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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習_아테나이칼럼/천리마리더십

[허성원 변리사 칼럼]#123 <아테나이15> 헤라클레스인가, 아틀라스인가, 아테나인가?

by 변리사 허성원 2023. 8. 5.

<아테나이15>  헤라클레스인가, 아틀라스인가, 아테나인가?

 

그 황금사과는 어디서 난 것일까?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신들의 잔치판에 던져져 트로이 전쟁과 트로이 멸망의 트리거가 되었던 그 황금사과 말이다. 그것은 오렌지였을 것이라도 하지만, 여러 여신들이 서로 가지려 다툰 것을 보면 신들에게도 무척이나 귀한 것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 사과나무는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있었다. 헤라와 제우스가 결혼할 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선물로 준 것인데, 석양의 님페들인 헤스페리데스에게 그녀들의 정원에 심어 관리하게 하였고, 백 개의 눈을 가진 용 라돈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헤스페리데스는 어둠의 여신 닉스의 딸 혹은 아틀라스의 딸이라고 하는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와 자매간이거나 친척이었을 것이다.

이 황금사과를 훔쳐야만 하는 영웅이 있었다. 바로 헤라클레스였다. 그는 여신 헤라의 저주로 인해 광기에 싸여 아내 메가라와 자식들을 살해하고는, 그 죄업을 씻기 위해 신탁이 이르는 바에 따라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되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그에게 열 가지 힘든 과업을 부과하였는데, 그로 인해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이 된다. 처음 열 가지 과업을 완수했지만 그 중 두 가지가 부정되는 바람에, 전체 과업이 열두 개로 늘어났다. 그 열한 번째가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은 세상의 아주 먼 서쪽 끝에 있었다. 거기로 가는 길은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만이 알고 있었는데, 온갖 변신을 하며 도망치는 그를 헤라클레스는 우여곡절 끝에 붙잡아 길을 알아낸다. 가는 도중에 카우카소스 산에 결박되어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주고, 아틀라스의 도움을 받아야만 황금사과를 구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는다. 아틀라스는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티탄 족 형제로서, 올림피아 신들의 전쟁 때 티탄 족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제우스에 의해 영원히 서쪽 하늘 끝을 떠받치고 있어야 하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서쪽 끝 세상에서 아틀라스를 만나서 제안한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가서 황금사과를 몇 개 따다주면, 그 동안에 자신이 하늘을 대신 떠받치고 있겠다고 하였다. 아틀라스는 영겁의 형벌을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으니,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틀라스는 하늘을 맡기고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으로 가서 친분을 이용하여 황금사과를 구해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의 영원한 형벌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래서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이 대신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사과를 가져다주고 오겠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그 속내를 알아채고는, 그러면 머리띠를 다시 맬 수 있도록 잠시만 맡아달라고 한다. 아틀라스는 그 작은 요청마저 야박하게 거부할 수 없어 넘겨받았는데, 그때를 틈타 헤라클레스는 사과를 가지고 달아났다.

이 에피소드를 묘사한 부조를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그리스 여행 중에 올림피아 박물관에서였다. 파손된 조각들을 맞춰놓은 것이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부조에는 세 명의 인물상이 묘사되어 있는데, 중간에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를 대신하여 하늘을 떠받치고 있고, 오른쪽에는 황금사과를 가져와서 헤라클레스에게 양손을 내밀고 있는 아틀라스가 있다. 아틀라스에게 아직 달아날 기회가 있을 때의 상황이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뒤에는 한 여성이 서있다. 영웅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으로서, 한 손을 들어 헤라클레스를 도와주고 있다. 아무래도 인간인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받치기에는 신의 도움이 없이는 버거웠던 모양이다.

우리는 이 부조 작품에서 세 가지 인간상을 볼 수 있다. 첫째는 아틀라스형이다. 잠깐의 휴가라는 대가를 위해 주어진 일을 하고, 그 성과를 드러내며 반대급부를 탐한다. 둘째는 헤라클레스형이다.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그 실행을 위해 타인의 역량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 타인의 역량 발휘와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서적, 물질적, 시스템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그 목표 달성의 결과를 오로지 누린다. 셋째로는 아테나 여신형 인간이 있다. 아테나의 역할을 도전하고 행동하여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영웅을 돕는 것이다. 이 유형은 대가나 보상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행동하며, 자신의 성과를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혹은 직장인이 아틀라스형 인간이다. 헤라클레스형 인간은 주어진 업을 조직적 및 전략적으로 수행하여 목적하는 성과를 이루는 기업 경영자 등의 리더가 이에 해당한다. 아테나형 인간은 생계나 과업을 초월한 자신에게 부여된 고귀한 소명을 인식하고 그 소명의 이끎에 따른다. 귀하는 어떤 인간형인가. 일을 하는가, 업을 경영하는가, 소명을 실천하는가? 아틀라스인가, 헤라클레스인가, 아테나인가?

 

좌로부터 아테나, 헤라클레스, 아틀라스. 2017년 그리스 여행 때 찍어온 사진,

 

 

 

H&eacute;rcules y Atlas (1565). Cornelis Cort. Biblioteca de El Esc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