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토피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_ 동물농장

변리사 허성원 2025. 4. 17. 11:01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Four legs good, two legs better!)

 

이 문장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풍자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에서 나오는 상징적인 구절이다.

처음에는 동물들이 인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Four legs good, two legs bad)"라고 외쳤다.

이 말은 동물(노동자 계급)은 선하고, 인간(지배계급)은 악하다는 이분법을 상징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돼지들이 권력을 잡고 점차 인간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돼지들이 뒷발로 서서 걷고,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모습이 되면서 구호도 바뀐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이 말은 권력을 잡은 이들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기존의 신념을 뒤엎는 전형적인 독재의 논리를 상징한다.

즉, 혁명 후 생긴 새로운 지배층(돼지들)이 자신들의 권력 강화를 위해 기존 이념을 뒤엎고 조작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진리는 힘 앞에서 종종 침묵당하고, 언어는 권력의 도구로 탈바꿈한다"는 교훈을 이 문장이 압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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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이념의 자기 모순'을 비판할 때 쓰이는 효과적인 레토릭이다.

혁명가, 종교인, 기업가, 정치인 등은 자신의 뜻을 이룬 후에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워 왔던 이념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
"네 발로 걷던 돼지가 두 발로 걷게 되는 돼지"가 되는 것이다.
당초에는 '네 발'이 옳고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설득하여 그들의 지지를 얻는다. 그러다 어느 새 '두 발'로 걷게 되면서, '두 발'이 더 좋인 것이라고 떠들거나 행동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신봉하던 이념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억압을 받던 자가 혁명을 통해 권력을 거머쥐자 또 다른 형태의 억압자가 되고,
청빈과 헌신을 위치던 종교인이 부와 권력을 누리게 되면서 성직자의 특권을 정당화하거나 세습하려 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던 투사가 독재자가 되거나, 공산 혁명을 부르짓던 자가 자본주의를 신봉하게 되고,
혁신, 민첩, 개방을 핵심역량을 삼던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비대한 대기업처럼 관료적이며 폐쇄적인 조직으로 변모하는 사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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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리는 옳고 두 다리는 바쁘다!"("Four legs good, two legs bad!")는
단순한 구호처럼 보이지만,
이념의 형성과 세뇌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구호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이 인간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 직후 등장한다.
당시 돼지들(특히 스퀼러와 나폴레옹)은 지능이 높았기에 다른 동물들에게 "지식층" 역할을 자처하며 이 구호를 다음과 같이 설득력 있게 포장한다.

  1. 단순함 (Simplicity)
    “모든 복잡한 생각은 이 한 줄이면 충분해!”
    → 동물 대부분은 지능이 낮고 글을 못 읽기에, 짧고 리듬 있는 이 말은 기억하기 쉽고 반복하기 좋다.
  2. 도식적 이분법 (Manichean Thinking)
    → 네 다리 = 동물 = 선
    → 두 다리 = 인간 = 악
    → 현실을 흑백논리로 단순화해서 대상을 쉽게 분류하게 한다.
  3. 적대심의 동원 (Common Enemy Logic)
    “인간은 동물을 착취하는 자다. 우리는 그들과 달라야 한다.”
    → 인간을 외부 적으로 만들며 집단 내 결속을 유도한다.
  4. 집단 반복과 세뇌 (Chanting and Indoctrination)
    → 양들은 이 구호를 매일 외치며 자신들의 생각이라 믿게 된다.
    → 결국 비판적 사고는 제거되고, 구호 자체가 진리로 기능하게 된다.

이 구호는 오웰이 전체주의와 대중 선동의 메커니즘을 드러내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언어는 존재의 집”이지만, 오웰에게 있어서 언어는 권력의 감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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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노예다/ 무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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