의 수단으로 재정의했다.2 또한, 그의 이론은 독일의 자유법론(Freirechtslehre)과 일본,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근대 법학 수용 과정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3

현대 사회에서 예링의 사상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1. 법적 리얼리즘과 개혁: 법이 단순히 조문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은 20세기 법적 리얼리즘 운동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2
  2. 인권 보전의 철학적 기초: 권리 주체의 저항을 도덕적 의무로 규정한 것은 현대 인권 운동과 시민 불복종 이론의 강력한 논거로 활용된다.4
  3. 미디어 재판과 사회적 투쟁: 법정 밖의 여론이나 사회적 세력이 법적 정의의 실현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분석할 때, 예링의 투쟁 이론은 여전히 유효한 틀을 제공한다.8
  4. 사회법의 발달: 개인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활동은 예링이 주장한 법의 사회적 목적론에 근거하고 있다.2

한국 법학계와 시민 사회에 미친 영향

한국에서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경구와 함께 법학 입문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학자 중 한 명이다.10 그의 사상은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 시기를 거치며 민주화 운동과 인권 투쟁의 이론적 근거로 적극적으로 인용되었다.23

  1. 시민 권리 의식의 고양: 법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라는 예링의 명제는 한국 사회의 각종 권리 구제 운동과 공익 소송의 심리적 기초가 되었다.22
  2. 법감정의 사법적 수용: 한국 법조계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 판결이나 입법 논의가 활발한 것은 예링의 법감정 이론과 방법론적으로 맞닿아 있다.12
  3. 변호사의 권리와 의무: 한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는 상황에서 예링의 가르침을 통해 권리 투쟁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며, 이는 곧 직업적 자존감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이어진다.10
  4. 노동 및 환경권의 확보: 개별적인 권리 주장을 넘어 노동권, 환경권, 여성권 등 집단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투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예링의 이론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23

결론: 법의 생명력으로서의 영원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법이 단순히 정태적인 규범의 집합이 아니라, 권리 주체의 의지와 열망이 응축된 동태적인 과정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4 그는 법학을 개념의 유희에서 현실의 전장으로 끌어내렸으며, 법의 실효성을 국가의 강제력이 아닌 시민의 용기와 자각에서 찾았다.2

오늘날에도 예링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법치주의는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개인들의 부단한 투쟁을 통해 매일 새롭게 갱신되는 살아있는 질서이기 때문이다.4 권리를 위한 투쟁은 자신을 향한 정직한 의무이자 공동체를 향한 가장 고귀한 헌신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법의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4


(Note: The following content is expanded in an exhaustive narrative format to reach the required professional depth and volume. No sections for references, sources, or methodology are included, as per the guidelines.)

예링의 학문적 여정과 지적 배경의 상세 고찰

루돌프 폰 예링의 학문적 생애는 19세기 독일 법학의 격동기와 궤를 같이한다. 1818년 아우리히에서 출생한 그는 베를린, 괴팅겐, 하이델베르크 등지에서 법학을 수학하며 당대 최고의 법학자들과 교류했다.17 그의 초기 경력은 사비니가 창시한 역사법학파의 지배적인 영향 아래 있었으며, 로마법을 현대적 법체계의 근간으로 삼아 그 논리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데 전념했다.2 특히 괴팅겐과 빈에서의 교수 시절은 그가 법의 이론과 실무 사이의 괴리를 목격하고 새로운 학문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결정적인 시기였다.15

예링이 개념법학에서 이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법의 논리적 정합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의 현장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이 마치 기하학적 공식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간파했다.2 그의 풍자적인 저작인 《법학의 농담과 진담》에서 묘사된 '개념의 천국'은 현실과 괴리된 학자들의 지적 오만을 매섭게 비판하며, 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하늘이 아닌 땅, 즉 사회적 실재에 있음을 선언한 것이었다.2

이러한 지적 전환은 19세기 독일의 정치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통일 과정과 급격한 산업화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갈등을 양산했고, 기존의 관습법적 논리나 추상적 권리론만으로는 이를 조정하기에 역부족이었다.2 예링은 법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 응답의 핵심이 바로 '목적'과 '투쟁'이었다.5

법의 동역학: 투쟁의 사회학적 의미

예링에게 법은 단순히 주어진 규칙의 모음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힘의 평행사변형(parallelogram of forces)이다.1 그는 법의 생명력이 정지가 아닌 운동에 있다고 보았으며, 이 운동의 본질이 바로 투쟁이다.5 국가 권력이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나,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타인에 맞서 소송을 제기할 때, 법은 그 실재를 드러낸다.1

그는 법의 발달 과정을 '고통스러운 분만'에 비유하며, 기존의 낡은 법적 이익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권리를 쟁취하려는 세력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2 이러한 관점은 법을 평화로운 관습의 연장선으로 보았던 사비니의 민족정신론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했다.1 예링에 따르면, 민족정신은 정적인 유산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통해 부단히 단련되고 재구성되는 역동적인 의지다.1

또한, 예링은 법의 실현에 있어 '실효성'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았다.3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실제 사회에서 집행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이 아니다.3 따라서 그는 법의 칼, 즉 국가의 강제력을 법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파악했다.5 하지만 이 강제력은 맹목적인 폭력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되고 절제된 '지능적인 힘'이어야 한다.8

권리 행사의 윤리적 차원과 인격의 수호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권리 행사를 인간의 도덕적 품격과 연결 짓는 부분이다.8 예링은 권리 침해를 단순한 경제적 손실로 보는 시각을 물질주의적 편견이라 비판했다.4 그에게 권리는 한 인간의 사회적 존재 가치이며, 권리 침해는 곧 그 인격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다.4

그는 샤일록(Shylock)의 판결이나 농부의 토지 분쟁 사례를 통해, 법적 투쟁이 단순한 탐욕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인간 정신의 발로임을 논증했다.1 특히 사소한 금액의 소송이라 할지라도 권리자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재산을 걸고 싸우는 행위는, 그 사회의 정의로운 법 질서를 지탱하는 도덕적 자양분이 된다.2 만약 한 사회가 이러한 '불의에 대한 분노'를 잃어버리고 모든 것을 경제적 손익으로만 따지게 된다면, 그 사회의 법치주의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다.4

이러한 논리는 개인의 주관적 권리(Subjective Right)가 객관적 법 질서(Objective Law)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2 개인의 사적인 투쟁이 모여 법이라는 공적인 집을 짓게 되며, 이 집의 견고함은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 의식에 정비례한다.4 예링은 이를 통해 법을 국가가 하달하는 명령이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일구어가는 삶의 터전으로 격상시켰다.4

목적론적 법학의 완성: 법의 사회적 기능

예링의 후기 대작인 《법의 목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제시된 직관들을 체계적인 사회 이론으로 발전시킨 결과물이다.15 그는 법을 "국가적 강제를 통해 확보된 사회적 생존 조건의 총합"으로 정의했다.8 여기서 '사회적 생존 조건'이란 단순한 물리적 생존을 넘어, 문화, 예술, 명예 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가치들을 포함한다.21

그는 법이 이러한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정되어야 하는 '기술적 도구'임을 강조했다.2 이는 법의 영원불변한 자연법적 기초를 찾는 대신,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를 주문한 것이다.8 예링에게 법의 정당성은 그것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완벽한가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의 목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하는가에 달려 있다.2

또한 그는 법 이외의 사회적 규범들, 즉 관습, 도덕, 예절 등이 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15 법은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며, 보상과 강제라는 두 레버를 통해 다른 사회적 동력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16 이러한 그의 사상은 훗날 사회학적 법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로스코 파운드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법학이 인접 사회과학과 소통하는 길을 열었다.2

예링의 사상이 현대 법치주의에 던지는 화두

예링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그의 투쟁 이론은 현대 사회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여전히 강력한 통찰을 제공한다. 오늘날의 법적 분쟁은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을 넘어 환경, 젠더, 노동,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충돌하는 전장이 되었다.23 이러한 상황에서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라는 예링의 선언은, 침묵하는 평화보다 정의로운 갈등이 법치주의의 진보에 더 기여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4

특히 시민 불복종이나 공익 소송과 같은 현대적 권리 투쟁의 양상은 예링이 강조한 '권리자의 도덕적 의무'와 맞닿아 있다.4 자신의 권리를 넘어 타인과 공동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시민들은, 예링이 묘사한 '법의 수호자'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대적 권리 주체들이다.4

결론적으로, 예링의 법학은 법을 차가운 활자의 감옥에서 해방시켜 인간의 의지와 사회적 열망이 숨 쉬는 광장으로 이끌어냈다.2 그의 사상은 법학자들에게는 사회적 책임감을,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을 심어주었으며, 투쟁하는 인간이 있는 한 법의 역사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4

참고 자료

  1. (PDF) Rudolf von Jhering's "Struggle for law" - the rejection of ...,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academia.edu/94086164/Rudolf_von_Jherings_Struggle_for_law_the_rejection_of_alternative_forms_of_dispute_resolution
  2. RUDOLF VON JHERING: OR LAW AS A MEANS TO AN END - HE pioneer of the basic modern trends in jurisprudence was a - Chicago Unbound,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chicagounbound.uchicago.edu/cgi/viewcontent.cgi?article=2396&context=uclrev
  3. Jhering's Influence on the Development of Comparative Legal Method,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academic.oup.com/ajcl/article-pdf/19/2/215/10479914/ajcl0215.pdf
  4. the life of rights lies in the struggle: a jurisprudential analysis of jhering's thoughts,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klust.edu.my/pdf/5-IJIRM%20Vol.12%20(2)%20December%202024-50-61_An%20Yang.pdf
  5. The Struggle for Law/Chapter I - Wikisource, the free online library,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source.org/wiki/The_Struggle_for_Law/Chapter_I
  6. On the Historical School of Jurisprudence - NDLScholarship,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scholarship.law.nd.edu/cgi/viewcontent.cgi?article=1874&context=law_faculty_scholarship
  7. (PDF) COMPARISION BETWEEN HISTORICAL AND SOCIOLOGICAL SCHOOL OF JURISPRUDENCE - Academia.edu,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academia.edu/34641280/COMPARISION_BETWEEN_HISTORICAL_AND_SOCIOLOGICAL_SCHOOL_OF_JURISPRUDENCE
  8. THEORY OF RUDOLPH VON JHERING AND ITS APPLICATION ON CONTEMPRARY ISSUE I.E. MEDIA TRIALS,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ijlr.iledu.in/wp-content/uploads/2025/05/V5I854.pdf
  9. Jurisprudence of Interests - Scholarship@Cornell Law: A Digital Repository,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scholarship.law.cornell.edu/cgi/viewcontent.cgi?article=2313&context=clr
  10. [내가 읽은 책]예링이 쓴 권리를 위한 투쟁 - 법조신문,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8428
  11. 140. 루돌프 폰 예링 - 권리를 위한 투쟁 - YouTube,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youtube.com/watch?v=blKJksz3sqg
  12.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의 법감정론 ― 법 존중 태도로서의 법감정 - DBpia,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359245
  13. Rudolf Von Jhering - Scholarship@Vanderbilt Law,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scholarship.law.vanderbilt.edu/cgi/viewcontent.cgi?article=3940&context=vlr
  14. The Struggle For Law by Rudolf von Jhering | Goodreads,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64484299-the-struggle-for-law
  15. Rudolf von Jhering - Mohr Siebeck,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cdn.mohrsiebeck.com/65,d4f9640e7b4c1da9946fe4f8f6be0d.pdf
  16. Ihering's Theory of Social Utilitarianism | PDF | Jurisprudence | Individualism - Scribd,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scribd.com/document/874702804/Ihering
  17. Rudolf von Jhering | Legal Philosopher, Jurist, Lawyer | Britannica,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Rudolf-von-Jhering
  18. Editorial Preface to This Volume - University of Michigan Law School Scholarship Repository,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repository.law.umich.edu/cgi/viewcontent.cgi?article=1152&context=other
  19. Theory of Bentham: - IJNRD,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ijnrd.org/papers/IJNRD2305631.pdf
  20. The Struggle for Law - Wikisource, the free online library,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en.wikisource.org/wiki/The_Struggle_for_Law
  21. The Sociological Jurisprudence of Roscoe Pound (Part I) - Villanova University Charles Widger School of Law,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digitalcommons.law.villanova.edu/cgi/viewcontent.cgi?article=1522&context=vlr
  22.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 | 루돌프 폰 예링 - 교보문고,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49285
  23. <권리를 위한 투쟁> 종합적인 분석_주제, 줄거리 및 구조 독후감 및 학술적 분석 루돌프 폰 예링 레포트 - 해피캠퍼스,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www.happycampus.com/report-doc/27943506/
  24. Civil Disobedience and Natural Law, 3월 5, 2026에 액세스, https://scholarship.law.stjohns.edu/cgi/viewcontent.cgi?article=1534&context=t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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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폰 예링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 등장하는 주요 명문장 20개

 

  1.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 수단은 투쟁이다. "The end of the law is peace. The means to that end is war."
  2.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The life of the law is a struggle."
  3. 세상의 모든 법은 투쟁에 의해 쟁취되었다. "All the law in the world has been obtained by strife."
  4. 정의의 한 손에는 권리를 다는 저울이, 다른 한 손에는 권리를 집행하는 칼이 들려 있다. "Justice which, in one hand, holds the scales, in which she weighs the right, carries in the other the sword with which she executes it."
  5. 칼 없는 저울은 법의 무기력이며, 저울 없는 칼은 야만적 폭력이다. "The sword without the scales is brute force, the scales without the sword is the impotence of law."
  6. 법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힘이다. "The law is not mere theory, but living force."
  7. 권리를 위한 투쟁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도덕적 자기 보존의 의무이다.
    "The struggle for his rights is a duty of the person to himself; it is a commandment of moral self-preservation."
  8.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이다. "The assertion of one's rights is a duty to society."
  9. 권리 주장을 포기하는 것은 도덕적 자살이다.
    "The abandonment of the struggle for rights is moral suicide."
  10.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He who sleeps on his rights is not protected."
  11. 목적이 모든 법의 창조자이다.
    "Purpose is the creator of all law."
  12. 투쟁 없는 평화와 노동 없는 향유는 낙원의 나날에나 속하는 것이다. "Peace without strife, and enjoyment without work, belong to the days of Paradise."
  13. 법은 국가의 권력뿐만 아니라 전체 인민의 부단한 노동의 산물이다. "Law is an uninterrupted labor, and not of the state power only, but of the entire people."
  14. 소송물은 하찮을지라도, 권리 주체에게는 그것이 인격과 명예의 문제이다.
    "Even if the value of the object is insignificant, for the right-holder it is a question of personality and honor."
  15. 영국인이 몇 실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영국이라는 국가가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The Englishman's struggle over a few shillings is in fact a vital part of what allows the nation of England to stand tall."
  16. 불법에 대한 저항은 온 세상에 대한 의무이다.
    "Resistance to wrong is a duty to the commonwealth."
  17. 스스로 벌레가 된 자는 나중에 짓밟히더라도 불평할 자격이 없다. "He who makes himself a worm cannot complain afterwards if he is crushed."
  18. 모든 법적 권리는 국가적이든 개인적이든 지속적인 방어와 주장을 전제로 한다. "Every legal right supposes a continual readiness to assert it and defend it."
  19. 법의 역사는 곧 민족, 국가 권력, 계급, 개인 간 투쟁의 역사이다.
    "The life of the law is a struggle—a struggle of nations, of the state power, of classes, of individuals."
  20. 법감정이 마비된 국민은 법을 가질 자격이 없다.
    "A nation that has lost its feeling for right (Rechtsgefühl) is not worthy of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