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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285

[허성원 변리사 칼럼]#155 곡성(哭聲) 예찬 곡성(哭聲) 예찬 지인의 상가(喪家)에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데 이웃 상가에서 곡성(哭聲)이 들려온다. 요즘 곡(哭)하는 모습은 보기도 듣기도 힘든 일이라 소리를 따라 가보니 제법 번성한 집안인 듯 상가가 번잡하다. 저 안쪽에 상주들이 굴건을 쓰고 제복을 입은 채 지팡이를 짚고 곡을 하고 있다. 나이든 상주들은 제법 운율을 맞췄는데 어린 상주들은 소리가 입안으로 말려들어가듯 웅얼거린다. 그 소리에 맞춰 나도 곡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잠시 일었지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십수 년 전 어머니 상 때 우리도 굴건제복을 하고 곡을 했었다. 아버지의 엄한 지시가 있기도 했고 당시만 해도 가끔 볼 수 있는 풍습이었기에 별 거부감 없이 따랐다. 그저 '아이고~' 소리를 길게 늘려서 반복하는 것에 불.. 2024. 4. 4.
[허성원 변리사 칼럼]#154 특허통수권⑥ 수확체감 기업인가 수확체증 기업인가 특허통수권⑥ 수확체감 기업인가 수확체증 기업인가 주문이 늘어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면 너무도 행복한 고민이다. 신속히 그만큼 필요한 생산요소를 늘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부족한 공장 부지를 더 마련하고 설비를 더 들여오며 인력을 충원한다. 그에 상응하는 자본 투자가 수반된다. 그런데 그 늘린 생산요소들에 비례하여 생산량도 늘어날까? 공장부지, 설비, 노동, 자본 등 주요 생산요소를 2배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그에 비례하여 2배로 늘지 않는다. 그건 경영자라면 다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숙련도, 원자재 수급, 관리 역량, 공정 제약, 공간 한계 등 이런저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주요 생산요소들과 조화롭게 연동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 2024. 3. 23.
[허성원 변리사 칼럼]#153 특허통수권⑤ 남의 화살로 싸워라 특허통수권⑤ 남의 화살로 싸워라 삼국지에는 제갈량의 멋진 지략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초선차전(草船借箭)' 이야기가 단연 으뜸이다. 풀단을 실은 배로 적군의 화살 10만개를 하루아침에 간단히 빌려온 그 기발한 계략 말이다. 적벽대전이 임박하였을 때 오(吳)의 도독 주유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제갈량의 재능을 시기하여 그를 죽이려 마 먹고는, 그를 불러 화살 10만개를 열흘 안에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제갈량은 그 터무니없는 요구를 선뜻 받아들인다. 거기다 열흘까지 갈 것도 없이 사흘 내에 해결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고는 군령장까지 써서 약속한다. 그러고서 배 20척을 빌려 준비하고 각 배의 양측에다 1천개씩의 풀단을 묶는다. 안개가 자욱한 사흘째 새벽이 되어서야 배들을 길게 한 줄로 이.. 2024. 3. 16.
[허성원 변리사 칼럼]#152 그들의 행동 편향과 그 피해자 그들의 행동 편향과 그 피해자 "경기 나오기 전에 와이프가 오른쪽으로 뛰라고 했습니다." 지난 연초에 있었던 아시안컵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를 두 차례나 절묘하게 막아낸 골키퍼 조현우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덕분에 우리 팀은 8강에 진출했었다. 그녀의 조언은 용한 예지력이라기보다, 패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로서 감내해야 할 남편의 무거운 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아내의 지혜인 듯하다. 여하튼 그 조언은 골키퍼가 좌우측 어디로든 반드시 몸을 날릴 것임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패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가운데 서있는 모습을 거의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공을 차야 하는 키커의 입장이라면 골키퍼가 몸을 던지는 좌우측이 아닌 가운데를 노리는 것이 가장 성공률이 높다. 이는 실제로 통계나 연구결과에.. 2024.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