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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범을 그리다 실패하면 개를 닮고, 고니를 새기다 실패하면 오리를 닮는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5. 4. 30.

범을 그리려다 실패하면 개를 닮고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하면 오리를 닮는다

<화호각곡(畫虎刻鵠), 각곡류목(刻鵠類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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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馬援, 後漢의 장군)은 조카들에게 보낸 엄한 가르침의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용백고(龍伯高)를 배우려다 그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신중하고 성실한 선비가 될 수 있으니,
이는 '고니를 새기려다 실패하더라도 그나마 오리를 닮는다'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두계량(杜季良)을 본받으려다 그에 이르지 못하면
천하의 경박한 사람으로 추락할 수 있으니,
이는 '범을 그리려다 실패하면 개를 닮게 된다'는 말과 같다"

“與兄子嚴敦書曰:
‘學龍伯高不就,猶爲謹飭之士,所謂刻鵠不成尚類鶩者。
效杜季良而不成,陷爲天下輕薄子,所謂畫虎不成反類狗也。’”
_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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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馬援, BC14~AD49)은 동한(東漢)의 개국공신으로서 훌륭한 장군이었다.
그는 죽은 형을 대신해서 두 조카를 맡아 키웠는데,
앞의 문장은 그가 베트남에 원정을 가 있는 동안 조카들에게 쓴 편지 내용 중 일부이다.

편지에 나오는 '龍伯高(용백고)'와 '杜季良(두계량)'은 둘다 마원이 흠모하는 사람이다.
그 중 응백고는 청렴, 검소하고 신중한 인물이었던 반면,
두계량은 호방하고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으나 선악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두로 사귀는 다소 가벼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응백고를 따르면 '고니를 깍다 실패해도 적어도 오리를 닮을 수 있다'고 하였지만,
두계량을 본받으려 들면 '범을 그리다 실패하면 개를 닮게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 고사의 가르침은 본받을 대상을 정할 때 신중히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좋은 대상을 추구하다 실패해도 거기까지 노력한 좋은 가르침이 남지만,
나쁜 대상은 그것을 제대로 배우질 못하면 나쁜 습관만 남아있게 된다.

비즈니스나 삶의 목표를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끝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고니가 아닌 오리 정도의 성취로 나름 유용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거나 피해만 남게 되는 비즈니스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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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伯高(용백고)'는 후한(後漢) 시대의 인물로, 본명은 '용모(龍慕)'이며, 자(字)는 ‘백고(伯高)’.
그는 청렴하고 근검하며, 매우 검소하고 신중한 성품으로 이름났던 관리였다.

'杜季良(두계량)'은 동한(東漢) 시대의 인물로, 본명은 '杜詩(두시)'이며 그의 자(字)가 ‘季良’이다.
《후한서(後漢書)》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호방하고 재능은 있었으나 다소 경박하고 화려한 언행으로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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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마원(馬援)은 동한(東漢)의 개국공신 중 한 사람이다.
‘궁당익견(窮當益堅)’·‘노당익장(老當益壯)’·‘마혁과시(馬革裹屍)’라는 성어들이 모두 이 한나라 장군에게서 유래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 성어들에 담긴 영웅적 기개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성어 외에도, ‘각곡유목(刻鵠類鶩)’, ‘화호류구(畫虎類狗/犬)’라는 재미있는 두 성어 역시 마원과 관련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마원의 둘째 형 '마여(馬余)'로부터 시작된다. 마여는 원래 양주에서 벼슬을 하다가 임지에서 죽음을 맞았고, 두 어린 아들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을 남겼다. 1년 후, 그들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 두 아이는 고아가 되었다. 마원의 외사촌 형 '조공(曹貢)'은 당시 오안후(梧安侯)의 재상이었는데, 이 두 형제를 거두어 길렀다.

한광무제 건무 4년(서기 28년), 마원은 유수(劉秀)를 따라 동정(東征)하던 중 오안을 지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마엄 형제를 데리고 낙양으로 돌아와, 죽은 형을 대신해 이들을 키우게 된다.

세월이 오래 흘러 자세한 문헌은 남아 있지 않지만, 《후한서》의 기록에 따르면 마원은 교지(지금의 베트남)로 원정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조카들을 걱정하며, 먼 곳에서도 ‘훈계의 편지(誡子書)’를 보냈다.

마엄과 마돈은 남을 비꼬고 논평하기를 좋아했고, 유협(遊俠)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마원은 천 리 떨어진 곳에서도 편지를 보내, 이 나쁜 습관들을 고치라고 간곡하게 훈계했다.

그 편지에서 마원은 이렇게 말한다:

“내 두 조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듣게 되었을 때, 마치 부모님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행동하길 바란다.
귀로는 들어도, 입으로 함부로 말하지 말라.
남을 험담하고 시비를 가리기를 좋아하고, 근거 없이 추측하며 함부로 조정을 비웃는 것,
나는 이런 태도를 매우 혐오한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내 자손들이 그런 언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에 이렇게 자주 경고하는 것이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기 전에 부모가 몇 번이고 당부하듯, 나 역시 너희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원은 이 편지에서 두 사람을 언급한다.
한 사람은 용백고(龍伯高), 다른 한 사람은 두계량(杜季良)이다.
용백고는 당시의 훌륭한 인물로 명망이 높았다.
두계량은 마원의 친구로, 성격은 호방하며,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했다. 그래서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누구와도 잘 지냈다.

마원은 조카들이 용백고를 본받기를 바랐다. 그는 말하길:

“용백고는 온화하고 신중하며, 절대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겸손하고 검소하며, 청렴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러니 조카들 역시 그를 본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원의 눈에 두계량은 의협심은 뛰어났지만,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사귀는 경박한 인물이었다.
그가 아무리 의리 있고 따뜻하다 해도, 모두와 어울리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점이었다.
그래서 마원은 그를 존경하긴 했지만, 조카들이 그를 따라 하지는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_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