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지폐 우화
어느 외진 시골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빚에 시달리며,
서로 간의 신용만으로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 관광객이 마을을 지나가다, 그곳의 유일한 모텔에 들어왔다.
그는 프런트 데스크에 100달러 지폐 한 장을 올려두며, 방을 고르려 둘러보러 갔다.
모텔 주인은 열쇠를 건네주고 손님이 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그 100달러를 들고 옆집 정육점으로 가서 자기 빚을 갚았다.
정육점 주인은 그 돈을 들고 뒷골목으로 달려가 양돈 농장 주인에게 진 빚을 갚고,
양돈업자는 그 돈으로 사료 가게에 가서 외상값을 정산하였다.
사료 가게 주인은 그 돈을 들고 마을의 한 여성에게 달려갔다.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그녀는 지체없이 모텔로 달려가 밀린 숙박비를 갚았다.
바로 그 100달러 지폐로.
그러자 모텔 주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돈을 다시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방을 다 둘러본 관광객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100달러 지폐를 집어 들고 모텔을 떠났다.
_ <The Parable of the 100 Dollar B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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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머는 유명한 '100달러 지폐의 우화'이다.
이 이야기만큼 인위적 경기 부양 정책 혹은 공공 지출의 의미를 더 잘 설명하는 비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지역이나 국가의 경제가 경색되어 움쩍할 수 없는 그리드락의 상태에 있으면, 그 단위 경제 규모 내에서 자체적인 생산과 소비만으로는 풀어나갈 수 없다.
그럴 때는 외부로부터의 자금이 흘러들어와야만 그리드락을 풀 수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모텔을 찾은 관광객이 내놓은 100달러가 그 역할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국가나 지자체에 풀어놓는 공공 지출 혹은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이 맡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뉴딜 정책이 교과서적인 사례이며,
최근에는 세계 경제위기 때 전세계의 모든 나라가 앞다투어 천문학적인 공공 자금을 풀어 위기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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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공 지출 정책의 이론적 배경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거시경제학자 케인즈에게서 유래한다.
케인즈는 다음과 같이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에 관련하여 유면한 말을 남겼다.
재무부가 헌 병에 지폐를 넣어
버려진 탄광에 적당한 깊이로 묻고 쓰레기로 덮은 뒤,
검증된 자유방임주의 원칙에 따라 민간 기업이 그 돈을 파내어 가져가도록 한다면,
(물론 그 기업은 해당 지역의 채굴을 위한 임차권을 입찰로 확보해야 하겠지만),
실업은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 파급 효과로 공동체의 실질 소득과 자본도 지금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다.
물론 주택 건설 등의 일이 훨씬 더 합리적이겠지만,
정치적, 실질적 난관으로 인해 그것이 어렵다면, 위와 같은 방법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If the Treasury were to fill old bottles with banknotes,
bury them at suitable depths in disused coalmines which are then filled up to the surface with town rubbish,
and leave it to private enterprise on well-tried principles of laissez-faire to dig the notes up again
(the right to do so being obtained, of course, by tendering for leases of the note-bearing territory),
there need be no more unemployment and, with the help of the repercussions, the real income of the community,
and its capital wealth also, would probably become a good deal greater than it actually is.
It would, indeed, be more sensible to build houses and the like;
but if there are political and practical difficulties in the way of this, the above would be better than nothing.
_ John Maynard Keynes,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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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의 이 제안을 “병에 돈을 묻는 정책(burying banknotes in bottles)” 또는 “병 속 지폐 정책(Keynes’s bottles-in-coal-mines scheme)”이라고도 부른다.
케인즈는, 경제가 침체되었을 때는,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라도 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총수요(aggregate demand)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실제로는 주택 건설 등 생산적인 방법이 더 낫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아무 쓸모없는 일이라도 정부가 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들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이 비유를 “인위적 경기부양” 또는 “무의미한 정부지출(wasteful government spending)”의 상징으로 자주 인용하고 있다.
이 정책은 최근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라는 개념과도 비슷하게 언급된다.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뿌려서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인데, 케인스의 비유와 유사하다.
케인스식 공공지출 정책(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실제로 시행되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기부양책
- 중국: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중국 정부는 약 4조 위안(약 5860억 달러, 당시 GDP의 13%에 해당)을 2년에 걸쳐 인프라, 주택, 교통, 의료 등 공공사업에 투입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 정책은 즉각적인 경제 회복 효과를 가져왔으며, 주식시장 반등, 대출 증가, 경제성장률 회복 등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실제로 2009년 상하이 증시는 경기부양책 발표 직후 7.3% 급등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케인스 이론에 충실한 공공지출 중심의 정책으로 평가받는다2. - 미국: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재투자 및 회복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ARRA)’을 통해 8310억 달러 규모의 공공지출을 단행했다. 이 자금은 인프라, 에너지, 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되어 약 3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정책은 미국 경제의 침체를 완화하고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3. - 기타 국가:
같은 시기 독일, 호주, 캐나다 등도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를 방어했고,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 회복을 경험했다3.
2. 역사적 사례: 미국 뉴딜 정책
-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의 뉴딜(New Deal) 정책 역시 케인스식 공공지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규모 공공사업, 사회간접자본 투자, 고용 창출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었다.
이 정책은 실업률 감소와 경제성장 회복에 기여하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케인스주의 정책의 모범으로 자리잡았다5.
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의 재정정책
- 독일: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독일은 13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해, 단기적 경기방어와 장기적 성장기반(그린 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등)을 동시에 확보했다3. - 미국, 호주, 캐나다 등도 대규모 현금지원, 실업수당 확대, 공공투자 등 다양한 케인스식 정책을 통해 경제 충격을 완화했다.
요약 표
미국(1930년대) | 뉴딜 정책 | 실업률 감소, 경제 회복 |
중국(2008~2009) | 4조 위안 경기부양책 | 성장률 회복, 주가 반등, 대출 증가 |
미국(2009) | ARRA(미국 재투자 및 회복법) | 360만 개 일자리 창출/유지 |
독일(2020) | 코로나19 경기부양책(1300억 유로) | 경기방어, 미래 성장기반 구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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