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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토피카

‘스크루플(scrupulus)’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변리사 허성원 2025. 6. 18.

‘스크루플(scrupulus)’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크루플(scruple)”은 라틴어 ‘scrupulus’(작고 뽀족 돌멩이)에서 유래했다.

이는 주로 신발 속에 들어간 작은 돌멩이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적 거리낌 혹은 내면의 망설임을 비유할 때 쓰인다.
즉,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양심에 찔려 망설이게 되는 의심이나 주저함.”을 의미하며,
이는 잘못된 행동을 앞두고 "이대로 해도 괜찮은가?"라는 내면의 목소리, 즉 양심의 작동을 의미한다.

고대 로마에서, 군부대가 장거리 행군을 할 때 작은 돌멩이들이 샌들(caligae)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있다. 이 돌은 신발 속에서 발을 무척 불편하게 한다.
이때 군인들은 고심하게 된다. 고통을 참고 계속 행군할 것인가, 아니면 걸음을 멈추고 그 자갈을 빼낼 것인가?
멈추면 행군 대형은 무너지고 행군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동료들을 불편하게 하고 상관의 노여움을 사게 될 것이다.

조직을 위해 개인의 불편을 참고 견딜 것인가,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더리도 개인의 불편을 해소할 것인가?
마음 속으로 적잖은 갈등을 겪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크루플을 가졌다(to have scruples)'라는 표현은 군대 밖으로도 퍼져나가, 
도덕적 양심의 찔림, 즉 옳고 그름에 대한 내면의 불편함을 뜻하게 되었다.

그런 한편, 부대의 지휘관이나 장군 등의 권력자들은 안락한 말이나 가마를 타고 이동하므로 그런 불편을 겪을 일이 없다.
그들에겐 애초부터 “스크루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스크루플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바꾸어 말하면, 권력자는 양심의 거리낌을 느끼지 않거나 느끼더라도 무시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스크루플이 없는 사람”은 양심의 가책 없이 행동하는 사람, 즉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망설임 없이 행위하는 자를 의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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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양심(스크루플)이 있어. 그게 뭔지 아니?”>

이 대사는 1973년 영화 《Paper Moon》에서 나온다. 영화는 라이언 오닐(Ryan O’Neal)과 그의 실제 딸 테이텀 오닐(Tatum O’Neal)이 각각 사기꾼 모지스 프레이(Moses Pray)와 영리하고 당찬 소녀 애디 로긴스(Addie Loggins) 역을 맡아 열연한 작품이다.

이 장면에서 모지스가 방어적으로 “나도 양심(스크루플)이 있어. 그게 뭔지 아니?”라고 묻자,
애디는 침착하게 “아니, 모르지만 만약 당신이 갖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남의 거겠지!”라고 응수한다123.

  • Moses Pray: “I got scruples too, you know. You know what that is? Scruples?”
  • Addie Loggins: “No, I don’t know what it is, but if you got ’em, it’s a sure bet they belong to somebody else!”234

모지스는 자신도 양심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애디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당신이 양심이 있다면 그건 남의 것일 거다”라고 받아치며, 그의 사기꾼 기질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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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신발 속 돌멩이”라는 표현이 ‘걸을 때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작은 고민이나 문제’를 뜻하는 속담으로 쓰인다.
이는 ‘눈엣가시’와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일상에서 불편하지만 참아내는 사소한 고통을 비유할 때 사용된다
.

‘신발 안 돌멩이’는 오래된 숙제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비유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3.
예를 들어 국가나 회사 간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였을 때, "신발 속 돌멩이를 빼냈다"며 역사적 화해의 순간을 묘사할 수 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구경을 간다 해도 신발 안에 돌멩이가 있으면 다른 얘기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중소기업 애로 사항에 대해 빼내야 할 '손톱 밑 가시'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따라서, ‘스크루플’이 신발 속의 돌로 비유된 것처럼, 실제로도 신발 속의 돌멩이와 관련된 속담과 격언이 여러 문화에서 발견된다. 이는 작은 문제라도 방치하면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거나, 작은 양심의 가책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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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아들고서 "영화란 신발 안 돌멩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 속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영상 미학이 돌멩이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 돌멩이는 대통령의 신발에도 들어 있다. 측근의 직언(直言)과 국민의 비판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런 돌멩이를 신발을 벗어 탁탁 털어버려선 안 된다. 돌멩이가 호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시원해진다." _ 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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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플(scruple)의 사례가 주는 가르침>

  •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처럼, 사소한 양심의 가책도 무시하면 점점 더 큰 불편이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작은 불편함이 쌓이면 결국 큰 잘못이나 후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3.
  •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순간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지만, 그 결과는 종종 마음의 불편, 신뢰 상실, 그리고 후회로 이어진다45.
  • 양심의 가책을 따르고 정직하게 행동하면, 외부의 보상이 없더라도 내면의 평화와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명예와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65.
  • 양심의 소리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도덕적 나침반을 세우고, 행동의 순간마다 스크루플을 느끼는지 자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23.
  • 성공하였거나 권력을 가졌을 때 양심이 무뎌지거나 거리낌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여야 한다6.
  • 스크루플의 사례는 작은 양심의 소리라도 귀 기울이고 실천하는 것이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핵심임을 일깨워준다35.
  • 양심의 가책을 무시하지 않고, 정직과 도덕적 용기를 실천하는 삶이 결국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가장 큰 교훈이다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