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토피카

“헤~ 물이다~” 사건

변리사 허성원 2018. 2. 16. 19:57

<“~ 물이다~사건>


옛날 고향의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부분의 고향 친구들은 그 학교에 다녔지만, 나는 멀리 있는 다른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 친구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정말 사고뭉치로 유명한 꼴통 녀석이 한 명 있었다.
우리 옆 동네에 살았는데, 상상가능한 대부분의 나쁜 짓은 다 저지르는 문제아였다.
걔보다 걔 엄마가 학교에 더 많이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 친구가 학교생활에서 마지막으로 저지른 전설적인 해프닝이 있다.
그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날 무슨 짓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친구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복날 개가 두들겨 맞듯이 지독히 얻어맞은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선생들의 폭력은 일상이긴 했어도, 그날은 유독 심하게 탄압을 당했던 모양이다.

실컷 맞은 그 친구는 홀연히 학교에서 사라졌다가, 오후 느지막이 학교에 나타나서는.. 곧바로 선생님들이 있는 교무실로 달려갔다.

교무실 입구에 들어서서, 한 손에는 박카스병을 수류탄처럼 들고,
자신을 두들겨 팬 그 선생님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저 새끼 때문에 도저히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고는 박카스병을 높이 쳐들고서,

“이거 농약이다. 내 오늘 이거 먹고 죽으삐린다.”
라는 소리를 마치고,
박카스병에 든 것을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그때 어쩌다 교무실에 있었던 한 친구가 본 그 당시의 교무실 광경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모든 선생님들은 용수철 튀듯이 B군을 향해 튀었고, 어떤 선생님은 병을 빼앗고, 어떤 선생님은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누구는 등을 쾅쾅 두드리고.. 그저 뭐라 소리만 지르는 선생도 있었고..

그 때 그 친구가 “잠깐”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주위의 선생님들이 잠시 머뭇거리자,
그 친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헤~, 물~이다”

.. ..
그 후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날은 한 대도 안 맞았다고 한다.
너무도 어이없는 사건이라 누가 손댈 엄두나 났을까...

그러나 결국 퇴학 조치되었고, 가끔 그 친구의 행방을 물어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그림은 챗GPT가 그려준 것이다.