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처(在所自處)
사람의 팔자는 자신이 처한 곳에 달려 있다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사(李斯)는 초(楚)의 상채(上蔡) 사람이다.
젊었을 때에 군(郡)의 하급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의 변소 안에서 쥐가 오물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자주 놀라서 두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이사가 창고에 들어갔다가 창고 안의 쥐를 보니 쌓아 놓은 곡식을 먹고 큰 집에서 살며 사람이나 개를 보고도 겁을 내지 않았다.
이에 이사가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이 잘 나고 못 나는 것은 쥐와 같다. 자신이 처해 있는 바에 달려 있을 뿐이구나!"
[李斯者楚上蔡人也 年少時 為郡小吏 見吏舍廁中鼠食不絜 近人犬 數驚恐之
斯入倉 觀倉中鼠 食積粟 居大廡之下 不見人犬之憂 於是李斯乃嘆曰 人之賢不肖譬如鼠矣 在所自處耳] (肖 닮을 초. 譬 비유할 비. 耳 뿐 이)
그렇게 출세지향적인 야심을 키운 이사(李斯)는 유학의 대가인 순경(荀卿, 순자)을 스승으로 모시고 학문을 닦은 후, 진시황 아래에서 재상에까지 오르게 되어, 진(秦)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그가 제안한 중앙집권체제나 강력한 법치주의 등의 정책은 강력한 진나라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 행실은 명리를 앞세웠고 의리를 버려, 결국은 스스로도 모함에 빠져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