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 작은 소나무"
_ 최치원(崔致遠)
재목이 되지 못해
끝내 안개와 노을 속에 늙어 가는데
이 깊은 산골 삶을
어찌 해변가에 있음에 비하리오
햇살은 저녁 그늘을 끌어와
섬 나무들과 가지런히 하고
깊은 밤엔 불어온 바람이
모래밭을 물결로 두드리네
반석에다 스스로 뿌리 내려
긴 세월 능히 굳건하거늘
오히려 구름 위로 오르는 길이
멀다고 어찌 한탄하는가
고개 숙여 부끄러워 할 일 없으니
못 미더워 하지 마오
안영의 집에 들어
능히 대들보 노릇을 감당하게 되리니
석상왜송(石上矮松) - 최치원(崔致遠)
不材終得老煙霞 澗底何如在海涯
日引暮陰齊島樹 風敲夜子落潮沙
自能盤石根長固 豈恨凌雲路尙賖
莫訝低顔無所愧 棟樑堪入晏嬰家
* 무학산 둘레길을 돌다가(2025년 5월10일) 이 시비를 발견했다. 내용이 좋아 내 나름으로 번역을 고쳐보았다.
* 능운(凌雲) : ‘구름까지 올라간다.’는 뜻으로, 지향하는 바가 고매(高邁)함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사기(史記)≫ <사마상여전(司馬相如傳)>에 나오는 말이다.
* 안영(晏嬰) : 안영(晏嬰, 기원전 578~기원전 500)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자는 평중(平仲), 흔히 '안자(晏子)'라고도 불린다. 제나라에서 50여 년간 세 임금을 섬기며 내정과 외교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 키가 작고 외모가 볼 품 없었으나, 지혜롭고 언변이 뛰어났으며, 검소하고 겸손한 태도로 유명했다.
이 시에서 "안영의 집에 대들보"라는 뜻은, 안영의 집이 덕과 인품을 갖춘 인재가 머무를 만한 곳, 또는 진정한 군자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인 동시에, 안영이 워낙 검소하였기에 성상왜송이라 하더라도 대들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쓰인 듯하다.
** (퍼플렉시티)
최치원 (崔致遠, 857~?)은 신라 말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학자, 문장가, 관료.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 신라 왕경(경주) 사량부(沙梁部) 출신으로, 신분제상 6두품 계층에 속했다.
- 주요 생애와 업적
- 당나라 유학과 과거 급제:
12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국자감에서 공부했고, 7년 만에 외국인 대상 과거인 빈공과(賓貢科)에 장원급제했다. 이후 당나라에서 관직을 지내며 문장가로 명성을 떨쳤다. - 황소의 난과 명성:
879년 황소의 난이 일어났을 때, 회남절도사 고변(高騈)의 종사관으로 있으면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명성을 크게 떨쳤다. 이 시기 공사 간에 쓴 글이 1만여 수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 귀국과 개혁 시도:
885년 귀국 후 시독 겸 한림학사, 수병부시랑 등 중앙 관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신라의 골품제 등 신분제의 벽과 진골 귀족 중심의 부패, 사회 혼란을 목격하고 개혁안을 담은 '시무 10여조'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은거와 만년:
관직을 내려놓고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 등지에서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
- 사상과 저술
- 사상:
유교, 불교, 도교, 노장사상 등 여러 사상에 두루 통달한 중세적 지성의 선구자였습니다. 특히 유교적 관점에서 신라 역사를 재정리하기도 했다. - 저술:
대표 저작으로 『계원필경(桂苑筆耕)』, 『제왕연대력(帝王年代曆)』, 『난랑비서(鸞郞碑序)』, 『법장화상전』, 『사산비명(四山碑銘)』 등이 있습니다. 『토황소격문』은 명문으로 오랫동안 전해졌습니다.
- 역사적 평가
최치원은 신라 말~고려 초 변혁의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재능과 뜻을 신분제의 벽에 가로막혀 충분히 펼치지 못한 비운의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의 문장과 사상, 개혁정신은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 중세 지성사의 대표적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
“신라의 골품제라는 폐쇄적 신분제의 벽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고, 말년에는 속세를 떠나 은거 생활을 하였다. 그는 신라 말~고려 초라는 변혁의 시대를 살아간 대문장가이자 학자였지만, 자신의 재능과 뜻을 펼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었다.”7
요약:
최치원은 신라 말기 6두품 출신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당나라에서의 명성과 귀국 후 개혁 시도, 그리고 은거에 이르기까지 한국 중세 지성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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