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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플라톤의 두 태양과 교육의 본질

by 변리사 허성원 2025. 5. 19.

소크라테스 : 즉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란, 장님의 눈에 빛을 넣어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우리가 탐구한 바에 의하면,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이미 학습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관이 갖춰져 있네. 그래서 밝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몸 전체의 기능을 전향시켜야 하듯 영혼으로 하여금 밝은 부분을 볼 수 있도록 관조하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네. 그것이 최고의 선을 찾아 터득하는 첩경이라고 우리는 말해 왔네.

"Education is not what some people declare it to be, namely, putting knowledge into souls that lack it, like putting sight into blind eyes... Instead, education is the art of reorienting the soul toward the light, toward the highest reality — the good." _ Plato, Republic 518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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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두 태양과 교육의 본질 

1. 개요: 두 태양의 철학적 은유

플라톤의 『국가』 제7권에 등장하는 "동굴의 비유"는 인간 존재의 인식과 해방을 설명하는 상징적 비유이다. 이 비유 속에는 두 개의 태양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는 동굴 밖에 존재하는 진리의 태양으로, 이는 선(善)의 이데아를 상징한다. 이 태양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천이며, 진정한 앎은 이 태양을 바라보는 데에서 비롯된다.
둘째는 인간 영혼 안에 있는 내면의 태양으로,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을 의미한다. 이 내면의 태양은 단지 잠재된 가능성이며, 교육을 통해 깨어나고 방향을 잡게 된다. 교육이란 결국 이 두 태양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과정이다. 진리를 외부에서 찾게 하되,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내면을 준비시키는 일이 교육의 핵심이다.

2. 동굴 밖의 태양: 외부 진리의 상징

  • 위치: 동굴 밖, 이데아계
  • 의미: 존재와 지식의 원천, 선의 이데아
  • 교육 방식: 변증법, 수학, 철학적 탐구, 경험의 전복
  • 교육자의 역할: 인도자(guide), 철학자, 선각자
  • 사례:
    •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젊은이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반박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유도함. 이는 기존의 잘못된 신념에서 벗어나 외부의 진리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전형적인 ‘동굴 밖’ 교육 방식이다.
    • 과학혁명기 갈릴레오의 망원경 교육: 갈릴레오는 천동설에 익숙한 동시대 사람들에게 망원경을 통해 천체의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신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실(진리)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 인간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주의 실제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진리의 본질이 기존 권위로부터 얼마나 멀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진리를 아는 것은 눈을 뜨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눈은 처음에는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교육은 흔히 고통을 수반한다. 진실은 불편하고, 익숙한 세계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견디고 나면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그 문턱에서 교육자는 진리를 강요하지 않고, 다만 그 길을 가리키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3. 내면의 태양: 인식 능력의 상징

  • 위치: 인간 영혼 내부
  • 의미: 이성, 판단력, 자각의 가능성, 도덕적 직관
  • 교육 방식: 자율적 탐구, 산파술, 정서적 각성, 개별화된 교육
  • 교육자의 역할: 조력자(helper), 산파, 경청자
  • 사례:
    • 몬테소리 교육: 교사가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함. 이는 아이 안에 있는 ‘내면의 빛’을 자연스럽게 비추게 하는 교육 방식이다.
    •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 학생들에게 시를 통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자율성과 정서적 각성을 유도한다.
    •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 아이는 본래 선하며, 교육은 이 본성을 억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 보았다.

진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을 신뢰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듣고 기다리는 자다. 배움은 외적 강요가 아니라, 내면의 의지에서 비롯되어야만 한다. 인간은 이미 빛나는 존재이며, 교육은 그것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4. 교육의 실패 사례: 두 태양의 불균형

구분             외부 태양만 강조                                                               내면 태양만 강조

문제점 지식 엘리트의 권위주의 극단적 주관주의, 진리 해체
결과 타인에 대한 강요, 인간성 결여 기준 상실, 합의 불능
예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나치, 스탈린 체제) 일부 포스트모던 교육이론, 감정 중심 교육

태양을 보았지만, 자신도 타인도 눈멀게 한 자들이 있다.

외부의 진리만을 강조하면 인간은 도구화된다. 반대로 내면만을 강조하면 진리는 해체된다. 균형 없는 교육은 인간을 반쪽짜리 존재로 만든다. 진리의 강제는 폭력이 되고, 감정의 절대화는 혼란을 낳는다. 교육은 이 둘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조정하는 행위다.


5. 두 태양의 조화: 철인(Philosopher King)의 조건

  • 진리를 본 자가 그 빛을 강요하지 않고, 타인의 내면의 빛을 일깨우는 자
  •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은 이 두 태양의 조화를 이룬 자만이 올바른 통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 교육이란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진리와 인식 능력이 서로를 비추도록 하는 예술이다.
  • 진리를 본 눈과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이 함께 성숙해야 한다.
  • 철인이란 단순히 많이 아는 자가 아니라, 올바르게 알게 하고,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는 자다.

교육은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 진리를 향하게 돌리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리더, 교사, 부모 모두 이 철인의 이상에 근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두 태양의 조화를 이룰 줄 아는 교육자는 더욱 절실하다.


6. 결론: 교육의 철학적 정의

  • 교육은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자, 그걸 보게 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 두 태양이 만나야 인간은 진정한 앎과 존재의 일치를 이룬다.
  • 오늘날의 교육 위기 또한 이 두 태양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 지식만 있고 성찰이 없거나, 성찰만 있고 기준이 없을 때, 교육은 방향을 잃는다.
  • 따라서 진리를 향하는 눈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영혼 모두가 성장해야 한다.

참된 교육이란, 내면의 빛이 외부의 태양을 향하게 하여, 그 둘이 하나 되는 것이다.

이것이 플라톤이 말하는 교육의 궁극적 목표이며, 시대가 변해도 잊지 말아야 할 철학적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