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Mimetic Theory)'
비철학자를 위한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Mimetic Theory)'
(*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Mimetic Theory)'을 쉽게 잘 설명한 Simon Boehm의 블로그 글 "René Girard & Mimetic Theory for Non-Philosophers"를 번역하여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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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이론(Mimetic Theory)'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강력한 개념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어떻게 배우는지, 법이 왜 필요한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금융업에 끌리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의 회원이었고,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였던 '르네 지라르(René Girard)'가 제안했다.
최근 몇 년간, 지라르의 연구와는 별도로 모방, 욕망의 형성, 거울 뉴런에 대한 실증 연구들이 발표되었으며, 이들은 지라르 이론에 대한 과학적 뒷받침을 제공하고 있다.
- 모방 욕망(Mimetic Desire)
지라르에 따르면, 자발적 욕망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실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 결과라는 것이다.
(* “Mimesis”는 단순히 “모방”을 뜻하지만, 지라르는 이 단어를 프로이트의 ‘모방’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의 이론에서의 모방은 더 갈등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다.)
우리는 '우러러보는 사람들(멘토, 유명인)'이나 '우리와 닮은 사람들(아버지, 직장 동료)'의 욕망을 모방한다.
광고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한다.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들(= 모방하고 싶은 대상)'이 어떤 제품을 원한다고 보여지면, 그 욕망을 따라하게 된다.
이 모방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우리는 어느 순간 이미 모델의 태도와 욕망을 복제한 상태가 되어 있다.
물론, 모방은 폭력이나 경쟁을 불러올 수 있지만, 동시에 학습과 인생 방향 설정에도 꼭 필요한 메커니즘이다.
- 삼각형 모방 구조 (triangular mimetic desire)
예를 들어, 친구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고 말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당신도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상황.
이런 구조는 “삼각형 모방 욕망(triangular mimetic desire)”이라 부른다.
- 주체(subject): 나
- 모델(model): 친구
- 객체(object):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고 싶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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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 뒷받침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지라르와는 무관하게 모방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문화적 학습:
아이들은 어른이 선호하는 음식, 음료, 장난감을 따라한다. 특히 그 어른이 인기 있어 보일수록 더 잘 따라함. - 감정 동기화: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함께 있는 어른의 감정 상태를 모방함. - 거울 뉴런:
뇌 속에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기만 해도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
(예: 샌드위치 먹기, 물건 잡기, 화내는 표정 보기 등)
이 거울 뉴런은 25년 전 처음 발견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정확한 기능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존재 자체에는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그 기능적 역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연구들은 '모방적 욕망(mimetic desire)'이라는 지라르의 핵심 이론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이어서,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것이 어떻게 갈등이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네.
- 모방 갈등(Mimetic Conflict)
하지만 모방 욕망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욕망의 대상이 희소하거나 독점적일 때 그렇다.
- 예:
두 아이가 같은 장난감을 원하거나,
두 직장 동료가 같은 승진 자리를 노리는 경우
처음엔 긍정적인 모방이라도, 점점 경쟁으로, 나중엔 갈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희소한 욕망의 대상은, 사실 사람들이 그것을 쫓지 않았다면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위나 명예 같은 것이 그런 예다.
- 경쟁 욕망의 심화
이제 앞서 이야기한 철인 3종 경기 예시로 돌아가 보자.
처음엔 그냥 따라 참가했던 당신이, 친구가 "이제는 1등을 노리겠다"고 말하면서 경쟁이 시작된다.
이런 경우, 두 사람 모두 같은 희소한 목표(우승)를 원하게 되고, 모방은 경쟁과 갈등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갈등이 심해지면, 더 이상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를 이기려는 싸움이 된다.
- 폭력의 나선: 모방과 공격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들은 갈등을 인식하더라도 모방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공격성까지 모방하게 되고, 그 결과 '폭력의 나선(spiral of violence)'이 발생한다.
이게 더 커지면, 친구들까지 가세하고, 사회 전체가 분노로 물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현대사회에선 보기 드물지만, 원시적이고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전염처럼 폭력이 확산될 수 있다.
- 감정 전염과 모방 처벌
감정은 마치 전염되듯 집단 안에서 퍼져나간다. 이를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공정하든 불공정하든 처벌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 강도가 클수록 따라 하는 강도도 더 커진다고 한다.
즉, 모방 욕망이 위기 상황으로 번지게 되면, 사회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모방적 위기(Mimetic Crisis)’라고 부른다.
- 모방 폭력을 억제하는 것들
현대 사회는 이런 모방 폭력을 막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법, 종교, 사회적 규범이 그것이다.
- “네가 내 동생을 때렸다고 해서, 내가 너의 동생을 때릴 수는 없다.”
- 그런 행동은 법에 의해 제재받는다.
하지만 인류 초기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그런데도 인간 사회는 파괴되지 않고 지속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 희생양 이론 (Scapegoat Theory)
지라르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는 대신, 한 사람을 탓하기로 했다. 그가 바로 '희생양(scapegoat)'이다.
- 희생양은 사회 안에 있어야 하고,
- **적당히 ‘우리와 다르지만 너무 다르지 않은 존재’**여야 한다.
- 예: 장애인, 붉은 머리 여성, 소수 종교인 등
사회는 모든 분노를 이 희생양에게 집중시킨다.
그리고 그를 죽이거나 추방함으로써, 사회 전체는 **집단적인 정화(catharsis)**를 경험하고, 질서와 평화가 회복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지라르는 이것을 "창립적 살해(the founding murder)"라 부른다.
- 신화와 종교의 기원
이러한 희생양 사건은 나중에 신화나 종교적 의식으로 변모한다.
- “그 여자가 마녀라서 마을에 저주를 내렸다” → 처형
- “그가 신들을 모욕했다” → 제물로 바침
중요한 것은: 희생양이 사실은 무고했다는 사실이 절대 드러나선 안 된다.
만약 알려지면, 평화를 회복하는 효과는 사라지고 잔혹한 살인만 남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은 감춰지고, 신화와 의식만 남게 된다.
- 이론의 반증 가능성 문제
지라르의 이론은 매혹적이지만, 일부에서는 반증 가능성 문제를 지적한다.
- 희생양이 있는 신화? → 지라르 이론에 부합
- 없는 신화? → “너무 잘 감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됨
즉, 모든 것을 설명하지만, 그렇기에 반증이 어렵다.
이는 과학 철학자 칼 포퍼(Popper)의 기준에서 보면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 결론
다행히 현대 사회에서는 법, 규범, 종교 덕분에, 더 이상 희생 제사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욕망을 모방하는 성향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 모방은 양날의 검이다
- 한편으론, 모방은 경쟁과 갈등을 부른다.
희소한 것을 원할수록, 남들도 그걸 원한다.
그건 "힘든 일이니까 가치 있는 일"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의미 없는 제로섬 경쟁일 뿐이다. - 다른 한편으론, 모방은 엄청난 동기 부여와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라르는 자본주의는 생산적 모방의 체계라고 보았다.
경쟁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며, 실제 폭력은 드물다.
핵심은 **“모델을 잘 고르는 것”**이다.
이상적인 모델은 당신에게 방향은 보여주되, 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https://siboehm.com/articles/20/girard-for-non-philosophers
René Girard & Mimetic Theory for Non-Philosophers
Mimetic theory is a simple but immensely powerful concept.It explains how humans learn, why laws exist, and why too many people want to go into Finance.The i...
siboeh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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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나선(spiral of violence)’>
‘폭력의 나선(spiral of violence)’은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mimetic theory)에서 매우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로서,
한마디로 말해,
“상대의 공격성을 모방하면서 점점 더 격해지는 폭력의 악순환”을 말한다.
폭력의 나선은 이렇게 전개된다.
- 욕망의 모방
- A가 어떤 것을 원하고, B가 그걸 따라하게 됨 → 갈등 발생
- 예: 두 사람이 같은 승진 자리를 노림
- 갈등의 모방
- 단순한 경쟁에서 감정적 충돌로 바뀌고,
- A가 적대감을 보이면 B도 그 적대감을 그대로 따라함
- 공격의 모방
- 서로의 분노, 비난, 위협까지 서로 복제하게 됨
- 그 결과, 폭력은 더 커지고 멈추기 어려워짐
- 단순한 '선형적 대응(1:1)'이 아니라, 감정과 행동이 점점 더 강하게 확대·반복되기 때문에 '나선(spiral)'이라 부른다.
- 작은 다툼이 폭행 → 보복 → 집단 충돌로 커지는 건 그 예다.
4. 감정 전염과 집단화
지라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폭력이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도 지적했다.
- 주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동일시하거나 편을 들기 시작하면,
- 이 나선은 사회 전체의 분열과 파괴로 이어질 수 있음
- 현대의 SNS 상의 집단 비난: 누군가를 공격하면, 그 감정이 모방되어 순식간에 ‘폭력의 나선’으로 변함
- 정치적 양극화: 상대 진영의 적대감을 모방하며 증오가 커지고, 타협이 사라짐
5. 희생양 메커니즘의 등장
- 지라르의 경고
지라르는 이 현상을 단순한 심리나 사회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박힌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나선을 멈추지 않으면, 결국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빠지게 된다고 봤지.
- 진행 단계와 설명
1 | 욕망을 모방한다 (경쟁 발생) |
2 | 감정을 모방한다 (적대감 확대) |
3 | 공격을 모방한다 (폭력의 나선 시작) |
4 | 주변으로 확산된다 (집단적 위기) |
5 | 멈추기 위해 희생양이 등장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