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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154

[허성원 변리사 칼럼]#149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이제 두 사람은 하늘에선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선 연리지(連理枝)가 되듯이 영원히 한 몸 한마음이 되어 변함없는 사랑을 지켜 가시길 빕니다." 어느 결혼식에서 들은 주례사의 마무리 말씀이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언급되어 있다.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겁고도 슬픈 사랑을 그렇게 묘사하였다. 비익조의 암수는 날개가 각자 하나 뿐이라 서로 합쳐야만 날 수 있고, 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붙어 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나 함께 하고 싶은 아름다운 사랑이 그려진다. 저렇게 두 주체가 온전히 한 몸이 되어 하나로 살아가야 하는 삶은 어떨까. 순간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주례 선생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혹시 그렇게 살아오셨.. 2024. 2. 19.
[허성원 변리사 칼럼]#148 그들에게 고독의 자유를 허하라 그들에게 고독의 자유를 허하라 친하게 지내는 한 경영자의 회사에 들렀더니 공장의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컨테이너 방으로 끌고 간다. 들어가 보니 완벽한 방음 조치가 된 음악 연습실이다. 드럼, 기타, 키보드 등 몇 가지 악기와 함께 마이크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이 정도면 제법 작은 악단이라도 조직하여 연주할 수 있겠다. 그 방안에 데려다 놓고는 내가 감탄해주기를 바라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은근히 바라본다. 나는 좀 과한 탄사와 동작으로 그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바깥의 현장에는 해외에 내보낼 수십억 원짜리의 정교한 설비가 한창 바쁘게 조립되고 있는데도 그에겐 이 작은 공간이 더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한 친구는 얼마 전 은퇴한 후에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작은 오피스텔을 하나 구해서 입주를 했다고 하며 초.. 2024. 2. 12.
[허성원 변리사 칼럼]#147 특허통수권③ 특허 욕구 5단계설 특허통수권③ 특허 욕구 5단계설 어린 시절 장래 희망은 책방 점원이었다. 언제나 마음대로 온갖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방은 어린 내겐 낙원처럼 보였다. 책이 많은 친척이나 친구 집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는데, 중학교 때 어느 날 우리집에 책이 가득 찬 책장이 생겼다. 큰누나가 세계문학전집과 우리나라 단편소설전집 등을 월부로 왕창 사들여 놓은 것이다. 아마 누나는 그 뒷감당에 고생이 컸겠지만, 나는 한동안 너무도 행복했었다. 그랬던 내가 얼마 전에는 오래된 책 수백 권을 정리하며 기부하거나 내다버릴 정도로 책이 넉넉해졌고, 심지어는 스스로 글을 지어 신문 등에 싣는 칼럼니스트가 되어 있다. 사실 모든 인생사가 대개 그런 모습으로 진화한다. 하루 땟거리를 걱정하던 궁핍한 삶을 산 사람은 어떡해서든 입을 .. 2024. 1. 30.
[허성원 변리사 칼럼]#146 특허통수권② 기업가인가 사업가인가 특허통수권② 기업가인가 사업가인가 "그 인장이 닳아 망가질 때까지 차마 내주지 못합니다." 초패왕 항우의 인물됨에 대해 한신이 한고조 유방에게 한 말이다. 항우는 부하가 아프면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나눠주는 정을 가졌지만, 정작 공을 세운 부하에게 봉작 등으로 상을 내려야 할 때는 인장을 만지작거리며 그것이 닳아 망가지도록 머뭇거렸다. 부하의 공을 보상하는 데 있어 지극히 소심하고 인색하였다는 말이다. 유방에 비해 비할 수 없이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거의 전승의 전과를 올리고도 결국 패배하여 중원의 지배력을 빼앗긴 데에는 그 인색함이 가볍지 않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최근 직무발명 보상에 관련한 다툼들을 뉴스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이들 기사의 제목만 보아도 우리나라 큰 기업들의 직무발명 정책에서 항우.. 2024.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