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통영 한산도의 제승당에 들렀다.
해마다 설을 쇠고 나면 정월 보름이 되기 전에 거의 의례적으로 찾는 곳이다.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주로 가지만. 이번에는 친구 부부들과 함께 갔다.
제승당은 한산도에 있다. 통영 여객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자주 있는 편이다. 배로 가는 시간 거리는 30분 정도.
제승당은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설치한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는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도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당시 장군의 숨결과 함께, 장군의 고결한 충절과 리더십의 기운을 느끼고 되새긴다.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그 분의 뜻과 기운을 깃털만큼이라도 잠시 스치며 따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매번 찾아뵙고 있다.
제승당을 들렀다 나와서, 반드시 가는 곳들이 있다. 바로 세병관과 미륵산이다.
제승당, 세병관, 미륵산 이 세 군데를 거치면 짧은 시간 내에 육지, 바다, 하늘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제승당 가는 김에 세병관과 미륵산을 반드시 가보고자 하는 것은..
그곳들에는 다른 곳에서 취하고 어려운 특별한 상서로운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세병관은 3백년 이상 삼도수군통제사가 자리했던 곳으로서, 국내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이다.
그래서 그곳에는 왕에게 망궐례를 올리는 망궐단이 있다.
망궐단은 풍수지리적으로 아무 곳에 자리잡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땅의 기운이 가장 좋은 곳이어야 한다.
세병관 특히 망궐단의 땅 기운이 예사롭지 않고 대단히 특별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세병관은 일제시대에 학교로 이용되었었다.
거기서 배출된 인물들 가운데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박상옥, 윤이상 등이 있다.
이 인물들의 면면을 보아도, 그리고 그 이후에 통영에서 변변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세병관이 위치한 그 땅의 기운이 얼마나 특별한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거기다 이 세병관에는 새나 뱀 등과 같은 미물들이 전혀 범접하지 못한다.
그 역시 이 곳의 상서로운 기운 때문이라고 한다.
미륵산은 케이블카로 올라간다. 잠시 하늘을 나는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는 30~40분 정도 걸어 오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그곳에서는 통영과 그 주변 섬들의 아름다운 한려수도 풍광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인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해안 곡선과 여러 섬이 이루어내는 자연의 작품은 숨이 턱 막힐 정도다.
어디든 카메라만 갖다 대면 화보 사진이 된다. 여기를 올라가보지 않고서 통영의 아름다움을 논할 수 없다.
미륵산은 통영의 가장 높은 곳이라 하늘에 가장 가깝다.
그리고 미륵은 미래의 부처다. 미래에 이 사바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원해주도록 예정되어 있다. 항상 장래가 불확실하고 미래가 불안한 우리 중생들이 따르고 의지하여야 할 부처가 바로 미륵불이다.
그래서 미륵산에 오른다는 것은 통영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기면서, 하늘의 기운과 미륵불의 무한한 자비에 기대어 평온을 구하는 일종의 순례라고 여겨도 된다.
이렇듯 통영에서는,
제승당에서 우리 민족의 가장 존경스런 인물의 기운을,
세병관에서 상서로운 땅의 기운을,
미륵산에서 하늘의 기운과 함께 부처님의 공덕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통영은 잠시 세 곳만 돌아다녀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기운과 함께 부처님의 공력과
아름다운 경치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는 기가 막힌 당일 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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