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 행복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세계와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고유한 목적(텔로스, telos)을 가지고 있으며, 각 존재는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사상이다123. 이는 단순히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행위와 도덕, 사회, 국가, 우주 전체의 질서까지 포괄하는 통합적인 세계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변화를 목적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 예를 들어, 도토리는 참나무가 되기 위한 가능태(질료)이며, 참나무가 도토리의 현실태(형상)인 것처럼, 모든 존재는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실현한다5. 이처럼 자연계의 모든 움직임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와 추구에는 목적이 있으며, 각각의 목적은 더 높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된다고 보았다. 이 연쇄의 끝에는 더 이상 다른 목적의 수단이 될 수 없는 궁극적인 목적, 즉 ‘최고선(최상의 선, summum bonum)’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최고선을 ‘행복(eudaimonia)’이라고 규정한다. 행복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최적으로 발휘하는 상태, 즉 이성을 잘 발휘하여 사려 깊고 탁월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259.
이러한 목적론적 세계관은 자연과학, 윤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모든 존재와 현상이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통일된 질서를 강조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와 사회도 개인의 행복과 최고선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국가는 개인의 행복과 도덕적 완성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27.
요약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모든 존재와 현상이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그 목적의 실현이 최고의 선이고 인간의 경우 이는 행복(이성적 탁월성의 실현)이라는 점을 핵심으로 한다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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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론적 세계관과 실존주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과 실존주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두 사상은 서로 충돌하거나 상치되는 측면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존재가 고유한 목적(텔로스)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역시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본질(본성)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행복(eudaimonia)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고 본다. 즉,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과 목적이 있으며, 삶의 의미와 가치는 이 본질적 목적의 실현에서 찾는다14.
반면, 실존주의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로 대표된다. 실존주의자들은 인간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나 운명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며,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의미와 본질을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본다. 인간은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창조하며, 그 과정에서 책임과 불안, 절망과 같은 실존적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236. 이 관점에서 인간에게는 고정된 목적이나 본질이 미리 주어지지 않으며, 삶의 의미는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리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인간에게 본질적이고 고정된 목적이 있다고 보는 반면, 실존주의는 인간에게 미리 정해진 본질이나 목적이 없으며, 각자가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본질과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점에서 두 사상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이를 보이며, 상치된다고 할 수 있다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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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에서 ‘질서’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세계관에서 ‘질서’란 모든 존재와 현상이 각자의 고유한 목적(텔로스)을 실현하기 위해 내재적 원리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움직이는 구조와 체계를 의미한다1310. 즉, 자연과 세계는 무작위적이거나 혼란스럽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특정 목적을 향해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고 변화한다는 관점이다.
이 질서는 단순히 물리적 배열이나 법칙에 그치지 않고, 각 존재가 자신의 본질(형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위계와 조화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무생물은 식물을 위해, 식물은 동물을 위해, 동물은 인간을 위해, 인간은 이성(로고스) 또는 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식의 가치 서열이 성립한다236. 이러한 위계는 자연 전체가 하나의 목적론적 질서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질서를 인간이 제작(테크네)이나 기예(포이에시스)를 통해 어떤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이해했다. 자연은 마치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 때 목적을 염두에 두듯이, 스스로 내재적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210. 따라서 목적론적 세계관에서의 질서는 ‘모든 있음이 위하여 있음’이라는 원리에 따라, 각 존재가 자신의 본질적 목적을 실현하며 세계 전체가 조화와 통일성을 이루는 구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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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론과 행복>
"가령 도토리는 참나무가 되기 위한 가능태이고, 참나무는 도토리의 현실태다. 도토리가 참나무가 됨으로써 도토리의 고유한 기능이 발휘된 상태가 현실태이다. 참나무는 도토리의 목적이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을 이끌어낸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세상 전체는 항상 가능태에서 현실태로 향하는 목적을 갖고 이를 완성하고자 하는 사물들의 작용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사물을 해석하고 만물이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철학자가 아리스토텔레스다. 이런 목적론적 세계관에 입각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행복을 설명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은 인간의 기능에 일치하는 현실태, 곧 이성의 기능을 완전하게 발휘하는 삶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기능을 다 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그는 인간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는 영양을 섭취하고 생식을 하는 기능이고, 둘째는 무엇을 감각하고 욕구하는 기능이며, 셋째는 이성을 발휘하여 깊이 생각하는 기능이다. 이 중 처음 두 가지는 식물이나 동물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은 결국 이성을 잘 발휘하는 기능뿐이다. 따라서 이성적 기능을 잘 발휘하여 사려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인간으로서 탁월한 삶이며, 그것이 곧 인간의 행복이며,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이성의 발휘만으로는 행복해 질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 마리의 제비가 난다고 하여 봄이 온 것은 아니듯이’ 일생을 통해 한결같이 이성이 탁월하게 발휘될 때 비로소 행복이 실현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성을 항상 잘 발휘하게 하는 성품이 필요하다. 이 성품은 지나침도 모자람도 아닌 중용을 선택하는 습관을 뜻한다. 물론 중용의 덕은 그 자체가 행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행복을 위하여 불가결한 바탕이 된다."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17063041841
[김흥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9) 아리스토텔레스(중) 행복론 | 생글생글
[김흥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9) 아리스토텔레스(중)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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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은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는 행복(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을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의 선으로 규정한다137. 행복을 단순한 쾌락이나 부, 명예와 같은 외적 조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본성과 기능을 최적으로 실현하는 상태로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조건으로 ‘완전성’과 ‘자족성’을 제시한다. 완전성은 더 이상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선택될 때 충족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하며, 다른 어떤 좋음이 추가될 필요가 없는 상태(자족성)여야 한다17. 행복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고유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할 때 실현된다. 이를 위해 그는 영혼의 탁월성(덕, arete)을 강조한다. 덕은 이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이 탁월하게 발휘되는 상태로, 지속적으로 실천과 습관을 통해 길러진다34.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쾌락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의미와 본질을 실현하는 능동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의미한다147. 그는 쾌락, 명예, 부와 같은 통속적인 행복을 비판하며, 진정한 행복은 내적인 성장과 도덕적 탁월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삶에서 비롯된다고 본다135.
정리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고, 덕을 실천하며, 삶 전체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상태를 행복으로 여긴다. 이 행복은 일시적이거나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탁월성과 실천적 지혜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구되는 것이다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