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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칼럼

이맘때면 창원대로를 달려보라

by 허성원 변리사 2021. 10. 29.

이맘때면 창원대로를 달려보라

 

가을이다. 이맘때쯤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창원대로를 달려봄직하다. 해가 어중간히 무학산을 넘으려 할 때가 딱 좋다. 창원터널 쪽에서 동마산을 향해 가면서 좌우의 가로수를 보라. 석양에 불그레 물든 벚나무와 그 뒤를 호위병처럼 지키고 선 메타셰콰이어가 있다.

근 40리에 걸쳐 반듯하게 뚫린 창원대로에는 차도 쪽에 벚나무가 그 바깥쪽에 메타셰콰이어가 도열하여 있다. 조성된 지 40년이 된 이 가로수를 당시에 누가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멋진 조합을 구상한 그 분에게 찬사를 보낸다. 앞쪽의 벚나무는 발랄하다. 겨울을 넘기고 나면 화사한 꽃을 피워 봄을 불러오고 가을이면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또 한 번의 꽃을 피워 한 해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반면에 키 큰 메타셰콰이어는 엄히 훈련된 병사처럼 그 변화가 지극히 단조롭다. 근엄하게 서서 단지 잎의 색이 푸르다가 파스텔톤으로 갈색을 거쳐 더 붉게 변해가고 한겨울이 되어서야 잎이 줄어들 뿐이다.

벚나무는 제멋대로 뻗어 자란다. 개구진 아이들처럼 어디 한 가지라도 똑 바로 올라가는 법이 없다. 몸통 옆구리도 울퉁불퉁 부풀거나 뒤틀리고 때론 속을 훤히 내다보이기까지 하며, 잎사귀조차도 색갈, 모양이 같은 놈을 찾기 어렵다. 이에 반해 메타셰콰이어는 완고한 근육질의 뿌리를 바탕으로 조금도 옆눈을 돌리지 않고 거침없이 똑바로 올라가며 벌레조차 범접하지 못한다. 그 지독한 결벽은 누가 가르친 것일까. 한갓 나무에 불과한 저 존재들이 어찌하여 저토록 꼬장꼬장하게 제 근본을 지키려 드는가.

이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나무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서로 시간차를 두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한 해 동안 다양한 풍광을 조화롭게 연출한다. 높음과 낮음, 곧음과 굽음, 바름과 뒤틀림, 우직함과 발랄함, 강함과 부드러움, 담백함과 화려함, 동질성과 다양성.. 서로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극단의 다름이 아무 일없는 듯 평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저 조화가 경이롭다. 이런 가을에는 더욱 가상하다.

갈등, 혐오, 증오, 편가르기에 연일 수고하고 지친 자들이여.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창원대로에 나가보라. 그곳에서 가로수가 가르치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온 가슴으로 배워보라.

 

 

산업단지공단에서 도청 방향으로 내려다본 장면. 창원대로는 사진 하단에 가로방향으로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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