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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313

[허성원 변리사 칼럼]#142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럽게 살리라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럽게 살리라 지난 세밑에 좋아하는 한 배우가 스스로 삶을 거두었다. 오스카상까지 수상한 그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많은 이들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이 사회가 억측에 찬 온갖 말로 모질게 몰아붙였다는 말이다. 수사기관이든 언론이든 어디에선가 흘러나온 말들이 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자라 괴물이 되고, 사람의 죄의식과 수치심을 극도로 자극하여 도저히 살아갈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그래서 우리 삶은 까치집과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까치가 나뭇가지를 모아 제 나름으로 둥지를 야물게 엮는다고 하지만, 나뭇가지보다는 바람구멍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그 둥지에서 까치들은 가족을 이루고.. 2023. 12. 28.
[허성원 변리사 칼럼]#141 <아테나이21> 헤라클레스의 활,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헤라클레스의 활,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영웅 헤라클레스의 최후는 허무하였다. 아내의 오해와 질투가 그를 죽였다. 데이아네이라는 남편 헤라클레스가 이올레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고 여겨,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사랑의 부적을 옷 속에 붙여주었다. 그것은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종족인 네소스의 피를 묻힌 천 조각이었는데, 거기에 치명적인 독이 있었다. 헤라클레스 부부가 물살 거센 강을 건너려 할 때 네소스가 돕는 척하며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였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히드라 뱀의 독이 묻은 화살로 네소스를 쏘았다. 네소스는 죽어가면서 데이아네이라에게 자신의 피를 간직했다가 사랑의 묘약으로 쓰라고 일러주었다. 히드라의 독이 퍼진 자신의 피로 헤라클레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죽은 자.. 2023. 12. 21.
[허성원 변리사 칼럼] #140 기꺼이 경계에 서라 _ 연암 박지원 기꺼이 경계에 서라 “자네, 도(道)를 아는가?” 연암 박지원이 역관 홍명복에게 한 질문이다. 연암은 청나라 건륭제의 생일 축하 사절단을 따라 북경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그때의 기록이 열하일기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도강록이다. 사절단은 의주에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등 열흘간이나 지루하게 머물다가, 드디어 홍수로 물이 불어 물살이 거세진 강을 건넌다. 대륙으로 가는 연암은 적잖이 설레고 들뜬 듯하다. 노참봉, 정진사, 노복 등과 수다스럽게 가벼운 말들을 나누다가, 뜬금없이 홍명복에게 도를 아느냐고 물었다.연암의 생뚱맞은 질문에 홍명복이 당황하며 무슨 말인지 반문하자, 연암은 이렇게 말한다. "도(道)라는 건 어려운 게 아닐세. 바로 저쪽 언덕에 있다네(道不難知 惟在彼岸)... 2023. 12. 16.
[허성원 변리사 칼럼]#139 _ 물품의 한(恨)을 아는가 물품의 한(恨)을 아는가 결국 휴대폰을 바꾸고 말았다. 3년 몇 개월을 썼는데 폴더의 펼침이 조금 불완전하고 화면과 케이스가 좀 깨진 걸 제외하면 기능에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AS센터에 갔더니 고치는 데 근 80만원이나 든단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이 나를 데려 가서 신제품을 수리비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해주었다. 출시한 지 8개월가량 지났고 추가 약정들이 있기는 하지만, 수리비보다 싼 신품인데 그걸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도깨비 같은 그 유통 메커니즘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품을 수리비보다 싸게 내놓은 건 소비의 합리를 볼모로 하여 사실상 강매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부지깽이 하나라도 그 쓸모를 다할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뼈저린 물자 부족의 시대를 살아왔..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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