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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세상살이/지혜로운삶

미션 _ 도둑에게도 도둑의 도가 있다(盜亦有道)

by 변리사 허성원 2019. 11. 8.

도둑에게도 도둑의 도가 있다
도역유도(盜亦有道) _ 

莊子(장자) 胠篋(거협)

 

 

도척(盜跖)의 무리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盜跖)이 답하였다.
“어찌 어딘들 도가 없겠느냐?

방 속에 감추어진 것을 짐작하여 헤아리는 것이 성()이고,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이고,
훔친 후 뒤에 나오는 것이 의()이고,
훔쳐도 되는지 여부를 아는 것이 지()이고,
훔친 것을 고루 나누는 것이 인()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자는 천하에 아직 없다.”

이에 따라 살펴보면,
착한 사람이 성인(聖人)의 도를 얻지 못하면 바로 설 수 없듯이,
도척도 성인(聖人)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할 수 없다.

跖之徒 問於跖曰 盜亦有道乎
跖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 不備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由是觀之 善人 不得聖人之道 不立.  不得聖人之道 不行.

莊子(장자) 胠篋(거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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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척(盜跖)은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린 진(秦)나라의 큰 도적으로서 무자비한 도둑질과 약탈을 일삼았던 인물이다. 이 무리는 인륜을 저버리고 오로지 이익만을 탐하였다(莊子 盜跖 편)

이러한 극단의 이익 집단인 도적의 무리들도 '성인(聖人)의 도'를 내세운다. '성인(聖人)의 도'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누구에게나 그 존재 이유와 존재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이 기초적인 가치관이 적절히 공유되지 못한 조직은 만들어질 수도 없고 유지 혹은 성장할 수도 없다.

기업들도 모두 나름의 가치관 즉 '도(道)'를 가지고 있다. 도적의 무리조차 버젓이 내세우는 '도(道)'가 어찌 기업에 없을 수 있겠는가. 비전 등을 아직 명시적으로 잘 표현해두지 않았다면, 우리 기업의 비전은 무엇인지 서둘러 정립해보기를 권한다.

기업의 '도(道)'는 비전, 미션, 핵심가치의 세 가지 언어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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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죽어야만 큰 도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장자에서는, '성인의 도'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는 해악을 지적하고 있다.

즉, 착한 사람이 착하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인의 도'를 얻어야 하고, 도척과 같은 도둑이라 하더라도 도둑질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성인의 도'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선한 사람은 적고 선하지 않은 사람이 많으니, 성인이 천하에 끼치는 이로움은 적고 해로움은 많다(天下之善人少而不善人多,則聖人之利天下也少而害天下也多). 선인도 악인도 모두 성인의 도를 따르지만, 선인보다 악인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성인의 지혜 때문에 발생하는 해로움은 성인이 가져다준 이로움보다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의 도'는 엉뚱한 피해를 만들어낸다. 입술이 없어졌는데 이가 시리게 되고(唇竭則齒寒), 노나라의 술이 싱거운데 조나라의 한단이 포위(魯酒薄而邯鄲圍)된 꼴이다.

그래서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인이 나타나면 큰 도적이 일어난다(聖人生而大盜起). 그러니 성인을 배척하고, 도적들을 풀어주면 천하는 비로소 다스려지게 될 것이다(掊擊聖人 縱舍盜賊 而天下始治矣). 성인이 죽어버려야만 큰 도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천하는 평온하여 아무런 탈이 없을 것이다(聖人已死 則大盜不起 天下平而无故矣).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없어지지 않는다(聖人不死大盜不止). 비록 성인이 거듭하여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이는 도척을 더 이롭게 할 따름이다(雖重聖人而治天下則是重利盜跖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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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나타나면 큰 도적이 일어난다(聖人生而大盜起)"

장자는 '큰 도적(大盜)'을 '나라를 훔친 자'로 상정하고 있다. 나라를 훔친다는 것은 기존 왕조를 찬탈하여 새로운 왕조를 창업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나라를 창업하는 자에게는 예외 없이 지혜로운 책사(策士)가 존재한다. 한고조 유방의 장량, 삼국지 유비의 제갈량, 태조 이성계의 정도전 등이 그들이다. 

나라를 창업하는 데에는 그 창업 군주가 있기 전에 반드시 책사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래서 장자의 말은 맞다.
지혜로운 책사 즉 성인이 나타났기에 큰 도적(창업 군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말은 기업을 새로이 일으킬 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르침이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먼저 뛰어난 지혜를 가진 동료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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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고리를 훔친 자는 죽음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竊國者爲諸侯).
 
(이어지는 부분을 해석한다)
됫박으로 하여금 양을 재게 하면 됫박까지 함께 훔쳐가고저울로 하여금 무게를 달게 하면 저울까지 함께 훔쳐간다. 부절과 인장으로 하여금 신표로 삼으면 부절과 인장까지 함께 훔친다. 인과 의로 하여금 나라를 바로잡으려 하면 인과 의까지 함께 훔친다어찌하여 그러하다는 것을 알겠는가?
허리띠 고리를 훔친 자는 죽음을 당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그런 제후의 문에는 인의(仁義)가 내걸려 있다. 이는 인의와 성인의 지혜(仁義聖知)를 훔친 것이 아니겠는가그래서 큰 도둑을 추구하고서 '제후'를 내세우니, 인의를 됫박저울부절과 인장의 이익까지 함께 훔친 것이다. 아무리 높은 벼슬로 상을 준다고 해도 못하게 할 수 없고, 도끼로 위협하여도 금할 수 없다이처럼 도척을 더욱 이롭게 하면서 그것을 금할 수 없으니, 이는 성인의 잘못이다.
(爲之斗斛以量之, 則竝與斗斛而竊之. 爲之權衡以稱之, 則竝與權衡而竊之. 爲之符璽以信之, 則竝與符璽而竊之. 爲之仁義以矯之, 則竝與仁義而竊之. 何以知其然邪? 彼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 諸侯之門 而仁義存焉, 則是非竊仁義聖知邪? 故逐於大盜, 揭諸侯, 竊仁義竝斗斛權衡符璽之利者, 雖有軒冕之賞 弗能勸, 斧鉞之威 弗能禁. 此衆利盜跖而使不可禁者, 是乃聖人過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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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이렇게 말했다.

성(聖)을 끊고 지(智)를 버리
백성의 이로움은 백배가 될 것이다.
(絶聖棄智 民利百倍)
_ 도덕경 19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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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CEO _ 임춘성 교수 강의
"미션, 없어서는 안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